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87화
정해원 사생으로 유명해진 @d00m_fls는 VMC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직원이 말했다.
"아, 보이드 엔터 대표님이 저희 대표님 외조카 되시거든요. 아무래도 이렇게 꽉 막히게 구는 게 걱정이 돼서요."
"무슨 회사를 이따구로 운영해요."
"서툴러서 그렇죠. 너무 화내지 마세요. 그, 저도 뭐 그쪽 대표님 눈치는 봐야겠지만. 그래도 꼭 들어가고 싶은 스케줄 있으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다 둥글게 둥글게 가야죠."
듣던 중 이렇게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약속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d00m_fls는 곧, 보이드 엔터에서 공지한 3월 스케줄을 발견했다.
* * *
[3월 6일 일본 데뷔 확정]
그리고 그다음 날, 일본의 화제성 좋은 아침 방송에서 데뷔가 확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3월 29일, 30일 양일 퍼스트라이트 팬미팅 '파일럿']
그리고 팬미팅 공지.
정규 활동이 마무리되며 내심 팬미팅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환호했다. 이렇게 알차게 활동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한 상태였다.
[양일이다!!!!!!!]
[올해 팬미팅 무조건 간다]
[제발 내 자리 있게 해주세요ㅠㅠㅠ]
[와 이렇게 매달 일정 있는 게 정상이었지…….]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드디어 정상화 된 느낌ㅋㅋㅋㅋㅋㅋ]
[↳X같은 TRV…… ㅎㅎ]
그렇게 신나 하고 있을 때, 자제컨텐츠 하나가 올라왔다.
[어? 지난주에도 주원이 셀프캠 올라왔는데 또……?]
[오류 아님?]
공식 유튜브에 새롭게 올라온 자컨 썸네일은 맏형들이었다.
[브이로그#1 : 04즈]
그리고 카메라를 직접 조정하는 정해원이 등장했다.
"짠, 햇살이들 안녕."
그렇게 인사하자 옆에서 황새벽이 핀잔했다.
"너 브이로그 본 적 없지? 브이로그는 이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시작부터 노부부 바이브ㅋㅋㅋㅋㅋ]
[볼 때마다 우리 부모님 대화 패턴 존똑이야]
정해원이 말했다.
"오늘은 커튼 바꾸고, 현관이랑 베란다 청소를 할 거예요."
그러자 황새벽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저희가 부려 먹는 거 아니에요. 얘가 좋아해서 하는 거예요."
"카메라 보고 말하는 거 아니라며."
"네 바이브에 맞춰주는 거지, 내가."
황새벽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하고, 정해원은 커튼을 바꾸기 전에 베란다를 청소한 후, 이어서 현관 청소를 시작했다.
그걸 구경하던 민지호가 물었다.
"해원이 형, 원래 현관도 청소 해야 돼? 계속 밟을 건데? 거긴 밖 아냐?"
[와 지호가 내 마음의 소리 말해줬어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방송에서 정색하는 거 처음봤닼ㅋㅋㅋㅋㅋㅋㅋㅋ]
[일하는 거 진짜 시원시원하네]
[↳울 엄마 해원이가 일 잘해서 재밌대]
[↳↳우리 엄마도ㅋㅋㅋ 살림 잘하는 사위 마음에 든대 다행이다 반대 없이 결혼할게]
[↳↳↳?]
[↳↳↳덥지도 않은데 더위 먹었어?]
그사이 04즈 브이로그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멤버들이 우르르 거실로 나왔다. 안주원이 말했다.
"일하는데 보고만 있는 거 미안하네."
그러자 신지운이 핀잔했다.
"야, 뭐가 미안해. 우리가 해도 이게 청소한 거냐고 엄청 뭐라고 하잖아."
"그건 그렇지……."
"저건 취미 생활이야. 즐기게 놔둬야 돼."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한효석이 신지운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 이모님이 해원이 형 때문에 할 일 하나도 없다고 빵 만들어 주실 땐 좋아했잖아요."
"맛있잖아, 갓 구운 빵……."
신지운이 수긍하는데 원래 있던, 커튼을 뗀 정해원이 손짓해 불렀다.
"어이, 백구십."
"아니라고. 아니야."
신지운이 투덜거리면서도 가서 손을 뻗어 커튼 봉에 새 커튼을 달았다. 그러자 민지호가 말했다.
"형, 백구십이어도 강아지일 수 있어!"
"그래?"
"오로지 귀여움으로만 승부해! 그게 정정당당한 거야!"
"왠지 그럴듯해."
