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68화 (16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68화

[양이형 : 야 나 지금 빡쳐서 TRV랑 일 안 한다고 함]

[오 쿨하다]

[양이형 : 핸드폰 난리 났다 끈다]

[녬 사랑해여]

[양이형 : 야이 미친 새끼야 뒤져]

“좋으면서 그러네.”

내가 히히 웃으며 말하는데 강효준이 물었다.

“이형이가 많이 형 아냐?”

“어차피 어디서 끊어도 형인데요, 뭐.”

“이형이가 생긴 거랑 다르게 참 착해.”

“착한 정도가 아니라 성인군자예요.”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촬영에 들어갔다.

오늘은 VMC가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 전문 채널의 촬영이었다. 퍼스트라이트도 찍은 적이 있는, 햇살이들이 워낙 좋아하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그나저나 퍼스트라이트가 VVV엔터로 가지 않는 게 다 퍼졌을 텐데도, 다들 엄청 잘해주셨다.

나는 중간에 강효준에게 물었다.

“형네 사촌 형 화난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잘해줘요?”

“그, 외할아버지가…… 아니다.”

강효준이 되게 민망해 보이는 얼굴로 말하다 말았다. 외할아버지 카드를 썼구나……. 대충 짐작이 된다. 나는 그냥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

* * *

아무튼 그렇게 활동이 끝났다. 혼자 하니까 뭔가 좀 더 정신없고, 몇 배로 힘들었다.

다음에 하면 좀 더 잘할 것 같지만, 당분간 혼자는 안 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이번에도 퍼스트라이트 앨범에 이 음원을 넣고 싶었던 건데…… TRV가 싫다니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멤버들이 없이, 혼자 계속해서 활동하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그사이에, 다음 앨범에 수록할 우리 막냉이에게 줄 곡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박선재의 솔로곡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을 했었다. 원하는 게 있냐고 하니까 ‘형이 알아서 해줘’라고 했다. 제일 어려운 주문이었다.

활동 종료 후 숙소에 돌아가며 나는 양손에 치킨과 맥주를 왕창 샀다. 그리고 문이 열리기도 전에 황새벽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치킨 냄새가 나는데…….”

현관 쪽에서 말하더니 나보다 먼저 문을 열었다. 안 그래도 두 손에 치킨을 들고 있어서 손이 없었는데 잘 됐다.

“치킨!”

민지호가 신나서 치킨을 받아가서 내가 투덜거렸다.

“나보다 치킨이 반갑지?”

“아냐, 형이 더 반가워.”

그런 건 그냥 못 넘어가는 민지호가 정색하고 말하더니 치킨 박스를 열며 말했다.

“형이 재빈이 형 이겨서 너무 좋아!”

“응?”

내가 못 알아들으니까 안주원이 설명해 줬다. 민지호의 전 소속사이자, 민지호를 따돌렸던 IMX의 멤버 재빈이 4세대 아이돌 솔로 일간 순위 56위라는 성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잠깐이지만 54위에 들어갔다는 모양이다.

“아마 너보다 지호가 더 긴장했을걸.”

“그래? 그럼 나도 이겨서 좋아.”

내 말에 민지호가 신나서 히히 웃었다. 한효석이 물었다.

“형 이제 스케줄 끝났어요? 좀 쉬죠?”

“응, 오늘은 쉬려고. 내일부터 이형이 형 작업실 가서 시상식 편곡 들어봐야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나는 접시에 내 치킨을 덜었다. 나와 안주원만 따로 담는 걸 봐줬다. 안 그러면 우린 못 얻어먹을 수도 있으니까…….

먹고, 무알코올 맥주를 좀 마시다가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아, 막냉이 솔로곡으로 만들어 봤는데.”

그러자 박선재가 신이 나서 음료수를 들고 내 옆으로 옮겨와 앉았다.

“들어볼래.”

나는 바로 박선재의 솔로로 생각하고 만든 곡을 틀어줬다. 기타를 중심으로 악기를 최대한 적게 써서 만들 생각이었다. 우리 막냉이 목소리가 제일 잘 들리게.

박선재가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발라드네.”

“락 아냐?”

황새벽이 물었다. 그래서 내가 대꾸했다.

“딱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어. 같은 곡을 선재가 부르면 발라드, 새벽이가 부르면 락이라고.”

늘 느끼지만, 장르와 장르 사이의 간극은 정말 좁은 것 같다. 거기에, 이번에 혼자 활동을 하면서 곡도 곡이지만, 가수 자체도 장르라는 생각이 커졌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훨씬 자유롭게 만들게 됐다.

그런 이야기를 멤버들은 꽤 진지하게 들어줬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곡이 끝나고 나서, 박선재가 누가 봐도 신이 나서 나에게 말했다.

“좋은데? 나는 형이 엄청 귀여운 노래 줄 줄 알았어.”

