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65화 (16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65화

[국선아 때 안주원 끼없다고 까던 사람들한테 지금 차트 보여주면 안 믿겠지?]

[저 친구가 3년 뒤에 낸 솔로 싱글이 탑백 68위로 진입합니다!!]

[↳억까들 X나 거품 물듯ㅋㅋㅋㅋㅋㅋㅋㅋ]

‘첫눈을 줄게’는 첫날, 탑백에 안착했다.

[4세대 이후에 솔로로 낸 싱글이 탑백이나 일간 들어간 남돌 누구 있냐?]

[↳IMX 재빈이랑 배드원 수현 정도]

[↳수현이 일간은 못 들어가지 않았나?]

[↳↳ㅇㅇ재빈이만 들어감 56위]

[근데 시기 진짜 잘 잡은 게 살짝 쌀쌀할 때 카페 들어갔는데 첫눈을 줄게 나오니까 벌써 크리스마스 느낌 나더라]

[↳ㅇㅇ나도 겨울까지 쭉 들을 듯]

[정해원 진짜 악마의 재능 아니냐 프로듀싱한 신인 빼고는 내면 무조건 탑백행ㅋㅋㅋ]

[↳차트를 지배함ㅋㅋㅋㅋㅋㅋㅋ]

[↳돈 긁어모으겠네]

[↳그 신인도 일간 200위권이었음]

[↳↳남돌이 데뷔로 일간 200위권이면 X나 잘 나온 거 아니냐]

[↳↳↳ㅇㅇ소속사가 브삼인 거 치고도 잘 나옴]

* * *

TRV는 하면 할 수 있는 소속사였다. 하긴, 짬이 있는데.

TRV는 안주원을 있는 힘껏 밀어줬고, 안주원은 보름 정도, 정말 숙소에 들어오면 잠깐 졸다가 출근해야 할 정도로 바빴다.

바쁜데 반응이 안 오면 두 배로 힘들 텐데, 반응이 좋으니 견딜 만해 보였다. 나는 TRV가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걸 처음 봤다.

한효석도 때마침 발레 예능에 출연해 바쁘고, 신지운도 드라마가 워낙 잘되고 있어 부르는 곳이 많고, 황새벽도 11월에 시작하는 일본 드라마 OST 녹음 후속 스케줄로 바빴다.

숙소에 가도 멤버들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은 10월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공사 중인 새 회사를 들렀다. 아직 먼지가 폴폴 날리고 콘크리트 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지만, 슬슬 뼈대는 잡힌 느낌이었다.

그 먼지 날리는 곳에서 책상 하나 가져다 놓고, 나는 이번 솔로 활동에 대한 단기 계약서를 앞에 뒀다.

이미 계약서를 받아서 확인했지만, 그래도 사인하기 전에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했다. 내가 하도 오래 읽고 있으니, 강효준은 두 번 정도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다.

그러고도 나는 여전히 계약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내가 민망해서 말했다.

“제가 원래 좀 읽는 게 느려요.”

“재촉 안 했어. 천천히 읽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얼굴에 지친 게 보인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는 없지. 흐흐.

나는 계약서를 다 확인하고, 서명을 했다. 뭐, 계약서라는 게 전부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지만 이만하면 만족스러웠다.

계약을 끝내고 나서 내가 물었다.

“형, 근데 퍼스트라이트가 VVV엔터랑 조건부 계약이잖아요. 우리 내년에 VVV엔터 안 가는 거, 위에서 알아요?”

“아직 몰라. 너희랑 계약했다고 보고 받고, 계약서 한 번을 확인 안 하네.”

설마 대표 조카가 그럴 줄 몰라서 그런가? 내가 생각하는데 강효준이 말을 이었다.

“근데 언제 알게 될지 모르지. 내일 당장 알아도 이상할 것 없고.”

“……형 괜찮아요?”

“뭐, 우리 사촌형이 빡치면 승진 누락 정도 되겠지.”

그 말에 나는 식겁해서 말했다.

“하나도 안 괜찮네. 어차피 형 지금 말이 팀장이지, 4본부 본부장급으로 올라가는 거 내정이잖아요.”

라고 스파이가 말했다. 강효준이 이제 스파이에 익숙해져서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내가 키우는 애들 위해서 한 건데. 안 괜찮아도 할 수 없지. 결과적으로 네 프로듀싱 덕에 우리 애들 잘 되고 있잖아.”

말은 잘한다만. 지금 내정 상태인 거랑, 어찌 됐든 다른 본부장이 날아와서 뭘 진행하려고 해도 한 번씩 걸리적거리는 거랑은 피로도 쌓이는 게 차원이 다를 것이다.

