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46화
[울다가 보니까 해원이 사진 예쁘다…….]
[↳나도 울다가 이제 제대로 봤는데 매형 예술하셨네…….]
[↳해원이 금방 올 건데 왜들 우냐구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사진 한 장 올려주니까 햇살이들 분위기 확 좋아졌어ㅋㅋㅋ]
[매형 햇살이시라더니 진짜 사진에서 팬심이 느껴지네 비 오는 사진이 이렇게 반짝반짝할 수 있냐ㅠㅠ]
[성공한 홈마시네 부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수연 언니랑 결혼했어야 했는데]
[↳↳아니ㅋㅋㅋㅋ 주객이 전도 됐잖아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취향 존중 좀…….]
* * *
부모님이 토요일 아침에 귀국하셔서 공항에 가서 인사를 하고 왔다. 내가 부모님보다 더 오래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방이 두 개라 내내 거실에서 자던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냉큼 부모님이 주무시던 방으로 내 짐을 옮겼다.
“히히, 내 방이다.”
“좋냐?”
누나가 하찮아했지만 나는 신이 나서 짐을 풀며 말했다.
“대신 내가 어, 청소도 하고.”
“야, 그건 네가 못 견뎌서 하는 거잖아.”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 멤버 일곱 명이 사는 숙소보다 더 더러워.”
“……예술인 둘이 살다 보니까.”
“노을이 키울 거면 깨끗해야 할 거 아냐.”
“아냐. 이런 데서 자라야 면역이 좋아지는 거야.”
“아니거든?”
매형도 누나도 알아주는 맥시멀리스트들이라 집이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집에 있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박스에 넣어 아틀리에 창고에 넣어버렸다.
둘 다 조금은 아쉬워했지만 아이가 생기면 생활환경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짐 정리를 하고 거실로 나와보니 매형이 노을이를 안아 들고 퍼스트라이트의 첫 번째 콘서트 블루레이를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을이가 퍼스트라이트 노래 좋아해.”
“오.”
6개월은 돼야 노래라는 걸 인지하고 듣는다고 읽긴 했지만…… 과학이 뭔 상관인가, 느낌으로 가는 거지.
나는 노을이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우리 노래 괜찮아? 마음에 들어? 삼촌이 노래 더 열심히 만들게.”
그렇게 말하는데 누나가 말했다.
“노을이 태어나서 퍼스트라이트 노래만 들은 거 아냐? 좀 다양하게 들려줘.”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매형이 말했다.
“퍼스트라이트 노래 다양해!”
“어휴, 그래.”
누나는 지겨워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그것도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마음고생도 드럽게 많이 시킨 동생의 팀을 적극적으로 좋아해 주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다.
누나는 곧 피곤하다고 방으로 들어갔다.
매형이 누나가 들어간 후에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처남 간다고 해서 수연이 우울해.”
“알아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맨날 언제 가냐고 구박하는데, 진짜 가는 게 좋았으면 당장 짐 싸서 문 앞에 내놨을 사람이 우리 누나였다.
안 그래도 부모님이 공항으로 가기 전에, 나에게 누나가 나까지 가면 우울해할 것 같다고 해서, 회사와 멤버들에게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비행기 일정을 미뤘다.
나는 방 쪽을 향해 말했다.
“누나, 나 사실 목요일에 가!”
“야, 좀 가!”
“목요일엔 진짜 갈게. 진짜, 약속. 내가 유튜브 보고 한식 만들어줄게!”
나는 누나에게 장담한 후, 노을이에게도 나름 단호하게 말했다.
“삼촌 목요일엔 진짜 갈게, 노을아. 이제 비행기 연장도 더 못 해.”
그런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노을이가 배냇짓을 하며 웃는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아니야, 네가 아무리 귀여워도 이번엔 진짜 갈 거야…… 귀엽지 마, 가야 돼…….
나는 굳게 마음먹은 후, 방으로 돌아가 ‘찾아가는 일꾼’을 촬영 중인 멤버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또 늦어진다는 말에 멤버들의 표정이 영 안 좋아, 내가 화제를 돌리려 물었다.
“찾아가는 일꾼 촬영은? 잘돼가?”
-준희 형 어제 오셨을 땐 분위기 좋았는데…… 준희 형 가고부터 약간 망했어…….
박선재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분위기가 영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왜? 일하고, 밥 많이 먹으면 되는데 망할 게 뭐가 있어?”
-너무 더워서…….
아…….
강원도라 선선할 거라고 했는데, 예상보다 더운 모양이다. 우리 멤버들 중에 더위를 많이 타는 멤버들이 많다 보니, 더운 야외 촬영을 가장 힘들어했다.
