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74화
잠시 후 합동무대, 모든 출연팀이 무대로 올라갔다.
정해원은 빅 블루가 있는 곳까지 가서 인사했고, 모든 빅 블루 멤버가 반기며 인사를 받아줬다.
[해원이 눈빛이 찐팬이야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행복해 보이네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무대 할 때 해원 후배님 표정 성덕이라 더 킹받음…….]
[↳자기가 작곡한 곡 아니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질리도록 들었을 텐데 너무 설레하잖아ㅋㅋㅋ]
[후배님한테 질투하면 안 되는 거지……?]
[↳해원 후배님이 스키퍼인거 아니까 시샘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내 아이돌이 예뻐하는 후배가 되고 싶으면 천재 작곡가 되면 됩니다☆]
[↳↳너무 어려운 거 아닙니까ㅠㅠㅠㅠ]
[비하인드 보니까 후배님 우리 안무 다 외우셨더라……?]
[↳데뷔팬인 나보다 찐팬이 아닌지…….]
[↳↳와 데뷔팬ㅠㅠㅠ 늦덕이라 부럽다ㅠㅠㅠ]
[↳↳↳늦덕이면 올해?]
[↳↳↳↳웅!]
[↳↳↳↳↳세상 사람들ㅠㅠㅠ 이거봐요 5년 만에 앨범내도 입덕이가 있다구ㅠㅠㅠㅠㅠ]
[↳↳↳↳↳와 감동 심하다…….]
[↳↳↳↳↳이게 컴백의 힘이구나ㅠㅠㅠ]
[↳↳↳↳↳아니 이 고인물들아 모이지 말아봐 뉴비 부담스러워서 도망가겠다구요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새삼스럽지만 5년 기다린 팬들 은근 만족시키기 힘들었을 텐데 기존팬 만족하고 새로 입덕까지 시키는 앨범 만든 게 너무 대단해ㅠㅠㅠ]
[↳준희가 후배님 찾아가 준 거 너무 고맙구ㅠㅠㅠ 후배님이 빅 블루랑 스키퍼 입장 생각해서 곡 만들어준 것도 천재고ㅠㅠㅠ 여러모로 이번 활동 진짜 꿈 같다……. 너무 최고였어…….]
[↳↳진짜 너무 최고였어ㅠㅠㅠ]
[근데 해원이 진짜 인맥 좋다 친한 선후배 왜 이렇게 많아?]
[↳프로듀서로 아는 팀만 두 팀에 희영 언니도 있으니까 진짜 많아 보여ㅋㅋㅋ]
[↳저렇게 바쁜데 맨날 자기 친구는 멤버들밖에 없다고 기만하는 거야……?]
[↳↳근데 그건 맞긴 해 선후배랑 또 친구는 다르니까ㅋㅋㅋ]
[해원이 일본 가서도 우석 후배님이랑 예쁜 카페 갔잖아]
[↳둘이 찐친이더라ㅋㅋㅋ]
[↳해원이 그렇게 정색하는 표정 처음 봐서 카일룸 후배님 팬분들 마음 알겠더라ㅋㅋㅋ]
[↳↳?? 무슨 사진? 난 웃는 거 밖에 못봤는데]
[↳↳↳(사진)]
[↳↳↳↳자연광 미쳤…….]
[↳↳↳↳해원이 안 웃을 때 진짜 까리하다]
[↳↳↳↳정해원 개존잘이네]
[↳↳↳↳근데 여기 사생홈이야…….]
[↳↳↳↳↳진짜????? 몰랐어 내릴게ㅠㅠㅠ]
[↳↳↳↳↳아 그래서 정색한 거였구나 어쩐지 해원이가 햇살이들 보고 저런 표정할 리가 없는데했다]
[↳↳↳↳↳와 진짜 징그럽다 TRV 뭐함? 아티스트 보호 안 해?]
* * *
시상식이 끝나고, 짧은 뒤풀이 중에 나는 강효준을 찾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헤드폰부터 내밀었는데, 강효준이 별 질문도 없이 그냥 헤드폰을 받았다.
잠시 내가 틀어준 음악을 듣더니 나에게 물었다.
“이거 뭐.”
“콘서트 편곡이요. 좋죠? 괜찮죠?”
“아니, 원하는 게 뭐냐고.”
카일룸의 일본 싱글을 편곡한 음악이었다. 카일룸의 컨셉에 맞게, 천사가 등장할 때 들릴 것 같은 느낌을 내려고 신경 썼다.
심심할 때 혼자 만들어 본 건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혹시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교환하려고 잘 아껴놓았다. 히히.
내가 만들기로 계약했던 앨범 수록곡이 아닌, 콘서트 편곡을 가져왔으니 강효준은 내가 원하는 게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내가 말했다.
