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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54화 (154/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54화

KQS 유튜브 채널의 아이돌 컨텐츠를 담당하고 있는 심 PD는 정해원이 회사를 통해 보낸 제안을 확인하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안 그래도 퍼스트라이트가 내성적이란 말을 들어서, 위에서 더 라이징 우승자로 컨텐츠를 만들라는 전달은 받고 막막해하던 차였다.

그런데 최근 크게 주목받아, 촬영에서 빠지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던 정해원이 직접 컨텐츠를 찾아서 보내왔다.

거기다 더 라이징의 다른 화제가 된 참가자, 강진영의 제안이라는 것까지. 크게 보면 퍼스트라이트 대 뉴데이즈지만, 작게 보면 강진영 대 정해원이었다.

더 라이징의 연장처럼 느껴지게 만들 소스가 충분했다. 예능적으로도 뽑아낼 것이 월등히 많아졌다.

‘왜 갑자기 복덩이가 데굴데굴 굴러들어 오지…….’

심 PD는 갑작스러운 행운에 불안해하면서도, 함께하는 유일한 작가와 간단한 데스게임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 * *

다행히 KQS 유튜브 채널 쪽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뉴데이즈와 스케줄을 조율해서 일정을 정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답이 온 그날, 강진영에게서 문자가 왔다.

[뉴데이즈 강진영 : 축하드립니다 형님! 저희 부모님을 제치고 제가 존경하는 사람 1등을 차지하셨어요]

[뉴데이즈 강진영 : 진짜로요]

약간 차단할까 싶었지만 살면서 도움이 될 것 같은 놈이라 참기로 했다.

관련 미팅도 할 겸, 해야 할 일도 있어서 나는 회사로 향했다. 인스타그램을 열자마자 예전에 화보를 찍었던 브랜드, 디 밀리아르디에서 선물을 보내줘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다.

내가 나온 잡지 한 부를 얻어 넘겨보던 강영호 매니저가 말했다.

“해원 씨, 이번엔 좀 분위기 있게 찍어요. 하여튼 맨날 제일 못 나온 사진 골라가.”

“왜요, 사진은 웃는 게 최고지.”

“아니, 그게 인스타 갬성이 아니라니까. 다른 멤버들 인스타 좀 참고해요.”

“오. 그럴까요.”

그러고 보니 다른 멤버들 인스타그램은 들어가 보질 않았다. 애초에 내 인스타그램도 못 들어가서 매니저 형이 관리해 주고 있는데…….

나는 내 연약한 멘탈을 잘 다독거린 후에 다른 멤버들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우리 팀 멤버들이 이 SNS에서 잘 먹히는 스타일인지, 팔로워 수가 많은 편이라고 들었다. 구경을 하다 보니, 우리 멤버들이지만 솔직히 좀 멋있었다.

내가 나이순으로 하트를 누르고 있는데 내가 있던 회의실 문이 덜컥 열리며 황새벽이 들어왔다.

“야, 하트 그만 눌러.”

“어? 어떻게 알았어?”

“햇살이들이 네가 게시글마다 하트 누르고 다닌다고 놀리고 있잖아.”

엇, 그게 보이는 거였구나…….

나는 잠깐 핸드폰을 보다가 말했다.

“근데, 나이 순서대로 하트 찍어서 이제 효식이 거 하려는데. 똑같이 하트 안 찍으면 애들 삐질걸?”

“……하긴.”

우리 멤버들의 내면의 소심함을 아는 황새벽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 옆에 앉았다.

나는 하트를 열심히 찍어주며 참고한 후에, 강영호 매니저와 협찬 사진을 찍었다. 강영호 매니저는 멤버 7명의 사진을 골고루 찍어주다 사진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황새벽이 벽에 기대 촬영 중인 날 보더니 말했다.

“근데…… 네가 잘생기긴 했다.”

나는 집중력이 확 깨져서 말했다.

“아, 갑자기 왜.”

“아니, 그냥. 평소에 막 같이 사는 애들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할 일이 없잖아. 근데 각 잡고 있으니까 진짜 멋있어.”

“왜 저래. 술 먹었어?”

내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황새벽은 혼자 추억에 잠겼다.

“아, 너 처음 봤을 때 생각난다, 그 더운 메이크업. 여름 남자 컨셉이었나.”

“……그랬지.”

“그때 난 너 무슨 동네 양아친 줄 알았어.”

황새벽의 말을 들으니 나도 생각났다. 허허.

