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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198화 (19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198화

새벽, VMC 빌딩에 다시 불이 켜졌다.

"X발, 미치겠네."

프로듀서들의 서바이벌, '그레이존'의 메인 피디는 회사에 남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보이드 엔터에서는 이미 출연 번복 의사를 전달해왔다. 억지로 정해원을 출연시켰다가는 대중의 분노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몰랐다.

그러나 그레이존은 홍보 단계에서부터 이미 정해원이라는 프로듀서에게 너무 많은 화제성을 의지하고 있었다.

그레이존은 해외 시장을 노리고, 규모를 키운 서바이벌이었다. 해외 공연장들도 다 빌려놓았다. 정해원이 빠지면 화제성은 반 토막이 날 것이고, 텅텅 빈 공연장의 모습이 보이게 될 가능성이 컸다.

결국 기획을 엎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렇게 투자가 많이 들어간 기획을 엎은 걸 책임질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다.

이 서바이벌은 이춘형 이사가 VMC를 물려받겠다는 야망 하나로, 떠들썩한 반응을 이끌기 위해 저지른 기획이었다.

반대의 의미로 떠들썩해진 이 상황에서, 이춘형 이사가 책임을 져줄 리 없었다.

이런 대형 기획을 말아먹는다면 이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는 더이상 없을지도 몰랐다.

어렵게 메인 피디의 자리까지 왔는데, 이대로 덤터기를 쓰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메인 피디는 우울한 마음으로 담배를 피우러 흡연 구역으로 이동했다.

그때 먼저 와있던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어, 온 피디님 안녕하세요."

"아, 예."

……누구더라?

온 피디가 미간을 좁히는데 다행히 상대가 먼저 말했다.

"저 기억 못 하시죠. 4본부 매니지먼트팀 박중운이라고 합니다."

"아, 지난번에 강 대표님이랑 그레이존 회의 때 한 번 오셨죠?"

"예, 맞습니다."

"강 대표님 화 많이 나셨어요? 아, 그래도 VMC 식구인데 어떻게…… 안 될까요?"

온 피디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묻자 박중운 매니저가 말했다.

"화가 많이 나셨더라구요. 진짜 가만히 안 있으실 것 같던데……."

"하……."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온 피디가 한숨을 쉬고 담배를 한 모금 빤 후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벽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격렬했다.

[와 진짜 VMC 이 X새끼들 보복? 해도 정해원이 해야지, 지들이 보복을 해?]

[조건부계약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X발 하고 싶어서 했냐 지들이 소년들 포기 못하고 퍼라 굴리려는 거 아니까 겨우 빠져나갈 방법 찾은 거지]

[브엠에서 지들은 사생인 걸 몰랐다고 공지했네ㅋㅋㅋ?]

[↳모르고 남의 회사 아이돌 팬미팅에 사생을 들여보냈다고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악수만 둘 수가 있냐 어떻게 대기업이 된 거야?]

[↳브엠 뒤져]

[↳X나 싫다 그냥 나 이제 브엠에서 나오는 거 다 불매할 듯…….]

[야 이거 점점 더 커진다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부모님도 알고 계심ㄷㄷ]

[↳어제 뉴스 나와서…….]

[정해원 피해자로만 사회면 두 번째네 정해원 덕질 진짜 하드코어다…….]

[↳제발 우리 애 좀 놔둬…….]

[근데 진짜 뭐지? 사생을 왜 들여보내?]

[↳이거 정해원에 대한 보복도 있는데, 보이드 엔터 사장에 대한 보복으로도 보인다고 하더라]

[↳↳엥?]

[↳↳↳찌라시에 저 브엠 직원 결혼식 화환 사진이랑 올라온 거 보니까 보이드 엔터 사장이 브엠 사장 외조카인데, 후계 경쟁 때문에 미리 밟는 거라는 듯 보이드 엔터 이미지 하락시키려고]

[↳↳↳↳딱 봐도 열폭이네 자기 사업 시작해서 잘 꾸리고 있으니까]

[↳↳↳↳X발 난 보이드 엔터가 보안 X같이 한 줄 알고 그렇게 욕했는데 회사도 피해자였네…….]

[월요일에 VMC 주가 나락가겠네 X발]

[↳살려줘ㅠㅠㅠㅠㅠ]

[↳고점에 사람 있어요ㅠㅠㅠ]

[↳브엠 X나 패야돼]

[↳이것도 오너 리스크 아니냐 사장이 사과문 써야지]

* * *

기사가 쏟아지던 늦은 밤, VMC가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보이드 엔터에서 공지가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햇살이 여러분. 보이드 엔터입니다.

