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85화
2025년 2월 2일에 하이라이트 메들리, 3일과 4일에 티저가 하나씩 공개되었다.
[백야가 끝나고 극야가 시작되었다]
티저는 안주원의 안정적인 내레이션과 함께, 별이 빛나는 밤하늘로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하이라이트가 들렸다.
[Tell me who's the monster!]
황새벽의 락 냄새 물씬 풍기는 고음에 팬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됐다 티저만 들어도 이거 된다ㅠㅠㅠㅠㅠ]
[하 타이틀 X나 선 넘네ㅠㅠㅠ]
[근데 몬스터에서 마태오 들리는 거 맞지?]
[↳와 X발 다시 들어보니까 들리네????]
[↳미쳤다 코난 햇살이들이 추측한 거 다 맞았어ㄷㄷㄷ]
[기사 떴다!!!!!!!!!!!1]
[↳퍼스트라이트 정규2집 타이틀 '몬스터'는 강렬하면서 묵직한 808베이스를 즐길 수 있는 곡. 몬스터를 작사, 작곡한 정해원은 '내가 괴물인지, 상대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의 순간'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가 괴물이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극야는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이드 엔터는 '더 라이징 경연곡이었던 마태오, 정해원의 솔로곡 프루티, 몬스터로 이어지는 유기성을 즐겨 주시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진짜 마태오-프루티-몬스터네]
[햇살이들 왜 이렇게 능력자 많아???]
[뮤직비디오도 프루티 때처럼 OIN 스튜디오더라ㅎㅎ 이미 퀄 보장임]
[↳홍 감독니뮤ㅠㅠㅠㅠㅠ]
[↳평생 함께해요ㅠㅠㅠㅠㅠ]
[진짜 해원이 대단해ㅠㅠㅠ]
[해원이 칭찬감옥 가두자]
[나 해원이 더 칭찬해주고 싶은데 와 X발 미쳤다 개천재다 이거밖에 안 나와ㅋㅋㅋ]
[↳말이 나오는 게 어디야 나는 그냥 울어ㅠㅠㅠ]
[↳↳친구야 나도ㅋㅋㅋㅋㅋㅋㅋ]
* * *
VMC 이춘형 이사는 날이 바짝 선 상태였다. 미친 듯이 뛰어오른 초동은 해외 인기가 부쩍 늘었으니 그래도,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라이징 때에 이어서, 또 한 번 '뭔가 벌어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유의미한 팬 유입의 흐름을 많은 케이팝 팬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이춘형 이사의 수행비서는 이춘형이 시킨, '퍼스트라이트의 여론을 악화시킬 건수'를 찾아, VMC와 긴밀한 관계의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린 후였다.
여기서 뭐 하나 찾아내지 못하면, 이춘형 이사는 미쳐서 그 더러운 성질을 드러내 지랄을 떨어댈 거란 걸 측근들 모두 알고 있었다.
원래는 연애 쪽을 먼저 털어보려 했으나 정말로 먼지 한 톨조차 나오지 않았다. 멤버들은 거의 봉쇄 수도원 수도자들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기야 애초에 터뜨릴 만한 열애설이 있었으면, TRV가 이렇게 순순히 놓아주기 전에 먼저 터뜨렸을 것이다. 그러니 이 부분은 그렇다 치고.
이춘형의 수행비서는 멤버들과 같은 학교 학생들의 SNS를 뒤지는 작업에 들어갔다.
학교 다니면서 싸움 한번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비록 멤버들이 대부분 일찍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사생활 관리에 들어갔겠지만 허점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특히 그 일곱 명 멤버들의 인상만 봐도, 사고 한번 안 치고 학교를 졸업하는 건 팬들의 희망 사항일 뿐일 것이다.
수행비서는 인스타그램을 한두 개 들어가 보고도, 학폭 문제에서 제외할 멤버를 쉽게 고를 수 있었다.
[선재가 아이돌 된 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지 않냐ㅋㅋㅋ진짜 천연기념물 같은 애였는데ㅋㅋㅋ]
[↳그니깐ㅋㅋㅋㅋㅋ오디션 볼 때까지도 동요 좋아하던 애기였는데ㅠㅠㅠ]
[↳남자애들이 괴롭히려고 하면 여자애들이 막 지켜주고ㅋㅋㅋㅋㅋㅋ]
[↳선재 진짜 우리 반 여자애들이 자식처럼 길렀는데……. 남자가 됐어……. 세월 무상하다ㅠㅠㅠ]
[↳↳나두ㅠㅠㅠ]
세월 무상……? 이제 갓 성인 된 것들이 세월 무상…….
수행비서는 진한 현타를 느끼며 박선재의 학창 시절 파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포기한 건 정해원이었다.
애초에 친구가 없는 걸로 알려져 기대도 안 했지만, 깊이 파보면 파볼수록 더더욱 고립된 섬 그 자체였다. 게다가 더 파봤자 미담만 나왔다.
