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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18화 (11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18화

“형! 죽으면 안 돼!”

어오, 시끄러워 죽겠네, 민지호…….

“야, 안 죽는다고.”

“죽을 수도 있잖아!”

……뭐 그런 불길한 소리를 하냐, 너는.

“……그럴 가능성은 없지?”

“없지. 아마…….”

아마? 아마아? 이 새끼들이?

“헉, 숨 안 쉬는 거 아냐?”

“쉰다고……. 쉬는 거 맞지?”

“주원아, 숨 쉬는지 확인 좀 해봐.”

하나둘 민지호에게 말려서 내가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어 눈을 떠보니 여섯 개의 머리통에 열두 개의 눈동자가 부담스럽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팬미팅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건 어이가 없으면서, 웃기니 됐다 싶고 그렇다.

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하니까 황새벽이 물었다.

“왜? 뭐 필요해?”

“꺼……져…….”

“야, 애들은 슬슬 갈 건데 난 간이침대에서 자려고. 피곤해서 못 가겠다.”

“인……정…….”

황새벽 체력은 인정이지…….

난 삭신이 쑤시는데 멤버놈들은 내 말에 처웃고 있다. 하, 진짜 패고 싶다.

뭔가를 더 얘기를 하고 싶은데 눈이 다시 감겼다.

다시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부모님이 와계셨다. 뭐 몸살이 대단한 거라고 가게까지 닫고 오셨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겸사겸사 푹 쉬면서 혹시 관련 기사라도 났을까 봐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그래도 팬미팅 끝나고 하루를 꼬박 앓았기 때문에, 팬들이 걱정할 것 같아서 X버스에 들어가 생존 신고를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가시자마자 잽싸게 옷을 갈아입었다. 병원을 나와보니 앞에 VVV엔터 매니지먼트팀 직원이 와 있었다. 피곤하긴 하지만, 미리 VVV와 정한 일정이라 별수 없었다.

어차피 매니지먼트팀에서 직원이 올 거라면, 박중운 전 매니저가 오는 게 더 편했을 것 같다. 하긴, 그쪽 입장에서는 유출범이 차를 몰게 할 수는 없겠지.

아무튼 나는 병원을 탈출해 바로 VVV엔터로 향했다.

그나저나 카일룸 멤버들과 제대로 인사하는 건 처음인데, 사람이 너무 초췌하게 하고 온 것 같다. 후배라고는 해도 2년 차이면 같은 세대로 묶일 가능성이 큰 데다 나이도 우리와 비슷하다. 이렇게 대형 신인이 데뷔하면, 은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맏형 둘이 나와 동갑이라고 했으니 아무리 내가 낯을 안 가린다고 해도 드럽게 불편하게 생겼다.

VMC 빌딩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려니 참 기분이 묘했다. 국선아 때 와본 이후로 본사는 처음인 것 같다.

평소보다는 웬일로 덜 피곤해 보이는 강효준이 마중을 나와서 물었다.

“밥은?”

아예 말을 놓기로 했나 보다. 그럼 나야 편하다. 오늘 물어볼 것도 있으니까.

“이따가 사주세요, 병원 밥 맛없어요.”

“밥을 안 먹고 다녀?”

“병원 밥 맛없다고 방금 말했잖아요. 안 먹으려고 안 먹는 게 아니라.”

나는 투덜거리며 강효준을 따라가다가 후드를 쓰고 있는 배신자 1, MII의 우하정을 발견했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우하정이 ‘네가 왜 여기서 나와?’라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어서, 내가 말했다.

“그만 쳐다봐. 뭐 귀신이라도 봤냐?”

“여기서 뭐 해?”

“기사도 안 보냐. 카일룸 프로듀서로 왔는데.”

“……어?”

“진짜 몰랐어? 회사에 친구 없어?”

그치, 배신자한테 친구가 어디 있냐. 나는 그래도 멤버들은 있지. 양이형도 있고. 물론 그게 다인 건 좀 그런데…….

내가 물었다.

“너야말로 벌써 활동하게?”

“뭐가 벌써야. 몇 달을 쉬었는데.”

“2년은 아니잖아.”

“…….”

나는 우하정 쪽을 보며 말했다.

“야, 하정아. 너네 팀 요즘 어때. 잘되냐?”

“뭐?”

