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36화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은 넋 나간 표정으로 먹는 것도 잊고 ‘찾아가는 일꾼’을 시청하고 있었다.
빅 블루의 리더이자 찾아가는 일꾼의 MC, 최정민은 이번에 퍼스트라이트 신곡에 단단히 꽂혀 거의 일하는 내내 ‘별빛’을 흥얼거리고 다녔다.
-이 별에서는!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우리가 외계인일까!
-정민아, 진짜 가사가 그거야? 외계인일까?
-응, 외계인일까.
-해원이 걔 그렇게 안 봤는데, 희한한 노래를 만드네.
-아니, 그 친구는 왜 정민이 형 취향 노래를 만들어서 우리를 이렇게 고통받게 해요?
“……어우, 귀 간지럽다.”
TV를 보던 정해원이 진짜로 자기 귀를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안주원은 그 모습을 보다가 핸드폰으로 실시간 반응을 확인했다.
[지금 최정민이 부르는 노래 제목이 뭐예요??]
[↳퍼스트라이트 ‘별빛’이요]
[RUSH에 잠깐 나온 노래도 이거죠?]
[↳이거 맞아요]
[와 이거 노래 진짜 좋네요]
[최정민이 하도 부르니까 방송 끝났는데도 귀에서 안 사라져요ㅋㅋㅋㅋㅋㅋ]
[↳저도 샤워하면서 계속 부르고 있어요 노래 들어보지도 않았는데ㅋㅋㅋㅋ]
[가사 찾아봤는데 진짜 ‘외계인일까’란 부분이 있네요]
[↳아무래도 외계인 맞죠 다른 별이면ㅋㅋㅋㅋ]
[↳가사 보니까 나름 상대성이론에 관한 노래 아닌가요 이거? ‘빛의 속도로 달려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이부분이……]
[↳↳근데 해원이가 곡 소개 할 때 여기서 과학적 지식을 얻을 생각은 하지 말래요]
[↳↳↳이건 맞죠]
[↳↳↳ㅋㅋㅋㅋㅋㅋㅋㅋ이 영화는 픽션이니 어쩌구 그런 건가요ㅋㅋㅋㅋㅋㅋ]
[↳아 이게 상대성이론에 대한 가사가 나와서 지운이 랩파트에 아인슈타인과 아인슈페너를 마신다는 가사가 있었구나]
[↳↳어? 이거 진짜예요?]
[↳↳↳네 진짜 가사가 ‘아인슈타인과 아인슈페너 한 잔’이거예요ㅋㅋㅋㅋ]
[↳↳아니 가사가 총체적으로 희한하네ㅋㅋㅋㅋㅋ]
[↳↳↳랩은 랩 멤버가 썼는데도 그런 거예요????]
[↳↳↳↳네 퍼라 약간 뇌공유형 팀이라……]
[??? 갑자기 실트에 ‘외계인일까’랑, ‘아인슈타인과 아인슈페너’뭐야? 이거 왜 떴어?]
[↳정민 선배님이 찾아가는 일꾼에서 별빛 무한반복하고 계셔서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입에 붙었나봐. 계속 부르셔ㅋㅋㅋㅋ]
[↳근데 새삼 별빛 진짜 명곡이다…….]
[정민이 진짜 후배 사랑 지극하지 않니……. 신곡 나왔다고 재깍 방송에서 홍보해주는 것봐ㅠㅠ]
[↳후배기만 한 게 아니라 스키퍼기도 하니까ㅠㅠㅠㅠㅠ]
[↳↳이거 맞따ㅠㅠㅠㅠㅠ]
[↳↳내리사랑+스키퍼 사랑]
[근데 거기에 해원 후배님 곡이 빅 블루 취향이기도 한듯 애초에 준희가 직접 가서 캐스팅해온 프로듀서잖아]
[↳일단 해원 후배님 취향이 빅 블루라서 스키퍼인 거니까……]
[↳↳아 그러네 당연히 취향이 맞겠구나ㅋㅋㅋ]
시끌시끌한 반응들을 구경하던 안주원이 음원 사이트들을 검색하고 멈칫했다. ‘외계인일까’가 검색어 최상위에 있었다. 예상대로 팬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트리밍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계속 실시간차트를 새로고침하던 안주원이 바뀐 순위를 확인하고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한 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 주원이 형 욕했어?”
안주원이 욕을 하는 게 비교적 드물다보니 박선재가 신기해하며 물었다. 안주원이 말했다.
