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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20화 (120/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20화

강효준 A&R은 정해원에게 받은 바이럴 업체의 명함 사진과 눈앞에 꼬마빌딩을 번갈아 확인했다.

함께 내린 친구들이 건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 이거 뭐냐?”

“우리까지 올 거 있었나 싶네.”

정해원이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혼자 가진 말라고 해서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과 같이 왔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강효준이 괜히 민망해서 목을 긁적거리니까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래도 우리 물주신데 저런 모르는 회사를 어떻게 혼자 보내냐.”

“그치, 돈 없는 우리가 몸빵을 하는 게 맞지.”

“…….”

그냥 만난 김에 술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업체 직원이 나왔다가 떡대 셋이 있는 걸 발견하고 흠칫 물러섰다.

“VMC에서 오신 거 맞아요?”

“아, 네.”

“……경호팀이요?”

“아뇨, A&R입니다. 최기문 부대표님 부탁으로 왔는데 좀 들어가겠습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들어오긴 어딜 들어…… 어, 어어?”

세 사람은 직원의 의견과 상관없이 일단 힘으로 밀고 들어갔다. 데스크탑이고, 노트북이고, 핸드폰이고 좁은 공간에 빠짐없이 기기가 채워져 있고, 화면이 일정하게 반복 작업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저희랑 일하셔도 이렇게 막 영업장 찾아오시면 안 되죠!”

“아유, 거 좀 비킵시다. 안 그래도 좁아 죽겠는데.”

에어컨이 세게 틀어져 있는데도 실내는 땀이 나게 더웠다. 모니터를 하나씩 확인하던 강효준이 한 섹션에 멈춰 섰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으로 모니터 화면의 변화들을 동영상으로 찍기 시작했다.

[혐이가 그래도 얼굴은 괜찮지 않았어? 관리 안 하나]

[↳보컬 여전히 X 같은 것만 봐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자신감이 늘었지 혐 파트 왜 이렇게 많냐 역겨움]

[실물ㅇㅈㄹ 정해원이 진짜 잘생겼으면 X소를 갔겠냐ㅋㅋㅋㅋㅋㅋ]

정해원이 외모를 언급할 때 세게 충격받은 걸 못 숨긴 이후, 악플 중 외모와 보컬 능력에 대한 비난의 비율을 늘리고 있었다.

동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에 뭔가 확실히 잘못됐다는 걸 안 업체 직원들이 몰려왔다.

“야! 저 새끼 핸드폰 뺏…….”

“어우, 덥다, 야.”

“요즘 에어컨에 공청기 기능 든 거 많던데 좀 하나 사지.”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상의를 벗는 친구들의 팔뚝에 직원들이 물러났다. 잠시 후 경찰들이 도착했다.

* * *

나는 숙소에서 온종일 자며 상태를 회복했다. 자다 깨서 죽 먹고, 또 자고 일어나 보니 하루가 꼬박 지나 있었다.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 나는 강효준이 남긴 연락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인지 여러 개의 문자와 첨부 자료가 와 있었다.

최기문 전 부대표 부탁으로 왔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직업이 의심되는 강효준의 친구들이 바이럴 업체에 억지로 밀고 들어가 촬영한 영상이었다. 어휴, 남의 얼굴 가지고 드럽게 뭐라고 하네. 치사하게.

아무튼 뭐, 더 어떻게 할 수 없는 완벽한 증거였다.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 뭐 하는 사람이에요?”

-……회사원?

이 회사원과 스파이가 한패면 VMC도 삼킬 것 같으니 절대 서로의 존재를 모르게 해야겠다.

아무튼 침대에 누워 있다 보니 악플 문제가 절반쯤 해결된 상태였다. 나는 보답으로 VVV엔터로 가서 후배들한테 꼰대 짓 좀 하고, 욕 몇 번 퍼먹여 주면 되는 것이다. 캬, 이 거래 괜찮네.

강효준이 말을 이었다.

-증거 없앨까 봐 바로 경찰 불렀어. 기사는 지금 VVV엔터가 막고 있고.

“워어씨, 브삼 일 잘하네요. 형이 잘하는 건가?”

-내가 잘하지.

“하긴……. 근데요, 최기문 전 부대표가 엮인 건 확실한데. 이걸로 김주철 본부장까진 못 잡아요?”

-아, 둘이 만났었다고 했지. 그러게. 왜 만났는지 알 수가 없네.