내 첫 번째 소속사 사장은 학생 때 구기 종목을 하다 로드매니저를 거쳐 자기 아이돌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인데, 취향이 정말 명확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농구 만화 같은 아이돌. 어느 정도냐하면 거기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을 내 예명으로 쓰려고까지 했었다. 준비하던 팀 이름은 버저비터였다.

아무튼 소속사 사장이 생각하는 잘생김은 딱 MII의 우하정 같은 느낌이었다. 쌍꺼풀 확실하게 진하고 눈썹도 진하고. 전체적으로 더워 보이는 미남을 좋아했다.

어쨌든 늘 날 볼 때마다 걱정하던 생각이 난다.

‘해원이는 노래도 못하는데, 얼굴이…… 이거를 어떻게 해야 하냐.’

나름으로 진지하게 걱정하는 거였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별로였고, 편애도 심했고, 그래서 다신 보고 싶지 않지만…… 아니,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들면 애초에 날 뽑질 말든가…….

강영호 매니저가 옆에서 물었다.

“아니, 그 더운 메이크업을 샵에서 별말 안 하고 해줬어요?”

“우리 사장님 알아요? 완전 깡패같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돈 내는 사람이 진하게 만들어달라고 하니까.”

“그 사장님은 진짜 운 좋네. 해원 씨도 데리고 있었고, 소속사도 VMC로 들어가고.”

“뭐, 워낙 인맥도 많고 회사에 있는 시간보다 술…….”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 소년들 멤버였던 최윤솔네 소속사는 접대 논란이 터지면서 난리였는데, 그 회사는 그런 것도 없었구나, 싶다. VMC 자회사라 자기들끼리 술 마시는 건 접대로 안 치는 건가…….

사진을 다 찍고 업로드까지 마친 후, 나는 다시 인스타그램을 익히려고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민지호가 올린 릴스를 발견했다.

주로 막내즈 셋, 혹은 한효석과 안무팀 멤버와 함께 찍은 릴스였다. 나는 릴스를 전부 눌러보고 나서 황새벽에게 말했다.

“내가 연습생 때, 이상적으로 생각한 아이돌이 딱 민조였던 것 같아.”

“아. 그럴 수 있지.”

“그냥 사람이 보면 막 기분이 좋잖아. 희망 생기고, 하면 될 것 같고, 일단 귀엽고.”

“왜. 너도 귀여운 컨셉 밀고 싶어?”

신지운 때문인지 황새벽이 정색한다. 참내. 나 정도면…… 하. 나는 왜 양심이 남아 있고 난리야.

“세상에 귀여운 거 싫어하는 사람 없잖아.”

나는 투덜거리고 다시 민지호의 릴스를 봤다.

“거기다 무대 하면, 그냥 막 민조한테 입덕하게 되지 않아? 춤도 천잰데, 노래도 꽤 잘하고, 음색도 좋고.”

“야, 무대는 너도 잘해.”

“민조만큼은 아니잖아.”

“그거야, 민지호가 독보적인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 말이다.

어쨌든 팀에 부러워하는 멤버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도 그만큼 열심히 하려고 애쓰게 되니까. 발전적이다.

* * *

데뷔 후, 카일룸의 반응은 진짜 좋았다.

확실히 반년 동안 프로모션 빵빵하게 돌린 보람이 있었다. 데뷔와 동시에 해외에서까지 반응이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최근 3년 내 데뷔 앨범 중 초동으로 최고 기록이었다.

차우석은 뭐 재미있는 게 보일 때마다 톡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매일 신기하고 재미있나 보다.

아무튼 KQS 유튜브 채널에서 준비한 컨텐츠 스케줄도 빠르게 잡혔다. 뉴데이즈 소속사가 요즘 방임 중이었는지, 우리 멤버들이 바빠서 겨우 뺀 날짜마다 전부 된다고 했다.

그 스케줄에 대해서는 미리 알려주는 내용이 없어, 작업실에서 마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안주원에게 영상통화가 왔다.

“어. 촬영 잘돼가?”

-잘 돼.

“야, 네 얼굴은 됐으니까 뒤에 보여줘.”

내 말에 안주원이 핸드폰으로 풍경을 보여줬다. 솔로 앨범은 숲에 있는 작은 펜션 같은 곳에서 찍고 있었다. 나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보며 말했다.

“멋있다.”

-그치? 멤버들이랑 같이 놀러 오자.

“안 더워?”

-엄청 더워.

안주원이 대꾸하고 흐흐 웃었다. 이제 9월 중순인데 뮤직비디오가 공개될 날짜에 맞춰서 코트를 입고 있었다. 고생이 많다.

안주원이 말을 이었다.

