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92화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음식 테러']
[보이드 엔터, 현재 상태 파악 중…….]
[해원, 퍼스트라이트 팬미팅 이후 과다 출혈로 쓰러져…….]
[의료 관계자, 과다 출혈 심각, '한동안 노래할 수 없을지도']
밤사이 온갖 기사가 터져 나왔고, 팬들은 팬미팅이 끝난 직후, 피로감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덕메랑 집에 못 들어가고 24시간 카페에 앉아 있는중…….]
[가만히 있으면 눈물 나]
[미치겠다ㅠㅠㅠ]
[미안한데 사생홈 어딘지 힌트라도 줄 수 있니]
[↳둠 거기라는 듯]
[↳↳미친]
[↳↳얘 X나 유명하잖아]
[보이드 엔터 사생 다 거르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대기실까지 들어가?]
[↳그니까 관리를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돼?]
[↳안 그래도 해원이 일 많아서 피곤한데 소속사에서 주는 음식도 살피면서 먹어야 되냐]
새벽 중, 정해원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며, 잠시 활동을 중지한다는 내용과 아티스트 보안에 대한 사과 공지가 올라왔다.
* * *
[해원 : 햇살이들! 많이 놀랐죠? 정말로 진짜로 생각처럼 큰일은 아니었어요! 걱정하게 만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봤자겠지만 그래두ㅜㅜㅜ 햇살이들의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푹 자면서 회복해서, 전보다 더 건강해진 제가 돌아와 있을 거예요!]
나는 X버스에 그렇게 올렸고, 예상대로 팬들은 걱정을 최대한 숨기고 천천히 회복하라고 따듯한 말을 해줬다. 고맙고 미안했다.
병원에 그렇게 오래 있을 부상은 아니다 보니, 나는 팬미팅이 끝난 이틀 뒤 숙소로 돌아왔다.
소속사에 계속해서 항의가 쏟아지고 있었고, 그만큼 당연히 걱정도 큰 상태였다. 나는 회사를 설득해 X버스에 글을 올리겠다고 했다.
아무튼 혀를 다친다는 건 무지하게 불편한 일이다. 일주일 정도 의사소통을 위한 약간의 말과 식사는 괜찮다고 했지만, 노래를 하는 건 아직이라고 했다.
원래 그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예 안 하려니 좀 힘들었다.
멤버들이 다 나가고, 아무도 없는 숙소에 혼자 있으면 무섭다고 엄살을 떨었더니 사옥에 와있는 것까진 괜찮다고 했다. 대신 작업을 하거나, 연습을 하는 것은 금지였다.
사옥에 가보니 항의 전화를 받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소속사를 만든 이후에 첫 고난이다. 안티 많은 사람을 데려오느라 고생한다는 생각에 미안해졌지만, 딱히 도움도 안 될 테니 말하지는 않았다.
미안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여기저기 깔짝거리고 다니는데 빈 회의실 공간에 프레젠테이션 모니터를 보는 신지운과 매니지먼트 팀이 보였다.
내가 들어가 보니 신지운이 말했다.
"사생은 누군지 나왔는데, 어디서 유출된 건지 초대장이랑 기자들 대조하고 있어."
"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같이 모니터를 봤다. CCTV로 초대장을 가져온 기자들을 한 명, 한 명 확인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아, 저 사람 누구지."
[아시아원!]
나도 온 김에 한 명 맞췄다. 뿌듯했다.
그나저나 대표가 언론 친화적인 회사로 유명한 VVV엔터 출신이다 보니 기자들을 많이도 불렀다. 게다가 초대장을 받은 모든 기자가 온 것도 아니었다. 기자들에게 혹시 초대장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지인에게 초대장을 줬다는 연락이 돌아왔다.
CCTV며 비하인드 카메라까지 다 대조하고도 뭔가 큰 수확이 없어 답답해하던 신지운이 나에게 물었다.
"형 뭐 봐?"
"……."
[팬미팅 리허설 때 찍은 사진, 직캠 다 줘봐봐]
그러자 멤버들이 촬영한 것들을 넘겨줬다. 나는 멤버들이 보내준 것을 하나하나 살폈고, 거기서 데님 버킷햇을 쓴 사생과 대화 중인 기자가 작게 찍힌 것을 발견했다. 내가 핸드폰을 보여주자 신지운이 말했다.
"뉴스세븐 기자네."
그 말을 듣자마자 강영호 매니저가 황당하고 열 받은 얼굴로 말했다.
"뉴스세븐 초대장 하나 지인 줬다고 연락 왔잖아요! 와, 이 X새끼가 지가 데려와서 사고친 거 알면서 모른 척 했네?"
"해원 씨 와서 방해만 하고 돌아다니는 줄 알았더니 한 건 했네요!"
[방해라뇨]
[심심해서 온 건데 놀아줄 생각은 안 하고]
내가 써서 들이미니까 매니지먼트팀 직원들이 웃었다. 왜 웃지, 농담 아닌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눈빛을 읽었는지 신지운이 등을 떠밀어 밖으로 쫓아내며 말했다.
