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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57화 (157/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57화

멤버들은 내 의견에 동의해 줬고, 우리는 최대한 늦게 수영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 ‘힘으로 뺏기’ 전략에 백업이 있어야 한다며, 황새벽이 작은 펌프로 튜브에 펌프질을 해보다가 지쳐서 포기했다.

“뺏자. 그래, 그것밖에 답이 없다.”

황새벽은 그렇게 정리했고, 우리는 과감하게 펌프질을 포기했다.

그리고 수영장 창고에 남아 있던 킥판을 꺼내왔다. 몸싸움을 할 때 뉴데이즈 멤버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우리는 15분을 남기고 다시 수영장으로 향했다. 솔직히 좀 쫄렸다. 뺏어도 되나. 내가 너무 나대나…….

“쟤 얼굴 보니까 딱 내가 나댔나, 생각하는 그 표정이다.”

황새벽이 말하는 게 들려 정신을 차렸다. 워씨, 소름 돋네.

“너 내 생각 읽냐?”

“야, 뻔해, 뻔해. 쎄게 말해놓고 혼자 땅 파고 있는 거 한두 번 보냐.”

글쿠만. 내가 뻔한 인간이었네, 허허.

나는 멋쩍은 상태로 수영장으로 들어섰다. 한효석이 말했다.

“진영이 형이면 우리가 힘으로 뺏을 거 예상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자 신지운이 특유의 시크한 투로 대꾸했다.

“예상하면 뭐 어떡할 건데.”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고 나서는 정작,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멈칫했다.

문 앞에 뉴데이즈의 막내 곽준우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너 뭐 하냐?”

“혀엉.”

곽준우가 신지운을 지나쳐 나한테 오더니 말했다.

“여덟 명 다 못 탄다고 형들이 저 버렸어요.”

장화 신은 고양이 표정이었다.

* * *

[뉴데이즈 전략 = 귀여움]

더 라이징을 떠올리게 하는 자막을 보며 양쪽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치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공포 영화 조명에 갑자기 귀여움 뭐냐궄ㅋㅋㅋㅋㅋ]

[08년생……. 귀엽긴 하겠지…….]

[↳베이징 뉴비인가ㄷㄷㄷ]

[↳↳뭔뎈ㅋㅋㅋㅋㅋㅋ]

동생에게 약한 정해원이 멈칫하자 민지호가 소리쳤다.

“형! 지금 막내는 나야! 가짜 막내한테 속지 마!”

“어? 어, 그렇지…….”

“혀엉…….”

곽준우가 다가오자 정해원이 못 이기고 슬쩍 물었다.

“형들이 버렸어?”

“네에…….”

신지운이 어이없어하며 정해원에게 말했다.

“버렸겠냐? 전략이지. 정신 좀 차려.”

“어, 그치. 어우, 정신 차려야지. 아니, 근데 내 말 들어봐. 저 쬐끄만 애가 이 무서운 조명에 혼자…….”

“해원아, 시간 없으니까 가자.”

안주원마저 답답해하며 정해원의 등을 떠밀어 곽준우와 떨어지게 격리했다. 곽준우는 마음껏 불쌍해하라는 듯이 수영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잠시 후, 튜브 보트를 숨긴 뉴데이즈 멤버 일곱 명과 퍼스트라이트 여섯 명이 대치했다.

정해원이 자꾸 힐끔 곽준우를 돌아보자 한효석이 어깨를 꽉 쥐고 말했다.

“형. 저도 소중하고 귀여운 동생이에요.”

한효석의 입에서 ‘귀여운’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제야 정해원이 정신을 차렸다.

“효, 효식이가 자기 입으로 귀엽다고…… 귀엽다고…….”

“효시깅이…….”

민지호도 같이 놀라서 자기를 돌아보자 한효석이 붉은 조명에서 봐도 시뻘게진 얼굴로 말했다.

“자, 정신 차리고 튜브를 뺏어요, 이제.”

“맞아, 나에게는 효시기라는 귀여운 동생이 있으니까.”

“…….”

정해원의 놀림에 한효석이 한숨을 쉬었다.

“형, 나도…….”

이때다 싶어 신지운이 본인도 귀여움을 어필하려 하자 안주원이 막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넌 역효과야.”

“……야, 인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애들 생각보다 웃기는데ㅋㅋㅋㅋㅋㅋㅋ?]

