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96화
사생과 VMC 직원이 만나는 증거를 찾아낸 즉시, 보이드 엔터의 고문변호사가 영상을 전달받아, 경찰에 전달했다.
그리고 소속사는 바로, 프로듀서 서바이벌, '그레이존'에 정해원이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 *
[해원 : 햇살이들 저 오늘 피자 먹었어요. 맛있겠죠? 햇살이들도 끼니 꼭꼭 챙겨 먹구 콘서트에서 건강하게 만나요. 사랑해요.]
[↳민조 : 내가 해원이 형아한테 비행기 부웅 해줬더니 맛있게 먹었따!???]
[↳막내 : 진짜로 밥투정하다가 비행기 해줘서 먹었어요ㅋㅋㅋ]
[↳효석 : 제가 증인2]
[↳↳해원 : 아니, 얘들아…….]
[↳??? 이게 왜 진짜야?]
[↳해원아 왜 아니라고 정확하게 말하지 못해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아니지 않은 거야?]
[↳비행기 해줘야 밥 먹는 말랑이로 알고 있을게ㅋㅋㅋㅋ]
[↳↳해원 : 딱 한 번 그렇게 먹은 거예요ㅜ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비행기로 먹긴 했다는 거잖앜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일이야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지호가 해원이 키우고 있었던 거야ㅋㅋㅋㅋㅋㅋㅋ?]
[↳↳↳↳민조 : 앙♥ 그런고야♥]
사고 이후 다소 가라앉았던 팬들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고, X버스가 시끌시끌했다.
regular_1228, 이재희 역시 정해원이 끼니를 잘 챙겨 먹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안 그래도 혹시 음식을 먹는 걸 어려워하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팬들이 있었다. 본인이 아이돌이라는 사실에 기뻐하고, 감사해하는 사람이 혀를 다쳤으니 심리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 추측했다.
박선재가 '밥투정'이라 은근히 표현한 것으로 보아, 아주 잘 챙겨 먹고 있던 건 아닌 듯했지만 그래도 옆에서 막내즈가 챙겨주어 다행이라고 팬들은 생각했다.
정해원은 태생적으로 동생에게 약해서, 동생들이 밥 먹으라고 닦달하면 못 이기고 챙겨 먹을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이재희는 습관적으로 메일함을 열었다. 보이드 엔터에서 사생 관련 장면을 찾는다며 홈마들에게 사진과 영상을 부탁했다.
이재희도 보이드 엔터가 말한 날짜에 찍은 사진들을 고르지 않고 전부 보냈다. 뭐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속사가 그래도 열심히는 해."
이재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 기운이 빠져 휴 한숨을 쉬었다.
3월 말, 팬미팅 이후 정해원은 활동을 쉬고 있었다. 멤버들이 다 응원 온, 박선재의 솔로 활동 비하인드에도 없었고, 자체 컨텐츠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팬들은 최대한 정해원이 쉬고 오길 바라는 한편, 꾸준히 X버스에 오면서도 사진 한 장 올리지 못하는 것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즈음 다시, 자체 컨텐츠 하나가 올라왔다. 바로 며칠 전, 비 오는 날 찍은 영상이었다.
[비 오는 날의 퍼스트라이트]
제목이 이어지고, 먼저 숙소에서 자고 있는 황새벽이 등장했다.
[오늘도 리더는 고단하다]
그렇게 자막이 지나가고, 문이 열리며 민지호가 말했다.
"형아, 배고파. 맛있는 거 해줘."
그 말에 황새벽이 일어났다.
"뭐 해줄까."
배고프단 말에 벌떡 일어난 황새벽이 민지호와 함께 홈베이킹을 시작했다.
이어서 정해원의 빈 작업실을 빌려 작업 중인 박선재와 한효석이 교차로 등장하고, 마지막 팀으로는 그라데이션즈, 정해원과 안주원, 신지운이 캠핑 준비를 하기 전, 우선 어닝을 치는 장면이 나왔다.
정해원이 트렁크 쪽에 앉아서 어닝의 폴대를 세우고 캠핑 준비 중인 두 사람에게 말했다.
"얘들아, 벌써 좋다."
"와, 저 형 진짜 아예 안 도와주네."
"나 쭈어니가 환자라고 쉬어도 된댔어."
그러자 안주원이 말했다.
"그래, 해원이 아직 환잔데 쉬어야지."
"거봐."
정해원이 당당하게 말하더니 카메라를 집어 들어 일하는 둘을 번갈아 찍으며 말했다.
"얘들아, 나 사진 찍고 있어. 칭찬해 줘."
"어."
"잘하고 있어."
정해원이 멤버들의 건성인 대답을 듣고 낄낄거렸다.
거의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해원에 실시간 스트리밍이 우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해원이 왜 이렇게 말랐어 무슨 일이야ㅠㅠㅠ]
[애 없어지겠다고ㅠㅠㅠㅠ]
[X버스에 맨날 괜찮다며 하나도 안 괜찮잖아ㅠㅠㅠㅠ]
[↳자기 딴엔 이것도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서 올렸을 듯…….]