기사를 보고 많이 놀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고개 숙여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보이드 엔터는 팬분들의 도움으로 사생의 팬미팅 입장에 VMC의 직원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관련 자료는 담당 경찰서에 넘겼으며, 사실 확인 중에 있습니다.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은 본 사실을 알게 된 즉시, 팬분들께 공지드리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혼란스러우실 팬분들께서 콘서트 시작 후부터는 관람에 문제가 없도록 집중시켜드릴 만반의 준비를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이드 엔터의 소중한 별빛, 팬 여러분.

곧이어 콘서트가 시작됩니다. 멤버들은 팬 여러분의 행복한 하루만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근심과 염려는 5시 59분까지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6시부터는 퍼스트라이트와 햇살이들만의 시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저희 보이드 엔터는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며, 사생과 관련 타사 직원에 대한 선처가 없으리라는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효석 : 대표님이 공지 쓸 때 멤버들 다 떠들어서 대표님 한숨 백 번 쉬시더라구요]

[↳막내 : 효식이도 엄청 참견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공지에서 은은하게 우리 애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ㅋㅋㅋㅋㅋㅋ]

[민조 : 6시부터는 우리 시간이야!!!!!!!!!!!!! 걱정 날리자!!!!!!!!!!!!!!! 해원이 형 오랜만에 무대 올라오니까 형아한테 쪼끔 더 집중해줘도 질투 안 할게!!!!!!!!!!!!!!!]

[↳진짜 안 할 거야?]

[↳할 거잖아!!!!]

[↳↳민조 : 사실 질투 할 거야ㅠㅠ 나 봐조야대ㅠㅠ]

[해원 : 햇살이들 너무 보고 싶어요 시간 빨리 넘기고 싶다…….]

[↳내가 더]

[↳보고 싶어ㅠㅠㅠ]

[지우니 : 콘서트 3시간 남았다]

[지우니 : 2시간 59분 남았다]

[새벽 : 햇살이들 멤버들 너무 시끄러우면 잠깐 알람 꺼놓으셔도 돼요]

[↳안주원 : 콘서트 온 햇살이들이 알람 울릴 때마다 동시에 핸드폰 보게 돼서, 오늘은 알람 꺼놔도 의미 없을걸?]

[↳↳이건 맞아ㅋㅋㅋ]

[↳↳주원이는 왜 항상 이렇게 우리를 잘 알아…….?]

[↳↳햇살이들 써방 잘하자…….]

[↳↳↳안주원 : ^^]

[↳↳↳↳아니 주원아 왜 써방 잘하자는 글에다 댓글 다는데ㅠㅠㅠㅠ]

[↳↳↳↳너무 무서워ㅠㅠㅠㅠㅠㅠ]

[↳↳↳↳오늘 일어난 일 중에 최고 공포야…….]

[↳↳↳↳최애가 트친인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얘들아 지금 보조경기장 들어왔는데 오늘 날씨 미쳤다ㅠㅠㅠ]

[내 주변 햇살이들도 다 날씨 감탄하고 있어ㅋㅋㅋㅋㅋ]

[↳낼 막콘 가는데 안 추워?]

[↳↳나 걱정돼서 두꺼운 겉옷도 챙겨 왔는데 진짜 하나도 안 추워!]

[↳↳그냥 포근하고 날씨 최고야…….]

[얘들아 현장 표 끝났대]

[↳???]

[↳매진이야?]

[↳ㅇㅇ양일 매진]

[↳↳시야 안 좋은 곳까지 싹 다 나갔네]

[↳↳현장표 아예 없어? 어떡하지ㅠㅠㅠㅠ]

[↳↳우리 애들 슈스다ㅠㅠㅠㅠㅠㅠ]

[퍼라 보조 양일 매진이라는데?]

[↳퍼라급에 보조 1만석은 좀……. 너무 좌석을 적게 푼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제까진 퍼라 급이 안 된다며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5천석 팬미팅 양일이 자리 없어서 난리였는데 1만석을 못 채울리가ㅎㅎ]

[양일 매진 안 됐으면 텅텅 비었다는 소리 나올듯]

[↳백퍼 나오지ㅋㅋㅋ]

[↳요즘 퍼라 긁는 글 많더라]

[↳↳진짜 퍼라 잘 나가나 봐]

[↳↳긁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잘 나간다는 유의미한 징조인 듯ㅎㅎ]

[VMC 때문에 어른들이랑 주식하는 사람들까지 세상이 난리인데 정작 퍼라팬들을 콘서트 얘기만 하고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

[↳멤버들이 그러쟤]

[↳해원이가 그걸 더 좋아해]

[↳↳퍼라팬들 이래저래 진짜 성불할 듯…….]

* * *

신기했다.

국선아 직후에 나는 무슨 수를 써도, 아무리 열심히 주먹질을 해도 VMC에게 작은 상처도 낼 수 없을 거라 여겼었다.

연습을 하고 쓰러져 잠드는 바람에 몰랐는데, 뉴스가 나갔다고 했다. 두 번째 사회면 진출이었다. 정말 안 자랑스럽다…….

