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53화 (15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53화

[거의 정해원 그룹이네 한 명한테 너무 의지함]

[저러니까 불안증상 생기지]

[↳근데 멤버 입장도 이해 가는게 맨날 보는 친구가 방송을 못하고 있으면 우울하죠]

[↳전화하고 바로 살아나는 거 보니까 짠하고 귀엽던데요]

[퍼라가 멤버들끼리 애틋한 게 있네ㅠㅠ]

[담주 멤버들 왜 우나요?]

[↳이유는 아직 안 나왔어요]

[↳해원이 온 거 아닐까요 귀국 시기랑 비슷한 것 같은데ㅠㅠ]

[진짜 볼수록ㅋㅋㅋ 해원이 같은 열정맨을 어떻게 편집으로 쓰레기를 만든 건지ㅠㅠㅠ]

[오늘따라 해원이 빈자리 너무 크고 맘 아프고 그러네요 방송은 재미있게 봤는데 괜히 싱숭생숭해서 잠은 안 오구…….]

[↳저 첫 번째 프러포즈 입덕인데도 해원이 없는 퍼라가 존재했었다는게 안 믿겨요ㅠㅠㅠ]

* * *

서바이벌, 더 라이징의 출연 그룹 중 하나였던 뉴데이즈의 리더 채유호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데뷔 3년 차, 만으로 2년 4개월. 음원은 어차피 차트아웃이라 타격이 적은데, 초동이 크게 떨어진 건 충격이 컸다.

더 라이징은 좋은 영향을 미쳤고, 분명 유입도 있었다. 그런데 그 유입을 채 1년도 붙잡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초동으로 드러났다.

허해준의 곡도 좋고, 퍼포먼스도 자신이 있었는데도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

채유호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 케이팝 관련 반응을 찾아본 바로는, 반복되는 ‘순진무구 소년’ 컨셉이 질린다는 반응이 있었다.

사실, 전체적으로 그냥 반응이 없었다. 더 라이징 참가 팀 중, 사고를 친 멤버가 있는 팀이 오히려 더 화제성을 끌고 있는 지경이었다.

더 라이징에서 함께 경연한 팀 중 가장 잘나가고 있는 것은 단연 퍼스트라이트였다.

경연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음원 순위를 제외하면 뉴데이즈가 모든 면에서 퍼스트라이트를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미니에서는 뉴데이즈가 확실하게 앞서던 초동까지도 퍼스트라이트가 앞서게 되었다.

문제는 뉴데이즈의 소속사가 ‘되는 그룹’과 ‘안 되는 그룹’을 심각할 정도로 차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다다음 컴백 일정까지도 미리 잡혀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다음 컴백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고 있었다.

채유호가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 언제나 묘하게 느긋해 보이는 멤버 강진영이 툭 팔을 쳤다.

“연습 가자.”

“어, 그래. 가자, 가자.”

채유호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일어섰다. 그러다 잠깐 멈춰서 말했다.

“진영아.”

“…….”

우리 괜찮을까.

그렇게 질문하고 싶었지만, 리더가 돼서 그런 약한 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의무감이 입을 막았다. 채유호가 말을 돌렸다.

“가자.”

“어이, 오늘도 빡시게 해보자꾸나.”

강진영이 말하며 신나게 연습실로 향했다. 채유호는 눈치 빠른 강진영이 제가 하려던 말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보이는 것처럼, 느긋한 상태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 * *

9월이 시작되며, 강영호 매니저가 단톡방에 공지를 올려줬다.

슬슬 시상식 스케줄 준비를 할 시기가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중에 더 라이징의 방송국, KQS의 제안이 있었다.

더 라이징의 우승팀으로서, 참가곡들을 메들리로 연출해 줄 수 있냐는 제안이었다. 1월부터 더 라이징 시즌 2가 시작해, 화제성을 바짝 끌어올리려는 모양이었다.

그 연장으로 KQS 유튜브 채널에서 준비 과정을 포함, 30분짜리 3회에서 5회 분량의 예능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물론 제안이지만, 늘 그렇듯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건 아니다. 허허…….

함께 보내준 예시를 봤는데 전부 옛날 예능을 패러디한 기획들이었다. 우리 멤버들로 여기서 웃음을 뽑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이런 제안이 오면 소속사에서 어느 정도 기획을 해줘야 하는데, 그래 줄 것 같지도 않다.

그나마 우리와 자체 컨텐츠를 만들어주던 팀은 TRV에서 준비 중인 신인 쪽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나는 핸드폰으로 방금 문자 한 강진영의 이름을 봤다.

요즘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것도 신경 쓰이지만, 무엇보다 더 라이징에서 유닛 미션을 수행한 강진영의 방식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임팩트를 남겼다.

우리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재미는 없지만, 승부욕이 강하다. 경쟁 구도가 된다면 더 열심히 덤벼들 것이다. 그리고 강진영은 무슨 승부를 하든 이상한 수를 쓰겠지. 우리 멤버들이 예능적으로 부족한 면을 채워줄지도 모른다.