-커피차 고마워. 더울 때 찬 음료 엄청 도움 됐어.

“안 보내면 삐질 거잖아.”

-보내줄 거면 다 보내줘야지.

아무리 안주원이 사람이 좋아도 어쩔 수 없는 퍼스트라이트 멤버라, 다른 멤버 해준 걸 자길 안 해주면 삐지긴 마찬가지다. 어휴, 피곤해, 피곤해.

안주원이 말을 이었다.

-해원아, 근데 효준이 형이 물어보더라. 너 솔로.

“아. 그거 내년에.”

-그니까. 네가 원래 네 건 그냥 막 미뤄버리잖아. 그래서 나한테 물어보시더라고.

“음…….”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어쨌든 막 미룰 수도 없어. 프루티랑 다음 퍼스트라이트 타이틀이랑 연결해서 만들고 있거든. 프루티가 먼저 나오긴 해야 돼서.”

-그럼 어떻게 할 거야? TRV에서 안 해주면.

“그냥 팀 걸로 돌리거나, 아니면…… 다른 멤버 솔로로 하거나. 개인 소속사에서 좀 도와줄 거 아냐.”

-내가 그런 소리 할 줄 알았다.

안주원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우리 중에는 인상이 좋은 편이지만, 저렇게 표정을 구기면 은근 무섭다. 원래 순한 사람이 화내면 진짜 무섭다고…….

아, 내가 원래 막 쫄고 그런 타입이 아닌데. 누가 나한테 실망하거나, 화낼 기미가 보이면 몸이 언다. 이 망할 후유증은 언제 사라지는 건지.

이 정도 시간이 흐르면 되지 않았나? 벌써 만으로 3년이 지났는데? 아, 내 멘탈 뭐지…….

나는 내 스스로를 타박하던 중에, 박종렬 엔터를 떠올렸다.

“……아니면 주원아. 내 솔로가 트로트 회사에서 나오면, 이상해?”

-박종렬 엔터?

박종렬 엔터가 TRV의 자회사라고 해도, 두 회사의 운영은 완전히 별개였다. 안주원이 대답했다.

-뭐 어때.

“그치? 맞아, 뭐 어때. 일단 한번 물어나 볼게. 잘 촬영하고 와. 더위 먹지 말고.”

-그 정도는 아니야. 여기 해지면 춥더라.

“하긴 산이라.”

나는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럼 박종렬 엔터에 한번 연락해 볼까.

어찌 됐든 앨범을 내달라고 들고 가려면 데모가 있어야 하니, 나는 있는 가사만이라도 불러서 가이드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녹음 도중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강효준 A&R이었다. 나는 녹음을 중단하고 문으로 향했다.

“아, 진짜 미안. 녹음하는 줄 몰랐어.”

“괜찮아요.”

“다음 앨범 회의한 거, 레퍼런스 추가 돼서. 근데 방금 거 뭐였어?”

“솔로곡이요.”

“아.”

강효준이 힐끔 화면을 보았다. 너무 궁금해 보여서 내가 마지못해 말했다.

“TRV에서는 안 내준다고 해서요, 가이드 떠서 박종렬 엔터 가져가 보려고요.”

“거기 트로트 전문이잖아.”

“뭐 어때요. 작업만 해주면 되지.”

“뭐가 어떻긴. 다른 장르 작업하던 사람은 뭘 해도 작업물에 주 종목이 드러나. 네가 계획한 대로 절대 안 돼.”

그렇게 말하는 내내 시선은 모니터에 있다. 너무 들어보고 싶은 표정이라 나는 방금 가이드를 녹음한 ‘fruity’를 틀었다.

아직 가사가 다 정해져있지 않아 대부분 해언어였지만, 일부는 가사가 있었다.

[black and white or red]

[black and white or red]

[all red all red]

무채색 공간과 피.

나는 이걸 내 솔로곡이라고 생각하며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들을 꽉꽉 눌러넣어 만들었다. ‘퍼스트라이트가 부를 음악의 서곡’이라고 생각하며, 약간 슬프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내기 위해 현악기를 실컷 사용했다.

솔직히 내 취향껏 만들었더니 아주 내 취향이고 좋다. 흐흐.

“좀 대중성은 없죠? 쉬다가 와서 내 취향으로 신나게 만들었더니…….”

내가 말끝을 흐리는데 강효준이 물었다.

“레이블 따로 파주면 이거 같이 해줄래?”

레이블 만들겠다는 말을 밥 먹으러 가자는 말처럼 하네. 돈이 많긴 많은가 보다……가 문제가 아니고.

잠깐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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