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56화
KQS 유튜브 채널의 더 라이징 후속 프로젝트, ‘더 라이징 외전’.
촬영 시작부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한 명을 탈락시키라는 미션에 나를 포함한 출연진들이 우왕좌왕…….
……어? 왜 우리 멤버들만 우왕좌왕이지? 뉴데이즈 애들은 왜 이렇게 침착해?
뭔가 쎄한 기분이 들어 강진영의 태블릿을 확인하니 이미 탈락자를 적어 보낸 후였다.
‘벌써?’
다른 뉴데이즈 멤버들을 돌아봤는데,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망했다는 예감이 팍 든다.
이 자식들, 이런 상황에서 떨굴 사람을 미리 정해온 모양이다.
* * *
촬영 전, 마이크를 달고 있던 뉴데이즈 멤버, 강진영에게 인터뷰 시간이 주어졌다.
정해원에게 데스게임을 제안한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해원이 형이 전화해서 다짜고짜, 우리가 싸우면 뭐로 싸우는 게 좋겠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데스게임을 하자고 했거든요. 저는 뭔지도 모르고 대답한 건데 그게 이렇게 크게…… 해원이 형 수용력에도 놀라고, 제작진 분들 추진력에도 놀랐어요.”
우선 그렇게 양쪽에 공치사를 했다.
정해원은 프로듀서로서 같이 작업한 사람들에게 지분 나누는 것이 익숙해서인지, 데스게임이 누구에게서 나온 아이디어인지 제작진들에게 정확히 전달했다.
강진영은 그런 칼 같은 면에서 정해원을 신뢰하게 되었지만, 또한 같은 이유에서 친해지는 데까지는 의외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강진영은 모처럼 참여하게 된 이 스케줄을 허투루 보낼 생각이 없었다. 퍼스트라이트에게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겠지만, 뉴데이즈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멤버들을 기억에 남게 해주고 싶었다.
스무 살이 세상에서는 어린 나이여도 멤버 중에는 채유호와 함께 맏형이었다. 어떻게든 팀을 끌어줄 의무가 있었다.
강진영은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 뉴데이즈 멤버들을 모으고 입을 열었다.
“얘들아. 개인전이 되더라도 서로서로 도와주자. 근데, 우리가 힘으로는 퍼라를 절대 못 이기잖아.”
그 말에 연습생 시절 내내 한효석과 친했던 김준서가 말했다.
“우리 한 세 명 달라붙어야 효석이 한 명 겨우 이길걸요?”
그 말에 마찬가지로 동갑인 황지훈이 말했다.
“한효석이 근데 지운이 형이랑 힘으로 붙으면 못 이길 수도 있댔어.”
그러자 멤버들이 헉 소리를 냈다. 퍼스트라이트와 평균 키 차이만 7, 8㎝는 났다. 거기에 연습생 시절 몸으로 하는 모든 내기를 압도하던 한효석이 두 명인 팀.
망했다는 표정의 멤버들을 돌아본 강진영이 말했다.
“만약에 우리가 힘으로든 전략으로든, 누구 한 명을 떨굴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막내로 하자. 선재.”
그리고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간 곽준우에게 말했다.
“그리고 네가 빈 막내 자리를 꿰차.”
“저요?”
“응. 아무래도 복병이 해원이 형이잖아? 근데 해원이 형이 동생한테 약하니까 막내의 빈자리를 네가 먹어. 내가 구박을 할게. 불쌍해 보이게.”
“아, 넵. 그럼 제가 귀여움으로 막내 자리를!”
곽준우가 열정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투표 시간이 종료되자 교실 스피커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탈락자는 2학년 2반 박선재, 2학년 2반 박선재입니다.
내가 돌아보니 달달 떨고 있던 박선재가 감추지 못하고 활짝 웃었다.
“나 탈락이야?”
“아, 왜 좋아해!”
민지호가 욱해서 말하자 박선재가 소름이 돋은 양팔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도 무서운데 이제 해도 지잖아…… 너무 무서워…….”
하긴…….
사실 박선재에게 공포 관련된 것은 무리긴 했다. 멤버들이 다 같이 공포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박선재는 음악도 무섭다고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박선재가 재빨리 챙겨온 간식을 옆자리 내 가방에 옮겨 넣은 후 가방을 메고 말했다.
“그럼 저는 가볼게. 다들 사랑해. 날 기억해 줘.”
그리고 손을 흔든 후 잽싸게 사라졌다.
“아니, 진짜 이렇게 끝나냐고…….”
“오늘 선재 다시 못 봐?”
녹화 시작하자마자 발생한 탈락자에 남은 열네 명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피에로 가면이 다시 나타나 대형 화면을 켰다. 그러자 멤버들이 움찔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아, 뭐야, 이런 것 좀 하지 마요…….”
