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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83화 (18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83화

한때 6인 지지자에서, 7인이 아닌 퍼스트라이트는 상상할 수 없게 된 @minjojo_는 가슴팍을 부여잡았다.

"우리 애들…… 다 컸어……."

TRV는 작은 회사가 아니었다. 1, 2세대에는 심지어 1강 티케 엔터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소속사로 불렸다.

다른 건 없어도 짬만큼은 있는 TRV였기 때문에, 팬들은 소속사에서 내주는 퀄리티에 어느 정도 타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소속사를 옮기고 열흘 남짓 만에 공개한 컨셉 포토를 보니 지금까지 TRV가 아무런 고민 없이 앨범을 냈었다는 것이 확 느껴졌다.

첫날에도 시끌시끌했지만, 두 번째 컨셉포토에서 첫 번째 컨셉포토와의 유기성이 드러나자 반응이 폭발했다.

@minjojo_는 컨셉포토를 넋 놓고 보고 있었다. 모든 멤버의 사진이 다 마음에 들었고, 최애인 민지호도 더할 나위 없었다.

늘 발랄하고 시끌시끌하던 민지호가 예쁜 얼굴로 오만한 표정을 짓는 사진에 민지호 팬들이 뒤집혔다.

[포카 무조건 가져야만…….]

[민프들 살아있니ㅠㅠㅠ]

[컨포 때문에 잠이 안 와ㅠㅠㅠ 미치겠어ㅠㅠㅠ]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과일 같다…….]

[↳과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뭔지 알겠어ㅋㅋㅋㅋㅋㅋㅋ]

나머지 멤버들의 사진도 반응이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케이팝팬들이 모여 있는 곳은 전부 퍼스트라이트의 컨셉포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minjojo_는 굳건한 차애로 자리매김한 정해원의 컨셉포토도 이어서 넋을 놓고 뜯어봤다.

"미쳤나 봐. 진짜 얘 얼굴 뭐지?"

컨포1은 그래도 마태오를 해서 익숙한데, 컨포2는 대비 없이 쌩으로 날아오는 충격이었다. 약하게 펌이 들어간 청회색 머리칼에 은줄로 된 진주 목걸이로 과한 컨셉을 줬는데도 전혀 과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냥 뱀파이어로 태어난 사람 아님?]

[진주도 손에 쥐고 태어났을 듯…….]

[X발 정해원이 나 죽이러 왔으면 좋겠다 죽어줄듯]

[↳아니ㅋㅋㅋㅋㅋㅋㅋ너무 과격하신거 아니냐구요ㅋㅋㅋㅋㅋ]

SNS를 검색해 쭉 읽다가, 중간에 꼴 보기 싫은 아이디를 발견했다.

[@d00m_fls : 노래 못하니까 잘생기기라도 해야지]

까가 빠가 된다고, 정해원 관련 글마다 기분 나쁜 댓글만 달다가, 얼마 전부터 사생홈을 운영하고 있는 아이디였다.

[@d00m_fls : 안 그래도 인상 더러운데 컨포1은 빼줬어야 하지 않나……. 본인 멘탈 괜찮대? 이렇게 찍어도?]

[@d00m_fls : 컨포2 X발]

[@d00m_fls : 혐이는 왜 저렇게 생겨 가지고 홈마 뛰게 하니]

건강하지 않은 덕질이란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minjojo_는 고민하다가 보이드 엔터에 사생홈으로 신고를 했다.

정해원은 여전히 다른 멤버에 비해 확연히 악플이 많고, 여러모로 화제성이 있어 루머글도 SNS고 유튜브 렉카고 많은 편이었다.

TRV는 악플 PDF를 보내봤자 별 반응도 없고, 심지어는 그걸 이용해 정해원에게 악플까지 달았기 때문에 퍼스트라이트 팬들도 기운이 빠져 있었다. 그래도 바뀐 엔터에는 좀 더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신고한 메일에 거의 바로 답장이 왔다.

[해당 홈에 관해서는 소속사에서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하고 공지하겠습니다. 항상 저희 아티스트를 아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이드 엔터

강효준 배상]

"……뭐야, 일하네?"

낯선 소속사 반응에 얼떨떨해하고 있을 때, X이앱 알람이 떴다.

[해원이 왔어요!]

"하, 개귀여워. 컨포는 저렇게 찍어 놓고……."

@minjojo_는 한결 편안해진 기분으로 X이앱을 켰다.

* * *

백야에서 극야로 넘어가는 컨셉은 멤버들과 정규 1집을 낼 때부터 생각했던 부분인데, 그게 뱀파이어 관련 설정과 잘 맞아떨어졌다.