[찾일에서는 멤버 없어서 표정 안 좋았나 보네]

[솔직히 멤버가 불안증상 때문에 계속 귀국 일정 미루고 있고+고온에서 노가다하는데 웃음 나오면 미친놈이지]

[퍼라 힘 좋나? 키는 큰데 다들 말라가지구]

[뉴데이즈 멤버들 같은 애들이 은근 싸움 잘하던데]

[근데 이건 싸움 아니고 백퍼 힘싸움이니까 퍼라가 이길 듯]

[에이 그래도 인원 차이가 2명인데 어렵지]

황새벽이 멤버들을 슥 살피더니 신지운에게 말했다.

“네가 먼저 가봐.”

“아, 나 물에 빠지기 싫은데.”

신지운이 투덜대면서도 킥판에 과학실에서 찾아온 청테이프로 팔을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뉴데이즈 멤버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X발 개무서웤ㅋㅋㅋㅋㅋㅋㅋ]

[어 나 청도에서 저런 거 봤어]

[사람 맞냐ㄷㄷㄷ]

딱 봐도 충돌하면 날아가겠다 싶었는지 뉴데이즈 멤버들이 움찔하며 알아서 피했다.

그러다 개중 체격 좋은 뉴데이즈 멤버 황지훈이 달려들자 신지운이 안전하게 들어 물에 던져버렸다.

[선겸(극중 이름)이다ㅠㅠㅠㅠㅠㅠㅠ]

[선겸이 힘 쎄구나…….?]

[그와중에 다칠까봐 살살 들어서 던지네 X나 설레ㅠㅠㅠㅠ]

[귀엽지는 않지만 힘이 쎈 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지운이 자꾸 보면 귀엽다구ㅠㅠㅠㅠㅠ]

[↳↳세뇌당한 거야…….]

[↳↳↳진지하게 말하지마러랔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신지운이 달려든 사이, 다른 멤버들도 우르르 달려와서 튜브를 뺏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방송이고, 아이돌이라는 생각을 잊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진짜로 힘줘서 싸우는 건 아니었지만 꽤 격렬한 싸움이었다.

강진영이 계속해서 전략을 지시했지만, 결국 힘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퍼스트라이트 여섯 명이 모두 튜브를 뺏어 탔다.

남은 튜브에 간신히 올라탄 뉴데이즈 멤버가 넷. 시간이 30초 정도 남았지만 모든 인원이 탈진해 여기서 더 힘을 쓸 수 없어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때 강진영이 곽준우에게 눈짓하자 곽준우가 퍼스트라이트 튜브로 달려갔다.

“해원이 형…….”

“아, 또 시작이야. 형, 저쪽 보지도 마.”

신지운이 말했지만 정해원이 슬쩍 빈 자리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여기 한 명 더 타겠는데…….”

“아, 가라앉는다고.”

“쟤는 애기잖아. 안 가라앉아…….”

“아니, 똑바로 봐봐, 쟤 애기 아니야.”

“야, 그냥 태워.”

황새벽의 말에 결국 곽준우가 튜브 보트를 얻어 타고, 보트가 휘청하는 순간, 시간이 종료됐다.

그때 수영장 벽에 빔으로 쏜 큰 글씨가 보였다.

[생존자 총 11명]

그때 음악이 흘러나오며, 스피커에서 탈락한 뉴데이즈 멤버 세 명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었다.

-탈락자는 2학년 2반 데이브 유, 황지훈, 박의신입니다.

[이게 뭐라고 시간 줄어들 때 쫄렸네ㄷㄷㄷ]

[뉴데이즈도 결국 귀여움으로 한 명은 살렸네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힘 X나 쎄다 진천 여기다 몇 명을 뺏긴 거냐ㄷㄷㄷ]

그때, 튜브에 타지 못하고 매달려 있던 탈락자 멤버 셋이 멈칫했다.

“어? 어어.”

“악!”

그리고 멤버 세 사람이 물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생존한 멤버들이 얼어붙었다.

“괜찮은 거 맞아?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아니, 진짜로…… 어?”

그때 안내 방송이 다시 시작되었다.

-오염된 수영장을 폐쇄합니다. 생존자들은 교실로 이동해 주세요.

같은 방송이 두 번 나오고, 피에로 가면이 자물쇠를 들고 문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신지운이 근처 보트에 있던, 멤버들이 사라져 진심으로 화가 나 보이는 동갑내기 뉴데이즈 리더 채유호에게 말했다.

“유호야, 우리 저분 수영장에 던질까.”

“그러자.”

그 말을 들은 한효석이 침착하게 말했다.

“형들, 이거 예능이에요.”

“내 말이.”

한효석과 친구인 뉴데이즈 김준서가 맞장구쳐주며 진짜 달려들 것 같은 채유호를 끌어당겼다.