“아, 이거 좋냐구요.”
“좋지, 당연히. 너도 좋은 거 아니까 들려주고 있는 거 아니야.”
“그래도 칭찬을 해줘야 내가 기분이 좋지.”
내가 바라는 게 있는 걸 알고 말을 아끼는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내가 알아서 정리하고 핸드폰을 보라고 흔들었다. 그리고 톡을 보냈다.
[안주원이 아직도 혹시 자기가 국선아 때 조작으로 올라간 걸까 봐 걱정해요 최종 순위 발표할 때 말고, 앞에 회차들에서요]
[근데, 혹시라도 진짜 조작이 있던 거면 리스크가 크잖아요]
[확인해 주시면 안 돼요?]
강효준이 확인하더니, 나에게 손을 까딱였다.
“먼저 파일 보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우리 콘서트 내년 초에 할 거야. 빨리 시작해야지.”
“제가 물어본 거 찾아볼 수 있어요? 자료는 있어요? 자신 있는 거예요?”
“나는 못 찾지만, 찾을 수 있을만한 사람은 아니까, 회유해야지.”
되게 쉬운 일처럼 말한다. 말하는 걸 듣다 보면 진짜로, 이 형과 스파이1이 손잡으면 VMC를 수월하게 먹을 것 같다.
나는 강효준을 믿고, 편곡한 파일을 넘겨줬다. 사실 뭐, 거래할 게 없었어도 그냥 넘겨줬을 거긴 하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바로 호텔로 돌아왔다.
각자 방에서 메이크업만 지우고, 다시 모여 편의점을 털었다. 물론 돈은 냈지만, 털었다는 말이 어울린다. 아르바이트생이 이게 맞나, 싶은 표정으로 엄청난 양의 먹거리를 계산했다.
아무리 우리 멤버들이어도 너무 많이 사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걸 결국 다 먹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편의점 하나를 때려먹고, 요즘 좀 많이 싸웠던 안주원과 좀 더 얘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황새벽은 먹을 게 끝나자마자 잠들었기 때문에, 우리 방에서 둘이서만 한 잔을 더 하기로 했다.
나는 무알코올 맥주를, 안주원은 맥주를 마시며 낄낄거리고 얘기를 하다가, 안주원이 말했다.
“너 카일룸 후배랑 카페 갔을 때 사생이 사진 찍었더라.”
“그새 찍었어? 카일룸 시큐리티분이 나보다도 먼저 알아보고 쫓아내시던데.”
“그런 건 말 좀 하고 그래라.”
“뭐, 너도 너 조작일까 봐 불안하단 말 우리한테 안 했잖아.”
“혹시 나 빼고 갈까 봐 그랬지.”
“그럴 리가 있냐?”
내 핀잔에 안주원이 중얼거렸다.
“사실, 너희도 속으로는 좀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내가 워낙 실력이 없으니까.”
“야이씨, 미친 거 아니야. 그랬으면 애들이 티를 냈겠지. 일단 민조가 그런 생각 들면, 표정 숨길 수 있는 애냐?”
“……하긴.”
“혼자 드럽게 고민 많네.”
“네가 할 소린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마음이 점점 편해진다.
우리가 이렇게 속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건, 이제 우리가 한 팀으로 움직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는 뜻일 거라고, 나는 나 좋을 대로 해석했다.
안주원의 잔이 비어서, 나는 빈잔을 채워주고 나도 무알코올 맥주를 한 캔 더 꺼냈다. 그리고 안주원에게 말했다.
“야, 우리 팀이 진짜 좋은 게 뭔지 알아?”
“뭔데?”
“내가 금주한다고 그러고 나서는, 늘 맨정신에 술자리 껴 있잖아. 그럼 한 잔까지는 괜찮다고, 권할 법도 한데, 그러는 사람이 없더라고.”
“너의 전두엽에 우리 팀의 미래가 걸려 있잖아.”
안주원의 진지한 농담에 나는 흐흐 웃었다. 그때 우리가 훈훈한 이야기 중인 걸 기가 막히게 눈치챈 황새벽이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얘들아. 나도 사랑한다.”
“아, 저거 또 술버릇 나왔다.”
내가 말했지만 안주원 역시 취해서, 술버릇으로 계속 웃는 미친놈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술버릇으로 술을 권했다.
“새벽아, 한 잔 더 할래?”
“아, 뭘 더 해. 쟤 이미 취했어.”
나는 안주원의 팔을 잡아 내려놓고, 황새벽이 사랑 타령하면 알려달라고 했던 막내즈에게 보여주려고 단톡방을 열었다.