물론 안주원만큼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난 안주원 성직자 될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X나 착해서 영자회수할줄ㅋㅋㅋ]
[↳그전에 trv가 데려갔네ㅎㅎ]
[↳주원이 그때 번화가만 가면 엔터 회사 명함 받았는데……. 걔가 거절 못 해서 친구들이 거절해 줬었지ㅎㅎ]
[↳이 X같은 엔터계에서 너덜너덜해질까봐 친구들이 걱정했었는데 같이 데뷔한 멤버들 인상 보고 안심했잖아]
그래. 어차피 여기까지는 기대도 안 했다.
평생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발레 외길이다가 아이돌이 된 한효석도 파봤자 멋진 사진밖에 없었다. 황새벽은 거의 전교생이 사랑한 인기인이었고, 말수가 적은 게 멋있었는데 피곤했던 거였다…… 라는 뒤늦은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뿐.
민지호는 '춤추는 애', '춤 좋아하는 애', '춤이랑 음식 얘기만 하던 애'로 단순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한 명이 남았다.
이춘형 이사는 물론 기자들까지도 모두가 의심한 신지운.
다행히, '이놈은 분명 뭐가 있다'라는 수행비서의 확신을 저버리지 않았다.
[신지운 X발 X나 개싸가지 새끼라 멤버들 걱정 된다ㅎㅎ]
[진짜 걔랑 어떻게 같이 사냐]
역시! 인성 논란!
수행비서는 눈이 번쩍 뜨인 기분으로 SNS를 좀 더 파헤쳤다. SNS를 타고, 타고 넘어가 뒤진 결과, 언급을 찾았다.
[그 새끼 진짜 미친놈이지 않았냐ㅋㅋㅋㅋㅋㅋ장래 희망 래퍼나 신부라고 해서 X나 어이없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국선아 X같이 끝나고 자기 신학대 간다고 지랄해서 반 애들이 말렸잖아ㅋㅋㅋㅋㅋㅋ하느님이 너 안 받아 준다고ㅋㅋㅋㅋ]
[↳근데 지도 지 성깔 알아서 납득함ㅋㅋㅋㅋㅋ]
[↳나 아직도 기억나는 거 담임쌤이 그거 듣더니 걱정돼서 지운아, 선생님은 신학대가 네 적성이 아닌 것 같아…… 이러셨다곸ㅋㅋㅋㅋ]
[↳↳참스승이시짘ㅋㅋㅋㅋㅋㅋ]
……슬슬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수행비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억누르고 계속해서 SNS를 뒤졌다.
그리고 드디어. 건수를 잡아냈다.
[맞다 한 번 학폭 위험했던 거 있는데]
역시!
[우리 반 어떤 애가 맞고 온 적 있음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신지운이 가서 패고 온다고 해서 걔 친구들이 X나 말림ㅋㅋㅋ]
[↳옹 이때 맞은 거 난디 너 누구임?]
[↳↳명우]
[↳↳↳오 명우 오랜만 그리고 저거 진짜임 신지운 나대서 어이없는데 쫌 고마웠다ㅋㅋㅋㅋ]
[↳신지운 '내사람' 이거 X나 심하잖아 멤버들 개피곤할 듯ㅎㅎ]
[↳하 이거 우리가 안 말려줬으면 이미 학폭 논란 떴다]
"하……."
수행비서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X 같은 새끼들, 왜 생긴 대로 안 노냐……."
그렇게 욕을 퍼붓고 있을 때, 기자 하나가 사진을 보냈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수행비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퍼스트라이트의 멤버 한효석이 딱 봐도 아이돌 연습생이거나, 같이 발레 하던 또래 여자와 비스트로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검은색 버킷햇을 푹 눌러쓰고 있었지만, 한효석이라는 것을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있었다.
* * *
기자회견이 끝나고, 저녁 여덟 시부터 시작하는 컴백 쇼케이스 두 시간 전.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모두 업로드되었다. 햇살이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야 나는 안도해서 주저앉았다.
혹시 나 때문에 망할까 봐. 진짜 그게 그렇게 걱정이 됐다.
뮤직비디오 반응을 확인한 멤버들이 신이 나서 X버스에 글을 올렸다.
[민조 : 햇살이들 나 멋찌지!!!!!!!!!1]
[지우니 : 나 내가 잘생긴 줄 알았는데 잘생쁨이더라?]
햇살이들이 그걸 보고 다 이쁘다, 이쁘다 받아주는 걸 보니까 나도 욕심이 났다. 그래서 슬그머니 X버스에 글을 올렸다.
[해원 : 햇살이들 저도 예뻐요?]
하. 너무 속 보인다. 그렇게 이쁨받고 싶냐…….
나는 나라는 인간에게 원래도 좀 질려 있었지만, 오늘 아주 본격적으로 질리는 기분이었다.