신지운이 중얼거리며 계속 손을 움직여 커튼을 달았다. 지켜보던 박선재가 안주원에게 말했다.
"형이랑 나랑 같이 고른 커튼이다."
"응, 우리 진짜 잘 골랐다."
"커튼만 바꿔도 숙소 분위기 확 다르네."
그렇게 커튼까지 끝나고, 민지호가 정해원에게 물었다.
"형, 청소 끝났어?"
"응."
"그럼 그거 해, 손으로 지이잉하고 카메라 가리는 거."
그러자 정해원이 웃더니 손을 흔들었다.
"햇살이들 안녕."
인사를 끝내고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며 브이로그가 끝난 후, 감동한 팬들의 눈물이 이어졌다.
[아니 애들 이렇게 무해해도 되냐ㅠㅠㅠ]
[커튼 다는 걸 옹기종기 모여서 보고 있을 일이냐구ㅠㅠㅠ]
[주마다 자컨을 주다니ㅠㅠㅠㅠㅠㅠ]
[혹시 보이드 자컨 자주 주는 거 아냐? 설레발인가?]
[퍼라 팬들 자컨 한 주에 한 개씩 준다고 좋아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퍼라 팬들 진짜 행구마여 뭘 던져줘도 신나해ㅋㅋㅋㅋㅋㅋ]
[↳전 소속사가ㅎㅎ]
[↳시련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지ㅎㅎ]
[↳우리 원래 몇 달에 한 개 줬음ㅎㅎ]
[↳심지어 멤버들이 직접 찍어와야 만들어줬다…… ㅎㅎ]
[↳↳엥 진짜?]
[↳↳↳ㅇㅇ진짜임]
* * *
정규 앨범, '몬스터'의 활동이 끝났다.
우리는 우리가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구나, 라는 것을 여기저기에서 실감했다. 2주 차에 앨범 판매량은 선주문량, 68만 장을 넘겼다.
회사의 사활이 달린 우리의 성공을 바라보던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대표가 회사에 없을 때 회사 일을 책임지는 부대표가 나에게 만세를 하며 달려왔다.
"우리 메인 프로듀서! 내가 업어줄게!"
"아뇨, 아뇨, 아뇨."
"업어준다고!"
"아, 싫어요."
부대표는 강효준과 딱 반대 스타일이었다. 목소리 크고, 불같고, 감정 표현도 바로바로 했다. 처음엔 왜 저런 사람을 부대표로 데려왔나, 싶었는데 잠깐 지내보니 이해가 갔다.
"우리 지호는 뭐 필요한 거 없니!"
"많아요! 그리고 저 업어주세요!"
"좋지!"
민지호랑 잘 맞았다.
"퍼스트라이트! 사랑한다!"
"나도 사랑한다!"
민지호를 업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부대표를 잠시 보던 신지운이 나에게 말했다.
"……효준이 형 민조 육아에 지쳐서 부대표님 데려온 거 아냐?"
"어……."
안 그래도 민지호가 대표실 들락거리며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조르는 것에 지쳐 보이더니, 저 부대표를 데려왔다. 일 중독자도 육아는 힘든 모양이다.
덕분에 우리 모두 육아에서 벗어났다. 특히 막내즈는 민지호와 느낌표로 소통해 줄 수 있는 열정적인 부대표가 아주 만족스러운 듯했다.
이어진 회의에서 직원들이 앨범이 어디에서 얼마나 팔렸는지, 어느 차트에 어디까지 올랐는지를 알록달록하게 정리해 우리에게 프레젠테이션해 줬다.
회의가 끝난 후, 카일룸 미니 2집 작업 마무리를 포함, 할 일이 많았던 나는 숙소로 가지 않고 작업실로 들어왔다.
작업실 체력 버프도 있지만, 나는 그냥 내 작업실 자체가 참 편안하고 좋았다. 안정감 있고, 조용하고, 전망도 좋고, 빛도 잘 들어오고.
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앉아서 멤버들과 함께 부를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쓴 수록곡도 정규 앨범에 들어갔다.
[STAY]
멤버들 모두 만장일치로 이번 팬미팅, 파일럿에서 이 곡을 부르기로 했다.
[Stay, 영원히 소년 같기를]
[Stay, 잊지 않고 사랑하기를]
멤버들 중에 이 곡을 정규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멤버가 꽤 있었다. 물론 강렬한 비트의 몬스터를 타이틀로 하는 것에 이견이 있는 멤버는 없었지만, 최애곡은 또 다른 모양이다.