박선재가 피 흘리는 분장을 하고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에 과몰입한 민지호가 벌떡 일어나 화면으로 달려갔다.
“박선재 죽었어?”
짧은 사이에 완성도가 높아서 분장인 걸 아는데도 움찔하게 될 정도였다. 시각적인 충격이라는 게 생각보다 센 것 같다.
황새벽이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 쪽으로 물었다.
“우리 선재 가기 전에 인사라도 하면 안 돼요? 괜히 찝찝한데.”
하지만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안 되는 분위기였다.
그때 화면이 바뀌고, 본격적으로 데스게임 설정에 관한 영상이 시작되었다.
* * *
regular_1228, 이재희는 스트리밍이 시작되는 8시 정각에 KQS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더 라이징 외전’ 1편을 보고 있었다.
대형 화면에서는 실제 KQS 아나운서가 출연해 만든 뉴스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자막이 지나갔다.
-2043년. 환경 오염으로 지구는 멸망 단계로.
-인류는 상황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며, 지구상 유일한 안전구역으로 이동 중.
-고립된 한 학급.
-안전 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최후의 승자 1인뿐.
실제 아나운서가 출연한 덕에, 출연진도, 시청자의 몰입도도 덩달아 올라갔다.
마지막에 피 흘리는 막내를 보고 다시 못 본다는 사실에 몰입했는지, 멤버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차갑게 생긴 퍼스트라이트 멤버들 표정이 굳어 있으니, 뉴데이즈 멤버들이 눈치를 살폈다.
[퍼라 멤버들 인상 X나 빡세네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내 보내서 화났었는데 뉴데 멤버들 표정 보니까 그냥 풀리네]
[첫 번째 탈락자가 나름 주목은 받으니까…….]
[근데 나만 무서워ㅠㅠㅠ? 음악 개쫄려ㅠㅠㅠ]
[↳나도 무서워ㅠㅠㅠ 햇살이들 같이 손잡고 보자ㅠㅠㅠㅠ]
[↳↳(꼬옥)]
[저 피에로 가면 너무 무서워ㅠㅠㅠㅠㅠ 울 뉻애기들 겁주면 죽일 거야 꺼져ㅠㅠㅠ]
[↳아니 무서운 거 맞냐궄ㅋㅋㅋㅋㅋㅋ]
박선재가 떨어진 이후 교실에는 열네 명이 남아 있었다.
그때 화면에 다시 미션이 떴다.
[교내에 수영장이 있습니다]
[배를 만들어 물에 띄워주세요]
[제한 시간이 끝나는 시점에 배를 타고 있지 못한 참가자가 탈락자가 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열네 명은 수영장의 위치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황리더 뛴다!!]
[새부기가ㅠㅠㅠㅠㅠ 선재 탈락 충격이 큰가봐ㅠㅠㅠㅠㅠ]
평소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황새벽이 제일 먼저 수영장을 찾기 시작했다. 곧 주차장에서 수영장으로 가는 표시를 발견하고, 멤버들에게 되돌아왔다.
“얘들아, 수영장 표시 저쪽!”
“오, 발견왕인데.”
신지운이 공치사하고 같이 수영장 쪽으로 달려갔다.
멤버들은 수영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다시 뒷걸음질 쳤다.
“……선재 탈락해서 다행이다.”
안주원의 말에 민지호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선재 있었어도 여기 못 들어왔어…….”
수영장에는 음산한 붉은 조명만이 켜져 있어 겁이 없는 멤버들조차 들어가는 걸 주춤하게 했다. 신지운이 거의 안이 보이지 않는 수영장 물속을 보며 말했다.
“와, 절대 안 빠지고 싶다.”
“나도…….”
옆에서 안주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들은 수영장을 확인한 후 다시 건물을 나왔고, 황새벽은 지쳐서 건물 앞 벤치에 그대로 쓰러졌다.
“앗, 새부기 쓰러졌다!”
민지호의 말에 정해원이 말했다.
“쟤 체력에 이 정도 움직였으면 쓰러질 만해.”
“맞는 말이야. 형아, 빠이.”
멤버들은 바로 황새벽을 포기하고 뛰어다니며 수영장에 띄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덟 명의 멤버들이 뛰어다닐 때와 다섯 명이 뛰어다닐 때는 수색 범위에서 차이가 있었다.
멤버들이 조급해져 학교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는 장면이 겹쳐지다가, 벤치에서 쉬던 황새벽이 다시 등장했다. 황새벽은 어딘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
과학실이 있는 건물 3층. 창문 쪽에서 튜브 보트를 찾은 뉴데이즈 멤버들이 보였다.
황새벽이 핸드폰을 꺼내 바로 정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원아, 과학실 있는 건물 3층에서 뉴데이즈 애들이 튜브 꺼내는데…… 어, 강진영이 자기들 거 챙기고 나머지 건물 밖으로 던져버렸다.”