“미안…… 아무튼 우리 1위다.”
“어?”
“뭐가?”
멤버들이 일시에 돌아보자 안주원이 핸드폰을 돌려 보여주며 말했다.
“실시간차트 1위.”
“어? 뭐야. 진짜?”
정해원이 놀란 눈으로 안주원의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순위를 보더니 다리 힘이 풀리는지 주저앉으며 말했다.
“와…… 안 자길 잘했다…….”
정해원의 말에 멤버들이 모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다음 날, 여느 활동기에 그렇듯 나는 죽은 듯이 잤다. 내일 바로 RUSH의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다.
프로듀서와 가수, MC 둘이 모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는데 후보로 나온 가수들이 너무 심하게 대가수들이라 벌써부터 쫄리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자던 나는 오후 1시 정도에 핸드폰이 울려 잠에서 깼다. 전화를 받아보니 최정민이었다.
-어, 해원아. 깨웠니?
“아뇨, 이제 일어나려고 했어요…….”
-어휴, 야. 너 목소리 들어보니까 내가 다 졸리다.
“저 어제 방송 보구 잤어요.”
-진짜? 아, 그럼 설명 안 해도 되겠네.
최정민이 반가워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 공사를 해야 하거든. 힘 좀 많이 써야 돼.
“저희 애들 진짜 힘만 좋아요. 무슨 공사해요?”
-집을 지어보려고. 한옥식으로.
그 ‘큰 공사’라는 건 실제로 큰 공사였다. 진짜 집을 지을 예정인 것이다. 최정민이 말을 이었다.
-올림픽 휴방이 있어서, 우리 멤버들이 스케줄이 꽤 길게 비었거든. 그래서 장기 프로젝트 한번 해보려고. 이번 달 말부터. 8월 초까지? 강원도라 그렇게까지 덥진 않을 거야.
“저희는 너무 좋죠.”
-그래? 그럼 회사 쪽에 얘기할게.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신곡 홍보 진짜 감사해요!”
-야, 그거 홍보 아니야. 진짜 꽂혔어. 너무 좋더라고.
하여튼 참 사람 부담스럽지 않게 해주는 선배다. 이러니까 차세대 국민 MC란 말을 듣는 거겠지.
안 그래도 우리 멤버, 특히 황새벽이 찾아가는 일꾼 촬영을 너무 행복해했다. 예상대로 또 촬영하게 됐다고 하니까 엄청 신나 하면서, 뭘 먹을지를 벌써부터 조사하고 다녔다.
그리고 믿기지 않지만, 우리의 일간 차트 순위가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일간 차트 25위로.
예능에서 계속 불러재낀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이야.
민지호는 순위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X버스에 글을 올렸다.
[민조 : 햇살이들 우리 25위!!!!!!!!!!!!!!25위!!!!!!!!!! 햇살이들 우리 미쳤다!!!!!!!]
[해원 : 햇살이들! 25위 정말 고마워요. 항상 햇살이들에게 받기만 해서 어떻게 보답해야하나 고민이에요……]
[↳민조 : 바부야 햇살이들도 25위 한 거야!!!!!!!!!!!! 우리 한팀이니까!!!!!!!!!!!!!! 그니까 햇살이들도 누가 물어보면 네? 제가 일간차트 25위한 사람으로 보이세요? 라고 하고 다녀!!!!!!!!! 난 그럴 거야!!!!!!!!!!!!!!!!!!!!!!!!!]
[↳막내 : 민조 진짜로 하고 다녀요……]
[↳↳안주원 : 다행히 선재랑 효석이가 항상 말려주고 있어요ㅋㅋㅋ]
[↳아니 우리 팀은 한 명 오면 항상 주르륵 와ㅋㅋㅋㅋ 다른 팀도 그래?]
[↳↳지우니 : 몰라 근데 다른 팀 궁금해하지 마]
[↳↳지우니 : !!!!!!]
[↳↳↳지운이 질투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 안 할게ㅋㅋㅋㅋㅋㅋ]
[↳↳↳근데 느낌표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우니 : 해원이 형이 이쁘게 좀 말하라고 했는데 민조가 느낌표 붙이면 괜찮아진다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호야ㅋㅋㅋㅋㅋㅋㅋ]
[↳↳↳↳↳지호의 꾸준한 느낌표 사랑ㅋㅋㅋㅋㅋㅋ]
* * *
거의 하루종일 자고 또 자다가 일어나서 나는 KQS 방송국으로 향했다.