컨셉포토 반응이 좋아서인지, 멤버들 모두 무지하게 들떠 있었다. 연일 녹음과 재녹음, 안무 연습이 쉴 새 없이 짜여 있었는데도 다들 표정이 밝았다.

그래도 한편으로 긴장도 컸다. 다들 작년에 개인 활동을 어느 정도 하면서, 개인 인지도를 꽤 끌어 올렸지만, 아이돌로서의 인기는 또 그 개인 인지도와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7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던지라, 팬들의 반응이 걱정스러웠다. 컨셉포토는 좋아해 줬지만, 음악을 좋아해 줄지도 걱정이다.

그나마 최기문 덕에 7개월로 공백기가 끝나서 다행이지, 최기문이 아니었으면 반년의 공백기가 더 생길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분이다. 히히.

1월 내내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단체 X이앱 이후에 X이앱을 못한 것 같아서, 나는 X이앱을 켰다.

머리도 어차피 컨포에서 공개된 청회색이었기 때문에, 직원들도 괜찮다고 했다.

내 작업실에서 X이앱을 켜니 곧 햇살이들이 들어왔다. 나는 내 작업실 소개를 먼저 해주고 나서, 채팅창을 확인했다.

[해원아 어느 쪽 뺨이 더 말랑말랑해?]

"뺨이요? 음, 잠깐만."

나는 햇살이들 말에 최대한 정확한 답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양쪽 뺨을 손으로 만져봤다.

"오른쪽? 아, 오른쪽이 더 말랑말랑하네."

내가 말하고 채팅창을 봤더니 'ㅠㅠㅠ'와 'ㅋㅋㅋ'로 덮여 있었다.

"놀린 거야? 진짜 궁금한 게 아니에요?"

하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어느 쪽 뺨이 말랑한지가 뭐가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뭐, 햇살이들이 재미있어 보이니 됐다.

내가 생각하며 따라 웃는데 믹스테이프 작업을 하던 신지운이 작업실로 들어왔다.

멤버가 오면 햇살이들이 누구인지 추측하는 것도 재미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신지운이 바로 화면에 안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받아주고 말을 했다.

"끝났어?"

"응."

[지운이네ㅋㅋㅋ]

[지운이야??]

나는 그걸 보고 신기해서 말했다.

"햇살이들 대단하다, 진짜 한 글자 말했는데 누군지 아네."

"원래 서로 사랑하면, 다 알게 되는 거지."

신지운이 말하며 의자를 끌고 와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인사를 한 후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햇살이들, 있잖아. 우리가 1월 1일에 06 둘이 성인이 돼서 술을 마셨거든?"

"아, 그 얘기 하지 마."

"진짜 이거 해야 돼. 새벽이 형이 술버릇이 바뀌었단 말이야. 원래는 취하면 사랑한다고 했는데, 이제 자기 사랑한다고 해달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더도 사랑 받고 싶어ㅠㅠㅠㅠㅠㅠ]

"근데 막내즈가 다 자서 우리가 막 사랑한다고 해줄 사람이 안 남은 거야. 나랑 주원이랑 이 형은 약간 그런 말 잘 못 한단 말이야. 해원이 형은 부모님이랑 햇살이들한텐 잘해. 우리한테 안 하지. 우린 자기 건드는 것도 싫어해."

"아."

"이거 봐."

신지운이 말하다 머리를 쓰다듬어서 나는 정색하고 피했다. 신지운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일부러 좀 더 취하려고 마시고, 새벽이 형한테 돌아가면서 사랑한다고 해줬더니 형은 만족해서 자더라? 근데 해원이 형이, 취하면 막 정리를 한단 말이야. 이 형이 술을 아예 안 마시잖아? 그러니까 그날 별로 많이도 안 마셨는데 취했더라고."

"나 내가 그렇게 술 못 마시게 됐는지 몰랐어."

"내 말이. 원래 주량 되게 쎘었는데. 아무튼 그날 우리가 이삿짐이 진짜 많았거든. 그래 가지고 내가 형한테 저쪽 숙소에 정리할 거 많다고 알려주니까 진짜 열심히 정리하더라고."

"진짜 나빴다. 취한 사람을 일을 시키냐?"

"형이 좋아하니까 말해준 거지."

"못됐지. 다음 날 일어나보니까 근육통이 있더라고."