“아니, 그냥. 나 없이 잘되나 궁금해서. 활동이 안 겹치니까 알 수가 없네.”

사실 안다. 히히.

우리보다 높은 초동을 기록하던 MII는 더 라이징 이후 주춤하고 있었고, 반대로 퍼스트라이트는 앨범을 낼 때마다 팬덤이 눈덩이를 굴리는 것처럼 커지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슬슬, 한 번 정도는 나랑 같은 팀이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했겠지. 한 번은.

나는 그냥 그렇게 내가 기분 좋을 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좀 찌질해도 할 수 없다. 허허.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강효준이 말했다.

“시원하게 한 대 쳐.”

“둘만 있을 때요.”

“그러든지.”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가, 4본부의 컨트롤룸에 들어갔을 때 내가 물었다.

“근데요, 형은 나중에 뭐가 될 거예요?”

“이미 회사원인데.”

“그건 아는데, 뭐 쭉쭉 올라갈 건지, 아니면 법인을 따로 만들 건지.”

팔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방향을 알아야 내가 최기문 때리는데 손 좀 빌려달라고 하지, 이 사람아.

내 말에 강효준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건 갑자기 왜?”

그냥 대답하기엔 좀 곤란한 질문인가?

그럼 뭐, 할 수 없다. 저쪽이 패를 까게 하려면, 내 턴에도 패를 하나 까야지.

“왜 물어보겠어요. 저 국선아 때문에 그 고생하고, 퍼스트라이트 찢어지게 생겨서 이 개고생 하는 거 다 형네 사촌 형…… 이춘형 이사님인가? 그분 때문이잖아요.”

“근데.”

“형이 사촌 형이랑 친하면, 제가 그 이사님 위해서 일하는 거니까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요.”

“내 실적은 내 실적이지. 그 형이랑은 상관없는데.”

답답한 대답에 성질 급한 나는 결국 그냥 대놓고 묻기로 했다.

“TRV 전 부대표가요, 바이럴 업체 써서 저한테 악플 달았대요. 제가 활동 못 했으면 좋겠나 봐요.”

“개X끼네.”

“근데 그 개X끼가 김주철 본부장이랑 만나더래요. 김주철 씨는 이춘형 이사님 라인이라면서요.”

내 말에 강효준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아냐?”

나도 스파이가 그걸 알아낸 게 신기한데, 스파이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 눈에는 얼마나 신기할지 감이 온다. 허허.

내가 말을 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요.”

“그치, 네가 빡치는 게 중요하지.”

“그러니까요.”

“그래서 내가 사촌 형 편이냐는 거지, 지금?”

“그거죠.”

이 새끼, 다 알아들었으면서 흐릿하게 대꾸하고 있었나 본데.

강효준이 말했다.

“딱히 악감정은 없는데. 라이벌로 느끼기엔 나이 차이도 크게 나고.”

“아…….”

“그래도 경쟁자가 발목 잡힌다고 나한테 나쁠 건 없지.”

“……그게 결론이면 그 말부터 하면 안 돼요? 실망할 뻔했잖아요.”

내 말에 강효준 팀장이 흐흐 웃는다. 왜 웃지, 나의 답답함이 장난 같나.

아무튼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 녹음기를 튼 후 먼저 녹음 예고를 했다.

“제가 배신에 예민하니까 녹음 좀 해주세요. 방금 한 말.”

“합법적인 걸 좋아하네.”

“불법적인 건 미친놈들이나 좋아하죠.”

녹음을 하고 나서, 나는 내가 스파이에게 받은 명함을 보여줬다.

“여기가 바이럴 업체래요. 전 무서우니까 형이 좀 컨택해 주세요.”

“나도 무서워.”

“전 프로듀싱에 집중해야지, 지금 이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요.”

나는 강효준이 뭐라 대꾸하기 전에 미리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그때 때마침 카일룸 멤버들이 도착했다. 곧 컨트롤룸으로 멤버 다섯 명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워어씨, 다섯 명이 다 진짜 무슨 순정만화 캐릭터처럼 생겼다. 굳이 이 팀을 띄우는 데 나까지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특색있는 잘생쁨이었다.

거기다가 스케줄이 있었는지 헤어와 메이크업이 다 되어 있었다. 나는 괜히 후드를 쓰고 줄을 쫌맸다.

“……메이크업하고 오실 줄 몰랐네요, 다들.”

“형도 잘생기셨어요!”