"환자가 사옥 돌아다니고 있으면 신경 쓰이지, 그럼 좋겠냐? 좀 숙소 가있어."
[나도 우리 막냉이 응원 가고 싶었는데]
[못 가게 하는 것도 서러운데?]
[숙소에 혼자? 어? 내가? 어?]
[형 외롭고 심심하다 동생아]
"심심할 때만 동생아, 이러고 있다."
[안 심심할 때 넌 필요없]
거기까지 치는데 안에서 한숨 쉬는 게 보였다.
하긴, 어디 기자인지는 알아냈는데 아무래도 뉴스세븐이 신생 회사가 척지기에는 너무 연예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긴 하다. 게다가 저기 사생과 대화 중인 뉴스세븐의 기자는, 사생 하나 들여보냈다고 해서 딱히 타격도 받지 않을, 원래부터 저질 기자였다.
나도 퍼스트라이트 처음 합류했을 때 저 새끼한테 욕 좀 먹었었지……. 아직도 기억 난다. 따로 떨어져서 선 사진 하나 찍어야 하니까, 가운데 있던 나에게 끝으로 가서 몇 걸음 떨어져 서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기자들도 그걸 바랐는지 빨리 하라고 동조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며칠째 상황 수습에 바쁜 강효준이 뭘 좀 알아냈나, 궁금한지 회의실 쪽으로 왔다. 신지운이 말했다.
"대표님, 뉴스세븐 기자래요."
"아, 그렇대?"
그걸 듣자마자 강효준이 바로 전화를 했다.
신생 회사인데 그래도 좀 눈치를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강효준이 말했다.
"아, 할아버지. 저 효준…… 아니, 할아버지는 무슨 결혼하라는 말을 인사로 해요? 자꾸 이러시면 저 전화 자주 안 해요?"
할아버지라는 말에 직원들이 귀를 쫑긋 세우는 게 느껴진다. 나도 그랬다.
평소에 엄청 어른스럽던 강효준은 전화 너머에서 날아오는 잔소리에 말 안 듣는 자식처럼 한숨만 푹푹 쉬었다.
"언제 말을 돌렸어요…… 아니,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아직 생각이……. 제가 무슨 일중독이에요, 또. 직장인이 다 그렇지……."
[형 일중독]
[L급 일중독자]
[심각…….]
내가 핸드폰에 써서 보여주니까 손으로 치워버렸다.
아무튼 그렇게 쏟아지는 잔소리를 다 흘려들은 강효준이 말했다.
"아시아경제신문 있잖아요. 거기 사장님한테, 뉴스세븐 기자 하나만 단속 좀 해달라고 하려구요. 그 기자 때문에 우리 회사 연예인이 다쳐서요."
뉴스세븐은 아시아경제신문의 자회사였다.
아예 모기업 수장에게 다이렉트로 경고를 꽂아버리는 재벌 3세이자, 보이드 엔터 대표를 보고 있자니 참,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썩었어…….]
[경제와 언론이 유착…….]
[썩었어…….]
내가 그걸 신지운과 강효준에게 보여주니까, 강효준이 어깨에 핸드폰을 끼우고 또 다시 이어지는 잔소리를 흘려들으며 다급하게 내 핸드폰으로 적었다.
[거기 사장이 외할아버지 고등학교 동창]
[하필 그렇게 됐네]
그렇게 변명하는 걸 보다가, 내가 물었다.
[그럼 VMC랑]
[원래 친해요?]
그 질문에 잠시 후 강효준이 전화를 끊고 말했다.
"아무래도 친화적이지."
그렇게 대답한 강효준과 신지운이 동시에 욕을 뱉는 게 보인다. 머리 돌아가는 속도가 비슷한가보다. 하, 나도 욕하고 싶은데 타자로 치려니 맛이 안 사네, 맛이 안 살아…….
아무튼 그러니까.
어쩌면 저 사생이 들어와서 나한테 테러를 하는 것에 VMC가 연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연관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 * *
다음 날, 4월 2일 여섯 시. 박선재의 음원 '봄이니까'가 공개되었다.
[단골 추천 메뉴는 시나몬을 뿌린 당근 케이크]
[언제나와같이 너와 나는 아메리카노]
[일상적인데, 오늘 봄인 건 달라]
[그러니까 이 좋은 날씨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봄이니까 봄이니까]
[오늘 나를 보러 와 카페에서 기다릴게]
그리고 바로 정해원이 X버스에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해원 : 박곰돌 솔로 '봄이니까' 많이 사랑해주세요!]
글이 올라오자마자 팬들이 걱정하며 물었다.