뭐, 내가 옮겨 갈 소속사 대표가 저렇게 말하는 게, 나에게는 장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그것도 아주 뚜렷한 단점이…… 그건 매일 날아오는 카일룸 차우석의 연락을 보면 느껴졌다.

[카일룸 차우석 : 형 저 힘들어요ㅠㅠㅠ 스케줄 너무 많아요ㅠㅠㅠ 쓰러질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형 저 이러다 과로사 하지 않겠죠? 저 괜찮겠죠? 힘드러ㅠㅠㅠㅠㅠ]

본인이 미친 워커홀릭이라 그런지, 카일룸을 무지하게 굴리고 있었다.

아마 카일룸 멤버들이 힘들다고 해도 ‘엄살이겠지? 말은 저렇게 해도 사실 열심히 해서 뜨고 싶겠지?’하고 정리한 후 넘어갈 사람이다.

어휴, 안 봐도 고생길이 훤하다. 내가 내 발과 멤버들 발까지 끌어다 고생길에 처박고 있다. 하, 그래도 즐겁게 고생하자, 얘들아…….

내가 계약서를 쓰기 전부터 이미 뮤직비디오 일정이며 컴백 시기까지 다 픽스가 되어 있었다. 혹시 내가 계약을 안 하면 위약금 날리는 거지만, 돈은 많으니까 괜찮은 것 같다.

계약서 서명이 완전히 끝난 후에야 건물 안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나는 내 작업실이 마련될 공간으로 이동했다. 아직 문을 달지 않아서 뻥 뚫려 있는 공간에 들어섰는데 창밖으로 한강이 내려다보였다.

“오, 좋다.”

마음에 든다.

나는 웃었고 상태창이 떴다.

[작업실을 등록합니다]

[주간 히트곡 메이커 L급 (B)]

[등록된 작업실에서 체력 저하가 20% 감소합니다(등록 1/1)]

[*체력 한정 회복 포션입니다]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안정화가 진행됩니다]

[진행 중…….]

[진행 중…….]

[입실시 체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입실시 심리적 안정감이 소폭 상승합니다]

오오.

“나 한강 좋아했네.”

내 혼잣말에 강효준이 말했다.

“좋긴 뭐가 좋아. 지금이야 시월이니까 버틸 만하지, 여기 5월만 돼도 30도 넘어가.”

“저 더위를 은근히 안 타요.”

확실히 아직 커튼도 블라인드도 없으니까 이미 해가 쏟아지고 있다. 햇살이 뚫린 문을 넘어 뒷벽까지 넘쳤다. 나는 그게 좋았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 * *

모처럼 숙소에서 라면이나 먹을까, 고민하며 라면 박스를 열고 있는데 안주원이 들어왔다.

“어, 왔어?”

“아, 해원아, 나도.”

“이미 물 5인분 올려놨어.”

어쩔 수 없다. 한 개 끓이면? 진짜 딱 한 입 먹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숙소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라면 냄새가 나면 최소 두 명 이상 나타나니까. 지금 안주원이 나타난 것처럼.

나는 라면 다섯 개를 골라 들고 인덕션으로 향했다. 팔팔 끓는 물에 면과 스프를 넣자마자 예상대로 민지호가 뛰쳐나왔다.

“나 한 젓가락!”

“으응.”

그리고 일본 스케줄을 소화하고 아침 들어와서 내내 골골거리던 황새벽의 방문이 열렸다.

“정해원아…….”

“알았어. 줄게, 누워 있어.”

하. 멤버 구성을 보니 다섯 개를 끓여도 한 입 먹게 생겼다. 안주원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에게 말했다.

“우리 반 개 먹으면 다행이다.”

“왜 이렇게 우리는 밥 먹을 때 경쟁력이 없냐.”

“쟤네가 이상한 거야. 우리가 정상 속도고.”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이상해 보일 뻔했어.”

민지호랑 황새벽은 라면을 인당 세 개씩 끓이는 놈들이고, 신지운도 못지않고, 한효석과 박선재도 오늘이다 싶으면 무지하게 먹는다. 안주원까지 없었으면 내가 소식한다고 착각할 뻔했다.

나는 누나가 유학을 간 이후부터 부모님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셨기 때문에 라면을 진짜 많이 먹고 컸다.

그래서 라면을 잘 끓인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개를 끓이려니까 처음에는 많이 라면을 망쳤다.

“그래도 이제 라면 장인으로 거듭났어. 그렇지 않냐?”

내가 거들먹거리자 안주원이 대꾸했다.

“먹어보고 판단할게.”

“네가 안 피곤한 상태면 안 먹어봐도 라면 장인으로 인정해 줬을 텐데.”

나는 투덜거리며 라면을 들고 TV 앞으로 이동했다. 소파 위에 죽어 있던 황새벽이 좀비처럼 일어나 상 앞에 앉았다. 민지호가 말했다.