엎드려 절받는다는 게 이런 걸까. 허허.

아무튼 우리는 오늘 모여서 타이틀곡을 들어보기로 했다.

신인, 그것도 첫 앨범에 멤버들의 의견은 보통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반영됐으면 얘네가 천사 컨셉을 받아들였을까…….

하지만 그래도 녹음 전에, 가이드를 딴 타이틀을 들려주고 의견을 묻는 정도는 예의상 하기로 했다. 물론 그 의견을 반영하진 않겠지만.

나는 타이틀을 틀어줬다.

근데, 어…… 뭐지?

나는 힐끔 강효준 쪽을 봤다가, 다시 멤버 쪽을 봤다. 강효준은 별 반응이 없었다.

“…….”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았지만 일단 참고, 멤버들을 살폈다. 그리고 음악이 끝났을 때, 내가 물었다.

“별로야?”

“아뇨, 좋아요.”

“와, 진짜 좋아요!”

나와 동갑인 두 명. 아마 데뷔가 더 늦어질까 봐 절실할 둘을 제외하고, 나머지 19살, 17살인 셋은 음악이 나오는 3분을 못 견디고 딴짓을 했다. 한 명은 심지어 그 3분 사이에 핸드폰을 한번 확인했다.

하기야 이미 타이틀이 회의로 바뀌고, 심지어 이미 녹음을 한 게 수록곡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고 듣긴 했다.

그래도 3분은 들어야지?

데뷔를 하기까지, 한 회사의 연습생으로 쭉 붙어 있는 건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많은 아이돌이 까마득해 보이는 데뷔를, 어찌할 수 없는 그 운명을 조금이라도 자력으로 당겨보려고 회사를 옮겨 다닌다.

나와 동갑인 두 사람은 여기가 두 번째, 세 번째 회사라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셋은 처음. 심지어 한 멤버는 연습생 생활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데뷔였다.

기간과 절실함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는, 회사에서 데뷔하기도 전에 이미 연예인 대우를 해준 게 문제일지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지들 또래라고 우습게 보이나?

“근데 3분을 못 기다리고 핸드폰을 보네.”

내가 툭 튀어나오는 말을 뱉자 나와 동갑인 멤버, 도윤이라는 예명을 쓰게 될 강한영이 서둘러 말했다.

“죄송해요, 선배님! 얘들아, 집중하자.”

나는 멤버들을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만 나가봐. 팀장님이랑 얘기 좀 하게.”

“예?”

“그럼 내가 선밴데, 내가 나가서 얘기해?”

윽, 꼰대다.

나는 내가 꼴 보기 싫어서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결국 카일룸 멤버들이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가고, 나는 일부러 문을 조금 열어놨다. 그리고 강효준에게 말했다.

“차우석, 핸드폰을 봤어요. 한 곡 듣는 데 겨우 3분 걸리는데.”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저랑 겨우 두 살 차이나요. 근데 자기 밥줄 걸린 일에 누가 핸드폰을 보고 있어요.”

밥줄이 안 걸렸으니까 보는 거다. 대한민국 1강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가 확정됐으니까.

이제 VVV엔터는 들인 돈이 있어서, 자기가 설렁설렁해도 회사가 빈틈을 전부 커버쳐 줄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나는 손으로 얼굴을 슥슥 문지르고 강효준에게 말했다.

“형, 저 정신과 약 먹어요. 여기서 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돼요.”

“패야 하나.”

……나한테 맞춰주려고 하는 말이겠지? 그치?

“지금이 90년대예요? 큰일 날 소리 하시네.”

나는 말하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브삼(VVV엔터)에 연습생 많잖아요. 지금도 안 늦었어요.”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솔직히 미안하다. 내가 얼마나 철렁할 소리를 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아니까.

근데 내 입장에서도 내가 프로듀서로 이름 박힌 그룹이 망하는 건 안 되거든. 특히 태도 논란처럼 안 그럴 수도 있는 걸로 망하는 건.

내가 X 같겠지만 다 너네 잘되라고 하는 거다. 신지운 봐라, 사람 만들었잖아.

나는 말을 이었다.

“형, 아이돌 팬들은 간절한 애 좋아해요. 간절한 애들은 팬이 존재해야 아이돌이 존재하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팬한테 잘하니까. 근데 형 눈엔 쟤네가 간절해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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