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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16화 (116/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16화

만약에 나에게 악플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최기문 전 부대표가 고용한 거라면 엔터계와 관련된 몇몇 바이럴 업체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눈치챈 걸, 팬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아마도 몇몇 팬들이 라방 중에 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려 했던 것 같다.

만약 이게 정말 최기문 부대표의 짓이라면 나는 두 가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최기문 대표를 TRV는커녕 엔터계에 다시 발 들일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으리란 것이고, 두 번째는 나의 개인적인 만족이다.

이 악플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게 된다.

아니, 나를 향한 것은 맞지만 정말로 VVV엔터와의 교류 때문에 악플이 달리고 있는 건 아닌 것이다.

그럼 괜찮다. 그런 거라면. 내가 진짜 꼴 보기 싫은 게 아니라면. 나에게는 그보다 기쁜 소식이 없다.

그 덕에 나는 X이앱 시작 전보다 한결 편안해졌다. 팬미팅 직전 X이앱은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

그 후, 나는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직접 돌아다니면 최기문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쳐버릴 테니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스파이에게 연락을 할지, 말지가 고민이었다.

이번 건은 너무 커서, 이걸 도움을 받고 나면 내 쪽에서도 뭔가 해줄 의무가 생길 것 같았다. 본인이 요구하지 않아도, 내가 마음이 약해져 그렇게 하겠지.

나는 이번엔 VVV엔터 4본부 A&R 팀장 강효준의 번호를 찾았다.

스파이 덕에 알게 된 것은 최기문 부대표가 김주철 뮤직컨텐츠 본부장과 접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김주철은 VMC의 차기 대표 자리를 노리는 이춘형 이사의 사람이다.

강효준의 팔이 외사촌인 이춘형 이사를 위해 안으로 굽을까, 아니면 본인도 차기 대표 자리에 야망이 있어 그 손을 적의 적과 잡는데 쓸 생각이 있을까?

“…….”

하, 스파이 그만 쓰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유용해가지고…….

-어, 해원아, 왜.

“중운이 형, 혹시 강효준 팀장. 자기 외삼촌 자리…… 그러니까 VMC 대표 자리에 욕심이 있는지 사내 여론 같은 거 좀 알아봐 줄 수 있으려나?”

-글쎄. 그런 건 티를 안 낼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알아볼게.

“응, 고마워.”

대답은 불확실해도 나는 스파이의 능력을 믿는다. 허허.

* * *

다음 날, 우리는 팬미팅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

지난번 콘서트보다 큰, 올림픽홀 3천석. 나는 마이크 음향 체크를 마치고 공연장을 둘러보았다.

돌출 무대가 있어 동선 변화가 심하다 보니 체육관 리허설을 할 때 멤버들이 무지하게 헷갈려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헷갈리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구성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퍼스트라이트 첫 번째 팬미팅, ‘파일럿’.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컨셉의 팬미팅이기 때문에, 우리의 첫 번째 의상은 기장 제복이었다.

오늘은 강효준에게 선물로 받고 꺼내지 않았던 예비 인이어를 꺼냈다. 심플한 흰색 인이어였다. 멤버들이 다들 인이어를 두 개씩 가지고 있어서, 팬들이 서포트를 해도 되냐고 회사로 문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낌에 하나 더 있다고 알려줘야겠다.

아무래도 의상이 단정해서, 다들 인이어도 가진 것 중 단정한 컨셉으로 했다.

공연 직전, 구호를 위해 손을 모으고 민지호가 소리쳤다.

“공연한다! 돌출 무대도 있어! 우와아아아! 햇살이들이랑 신나게 놀자! 가보자고! 서드! 세컨!”

“퍼스트!”

그렇게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나는 바로 옆에서 민지호의 소리를 들은 내 불쌍한 귀를 감쌌다.

“어휴, 민지호 목소리 왜 이렇게 커.”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민지호 옆에 있던 한효석이 맞장구쳤다.

“형 저 지금 이쪽 귀 안 들려요, 진짜로.”

“난 이해해.”

그러자 민지호가 한효석에게 들러붙으며 물었다.