내가 말했다.
“괜찮아, 주눅 들지 마. 일 열심히 해놓으면, 거기서 일하는 장면 따고, 다음 주 촬영은 훨씬 선선할 테니까 그때 재미있는 장면 많이 만들면 되지.”
그러자 안주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런가…….’ 하고 힘없이 대답하는 게 들렸다.
안 그래도 자신감이 없는 놈인데, 촬영 분위기가 가라앉으니 유난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아이고, 이놈들아. 편집으로 다 해주실 테니까 표정관리 해, 표정관리. 어두운 표정 짓지 말고, 누가 봐도 어, 약간 광기로 일하는 느낌으로…….”
내 말에 민지호가 소리쳤다.
-나 잘할 것 같아!
-아, 해원이 형. 안 그래도 광기 있는 애 부추기시면 어떡해요.
“효식아, 너도 운동할 때의 광기를 보여줘.”
-아뇨. 그건 열정이죠.
-……진짜 광기다.
-광기야, 광기…….
멤버들이 옆에서 한마디씩 했다. 한효석은 얼굴은 시원하게 잘생겼는데, 내면에서 꺼지지 않는 열정의 불꽃이 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한효석의 광기를 부추겼다.
“형님들, 일할 때도 근육 어디를 발달시킬 수 있을지 도움 좀 드리고.”
-음, 좀 다르긴 한데…… 고민해 볼게요.
죄송해요, 찾아가는 일꾼 형님들……. 고생 좀 하시겠네요…….
나는 내가 촬영할 거 아니니까 신나게 광기를 불러일으켰다.
빌런즈 둘에게서 광기가 흐르면, 황새벽이 골골거리는 것도 부각 될 거고, 의무감으로 정리해 주는 박선재도, 챙겨주는 안주원도 잘 보일 것이다.
잠시 후 황새벽이 할 말이 있는지 멤버들을 보내고 전화를 받았다. 황새벽이 말했다.
-너 목요일에는 진짜 오는 거야?
“어, 이번에도 미루면 비행기 표 날려.”
-야, 나는…… 내가 리더 역할 꾸역꾸역이라도 해내고 있는 줄 알았거든? 알고 보니까 네가 길 다 정리하고 도로 깔아 놓은 데서 운전대만 내가 잡고 있는 거였더라.
“그 정도는……. 뭐, 그래도 네비 정도는 했지, 내가.”
내 말에 황새벽이 흐흐 웃고, 나도 따라서 웃은 후 물었다.
“지운이는 아직 안 왔고?”
내 말에 황새벽이 대꾸했다.
-촬영 끝나서 오고 있대. 걔 오는데 세 시간 거리를 매일 왕복해. 너 없는데 자기까지 빠지면 안 된다고.
“…….”
-사람 됐어.
“그러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그 얘기도 좀 방송에서 해줘. 자기까지 빠지지 않으려고 왕복하는 얘기.”
-해도 되나?
“당연하지.”
나는 일부러 소리 내서 웃었다.
“원 팀 같고 보기에 좋잖아. 신지운 성깔 튀어나올 때도 고생한다고 쫌 봐주실 듯.”
-알았어. 어떻게든 말해볼게.
황새벽이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너 표정 되게 좋아 보인다.
“응. 편해. 누나가 빨리 가라고 구박하긴 하는데.”
-야, 한국 오면 좋았던 얘기 하지 마. 멤버들 없어서 외롭고 힘들고 다 별로였다고 해. 애들 더 삐져.
황새벽의 말에 나는 흐흐 웃었다. 하긴, 그러고도 남을, 희한한 놈들이다.
* * *
정해원에게서 영상통화가 왔다는 소식에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걸 보며, ‘찾아가는 일꾼’의 레귤러 출연자, 코미디언 강대형이 MC이자 빅 블루의 리더, 최정민에게 말했다.
“촬영 이거 이대로 괜찮나?”
“그러게. 나도 이렇게 더울 줄 몰라가지고…….”
야외에서 하려다 보니 더위가 너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일꾼의 정규 출연자 네 사람도 텐션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모처럼의 대형 프로젝트다 보니, 분위기가 떨어질수록 압박감이 심했다.
최정민은 혹시 방송분으로 건질게 있나, 싶어 모여 있는 멤버들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촬영 감독에게 손짓했다.
“형, 저기.”
그리고 정해원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광기 있게 일해, 광기 있게!
“광기! 좋아!”
“전 열정.”
“그래, 효석이는 열정적인 걸로 해.”
-얘들아, 청춘이야, 청춘.