[새부기 취해서 사랑 타령 시작함]
그러니까 박선재와 한효석이 먼저 나타났다. 황새벽이 둘을 보더니 가서 한 팔에 하나씩 껴안고 말했다.
“내가 너네 많이 아껴. 사랑한다, 내 동생들.”
“우와, 진짜다.”
박선재가 놀라워하고 한효석은 말했다.
“취하도록 드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지적질하는 모습까지도 사랑한다, 내가.”
황새벽의 사랑 타령에 우리는 다 웃고, 곧이어 민지호와 신지운도 우리 방에 다시 모였다. 그리고 구경을 마친 멤버들이 나가려 하니까 황새벽이 못 가게 붙잡았다.
“가지 마. 우린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 돼.”
그러니까 신지운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 이 형 누가 이렇게 술 먹였어.”
“왜! 같이 살고 같이 죽자!”
“민지호는 또 왜 이래.”
결국 황새벽의 진상짓을 민지호가 찬성하며, 아무도 못 나가고 또다시 모여서 떠들기 시작했다.
하여튼 그렇게 하루 종일 같이 스케줄하고도 또 북적북적 모여 있다. 늘 그랬다. 서로 싸운 멤버가 있어도, 모이자고 하면 무조건 모인다. 웃기는 놈들이다.
* * *
황새벽은 비행기 안에서 숙취 때문에 세상이 어지럽다며 수면안대를 쓰고 꼼짝도 안 했다.
옆자리인 내가 말했다.
“너 어제 멤버들한테 사랑한다고 800번쯤 말했어.”
“……영원히 안 하려고 한 번에 다 해봤어.”
그렇게 말하는 게 민망해 보였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신나게 놀렸다. 어차피 나는 취할 일이 없으니까 복수 당할 일이 없다. 흐흐흐. 억울하면 금주하시든가.
아무튼 그렇게 귀국해서, 바로 회사 연습실로 이동했다. 브엠뮤에서 ‘별빛’의 무대 반응이 워낙 좋아서, 다음 시상식들도 은근 부담이었다.
회사가 투자를 아끼다 보니 어떻게든 적은 예산 안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 스타일리스트 이예영은 적은 예산으로 의상비를 맞추느라 늘 고생이었다.
그래도 레드카펫 의상과 무대 의상을 통일하고 적절한 포인트에 예산을 몰빵해, 늘 내 눈엔 근사한 의상을 입혀줬다.
그렇게 다음 시상식 스케줄을 하고 있을 때, 강효준이 잠깐 방송국 주차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중요한 얘기 같아서 주차장으로 나가보니 강효준이 차에 타라고 턱짓했다.
내가 조수석에 앉고 나서, 강효준이 운전석에 앉아 차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까지 확인한 후 나에게 말했다.
“확인해 보니까 있더라, 주원 씨 조작.”
강효준의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강효준이 말을 이었다.
“20명 순위 발표.”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워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내가 국선아 때 탈락한 게 그날이었다. 베네핏을 포함해 21위. 나는 어쩌면 내 순위야말로 조작된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비호감인 출연자가, 거기까지 남아서, 21위로 떨어질 수가 있나.
나는 9위와 10위를 발표할 때도, 21, 20, 19, 18위 넷이 화면에 잡힐 때도 계속 방송의 중심이었다.
녹화 분위기도 정의 구현 같은 분위기로 몰아가서 진짜 세상에 다시 없는 쓰레기 빌런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날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숨 쉬는 게 답답해졌다. 강효준은 평소 같은 속도로 말하고 있는데, 그 사이, 사이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강효준은 내 숨소리가 이상한 걸 알았는지, 말의 속도를 올렸다.
“방송에서는 주원 씨가 18위였잖아. 지금 확인해 보니까 10위더라고. 물론 그 앞에 그냥 조작으로 들어간 두 명이 있으니 사실상 8위지만.”
“…….네?”
잠깐만.
어?
“알잖아, 9위까지가 데뷔 조니까 10위에 스포트라이트 많이 가는 거. 팬들도 데뷔를 못하게 될까 봐 훨씬 간절하게 투표하게 되고.”
“……네.”
“그 10위랑 18위의 순위를 바꿨더라고.”
“…….”
지금까지 안주원은 자기가 18위였는데, 마지막에 9위, 조작으로 올라간 멤버 둘을 제외하면 사실상 7위였지만, 어쨌든 큰 순위 변동으로 데뷔 조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 조작 논란이 커지는 것을 별수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10위. 그러니까, 안주원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였던 것이다.
근데 바꿔치기면…….
“그럼 그때 10위가…….”
나는 그때 10위를 떠올렸다.
우하정. 나와 같은 소속사였던 구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