“효식아! 내가 반대쪽 귀도 안 들리게 해줄까?”

“아니, 한쪽이라도 남겨줘.”

“그래!”

우리는 시끌시끌 이야기하며 공연을 기다렸다.

* * *

“항공권 진짜 미친 거 아냐?”

“티켓이 굿즌데 보관할 케이스도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구. 내가 돈이 있다잖아!”

팬들이 항공권처럼 만들어진 표를 소중히 챙겼다.

한때 정해원을 제외한 C조, 퍼스트라이트 6인 지지자였던 @minjojo_ 역시 함께 온 친구와 항공권에 감탄하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콘서트 때보다 커진 공연장 규모가 퍼스트라이트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크, 올홀 입성.”

“차곡차곡 키워서 주 경기장 가자.”

“그니깐, 가야지, 주 경기장!”

앨범 판매량이 뻥튀기된 지금, 공연장 크기만큼 팬덤의 규모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 끝은 역시 주 경기장 입성.

@minjojo_가 공연장에 걸린 퍼스트라이트 콘서트 광고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해원이가 프로듀싱 해주면 무조건 주 경기장 가지.”

“그치? 오구, 우리 대천재 프로듀서.”

“진짜 대천재야. 내가 미쳤지, 지호가 대천재라고 할 때 진작 믿지를 못하고…….”

@minjojo_는 씁쓸하게 말하다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구독하고 있는 정해원의 영상계에 어제 X이앱 장면이 올라왔다.

[X이앱/해원 라이브로 악플러 저격(꺼져ㅠㅠ햇살이인 척하지 마ㅠㅠ)]

-요즘 저 보기 싫다는 댓글이 많아서, X이앱 어떡하지, 고민을 했어요. 근데 제가 X이앱 안 나오면, 그 댓글들이 바라는 대로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안 피하려구요. 햇살이들한테 미리 인사할 거예요. 내일 팬미팅 재미있을 거라고 얘기도 해주러 왔어요. 그러니까 햇살이들, 우리끼리 그냥 재미있고 좋은 얘기 해요.

그렇게 말하는 정해원의 표정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캬 악플러 바로 저격해 버리네]

[해원이 이번에도 그냥 참고 있을 줄 알았는데ㅠㅠ]

[↳악플 때문에 팬들이 신경 쓰니까 저격한 거지…….]

[↳↳ㅇㅇ이거지]

[근데 악플 양상이 좀 이상하긴 해]

[↳원래 소속사 이전하면 이런 일 흔함]

[↳진짜 흔함 연예인들 소속사 옮길 때 갑자기 사건사고 X나 터지잖아]

[↳ㅋㅋㅋ사고를 안 치면 되긴 하는데 소속사도 치졸의 극치네]

공연 전 남은 시간을 때우려 댓글들을 읽던 @minjojo_가 치를 떨었다. 안 그래도 여론 때문에 고생한 정해원을 노리고 악플을 단 것이라면, 이건 절벽에 선 사람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팬들이 주로 모인 X이앱이나 X버스가 아니어도, 방어해 주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박희영의 팬클럽, 희영차!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말 그대로 지나간 자리마다 폐허였다.

거기다 정해원이 작곡한 곡의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좋아서, 박종렬 엔터는 이례적으로 ‘먼 기억의 사랑’을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하는 것을 결정했다.

“우리 해원이 진짜 부자 되겠다.”

“부자 돼야지. 일을 그렇게 소처럼 하는데.”

“맞아, 진짜로…… 아프지 마, 해원아…….”

병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스케줄의 연속이었다.

@minjojo_의 최애는 언제나 민지호로 고정이었지만, 차애란 원래 쉼 없이 바뀌는 자리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차애 역시 정해원으로 고정, 변하지 않게 되었다.

그건 많은 전 6인 지지자들에게서 보이는 현상이었다. 아무래도 싫어하던 사람에게 빠지면 답이 없는 법이니까.

한 번 단단하게 박힌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부수는 건 엄청난 힘이었다. 정해원에게는 그런 힘이, 매력이 있었다.

공연이 예정된 시간. @minjojo_가 공연장으로 들어가며 친구에게 말했다.