“해원이 형, 라면 맛있다!”

“라면 장인이 됐어, 내가.”

“웅, 인정해줄게.”

민지호가 말하고 라면을 호로록 먹어 치웠다. 나도 급하게 젓가락질을 해봤지만 여전히 민지호와 황새벽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나는 안주원이 튼 야구 화면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 팀 경기 안 봐?”

“어…….”

“왜?”

“……안 하니까.”

“왜 안 해?”

“가을이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안주원이 슬퍼 보여서 나는 더 깊이 질문하지 않았다. 야구팬의 인생은 험난한 것 같다.

라면 다섯 개를 끓였는데 전혀 배가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숙소에 세 박스 주문한 귤을 꺼내 먹었다. 세 박스도 솔직히 멤버들이 작정하고 먹으면 하루 컷인데, 그래도 나름 관리하느라 일일 귤량 제한을 하고 있다.

내가 안 먹던 야식까지 열심히 먹고 있는 건, 며칠 뒤 뮤직비디오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안무 연습을 마칠 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한효석은 운동하면 다 해결된다고 운동을 하자는데, 홍 감독이 그건 안 된다고 했다.

뱀파이어 먹이가 건강해 보여서 되겠냐고. 사실 뭔 소린지 여전히 모르겠다.

아무튼 멤버들과 라면을 먹고 나서, 나는 연습실로 가기 위해 신발 끈을 묶었다. 민지호가 물었다.

“형 안무 연습 어디서 해?”

“효준이 형이 외부 연습실 빌려놨어.”

“나도 가면 안 돼? 나도 같이 할래! 나도! 나 안무 볼래!”

“지호야, 한 번만 말해도 돼.”

“어!”

“그으래, 가자.”

나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민지호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에 강효준이 빌려 놓은 연습실이 있었다. 아침에 안무팀이 오기 전까지 새벽 연습을 끝내 놓을 생각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민지호와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나는 안무 연습을 시작했고, 민지호는 안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와서 말했다.

“형, 이 부분 다시 해봐.”

“어.”

민지호는 평소엔 기억력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데, 안무 외우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100%로 활용했다.

한 번 눈으로 딴 안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쟤도 진짜, 우리 팀이어서가 아니라, 참 천재다.

박선재와 신지운의 솔로까지 다 나오고 나면, 나는 다시 민지호의 솔로 작업을 해볼 생각이었다. 우리 멤버가 얼마나 천재인지 보여줄 테다, 흐흐.

이번 프루티의 안무는 안무팀이 같이 있어야만 하는 동작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솔로다 보니 뭘 해도 눈에 잘 안 띌 것 같아서, 안무팀이 전달해준 꽤 위험해 보이는 안무들을 전부 수용했다.

나 혼자는 안 될 것 같으니까, 뭐로든 눈에 띄고 싶은 욕심이었다.

민지호는 그런 과한 부분을 죄다 지적했다.

“형, 난 위험한 안무도 좋아. 지금 하지, 언제 해. 근데 안 어울리면 빼야지.”

“……응.”

“욕심부리지 마. 별로야.”

연습실 밖의 민지호와 연습실 안의 민지호는 다른 사람이다. 평소엔 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관심 없지만, 연습실 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을 전부 들여다본다.

소름 끼치게 맞는 말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민지호와 함께 밤새도록 안무를 수정했고, 아침에 도착한 안무팀은 전부 그걸 납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지호가 수정한 안무는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안전했으며, 매력적이었으니까.

밤새고 힘을 다 뺀 민지호는 구석에 가서 어린애들이 그러듯 픽 쓰러져 잠들었다. 그걸 보던 안무팀 형이 나에게 말했다.

“민조도 진짜 어지간히 천재다.”

“내 말이.”

나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정된 안무는 강효준은 물론,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홍 감독도 훨씬 더 마음에 들어 했다. 민지호가 따라와 준 게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었다.

* * *

다행히 뮤직비디오 촬영 당일까지, TRV에서는 별다른 훼방이 없었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뮤직비디오에서 내가 베일을 쓰는 장면이 있었는데, 박선재가 마태오와의 연결을 제안한 것이 그 부분의 콘티였다.

혼자 촬영하는 뮤직비디오. 세팅을 마친 나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촬영장으로 향했다. 홍 감독이 날 보자마자 누가 봐도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누구시라고?”

“저희 예영이 누나요.”

원래 스타일리스트 이예영은 원래 TRV 소속이지만, 슬쩍 와서 스타일링을 해줬다. 내가 은근 까다로운 성격이라 자기가 봐줘야 한다고 생색냈는데, 진짜 진심으로 맞는 말이었다.

참 잘 감동하는 타입인 홍 감독이 또 새삼 감동한 얼굴로 이예영에게 박수를 쳐줬다. 취향이 잘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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