나는 내가 쓸 악기의 음향 확인을 위해 제일 먼저 방송국에 도착했는데, 나를 본 PD가 말했다.
“해원 씨, 아주 KQS에서 사네?”
“그니까요. 저도 직원 카드 주세요, 이럴 거면.”
내가 투덜거리는 말에 사람들이 웃었다. 웃어서 좋긴 한데 농담은 아니었다…….
나와 같이 악기 음향을 체크하던 오디오 감독이 말했다.
“이따가 가수분들 오시면 진짜 놀랄걸요? 와, 진짜 보컬이. 달라.”
“저 진짜 떨려요, 아니, 제가 뭐라고…….”
활동 때문에 한동안 잊고 있었다. 오늘 내가 같이 방송할 사람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라는 걸.
MC들이 먼저 들어오고, 다음으로는 밴드 누벵의 보컬 주수린이 들어왔다. 내가 인사를 너무 부담스럽게 열심히 했는지 주수린이 말했다.
“그렇게까지 대선배 취급하면 안 돼, 오늘 가수들 중에 내가 막내거든. 마흔인데 막내 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바로 본인이 가져온 핸드마이크로 음향 체크를 했다.
주수린이 누벵의 히트곡을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압도감에 제자리에 얼어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음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노래에 목소리가 붙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부정태가 나에게 말했다.
“저 누나 술 한잔했을 때 노래 들어봐야 돼. 그게 진짜야. 락페스티벌 가면 무조건 취해서 부르거든? 와, 진짜로, 과장 안 하고. 술 취한 노래의 신 같더라고.”
근데 내가 저분을……? 내가 감히 디렉팅……?
내가 부담감에 머릿속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부정태가 거기 돌 하나를 얹었다.
“누나가 너 되게 궁금해했어. 네가 디렉팅할 때 까다롭다고 소문나서, 매너리즘에 빠진 보컬에 새로운 충격을 받고 싶대.”
너무 부담스러워서 눈도 안 떠진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도망갈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상태창이 떴다.
[‘별빛’이 A급 히트가 확실시 됩니다]
[(히트곡 메이커)의 레드 룰렛에서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이 도착했습니다]
[레드 룰렛 S급 티켓X1]
아, 이거라도 한 번…….
아니, 근데 잠깐만. A급 히트면…… 어? 지금 ‘별빛’ 몇 위지? 25위보다 오른 건가?
내가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려고 할 때였다.
“어, 해원 씨.”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듀서 강진기가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평소 존경하던 프로듀서라 신이 나서 달려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우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MC 두 사람이 나에게, 내정 프로듀서였던 강진기가 나에게 화가 나있어서 만나자마자 대뜸 화낼 거라고 미리 경고해 줬었다.
그런데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너무나 젠틀한 표정과 태도로 악수를 청하셨다.
나는 부모님이 찍어서 보내주신 앨범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저 선배님 음악 정말 좋아해서요, 앨범 다 샀어요.”
“그, 그래? 어…… 내 솔로를 샀어? 이게 몇 장이나 팔렸다고 이걸 샀어?”
“이게 진짜 명반인데…….”
“내 말이 그 말이야, 이게 진짜 명반인데 사람들이 왜 몰라주나 몰라.”
강진기가 그렇게 말하더니 사람 좋게 허허, 허허허 웃었다. 사람만 좋으신데 왜 그렇게 경고를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MC 둘을 돌아봤다.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이 진짜 ‘뭐 저딴 놈이 다 있나’하는 표정이었다. 나 말고, 강진기가.
MC 백민형이 커피를 마시며 다가와서 강진기에게 말했다.
“야, 너 해원이 보면 가만 안 둔다며. 사실 그냥 친해지고 싶었던 거 아니냐, 이 정도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지난번에 술 마시다가…….”
“에이, 취해서 잘못 들었나 보네.”
나는 중간에 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출연자가 전부 도착했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풀지를 못하고 있다가, 마음의 고향인 부정태의 뒤로 가서 팔을 꽉 잡고 있었다.
부정태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야, 이건 뭐 긴장 풀라는 말도 못하겠다. 나도 쫄리는데.”
나는 긴장하다가, 뒤늦게 다시 룰렛을 떠올렸다.
거기 도움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잠시 사람 없는 곳으로 가 룰렛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