“귀여운 것도 만들긴 했는데, 보컬을 더 살리고 싶어서.”

“두 곡을 만들었어?”

내 말에 멤버들이 날 힐끔 본다. 신지운이 돌아보지도 않고 맥주를 따르며 말했다.

“이제 잔소리하는 체력도 아깝다.”

……어휴, 언제까지 이렇게 눈치 보면서 일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박선재를 위해 만드는 중인 또 다른 곡을 들려줬다. 하이틴 느낌의 가볍고 경쾌한 곡이었다.

“선재 거네.”

“딱 선잰데?”

“나 애기 아니야. 슬슬 으른이야.”

멤버들의 반응을 박선재가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근데 이것도 좋다.”

“솔로로는 어때?”

내가 묻자 박선재가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귀여운 거 우리가 부르고, 나 발라드 줘.”

“확실해?”

“응. 나 진짜 딱 이런 거 부르고 싶었어.”

다행이다. 내 생각도 그랬다.

멤버들은 그래도 귀여운 게 어울리지 않나, 하는 표정이지만 나는 박선재가 슬슬 보컬로서의 매력을 드러냈으면 했다. 그래서 이미지보다는 보컬 자체를 살린 곡을 부르길 바랐다. 우리 막냉이 크게 돼야 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결정되고 나서, 민지호가 단체곡으로 결정된 곡을 들으며 물었다.

“이거 악기 무슨 소리야?”

“우쿨렐레. 내가 또 런던에서 우쿨렐레 가져왔…… 아니, 또 안 간다고.”

민지호는 내가 런던 얘기만 하면 나를 잡아 마구 흔든다. 어휴, 휴가 때 우리 조카 보러 간단 말도 못 하겠다.

그래도 말 나온 김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멤버들에게 조카인 노을이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고 나서 누나에게 노을이 사진을 더 보내 달라고 재촉하는 사이, 사이 멤버들은 두 곡을 번갈아들었다.

그리고 안주원을 중심으로 가사를 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며 흐흐 웃으니까 멤버들이 돌아봤다.

“노을이가 귀여워서.”

내 말에 멤버들이 ‘그건 그렇지’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가사에 열중했다. 든든해서 웃었다는 말은 민망하니까 안 할 생각이었다.

* * *

프루티의 반응은 활동이 끝나고, 점점 더 강하게 오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에서 이미 활동을 시작한 카일룸의 ‘피디님’으로 알려져 있던 정해원이 가져온 뮤직비디오가 줄곧 인기 동영상 상위에 랭크되며 더욱 인지도가 커졌다.

[피디님 아름다웠다…….]

[피디님이 선겸이랑 같은 팀이였어?]

[피디님은 분명 일본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싶을 거야]

[퍼스트라이트 일본 활동 음악 만들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일본팬들을 돌봐주세요ㅠㅠ]

퍼스트라이트가 TRV에서 남은 기간은 일곱 달 보름 정도였다.

최동국 TRV 대표는 그 기간 사이, 퍼스트라이트의 일본 활동을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만약 퍼스트라이트가 다른 회사로 가게 된다면, 초기에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투자는 TRV에서 하고, 혹시 제대로 터져서 투어를 하게 돼도 그 돈은 다음 회사가 먹게 될 것이다.

아들인 최기문이 퍼스트라이트를 재계약에서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최동국 대표는 믿지 않았다.

이제 아들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더 바닥이 있었다. 방금 부사장에게서 온 전화가 마지막 한 방을 때렸다.

-대표님, 양이형 작가가…… 연락이 안 됩니다…….

“야, 이건 또 뭔 X 같은 소리냐…….”

최동국 대표는 뒷골이 땡겨 다시 드러누웠다.

신인개발팀 쪽에선 신인 그룹을 잘 준비 중이라고 보고하지만, 그게 진짜라면 직원들이 이렇게까지 무더기로 퇴사할 리 없었다.

심지어 퇴사 후에 이동하는 회사도 거의 한 군데였다. 정해원이 솔로 활동을 한 그 회사였다.

최동국 대표는 장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최동국 대표는 정해원 솔로 음원을 낸 그 소속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대표님.

“그래……. 이제 강 대표지?”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대표가 대표지. 아무튼 강 대표, 퍼스트라이트랑 계약할 거지?”

-글쎄요. 그래 주면 좋죠.

대답을 보니 거의 이야기는 끝난 모양이다. 최동국 대표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일본 대형이랑 오래 일했잖아.”

-예.

“일본 데뷔, 같이 준비해 보는 거 어때.”

어차피 여기서 초기 투자를 하면, 그 이득은 저쪽 대표가 볼 테니 TRV 쪽에서 일본 활동을 준비할 이유가 없다.