당연히 햇살이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댓글로 오구오구 해줬다. 미안하니까 이제 안 그래야지…….
* * *
컴백 쇼케이스 대기실.
보이드 엔터 강효준 대표는 긴장한 상태로 그곳에 들어섰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처음 시작한 엔터 회사의 첫 번째 컴백이었다.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마찬가지로 긴장한 멤버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강효준은 오히려 마음을 놓았다.
비율이 좋다고 모든 옷이 잘 맞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퍼스트라이트 멤버들과 국선아 때부터 함께 일해온 스타일리스트 이예영은 이미 멤버들에 대하여 통달한 상태였다.
우리 애들이지만, 참 잘생겼네.
강효준이 내심 감탄하고 있을 때, 카페인을 거의 한약 마시듯이 벌컥벌컥 들이켜던 정해원이 한효석의 사진을 찍고 있는 황새벽에게 말했다.
"이야, 효식이 진짜 잘생겼다."
"심각하지."
"잠깐만."
정해원이 가서 한효석의 머리칼을 정리하고 고개를 약간 돌렸다.
"이 각도지."
"아, 저 잘생겼다면서요. 왜 이렇게 까다로워요."
"으응,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형 믿어."
정해원이 말하고 돌아오자 황새벽은 한효석의 얼굴을 계속해서 촬영했다. 그 셋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멤버들이 틈만 나면 서로를 찍어주고 잘 나오는 각도를 찾아주고 있었다.
멤버들은 물론, TRV에서 함께 온 강영호 매니저를 포함한 다른 퍼스트라이트팀 스태프들도 멤버들을 어떻게든 더 잘생겨 보이게 하려 애쓰는 걸 보던 강효준이 정해원에게 말했다.
"너는 너네가 잘생긴 게 그렇게 좋냐?"
"……말이라고 해요? 그리고 형이 대푠데, 형이 제일 좋아해야지."
"난 네가 좋은 곡 뽑아오는 게 더 좋지."
그렇게 말하자 황새벽이 말했다.
"아, 형. 재촉하지 마요. 안 그래도 쟤 과로사할 것 같은데."
"괜찮아, 이십 대 초반에는 일 좀 많이 한다고 안 죽어."
그 말에 정해원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저 형이 나보다 더 심해."
그러자 황새벽이 다시 한소리 했다.
"둘 다 똑같지. 아니, 뭐 둘 중 하나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서로 신나 가지고."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정해원도 강효준도 할 말이 없었다. 그 모습에 박선재가 감동해서 황새벽에게 말했다.
"형, 드디어 형이 해원이 형 말로 이겼어!"
"그치, 이건 이길 수 있지."
황새벽이 대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쇼케이스가 시작되려는 찰나.
강효준이 핸드폰을 확인하고 멈칫했다. VMC에 있는 친한 동료 직원의 연락이었다.
연예부에서 찍은 듯한 사진을 보냈는데, 거기 한효석과 또래 여성이 찍혀 있었다.
"효석아."
강효준이 부르자 바로 나가려던 한효석이 다가왔다. 그리고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멤버들도 우르르 몰려왔다.
강효준이 사진을 보여주자 정해원이 먼저 말했다.
"어, 이수 누나다."
그 말에 강효준이 바로 안심해서 한숨 쉬었다.
"효석이네 누나분이시구나."
그 사진을 보더니 한효석이 말했다.
"컴백하면 당분간 못 볼 것 같아서 누나 밥 사줬어요. 여기 가보고 싶다고 해서."
"그래……."
그렇게 안심하는 사이, 정해원은 이미 한효석의 누나에게 전화 중이었다.
"아, 누나. 진짜 죄송한데, 인스타에 효석이 사진 좀 올려주시면 안 돼요? 어떤 기자가 누나랑 효석이가 있는 사진 찍었나 봐요……. 넵,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자 한효석이 말했다.
"금방 퍼질 거예요. 저희 누나 약간 인스타 셀럽이거든요. 그냥 발레 하다가 인스타 좀 한 건데 그렇게 됐어요."
그 후 더 지체할 시간이 없어 멤버들이 스테이지로 올라가고, 강효준은 인스타그램에 한효석의 누나가 아까 사진에서 본 비스트로에서 한효석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
[동생한테 얻어먹는 누나…….]
그걸 보면서 강효준은 안심하는 한편, 뒤늦게 자신이 굳어 있는 사이 모든 상황이 종료된 걸 알았다.
빨리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강효준이 후회하며 다시 핸드폰을 보니 정해원에게서 톡이 와 있었다.
[정해원 프로듀서님 : 사진 바로 보여줘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 강 대표ㅋㅋㅋ]
어이가 없어서 강효준이 흐흐 웃었다. 아이돌이 대표 긴장을 풀어줬다는 게 약간 민망했다. 강효준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몬스터'의 첫 번째, 관객이 있는 무대. 이제, 팬들의 진짜 반응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