[↳↳안 괜찮다고ㅠㅠㅠㅠ]
[근데 해원이 왜 이렇게 진상냥이야ㅋㅋㅋㅋㅋㅋㅋ]
[↳주원이랑 지운이 비 맞으면서 캠핑 준비하는데 사진 찍고 생색내네ㅋㅋㅋㅋㅋㅋㅋ]
[↳아무것도 안 하면서 왜 바빠 보이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비 오는 날 차박 분위기 미쳤다…….]
[빗소리도 좋고 애들도 X나 남자…….]
[05즈 캠핑 종종 한다더니 텐트 순식간에 치네ㄷㄷ]
텐트가 끝나고 두 사람은 각각 음식을 시작했다. 그사이 정해원이 가져온 우쿨렐레를 꺼내더니, 이번 퍼스트라이트의 음악들을 트랙 순서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편곡된 음악을 배경으로 하며 안주원이 말했다.
"분위기 좋다. 해원이 잘 데려왔네."
신지운은 어이없어했지만 그래도 우쿨렐레 소리가 듣기 좋은 건 사실이라 더 트집을 잡지 않았다.
정해원이 연주하며 말했다.
"신청곡 받아요."
"빌리브잇 먼저 하고, 스테이."
구시렁거리던 신지운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자 안주원도 맞장구쳤다.
"세트리스트 좋다."
"좋지?"
신지운의 신청곡대로 정규 앨범 수록곡 빌리브잇이 먼저 이어졌다. 안주원이 나지막이 흥얼거렸다.
"빌리브잇, 밤하늘로 날아올라요. 굿나잇하고 인사를 하면, 꿈꾸는 시간이 시작되고. 돋아난 날개로 날아 반짝이는 야경은 멀어져, 현실은 모두 환상이 되는 그런 시간을 함께해요."
[아 진짜 너무 좋다]
[해원이 보니까 판타지에 나오는 음유 시인들이 어떻게 안 굶어 죽고 살아남는지 알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근 되게 쓸모 있어 보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우니도 구박하다가 점점 스며드네ㅋㅋㅋㅋㅋㅋ]
[쭈어니 탈TRV하고 순위 조작 밝혀진 이후에 노래 흥얼거리는 거 자주 보이지?]
[↳진짜ㅠㅠㅠ 나 주원이가 원래 이렇게 노래 좋아하는 사람인 줄 몰랐잖아…….]
[↳나 죽을 때도 국선아 X발아 하면서 죽을 듯]
[나 지금 퍼라 자컨 보는데 안주원 목소리 진짜 다정하다 괜히 눈물나]
[↳나도 보는데 그라데이션즈 캠핑 분위기 미쳤네 비오고 애들 X나 존잘들임]
[↳↳얘네 진짜 꼬인 족보 그대로 가는 거냐ㅋㅋㅋㅋㅋㅋ]
[↳↳↳이미 받아들이고 즐기던데ㅋㅋㅋㅋㅋ]
신지운이 만든 찹스테이크, 안주원이 끓인 참치김치찌개가 완성된 장면에서 영상이 끝났다.
이재희는 팬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우중 캠핑 감성에 젖어 있던 팬들이 다시 걱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먹는 것까지 보여주지ㅠㅠㅠ]
[↳혀를 다친 거니까 아직 먹는 거 보여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닐 듯…… ㅠㅠㅠ]
[근데 정해원 저래도 되냐 테러 당하고 한 달도 안 돼서 X버스 오고 자컨 나오고? 팬 아닌 나도 걱정되는데 팬들 X나 걱정될 듯]
[↳안 그래도 걱정 많이 하더라…….]
[↳걱정해줘서 고마워 근데 너 입덕부정긴 거 같다…….]
[↳↳나도 이 생각함ㅋㅋㅋㅋㅋㅋ]
이재희 걱정에서 잠시 벗어나, 그라데이션즈의 캠핑 분위기가 좋아서, 열심히 짤을 찌고 보정을 시작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연예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정해원이 VMC의 새 서바이벌, '그레이존'의 출연을 확정했다는 기사였다.
* * *
이미 VMC에서도 정해원이 반 확정되었다고 기사를 뿌려댔기 때문에, 팬들도 정해원의 합류를 거의 확실시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도 또 서바이벌을…….]
[진짜 걱정된다ㅠㅠㅠ]
[해원이 괜찮을까……]
[근데 잘 나가는 신인 프로듀서에 해원이가 없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해]
[↳이건 맞지]
[↳솔직히 그레이존 자체가 해원이랑 라이벌 구도로 이미 정해놓은 것 같아서……. 보이드 엔터 회사도 신생인데 거절하기 쉽지 않을듯]
[↳↳며칠 전에 사생 테러 당한 애를 서바이벌에 참여 시키는 게 말이 돼?]