내가 만든 곡이 좋다고 호들갑을 떨어주는 멤버들이 있는 게, 그렇게 큰 힘일 수가 없었다.
"자, 활동 끝났으니까 다시 일하자."
나는 나에게 말하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중간에 안 풀릴 때, 최윤솔이 작곡했다는 IMX의 음악을 틀었다. 좀 궁금했다.
민지호의 전 소속사 아이돌, IMX는 늘 우리보다 한발 앞서나가는 팀이었다. 우리가 선주문량 68만 장이 나왔을 때, IMX는 처음으로 밀리언을 달성했다.
내가 직접 찾아본 적은 없는데, 양이형이 기사를 보며 무지하게 화낸 적이 한 번 있었다. 자세히 말한 건 아니었지만, 나와 최윤솔의 비교 언플을 무지하게 해대는 것 모양이었다.
굳이 찾아보질 말아야 하는데, 상처에 앉은 딱지를 보면 뜯고 싶은 마음으로 못 견디고 내 이름과 최윤솔의 이름을 같이 검색해봤다.
[정해원 비켜!]
어휴. 아직도 이런 제목이…….
아무튼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나와 최윤솔의 비교 기사들이 엄청나게 나와 있었다. 나는 내 멘탈을 생각해 기사 제목만 보고, 따로 눌러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은 좀 궁금했다.
[최윤솔이 정해원보다 작곡을 잘하는 이유?]
와, 진짜.
눌러보고 싶다.
혹시 눌러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이놈의 호기심을 못 참고 눌러봤더니, 별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일단 최윤솔은 '고급 음악 교육'을 수료한 바 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자 수준으로 칠 수 있는 것은 물론, 화성학도 마스터한 엘리트죠.
"……화성학을 마스터하지 않고 어떻게 작곡을 할 건데?"
참 영양가 없다.
화성학을 안 배웠어도 대중음악 작곡을 잘했다, 라고 하는 사람들을 나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지나치게 많은 음악을 듣고, 본인의 귀도 좋아서 어느 정도 화성학을 터득하게 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화성학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더 좋은 곡은 몰라도 자신이 원하던 음악 세계를 훨씬 더 풍부하게 구현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입장이다 보니.
반박하고 싶다……. 그래도 참아야지…….
한숨을 푹 쉬고 두 번째를 봤다.
-두 번째, 최윤솔의 음악은 아이돌 음악에 국한되지 않죠.
"뭐야."
나는 두 번째부터는 그냥 웃겨서 더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꺼버렸다. 그냥 아예 음악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 흥미가 뚝 떨어졌다.
그런데 내가 그 영상을 보고 있는 걸 봤는지, 환기하려고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온 양이형이 한소리 했다.
"야, 그걸 왜 봐."
"혹시 뭐 도움 되는 거 있나 했지."
"까고 있네, 저런 렉카 유튜브 중에 네가 음악적으로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있겠냐?"
"그런가?"
"안 그래도 자존감도 드럽게 낮은 새끼가."
"아니야, 나 이제 자존감 안 낮아."
내가 말했지만 양이형 눈에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이번엔 강효준이 들어왔다.
"해원아, 앨범 판매 차트 봤지?"
"네."
내가 대꾸하니까 강효준이 다시 물었다.
"북미 판매량 봤어?"
"봤죠. 생각보다 꽤 팔렸던데요?"
"빌보드 200, 차트인한 첫 주보다, 둘째 주가 더 높더라고. 몬스터가 먹힌 거지."
이번에 처음으로 빌보드 200에 들어갔다. 첫 주에 187위였는데, 두 번째 주에 오히려 158위로 올랐다.
TRV야 뭐 원래 아무것도 안 했고, 지금은 우리가 일본 데뷔를 앞두고 있어, 북미 쪽으로는 아무런 프로모션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좀 신기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효준이 말했다.
"그래서 다음 컴백, 금요일 1시로 잡을까 하는데."
퍼스트라이트는 금요일 컴백을 하지 않았다.
금요일에는 VMC의 음악방송국 TYT에서 컴백 음악방송을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퍼스트라이트가 VMC와 사이가 좋지 않아 덜 챙겨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보드 200 차트를 노린다면 금요일 1시 컴백이 맞았다. 빌보드 200 외에 모든 게 단점이라 그렇지. 만약 차트에 못 오르면 모든 게 허사지만, 그래도.
"전 좋죠. 해보고 싶어요."
그걸 다 아는데도 확신의 긍정이 튀어나왔다. 역시, 이제 낮은 자존감은 벗어난 것 같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