[해원아ㅠㅠㅠ]
[무리해서 X버스 안 와도 돼ㅠㅠㅠ]
[↳해원 : 햇살이들 보러 와야 안 아픈데ㅜㅜ]
[↳↳그럼 와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
[↳↳오구 그래쩌]
퍼스트라이트 팬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지만, 할 일은 해야했기 때문에 바로 박선재의 음원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우울했는데 우리 막냉이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ㅠㅠㅠ]
[↳선재 마음 진짜 안 좋을 텐데…….]
[↳박곰돌이 씩씩해ㅠㅠㅠㅠ]
[노래 너무 좋다…….]
[벚꽃 보면서 산책할 때 듣기 딱이네]
[헐 뭐야 음원 오픈하고 두 시간 됐는데 카페 들어오니까 봄이니까 나와]
[↳어? 아직 탑백도 안 들어갔는데????]
[↳사장님이나 알바생분이 햇살이야?]
[↳↳알바생이 여러 명이라 모르겠어ㅠㅠㅠ 근데 너무 신기하다ㅠㅠㅠ]
[퍼라 선재 추세 이상하지 않아? 최근 이런 거 처음 본 듯]
[↳시작부터 머글 붙었나봐]
[↳근데 딱 봄캐롤 느낌이긴 해]
[↳노래 진짜 달달하더라 홀린 듯이 아아랑 당케 주문하게 돼ㅋㅋㅋㅋㅋ]
[설마 이것도 정해원 프로듀싱이야…….?]
[↳웅!]
[↳↳두 팀 프로듀서에 애들 솔로까지 다 내주면 언제 자…….?]
[↳↳↳안 자!]
[↳↳↳진짜 혼내야 돼 아주]
[햇살이들 나 정해원 작곡 안주원 작사가 너무 좋다…….]
[↳나도ㅠㅠㅠㅠ]
[↳음원 차트 필승 조합인 듯]
* * *
테러 후 일주일이 지나, 나는 노래는 못해도 간단한 대답 정도는 할 수 있게 됐고, 부드러운 음식도 먹어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다.
다음 달 초에 콘서트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팬미팅 이후 쉴 틈 없이 다시 회의에 들어갔다. 그렇게 회의를 거듭할 때, 라디오 스케줄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온 박선재가 인사 대신 말했다.
"형들, 스트리밍 하고 있지? 핸드폰들 줘봐 봐."
그러자 신지운이 핀잔했다.
"야, 우리가 지금 아이돌 몇 년 찬데, 스트리밍하는 법을 모르겠냐."
그 말에 나도 옆자리 안주원의 핸드폰을 확인하며 말했다.
"근데 꼭 다운 받은 거 안 지우고 스트리밍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내 말에 같이 회의실에 있던 신입 매니저형이 '어!'하고 소리치더니 자기 핸드폰을 확인했다. 생각난 김에 음원차트를 켠 황새벽이 말했다.
"근데 음원 순위 진짜 이상해. 뭔 일 나려나 봐. 순위가 계속 올라가."
박선재의 개인 활동 계약이 되어 있는 전 소속사조차 예상하지 못한 강세를 음원차트에서 보이고 있었다. 팬들의 스트리밍만으로는 불가능한 이용자수였다.
그때 탑백에서 또다시 순위가 올라가고, 그 즉시 박선재의 개인 소속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박선재가 전화를 받고 나서 나에게 말했다.
"형, 우리 부사장님이 고맙대."
"그만 고마우셔도 된다고 해."
"응, 이제 슬슬 형이 귀찮아할 거 머릿속으로는 아는데도 멈출 수가 없대."
진짜 심하게 고마운가 보다. 하긴 황새벽 솔로 음원으로 일본 드라마 OST를 부르게 됐을 때부터 나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다 말하라고 하긴 했다. 물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긴 해야지, 히히.
그때 식사 대용으로 받은 내 샌드위치를 힐끔 본 한효석이 물었다.
"형 지금 아무 것도 안 먹은 거 아니에요?"
"먹고 있어."
"뭘 먹어요, 한 입도 안 먹었는데."
"아직 아파서 못 먹겠다."
"해원이 형 퇴원하고 뭐 먹는 거 본 사람?"
한효석이 묻자 안주원이 말했다.
"야채 주스만 마시던데."
"때 되면 먹을게, 때 되면."
나는 나한테 관심 그만 주라고 프레젠테이션 모니터를 가리켰고, 멤버들은 다른 직원들이 있어서인지 나를 더 갈구진 않았다.
아무튼 그동안은 박선재의 솔로 활동 때문에 조심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됐으니까, 슬슬 상황을 파악해봐야겠다.
VMC가 사생을 들여보낸 기자와 연결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면, 그 연결고리를 반드시 알아내고 싶다. 얻어맞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잠깐 회의실을 나와서 대표실로 이동했다. 박선재와 함께 스케줄을 갔다가 돌아온 강효준이 다시 외근 때문에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형."
"응. 왜."
"제 스파이 알려드릴게요."
강효준과 내 스파이가 손잡으면 못 찾아낼 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