내년이면 3년 차. 어느 해인들 중요하지 않겠냐만, 지금 연차에서 8개월은 아주 긴 시간이었다. TRV가 앨범을 내지 않아서 반년을 날리는 건, 팀 입장에서 볼 때 큰 손해였다.

최동국 대표가 말을 이었다.

“어차피 그쪽 자금이 있어도 VVV엔터 일본 유통은 바로 쓰기 어려울 거 아냐. 우리 쪽이 사활을 걸고 밀어줄 테니까.”

-대신 일본 한정으로, 계약 기간을 늘리자는 말씀이신 거죠?

쭉 같이 가면 좋지만, 그건 파투만 부를 것 같아 최동국 대표가 얼버무렸다.

“같이 엔화 좀 벌어보자는 거지. 물론 해원이 그 친구가 원하지 않을 거 아는데.”

-아뇨, 제가 원하지 않는 겁니다.

바로 아티스트 보호를 하는 걸 보니, 더욱 화가 났다. 하, 이놈이 내 아들이었어야 했는데…….

최동국은 분통함을 누르며 말을 이었다.

“내 아들, 앞으로 엔터계 근처도 못 올 거고, 전문 CEO 외부에서 고용할 생각이야.”

-……상의 후에 이번 달 안으로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최동국 대표는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골골거리며 드러누웠다.

* * *

“떴다!”

연습실 바닥에 앉아서 영상을 기다리던 민지호가 말하자 멤버들이 그쪽으로 몰려들었다.

음악방송은 첫 주로 끝났지만, 새 소속사는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인 푸쉬에 들어갔다.

정해원이 뮤직비디오 촬영장이었던 예배당이 있는 눈밭에서 피아노 버전 프루티를 연주하는 특별 영상이었다.

신지운이 안주원에게 말했다.

“제안 잘했네.”

“그치?”

정해원이 연습하던 외부 연습실에 피아노가 있었는데, 거기 구경갔던 안주원은 정해원이 피아노 버전 프루티를 연주하는 걸 보고 특별 영상을 제안했다.

다행히 새 소속사는 그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홍 감독에게 연락해,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특별 영상을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제안한 것이 바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무대 욕심 많고, 늘 아이디어가 쌓여 있는 멤버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자금에 상관없이 그걸 다 이뤄줄 수 있는 소속사였다.

멤버들이 모여 영상을 보고 나서, 안주원은 반응을 확인했다.

[이게 그거야? 해원이가 X이앱에서 스포한 거? 주원이가 제안한 영상?]

[↳이거 맞는 듯ㅠㅠㅠㅠ 쭈어니 뭐야 우리 팀 왜 이렇게 천재만재들이야ㅠㅠㅠㅠㅠ]

[하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그 착장으로 피아노 버전을 준다고……? 햇살이들 죽이려고…….]

[심장 뜯겨져나감]

[으른미 뭐야……???]

[진짜 미쳤다 말이 안 나와ㅠㅠㅠㅠㅠ]

[자본의 맛……. 달다……]

[↳울 애들 아무래도 이쪽으로 옮길 것 같지!??]

[↳↳헐 이거 제발ㅠㅠㅠ]

[↳↳여기 일하는 거 너무 마음에 들어요ㅠㅠㅠ 뮤비랑 음방 말고 영상 올라온 게 얼마만인지ㅠㅠㅠ]

[타팀 프로듀싱에 솔로에 바쁘네 자기 팀도 신경 좀ㅠㅠㅠㅠㅠ]

[↳요즘 보면 팀 활동 관심 없는 듯ㅎ]

[↳퍼라 앨범 안 나온지 꽤 된 것만 봐도 응……]

[↳↳???해원이가 팀 활동에 관심 없어? 나랑 딴 세상 사나]

[↳↳↳저런 놈들 무시해 또 앨범 많이 내면 많이 낸다고 깔 새끼들임]

[regular_1228님이 올려주신 해원이 성장 짤 봤니 보다가 울었다ㅠㅠㅠ]

[↳ㅠㅠㅠㅠㅠ]

[↳눈물나ㅠㅠㅠㅠ]

[↳국선아 때 저화질 주눅든 거……. 지금 보니까…….]

[↳진짜 잘컸다ㅠㅠㅠ]

반응이 좋았다. 안주원이 알려주려고 복도에서 전화 중인 정해원을 찾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정해원이 말을 이었다.

“그럼 TRV 계약은 예정대로 종료하는데, 일본 활동 기간만 내년 말까지로 계약하자는 거예요?”

심각한 전화 같아서 조용히 다시 문을 닫고 들어가려는데 정해원이 말하는 게 들렸다.

“일단 멤버들 의견 먼저 물어보고요. 좋다고 하면, 대신에 주원이 개인 활동 계약을 조정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걔가 원하는 대로요. 그럼 용서까진 아니어도 뭐…….”

안주원은 문을 열고 다시 복도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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