“그건 제가 알아볼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최기문 전 부대표 발등에 불이 활활 타고 있을 생각을 하니까, 남은 몸살 기운까지 싹 사라진다. 개운하다, 개운해.

나는 침대에 앉아서, 두 사람 사이의 인과관계를 생각했다.

TRV의 전 부대표 최기문과 VMC 이춘형 이사의 라인의 김주철 본부장.

일단 최기문이 나에게 악플을 단 건, 나 X 되라고 한 게 분명하고, VMC 입장에서도 내가 악편 문제를 끌고 나오며 입은 피해가 있을 테니, 손잡는 것까진 이해가 간다.

근데 이렇게 위험을 최기문이 죄다 감당한다면, VMC도 뭔가 대가를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그게 뭘까…….”

내가 아는, 최기문이 원하는 분야는 하나였다.

최기문이 TRV를 VMC에 팔면서까지 하고 싶어 하던 것은 따로 법인을 내고, 걸그룹을 키우는 일이었다.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바람에 들어올 돈이 안 들어오게 된 게 화가 나서 나에게 분풀이를 한 것일 테니까.

음…….

VMC에서 최기문에게 투자라도 해주기로 했나?

아무래도 제일 쉽게 생각나는 건 그건데, 솔직히 딱 봐도 아무런 준비 없이 걸그룹을 만들겠다 설치고 있는 최기문에게 투자를 해줄 것 같지 않았다. 버리는 돈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 테니까.

나는 고민에 쓰는 시간도 아까워서, 바로 스파이에게 연락을 남겼다.

[형, 혹시 VMC 빌딩에 최기문 나타나면 나한테 알려줘]

본인이 위험을 안게 되면, 최기문은 분명 VMC에 나타날 것이다. 본인이 약속한 것을 받기 위해서.

나는 그때를 노리기로 했다.

상황 파악은 됐으니, 다시 한숨 잘까, 생각하는데 스파이에게서 답이 왔다.

[스파이1 : 네 문자 받고 주차장 왔는데 최기문 차 있어]

양반은 못 되는 놈이다.

하긴, 어제 경찰이 바이럴 업체에 들이닥쳤으니까…….

나는 급하게 옷을 꺼내 입고 스파이에게 답을 했다.

[최기문 놓치지 말고 따라가 주라]

김주철 본부장을 만난다면,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스파이1이 알려준 곳으로 달려갔다.

* * *

엄청 은밀한 곳에서 만날 줄 알았더니, 밀회 장소는 의외로 소공동 한 호텔의 바였다.

엔터 회사들이 있는 곳에서 먼 곳을 찾은 것 같긴 한데, 그렇게까지 은밀하지도 않다.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허허.

내가 믿을 수 있고, 지금 당장 불러낼 수 있는 사람 중에는 저 둘 모두와 상관없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결국 그냥 나와 스파이가 두 사람에게 따라붙기로 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누가 봐도 수상쩍은 상태인 나는 박중운 전 매니저와 함께 바에 들어갔다. 역시 스파이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서, 들어가기 전부터 미리 예약 전화를 걸어 거듭 당부했다.

“저희 아티스트님이 누가 알아보는 걸 정말, 많이 불편해하시거든요. 최대한 조용히 들어가고 싶은데요. 자리도 코너 쪽으로요. 파티션 있으면 더 좋고. 아, 어떻게든 해주세요.”

한순간에 연예인 병 걸린 놈이 됐다. 하…….

내가 들어가면 직원들끼리 ‘쟤 알아? 연예인이래.’, ‘연예인? 처음 보는데?’, ‘누가 알아본다고, 드럽게 예민 떠네’라고 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오늘은 진짜 어쩔 수 없다.

“네, 눈에 안 띄면 좋죠. 아, 예, 감사합니다.”

박중운이 나를 조금만 수틀리면 다 뒤집어엎고, SNS에 악평 올릴 심각한 예민충으로 만들어놓은 덕분에 우리는 최기문과 김주철을 포함한 어떤 손님들 눈에도 띄지 않게 바와 벽 사이, 눈에 안 띄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고 나서, 스파이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창가 쪽에 앉은 최기문과 김주철의 말을 엿들었다.

“전혀 안 들리네.”

내가 말하자 박중운이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

“문자로 보내줄게.”

역시 스파이가 괜히 유능한 게 아니었다. 저게 들리냐고 되묻고 싶지만, 난 조용히 박중운이 보내는 문자를 확인했다.