“꺄, 청춘 좋아.”
“얜 뭐 다 좋다 그러네.”
가까이 가보니 멤버들이 모여서 서로 으쌰으쌰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멤버들이 흩어지고, 황새벽과 정해원이 리더에 대해서 고민하는 장면까지 멀리서 바라보며 최정민이 강대형에게 말했다.
“아, 쟤네 보니까 갑자기 우리 멤버들 보고 싶다.”
“너도 전화 한번 때려.”
“그럴까? 귀찮다고 끊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어린 게 좋긴 좋다. 옆에서 불붙이면 바로 끓어오르잖아.”
“야, 너도 꽤 젊어, 인마.”
“그치, 막 젊진 않고 꽤 젊지.”
최정민이 흐흐 웃고, 전화 중인 황새벽을 불렀다.
“새벽이, 이따가 형이랑 한잔하자. 리더 대 리더로.”
“저요?”
황새벽이 굳으니 영상통화로 그걸 들은 정해원이 말했다.
-형, 새벽이 낯가려서 저래요. 말 걸어주면 좋아해요.
“어, 이제 익숙해졌다.”
-감사합니다, 역시 명 MC…….
그 말에 최정민이 크게 터져 웃었다.
다행히 촬영장은 그때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예고에서 그 광기에 대한 기대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분위기 반전을 적극 활용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멤버들이 어느 순간 야외에 연결해 둔 고무호스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어차피 땀 때문에 샵에서 처음 만져준 흔적이 남지 않은 머리에 물을 들이부었다.
“으아아아! 차가워!”
“아, 몰라, 몰라. 더워.”
본인에게도, 남에게도 물을 들이붓고 난 멤버들이 다시 일을 하러 우르르 달려갔다.
민지호가 일하다 중간, 중간 이유 없이 열정! 청춘! 하고 소리치면 멤버들도 얼떨결에 따라했고, 한효석은 몸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모델 출신 배우, 박호현에게 말했다.
“형, 제가 해봤는데 이 자세가 좀 더 근육에 자극이 잘 와요.”
“야, 그냥도 힘든데…….”
“아시잖아요, 형.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을 때 한 세트 더 가는, 여기서부터가 진짜 운동인 거.”
“전혀 모르겠고, 나는 너보다 사점이 빨리 온다고…….”
“아니, 형, 그걸 항상 넘겨야 사점이 늘어나죠. 형의 잠재력을 믿으세요.”
그걸 보던 강대형이 최정민에게 말했다.
“야, 저건 꾸며낼 수 없는 광기다.”
RUSH를 아주 재미있게 봤던 최정민이 감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녹슬지 않는 강철이 나왔구나. 나올 만하네.”
“아, 또 시작하겠네.”
“이 별에서는!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우리가 외계인일까!”
“……역시.”
최정민이 별빛을 부르자 민지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안무를 추기 시작했다.
한효석이 이상하게 보니까 민지호가 말했다.
“꺼진 활동곡도 다시 보자 운동이야.”
“……일리 있네.”
춤 추는 사람이 둘로 늘었다.
요리를 준비하다가 밖이 하도 시끄러워 내다본 레귤러 출연자, 김수경이 함께 산더미 같은 바비큐 재료를 손질 중인 황새벽에게 말했다.
“……젊긴 젊다.”
“그러게요.”
황새벽이 동조하고 해산물을 손질하는데 김수경이 뒤늦게 물었다.
“너 몇 살이랬지?”
“스물한 살이요.”
“아…… 그래도 넌 체력이 늙었으니까 인정해 줄게.”
그 말에 황새벽이 충격과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김수경을 보았다.
하지만 그걸 말로 표현할 체력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일했고 김수경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잘 맞아.”
“식성이 잘 맞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으렇지.”
날씨의 변수가 너무 커서, 메인 MC로서 방송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나 골치 아파하던 최정민은 바뀐 분위기에 만족스러워하며, 어디론가 전화 중인 PD쪽을 돌아봤다.
“해원 씨, 진짜 내가 너무 고마워서 촬영장 오면 꼭 안아줘야겠으니까 피하지 마……. 아, 그러면은 일단 귀국하기 전에…….”
PD는 정해원과 전화 중이었고, 옆에서 들어보니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에게 비밀로 귀국해서, 2회차 촬영 중간에 서프라이즈로 나타나는 걸 기획 중인 모양이었다.
PD가 최정민에게도 비밀로 하라는 시늉을 해서, 최정민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회차 촬영은, 그 서프라이즈 등장과 멤버 반응만으로도 방송분 충분히 뽑겠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