"아, 뭐래. 형이 나랑 주원이 형 얼마나 부려 먹었는데. 이 형이 취해서 안 하면 막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안 할 수가 없는 거야. 우리도 다 근육통 있었어."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라데이션즈 신나는 1월 1일을 보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술 마시다 말고 이삿짐 정리했냐궄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껴서 술 마시고 싶다]

[우리 집도 와줘 장모님이 좋아하실 거야]

햇살이들이 웃느라 정신이 없다. 민망해서 얼굴이 뜨거웠다. 다시 막냉이 성인 되는 날까지 금주해야지…….

신지운이 말을 이었다.

"그러고 다음 날 막내즈가 엄청 좋아하더라고."

"아, 맞아. 좋아하더라."

"이삿짐 정리 진짜 귀찮은데 형들이 다 해놨으니까 좋지. 그것도 해원이 형은 거의 인테리어 잡지 사진처럼 정리해 놔서, 지들이 하는 것보다 백 배 낫거든. 아, 그거 찍어서 햇살이들 보여줘야겠다. 숙소 가면 찍어서 X버스 올릴게영."

그렇게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햇살이들과 수다를 떨며 좀 더 놀다가 인사한 후에 X이앱을 껐다.

X이앱이 끝난 후에, 모니터하던 직원이 말해줬다.

"해원 씨, 지운 씨. 말랑버터랑 그라데이션이 실트예요."

"말랑버터는 왜요?"

"몰라도 돼."

내가 말했지만 신지운이 바로 핸드폰을 켜더니 말랑버터를 검색했다. 팬들이 이미 내가 양쪽 뺨을 찔러보며 고민하는 부분을 잘라 올려놨다.

"멤버들 보여줘야겠다."

"돌았나, 진짜."

내가 진짜로 감정을 실어서 등짝을 때렸는데도 신지운이 낄낄거리며 그 영상을 단톡방에다 공유했다.

[신지운 : (영상)]

[민조♥ : 해원이 형 기여웡♥]

[아니 햇살이들만 보고 귀여워해 줘야지 이걸 왜 여기 공유하냐고…….]

[효식♥ : 다른 멤버들이 본받을 점이니까 공유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형]

[새부기 : 오늘도 배움을 얻었다]

하, 미친놈들…… 어질어질하다…….

그래도 탈TRV하고 애들이 많이 밝아진 것 같아 좋은 것 같기도 하고…….

* * *

정해원의 솔로, 프루티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작업한 OIN 스튜디오, 홍 감독은 촬영에 앞서, 퍼스트라이트의 정규 앨범 타이틀 '몬스터'를 다시 한번 듣고 있었다.

프루티와 연계되는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몬스터의 뮤직비디오 역시 홍 감독에게 맡기자고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이 의견을 모아왔다. 홍 감독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하, 세다. 좋아. 진짜 계속 들어도 좋네."

홍 감독이 감동하자, TRV에 있을 때부터 종종 작업해와 편한 사이인 보이드 엔터 A&R팀 박선혜 팀장이 말했다.

"너무 재촉한 것 같아서 좀 그러네."

"에이, 이 정도면 여유 있죠. 그리고 지금 우리 스튜디오가 누구 때문에 바쁜데, 해야지."

퍼스트라이트는 소속사가 바뀐 뒤에 이런저런 준비를 끝내느라 컴백 17일 전에서야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OIN 스튜디오와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프루티 이후, OIN 스튜디오의 스케줄이 빡빡했다. '프루티처럼 해달라'는 요청이 대놓고 들어올 정도였다.

박선혜 팀장이 말했다.

"프루티가 진짜 미치긴 했어요. 난 홍 감독님이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 또 처음 알았네."

"그치? 그거 진짜 잘 만들었죠?"

"역작이죠, 역작."

홍 감독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즐겁게 만든 결과물만 한 것이 없다.

이번에도 제작비 넉넉하고, 음악 죽이고, 비주얼 디렉터의 전달 사항들도 전부 좋았다. 아직 촬영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뭔가 나올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홍 감독이 말했다.

"이번에 역대급 한번 나올 것 같은데."

홍 감독이 장담했고, 박선혜 팀장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컨셉포토 반응부터 워낙 좋았다. 일찍부터 공개하는 보람이 있을 정도로 새 정규 홍보를 제대로 해주고 있었다.

애초에 촬영 단계에서부터 보이드 엔터의 직원들이 '우리 멤버들의 얼굴을 화끈하게 자랑해 보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임했기 때문에, 반응이 올 거란 건 예상했다. 이 정도로 큰 반응일지 몰랐던 것뿐.

두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촬영장으로 풀세팅이 끝난 퍼스트라이트 일곱 명이 걸어 들어왔다.

박선혜 팀장이 자기도 모르게 허허 웃었다.

"저 팀을 못 띄우면 회사가 삽질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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