나는 KQS에 역제안할만한 승부가 없나,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멤버들이 좋아할 만한 게 하나밖에 생각이 안 난다. 야구.

아, 난 야구 안 좋아하는데. 원툴이라고 맨날 달리기만 시키고…….

* * *

오늘 오후 6시. 카일룸의 신곡 waterway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시간 후 8시에는 카일룸의 데뷔 쇼케이스 시작되었다.

현장은 기자와 팬들로 가득했다. 잠시 후 VCR이 시작되며 팬들의 환호가 비어 있는 스테이지를 채웠다.

그사이 몇몇 기자들이 정해원을 찾았다.

“정해원 안 나오나?”

“오긴 했어?”

그사이에도 기자들의 손은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들겼고, VCR의 마지막 부분과 똑같이 꾸민 무대 한쪽에서 멤버들이 등장했다.

카일룸은 수록곡으로 첫 번째 무대를 시작했다.

수록곡 무대를 보고 있는 팬들은 물론, 온라인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너무 귀엽다구ㅜㅠㅠㅠ]

[일루미들 춤 잘추네]

[어떻게 저렇게 하나같이 존잘이냐]

[얼굴이 대기업이야ㅠㅠㅠ]

[브삼이 돈이 X나 많긴 많다]

[해원이 프로듀싱하다가 현타왔을 듯ㅎㅎ 살면서 X소만 보고 자라가지고 저렇게 돈 써주는 걸 볼 일이 없자나ㅎㅎ]

[↳해원이 소속사 운 무슨 일이야]

[↳소속사 운만 없겠냐구ㅠㅠ]

[애들 무대에서 웃는 거 X나 사랑스럽다ㅠㅠㅠㅠ]

[신인 맞냐 무대 잘하네ㄷㄷㄷ]

[↳프로 아이돌이 피디님이시니까]

[↳↳우리 피디님 만수무강합시다ㅠㅠㅠ]

[이것도 정해원 곡이네ㄷㄷㄷ]

[정해원 작곡 수익이 퍼스트라이트로 버는 돈 넘는 거 아니에요?]

[↳박희영 써준 곡 하나면 연금일걸요]

[↳인지도는 이미…….]

[↳↳이미 신지운도 퍼스트라이트 인지도 넘은 것 같은데요ㅎㅎ 드라마 3회로 이 정돈데]

[↳↳흩어져야 잘 나가는 그룹]

[확실히 본인이 아이돌이라 무대용 킬링파트를 잘 만드는듯]

[캬 X발 타이틀 사운드에서 돈냄새가ㄷㄷㄷ 쥑이게 뽑았네요]

[↳저건 재능빨이죠?]

[↳↳재능+노력이죠 저 사운드는 쌔빠지게 노가다하지 않으면 못 만들어요]

[↳↳↳뒤지고 싶네요ㅎㅎ 저렇게 생긴 새끼도 노력하는데ㅎㅎ]

[waterway 무대 궁금하다 타이트류ㅠㅠㅠ 뮤비만큼 잘 뽑혀야 되는데ㅠㅠㅠ]

[↳X나 불안한게 이게 너무 컨셉이 쎄서ㅠㅠㅠ]

[천사 컨셉으로 무대ㅋㅋㅋ웃참챌되는 거 아닌가ㅋㅋㅋ]

* * *

나는 오늘 가장 중요한, 타이틀 무대에 앞서 긴장하고 있는 멤버들에게로 향했다.

의상을 갈아입는 사이, 멤버들이 직접 자기 프로필을 적는 VCR이 나가고 있었다.

전부터 느끼지만 이 망나니들이 타이틀곡을 할 때마다 유난히 주눅이 들었다. 저 날개 같은 의상의 반응을 걱정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멤버 중 만만한 차우석의 등짝을 퍽 때렸다. 차우석이 엄살을 부리며 말했다.

“형, 여기 다섯 명이나 있는데 절 때린 건 친하다는 뜻이죠?”

“응.”

“네?”

내 대답에 차우석이 휙 돌아봤다. 감동한 눈빛이 꼴 보기 싫었다. 제일 치대는 새끼랑 심적으로 친해진 게 뭐가 신기해?

나는 멤버들에게 장담했다.

“멋있어, 너네. 쫄지 마.”

“혀엉……. 저 진짜 멋있어요?”

막내인 로건이 묻는데 솔직히 웃을 뻔했지만, 나는 정색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멋있다니까. 얘들아. 너네 남들 눈에 띄러 가는 거야. 유명해지러 가는 거라고. 그러려면 과한 부분도 있어야지. 불만 있으면 다음번에 나한테 와서 따져. 수용해서, 업그레이드된 거, 더 멋있는 곡 만들어줄게.”

“……더 멋있는 거요?”

그 말에 멤버 중 곽민재가 반응했다.