다행히 햇살이들은 우리들을 위해서 시끌시끌한 외부 소식들보다 콘서트에 집중해주었다.

퍼스트라이트 두 번째 콘서트, 'POLARIS'의 양일 중 첫 번째 날. 우리는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다행히 하늘은 맑았고, 공기는 따듯했다. 야외 공연이다 보니 워낙 날씨를 많이 타서, 멤버들도 잠들기 전까지 엄청 걱정을 했었다.

콘서트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강효준이 박중운 매니저가 그레이존의 온 피디에게 접근해, 술 한잔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박중운 매니저는 평소에 낯을 가리는데 스파이 자아일 때는 세상 사회적인 사람이 된다. 비범한 사람이다.

그렇게 나에게 소식을 전해주던 강효준이 핸드폰을 보았다.

"……외할아버지한테 전화 왔는데?"

"오, 받아봐요."

"일단 너희 올라가고, 이따가 다시 걸게."

"아, 궁금해."

나는 무지하게 궁금했지만 이제 진짜 스탠바이 시간이었기 때문에, 콘서트가 끝나고 무슨 전화였는지 듣기로 했다.

우리는 비하인드 카메라 앞에서 둥글게 모여 손을 모았다. 모처럼 황새벽이 한마디 했다.

"얘들아, 힘들면 옆에 멤버 얼굴 한 번씩 보자. 팬들 얼굴 보자. 우리는 거기서 힘을 얻는 사람들이야. 후회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만족할 무대를 햇살이들에게 보여주자."

"우리 리더 멋있다!"

민지호가 소리치고 멤버들이 시끌시끌 기합을 넣었다.

"서드 세컨."

"퍼스트!"

황새벽의 선창으로 우리는 구호를 하고 대기실을 나섰다.

* * *

공연 시작 전, 공연장에 팬들이 가득 찼다.

퍼스트라이트의 팬들 모두 힘든 밤을 보냈다. 그러나 팬들은 모두 공지에서 본 것처럼, 5시 59분이 가까워질수록 최대한 어제 본 기사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멤버들이 말한 것처럼 콘서트 시간 동안만큼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지, 콘서트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멤버들은 그렇게 만들어줄 자신이 있다고 했었다.

청포여중, 2학년 1반 박유나는 한효석의 팬이자 언니인 박해린과 함께 콘서트 굿즈를 현장 수령한 후 공연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고정 용돈에 집안일, 언니 숙취 때 매운 라면 끓여주기 등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이 콘서트에 한 번에 털어 넣었다. 손에 들린 응원봉과 정해원의 이름이 적힌 굿즈를 보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입덕이었다. 박유나는 지갑에 곱게 보관해 놓은 쪽지를 확인했다.

[1곡 증정권

사용 제한

*해린 햇살이의 동생이어야 함!

*오디션 합격해야 함!]

그걸 보고 있으니 박해린이 물었다.

"그래서, VMC 오디션은 안 볼 거라고?"

"절대 안 볼 거야. 절대!"

VMC에게 많이 화가 난 동생을 보며 박해린이 유쾌하게 웃었다.

6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도 해가 길어져 여전히 밝았다. 박유나는 넓은 돌출 무대를 보며 몇 번이고 심호흡했다. 티켓팅 실패로 좋은 자리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콘서트의 이름이 '폴라리스'라는 것이 공개되었을 때, 이미 팬들은 어느 정도 첫 번째 곡을 예상했다.

이번 정규 앨범의 마지막 트랙. 국선아에서 여기 이 일곱 명의 멤버가 함께 불렀던 곡, '별이 된다면'의 후속곡이며 정해원이 작사, 작곡, 편곡까지 직접 마무리한 곡, '폴라리스'였다.

모든 조명이 꺼져, 순간 공연장이 조용해졌을 때. 악기 소리 하나 없이, 박선재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네 별이었고, 너는 내 별이 되어]

[영원히]

[영원히!]

그 순간 다채로운 빛의 조명이 켜지며 공연장이 환호로 뒤덮였다. 이어서 인트로가 흘러나오는 동안 멤버들이 동시에 돌출 무대로 달려갔다.

[그 어떤 계절에도 서로를 잃지 않고]

[우리는 이곳에 함께 있을 거야]

[하늘의 저 별처럼 널 지켜주겠다고 마음 먹었던 날이 어제 같은데]

[언제나 달렸던 건 네가 있어줘서야]

[저 북극성처럼 날 지켜준 건 너였어]

'팬들이 나를 떠나서 아무리 멀리 가도, 나는 북극성처럼 한 자리에서 머물며 계속 사랑하겠다'던 '별이 된다면'이 어느새 '알고 보니 날 지켜준 건 너였다'고 팬들에게 전하는 '폴라리스'로 정해원의 가사는 바뀌어 있었다.

콘서트는 이제 막 시작인데, 박유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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