[스파이1 : 최기문 : 내가 이 정도 위험부담을 했으면 되든 안 되든 약속한 건 해주셔야지]

김주철 : 내가 약속을 안 지키겠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해원이 방송 못 나올 거라고 장담하지 않았나]

[스파이1 : 최기문 : 지금은 멀쩡해 보이지만 멘탈에 타격이 있을 거다 기다려 보시라]

[김주철 : 그럼 그때 나도 약속대로 하겠다]

[최기문 : 내가 경찰에 끌려가게 생겼다 불쌍하지도 않나? 약속한 두 명까진 됐으니까, 우선 연습생 한 명이라도 보내 달라 대신 괜찮은 애로]

연습생?

……이 X발 새끼가?

김주철에게 걸그룹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해 달라고 할 건 알았는데 그게 멤버 그 자체일 줄은 몰랐다.

연습생들의 인생이 장난인가? 꿈이 있는 게 약점이야?

내 표정이 심하게 안 좋았는지 박중운이 말했다.

“괜찮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리가. X 같다.

그때 최기문과 김주철이 말싸움을 시작해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형, 나 찍어줘.”

“아. 그래.”

박중운이 바로 핸드폰을 꺼내더니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나는 영상을 보며 말했다.

“잘 나오나. 오늘 너무 민낯인데.”

그렇게 없는 끼를 쥐어짜며 영상을 찍다가, 술이 들어가서 점점 커지는 최기문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정색했다.

“이쁜 애로요. 실력 필요 없으니까, 무조건 이쁜 애로 골라서 보내주세요. 제가 본부장님 안목 믿고 있을 테니까.”

“아, 저 믿으시라니까.”

“그리고 정해원, TV에서 안 보이게 되면, 한 명 더. 이거 지금 확실하게 얘기된 겁니다? 저도 지금 악플로 조사받아야 하는데, 이 정도도 못 받으면 좀 그래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잖아요. 본부장님도 저랑 이렇게 거래하고, 딱 끝내는 게 서로 좋죠.”

내 표정도 관리가 안 되고, 이 정도면 중요한 건 다 녹음이 되었을 것 같아 영상을 저장했다. 그 이후에도 최기문과 김주철은 꽤 오랫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바를 나갔다.

나는 화를 삭이려 앞에 놓인 칵테일을 들이켰다.

그리고 내려놓은 후, 박중운의 잔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우리 진짜 이상하게 보이겠는데.”

“그러게…….”

박중운은 운전을 해야 하고, 나는 약을 먹느라 금주 중이다 보니 둘 다 앞에 무알코올 칵테일이 놓여 있었다. 바에 온 장정들이 무알코올만 마시고 있으니, 진짜 이상한 사람들로 보이겠다. 허허허허.

나는 기분이라도 내려고 칵테일을 한 잔 더 시켜서 벌컥벌컥 마셨지만, 전혀 기분이 안 난다. 이게 맞나? 이게 더 내 멘탈에 좋은 거 맞아? 음주, 흡연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시킨 무알코올 칵테일이 꽤 달았는데, 기본적으로 단 걸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아서 좀 마시다 말고 일어났다. 차에 타서 박중운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여기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고, 내가 책임질게. 나 계좌 좀 알려줘.”

“무슨 계좌?”

“형, 고생했잖아. 고생비?”

“무슨 고생비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아님,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면 해줄게.”

“됐어.”

“형.”

나는 좀 황당해서 박중운에게 말했다.

“이러면 내가 더 불편하지. 형은 득실 따져서 회사 옮긴 사람이잖아. 난 형이 계산 제대로 해야 편해. 깔끔하게 하자. 그래야 오래 가지.”

아예 그만 보면 나도 속 편하고 좋지만, 일을 너무 잘해서 그만…….

나는 억지로 내가 생각하는 적정금액을 박중운에게 보냈다. 나는 좀 짜다고 생각했는데 박중운이 기겁하는 걸 보니 그사이에 내 돈 개념이 좀 달라졌나 보다. 감사합니다, 빅 블루 형님들. 흐흐.

계산이 끝나고, 박중운이 물었다.

“그래서 진짜 어떻게 하게?”

“신고하려고.”

“네가? 직접?”

“응.”

내 멘탈 깨부수는 대가로 연습생들을 주고받으려 한 놈들?

당연히 퇴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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