카일룸 놈들이 날 고생시킨 건 사실이지만, ‘멋진 무대’에 대한 열망은 멤버 모두에게 있다. 그게 없었다면 난 계약이든 뭐든 이놈들은 못 떠맡는다고 팽개쳤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X나 멋있는 걸로.”

내 장담에 카일룸 멤버들의 표정에서 근심이 좀 거둬졌다. 그래도 말하면 듣긴 한다.

멤버들은 잠시 후, 걱정을 왜 했나 싶을 만큼 근사하게 등장했다. 컨셉이 강할 때, 어색하지 않으려면 제일 좋은 방법은 돈을 처바르는 거란 걸 오늘도 확실하게 느꼈다.

[금음(琴音)으로 밤바다를 재우자]

[그 위에 천국으로 가는 길을 놓아]

[라- 라라- 라라라라 라- 라- 라-]

[Wings and a halo, 우리는 새처럼]

[지나간 길엔 금빛 윤슬이 흘러 흘러]

“아…… 진짜 끝났다.”

나는 대기실에서 생중계되는 무대를 반 정도 보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까지 한 후에야 진짜로 내 일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내년 3월에 낼 카일룸의 미니 작업도 해야겠지만 그건 내년에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도 연말 시상식 준비며 뭐며 바쁠 테니까.

내가 무대 중간에 나가려 하자 같이 대기실에서 모니터링하던 4본부 A&R이 붙잡았다.

“피디님, 어디 가시게요?”

“가야죠, 오늘 쟤네가 주목받는 날인데. 저 남아 있으면 쓸데없이 방해돼요.”

“아이, 그래도…….”

“효준이 형한테 저 간다고 좀 전해주세요.”

“네…….”

나는 진짜로 아쉬워하는 A&R을 보고 흐흐 웃으며 꾸벅 인사한 후 그곳을 나왔다.

오늘로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웠다.

나는 무대 뒤에 있는 건, 적성에 안 맞는다.

무대에 올라가고 싶었다. 그 환호가 내 거였으면 했다. 작곡가로서는 박수를 받든 돈을 받든, 그리 기쁘지 않았다.

내가 밖으로 나오니 복도에 있던 스파이1, 박중운 매니저가 달려왔다.

“너 왜 나와?”

“나 회사 가게.”

“지금? 어어, 그래.”

다른 매니저 둘은 백스테이지에 있어서, 잡일을 하러 온 박중운 매니저만 여기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차로 향했고, 박중운 매니저는 별말 없이 다른 매니저들에게 연락한 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나는 뉴데이즈의 강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 기다리고 있었어요.

강진영과 전화번호 교환 후 처음 전화하는 건데 저런다. 나는 어이없음을 누르고 물었다.

“만약에, 우리 팀이랑, 너희 팀이랑…… 싸우면.”

-네, 형. 싸우면요.

와, 이 새끼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상해하질 않네. 본인이 워낙 이상한 놈이라 모든 게 정상으로 느껴지나.

“어떤 컨텐츠가 재미있을 것 같냐? 야구만 아니면 돼.”

-데스게임이요.

“…….”

강진영의 대답이 아니라, 그 대답 속도가 놀라웠다.

그나저나, 데스게임…….

영화에서 목숨 걸고 게임 하는 그거 말인가. 그럼 이 경우에는 다음 주 출연을 놓고 게임 하게 되겠네. 내성적이지만 승부욕만은 강한 우리 멤버들에게 딱이다.

“응, 알았어.”

-넵,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바로 멤버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얘들아 KQS 시상식 때 메들리해야 되잖아]

[그리고 유튜브 컨텐츠도 해야 되잖아]

[그 컨텐츠 뉴데이즈랑 데스게임 형식으로 만들어달라고 제안해 보려는데 어때?]

[민조♥ : 웅 쪼아]

[민조 느낌표 왜 없어? 안 땡겨?]

[막내♥ : 민조 지금 반만 깨있어서 그래ㅋㅋㅋ 졸면서 쪼아쪼아쪼아 이런다]

[효식♥ : 저도 좋아요]

[리더부기 : 데스게임…… 가만히 있으면 일찍 죽지?]

[신지운 : 빨리 죽으면 되지]

[리더부기 : 분량은 챙기고 싶다 울 할무이가 나 방송 나오는 거 좋아함]

[안쭈 : 나도 좋아 근데 해원이 일 너무 많으니까 메들리 편곡은 이형이 형 맡기자]

[쭈어니 이형이 형 편해졌구나 사실 그 형이 생긴 거에 비해 쉬운 형이야]

[안쭈 : 애초에 널 작업실에 빌붙게 해준 것부터]

[맞아 문신 많은 욕쟁이 천사임]

[민조♥ : ㅋ]

[효식♥ : 아직 졸려서 저래요]

나는 멤버들의 동의를 받은 후, 우리 팀만으로는 재미를 뽑기 어려우니, 더 라이징 화제의 팀이었던 뉴데이즈와 함께 데스게임 형식의 컨텐츠를 진행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회사를 통해 KQS로 전달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