열네 명으로 들어갔던 인원은 열한 명이 되어 수영장을 벗어났다. 생존한 다섯 명의 뉴데이즈 멤버들은 세 명이 사라진 수영장 쪽을 자꾸 돌아봤다.

특히 강진영은 아예 못 가고 멈춰 서 있어, 정해원이 등을 떠밀었다.

“가자.”

“데이브 웃긴데. 의신이도 재밌는 앤데…… 지훈이 운동 잘하는데…….”

“아, 마지막으로 멤버 어필하는 거야? 그럼 우리 선재도 끼워줘. 명창이야.”

“그럼 멤버 이름 외우기 쉽게 데.의.지.선으로 할까요.”

“……넌 항상 제정신이 아니구나?”

[데의지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정태세문단세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특ㅋㅋㅋㅋㅋㅋㅋ]

[강진영 X나 아련한 표정으로 뭔 개소리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뉴데 멤들은 진영이 익숙해서 다 받아주는데 해원님이랑 있으면 안 받아주셔ㅋㅋㅋㅋㅋㅋ]

[↳해원님이 정상반응이라궄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애들이 너무 익숙해진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두 팀 금방 친해졌네ㅋㅋㅋㅋ]

[↳물놀이 재미있어 보이긴 하더라ㅋㅋㅋㅋㅋㅋ]

* * *

오늘 촬영은 이다음 미션으로 끝나고, 나머지 촬영은 다음 주 주중에 예정되어 있었다.

세 번째 미션 촬영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수영장에서 하나같이 쫄딱 젖었기 때문에, 빨리 물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걸 예상했는지 같은 교복을 하나 더 준비해 줬다.

제일 먼저 옷을 갈아입은 민지호가 물었다.

“근데 멤버들 어떻게 없어진 거야? 수영장에서?”

그러자 신지운이 대꾸했다.

“수영장 아래서 산소통 메고 대기하셨겠지?”

“어우, 너무 무서웠겠는데…….”

옆에서 듣고 있는 나도 오싹하다. 해가 지면서 물속이 아예 안 보이던데 거기서 멤버들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계셨을 거라 생각하니……. 어휴.

하지만 아까 힘겨루기를 할 때는 물속이 컴컴하거나 말거나 그냥 무작정 물싸움하고, 헤엄쳐 나오느라 무서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솔직히 노느라 무서움을 잊었던 것 같다. 은근 재미있었다. 흐흐.

다들 체력이 좋아서, 그렇게 물속에서 놀고도 박선재가 주고 간 간식을 까먹고 바로 체력을 회복했다. 황새벽은 쓰러져 있었지만, 간식은 나보다 많이 먹었다. 쟤도 가끔 보면 좀 특이하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상태창이 떴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들에게’의 S급 히트가 확실시됩니다]

……어? 이게 돼?

저작권료가 들어올 일이 없어서인지, 나는 이 곡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멤버들이나 가족들이 올림픽 기간에 사방에서 나왔다고는 했는데, 그때 한국에 없었고, 인터넷도 안 하는 내가 체감할 일이 정말 없었던 것 같다.

예능과 올림픽이 더해진 힘이 엄청나긴 하다. 근데 그렇게 합쳐져야 지나 나오는 게 S급 히트면…… L급 히트는 평생 못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상태창이 이어졌다.

[모든 룰렛에서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이 도착했습니다]

[L급 티켓X1]

오.

오오오.

L급.

내가 가지고 있는 L급이 붙은 게, ‘주간 히트곡 메이커 L급’ 이거 하나였다. 저것 때문에 내 작업실을 벗어난 곳에서는 왠지 일하기 아까워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내가 있는 작업실 건물을 사야지……. 근데 혹시 그것도 강효준 건물인 건 아니겠지? 여기가 강남 3구도 아니고…… 안 샀을 거야, 아마…….

그나저나 저게 있으면 체력 저하가 20% 감소하니까, 혹시 같은 게 하나 더 나오면 40%…… 너무 양아치 같은 바람인가…….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처럼 일이 많은 시점에서는 당연히, 프로듀서로서 쓸 수 있는 레드룰렛에 쓰는 게 맞다.

심지어 예전에 확인한 것에 의하면, L급 티켓으로만 L급 히트곡 제작 확률을 아주 미세하게나마 올릴 수 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음이 아이돌로서 쓸 수 있는 퍼플룰렛으로 기울었다. 나는 아이돌이니까.

결국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킵해놓기로 했다. 어쨌든 신난다, 히히.

곧 쉬는 시간이 끝나, 우리는 촬영을 위해 다시 2학년 2반 교실로 향했다.

수영장 파트를 찍는 사이 완전히 어두워져, 이제 학교는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체험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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