VMC 이춘형 이사는 정해원의 출연 소식에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진행될 일이었다.
자본으로 때리든, 다른 음방 활동에 훼방을 놓든. 정해원이 '그레이존'에 출연하도록 온갖 수를 쓸 생각이었다.
회의에서 직원들도 한 이야기였지만, 정해원이 이 서바이벌에 참여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우선 정해원을 맛깔나게 편집해, 국선아 때 보인 정해원의 비호감적 면모가 실제로도 있는 것이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해원의 화제성을 이 서바이벌에 끌고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서바ㅎㅎㅎㅎㅎ]
[지겨운데 또 하면 보긴 할 듯]
[↳프로듀서 서바 X나 궁금하긴 해ㅋㅋㅋㅋ]
[정해원이랑 최윤솔 대면하는 거 보고 싶다]
[↳솔직히 이건 다 궁금해할 듯ㅋㅋㅋㅋㅋ]
[↳나도 궁금함]
예상대로 시끌시끌한 반응이었다.
이춘형 이사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레이존'을 기획한 것에 대해 칭찬하고 나서야 기분이 괜찮아졌다.
서바이벌에 참가하겠다는 보이드 엔터의 확답이 떨어지자마자 VMC에서는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국선아 정해원VS최윤솔……. 두 번째 대중 평가 결과는?]
[서바이벌 명가, VMC의 자신감]
['젊은' 프로듀서 총출동……. 불꽃 대결 시작]
그리고 이어서 참가자 여섯 명의 포부를 담은 개인 인터뷰가 업로드되었다.
-제일 이기고 싶은 상대요? 퍼스트라이트 정해원 씨요. 멋있어요, 그냥.
-아무래도 궁금하긴 하죠. 아이돌 프로듀서들, 인정 안 하는 건 아닌데 어디까지 팀업을 하는지? 솔직히 레이블 빨이 있긴 하잖아요.
네 명의 참가자에 이어, 최윤솔의 영상이 올라왔다.
-라이벌이요? 전 진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그냥 제 음악 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해원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라이벌…… 다른 참가자분들 성적만 놓고 보면, 아직 없는 것 같은데.
-아, 라이벌로 볼 상대가 없어요?
-네. 없지 않아요?
[와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해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그로 X나 끄네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게 X간지]
[↳↳정해원 말고 음원차트 1위 찍어본 사람 있음? 없음ㅎㅎ]
[↳↳↳이건 근데 빅 블루였잖아]
[↳↳↳↳빅 블루 노래 중에서도 음원차트에서 제일 잘 됌]
[몸 사릴 줄 알았는데 아니네]
[↳솔직히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인재긴 하네ㅋㅋㅋㅋㅋㅋㅋ]
[↳더 라이징때도 그렇고, 카일룸 자컨에 가끔 나올 때도 이미지 걱정하다가 녹음 들어가면 촬영하거나 말거나 X나 무서워짐]
[아 X나 기대된다ㅋㅋㅋㅋㅋㅋㅋ]
* * *
콘서트 연습 중 쉬는 시간, 잠시 인터넷 반응을 보던 안주원이 조용히 말했다.
"……이제 왜 네가 이 서바이벌 나가고 싶다고 했는지 좀 알겠다. 화제성 진짜 좋네."
"거봐."
정해원의 대꾸에 황새벽이 한소리했다.
"쟤 이해해 주지 마. 또 사고 친다."
"내가 언제 사고를 쳤어?"
정해원이 투덜거리렸다.
아무튼 정해원의 계획 그대로, '그레이존'에서 정해원의 존재는 프로그램 존폐가 걸릴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본인은 사생 빌미로 그만둘 거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보기에는 정해원이 평소 자신을 갈아 넣는 것에 한없이 관대한 사람이다 보니 확신을 가지고 믿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이미 콘서트 직후에 시작되는 첫 촬영 날짜까지 잡혔으니, 이러다 빼도 박도 못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걱정을 놓을 수 없었다.
멤버들의 불안한 심리와 상관없이, 정해원은 유유자적이었다. 정해원은 멤버들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입을 열었다.
"지금 터뜨리면, 사생이랑 컨택한 1본부 매니저로 꼬리 자르고 끝날 거잖아. 위랑 연결된 걸 찾은 다음에 터뜨리려고 그런다니까?"
"그니까 그걸 어떻게 찾냐고."
황새벽의 말에 정해원이 대꾸했다.
"스파이랑 효준이 형이 같이 찾으면 다 찾을 수 있어."
그 말에 죄책감 때문에 같이 많은 자료를 뒤지며 스파이에 대한 신뢰가 쌓인 신지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둘이 손잡으면 원하는 자료 다 찾을걸."
"그렇다니까."
정해원이 말하던 중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효준이었다. 전화를 받은 정해원이 이내 히히 웃었다.
"오, 찾았어요? 진짜요?"
멤버들의 시선이 저절로 정해원 쪽으로 향했다. 정해원이 바로 스피커폰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