“학생팬들 진짜 많아졌다.”

“내가 지금 그 말 하려 했잖아. 내 동생 중 3이잖아? 걔네 반에 퍼라 팬들 엄청나게 늘고 있대.”

“우리 이러다 진짜 주 경기장 가는 거 아니냐?”

그렇게 팬들의 수다로 시끌시끌하던 공연장은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안주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시작되며 환호로 가득 찼다.

-햇살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선라이즈 국제공항까지 가는 퍼스트라이트 항공, 617편입니다. 스마트폰은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주시고, 짐은 앞 좌석 밑에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퍼스트라이트 항공은 햇살 여러분들의 탑승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안전하고 신나는 여행을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어린 시절을 뉴질랜드에서 보낸 안주원이 능숙한 영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직후, 공연장이 어두워지며, 안주원의 안내가 이어졌다.

-햇살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이제 이륙하겠습니다. 즐길 준비 되셨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이어 대형 스크린에 뜬 카운트다운 직후 VCR이 나타났다. 일곱 명의 멤버들이 비행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일곱 명은 기장 제복을 차려입고, 캐리어를 끌며 공항을 걸었다.

VCR이 끝나고, 멤버들은 가장 최근 앨범의 수록곡, ‘Welcome on board’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다.

팬미팅 이름을 ‘파일럿’으로 정하고 나서, 정해원이 작정하고 팬미팅 용으로 만들었다는 게 팬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곡이었다.

반짝거리는 별이 쏟아지는 스크린을 배경으로, 밝은 분위기의 음악이 공연장을 채웠다.

[바람을 타고, 구름에 누워]

[우리가 가는 길은 밤처럼]

[수많은 별이 뿌려져 있거든]

[During the flight]

[책 한 권을 끝내 창밖만 보기엔 시간이 많아]

[멀리까지 가는 거야 우리 낯선 곳에 내릴 거야 내일]

[Welcome on board]

[시작이 완벽해 네가 있어서]

[끝은 더 완벽해 우린 좋은 팀이 될 테니까]

[시간을 타고, 하늘을 날아]

[우리가 가는 길은 낮처럼]

[눈 부신 햇살이 빛나고 있거든]

현장의 팬들은 누구나 이 곡이 팬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곡임을 알았다.

@minjojo_가 중얼거렸다.

“아니, 누가 팬미팅 시작부터 울리고 들어가냐…….”

실제로 감수성 있는 몇몇 팬들은 시작부터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사랑스럽고 낙천적인 음악이다 보니 분위기를 예상 못 한 멤버 몇이 눈이 촉촉한 팬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왜 우냐는 입 모양과 손짓을 했다.

팬송이냐고 멤버들에게 물어도 모른 척하던 것이 이 곡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예상대로 이 곡, ‘Welcome on board’는 팬들을 위한 곡이었고, 그 곡이 팬미팅을 열었다.

* * *

공연을 위주로 하는 콘서트와 달리, 팬미팅에서는 다양한 컨텐츠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콘서트와 즐기는 방식도 기분도 달랐다.

팬들과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게임도 준비하고, TMI 대방출 시간도 예정되어 있었다. 퍼스트라이트가 이 첫 번째 팬미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팬들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MC가 끝났을 때,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렸다.

“어? 어! 비행기가 흔들린다!”

“으악, 위험해!”

멤버들이 과장된 연기 위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햇살 여러분, 기류 변화로 비행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좌석 벨트를 매셨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조명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며 편곡한 ‘투 빌런즈’의 인트로가 들렸다. 무대 위에는 가면을 쓴 두 사람이 올라와 있었는데, 원래 곡 주인인 한효석과 민지호가 아니었다.

“어, 지운인데?”

키만으로 한 사람은 확정이 됐고, 옆에 있는 사람은 잠깐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그 멤버가 확성기를 들고 목소리를 내는 순간 마찬가지로 누군지 확정이 되었다.

[아아- 빌런의 승리입니다. 지구는 멸망합니다. 히어로는 패배했습니다.]

[반복합니다.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히어로는 패배했습니다.]

“정해원!”

“해원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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