-와, 발견왕…….
“학교 밖으로 버리네. 찾아와.”
-네에.
그렇게 전화를 끊고 황새벽은 다시 쓰러졌다.
학교 건물은 인도를 접하고 있어서, 학교 담장 밖으로 튜브를 던질 수 있었다. 정해원이 거기서 버려진 튜브들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와, 어지간히 사기꾼이다, 강진영.”
그러자 연락을 받고 달려온 한효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형은 연습생 때부터 저래서, 직원분들이 맨날 그러셨어요. 연습생한테 놀아나는 기분이 든 건 처음이라고.”
강진영과 반대 극에 있는 성향의 안주원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새벽이가 못 봤으면 이쪽 길로 나와볼 생각도 못 하고 끝났겠네.”
그사이, 신지운과 민지호는 튜브를 펼쳐 보며 쓸만한 걸 고르기 시작했다.
신지운이 보트 모양 튜브를 골라 말했다.
“이거 좋네.”
“이게 귀여워!”
“야, 그거 쓸데없이 목까지 불어야 되잖아.”
“폐활량 훈련한다고 생각하자!”
민지호가 플라밍고 튜브를 흔들며 강하게 주장했다. 뒤늦게 느릿느릿 걸어온 황새벽이 두 개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둘 다 불어.”
그러자 이번에는 신지운과 민지호가 합심해서 말했다.
“30분 남았으니까 하나에 집중해야지.”
“펌프도 요만한 거 밖에 없어!”
“쓸 만한 건 뉴데이즈 멤버들이 다 가져갔나 봐요.”
한효석이 중얼거리는 걸 듣던 황새벽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아 정해원에게 물었다.
“다수결 할까?”
그러자 생각에 빠져 있던 정해원이 입을 열었다.
“종료되는 시간에만 배를 타고 있으면 되지?”
“응.”
“8 대 6이면 힘으로 우리가 이기겠지?”
“그럴걸?”
정해원이 잠깐 더 고민하다,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이거 불지 말고, 힘 아꼈다가, 뺏자.”
“어?”
“뉴데이즈 멤버들 거 뺏자고. 제한 시간 끝나는 시점에만 타고 있으면 되잖아. 뺏어도 된단 얘기지.”
그 말에 민지호가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형이 진영이 형한테 사기꾼이라고 할 자격이 있어?”
“아니, 예능이니까…….”
정해원이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장면에서 1편이 끝났다.
“아, 재미있는 데서 끊네, 양심 없게.”
이재희가 투덜거리고 나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마음으로 급하게 댓글을 확인했다. 혹시 욕을 먹고 있을까 봐 겁이 났다.
[캬 이게 예능이지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우리 애지만 무섭다ㅋㅋㅋㅋㅋㅋ]
[해원이가 악플은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뭘 판단할 땐 영향을 안 주는 듯 예능 우선이야]
[↳그치?? 항상 지금 일이 먼저임]
[↳↳그거…… 워커홀릭…….]
[↳↳↳2222워커홀릭이고 멤버들 말대로 기도 쎈 듯 사실 어지간한 악플이었으면 그냥 털고 넘어갔을 텐데…….]
[그리고 일단 해원이 최애가 막냉인데 최애 떨어뜨리면 빡치지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백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이재희는 안심하고 나서, 잘 준비를 하기 전에 좋아하는 영상을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찾아가는 일꾼’ 3회, 방송사 유튜브에서 올려준 정해원의 서프라이즈 등장 클립이었다.
알고리즘이라도 탔는지, 조회 수가 백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해원이 형이야?
-형!
정해원을 발견한 멤버들은 울고 댓글도 울고 있었다.
[아이고 애들 표정 어떡해ㅠㅠㅠ]
[지난주에 애들 표정 안 좋은 거 이해가네…….]
[아니 근데 진짜 해원이 없는 퍼라 어떡하지]
[↳이게 현실일뻔했다ㅎㅎ]
[↳솔직히 해원이 영입 전엔 다음 앨범 못 나올까봐 불안했어…….]
[d00m_fls : 아니 무슨 정해원 없으면 퍼라가 못 떴을 것처럼ㅋㅋㅋ‘일부’ 정해원 팬들 나머지 멤버들 X나 후려치네]
[↳아니 이걸 이렇게 해석하냐]
[↳↳d00m_fls : 왜 아님? 멤버 하나 없으면 팀 망할 뻔했다는 게 멤버 후려치기 아님 뭔데ㅋㅋㅋ]
[↳↳↳그치 이것도 맞긴 해]
이재희가 표정을 찌푸렸다. 요즘 정해원 중심의 영상마다 집요하게 등장하는 아이디였다.
문뜩 ‘d00m_fls’라는 계정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이재희가 차단한 계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