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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02화 (202/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02화

[해외에서 반응 좋은 퍼스트라이트 야외콘서트 직캠(몬스터, 프루티).ytb]

[↳퍼라 미쳤네]

[↳존잘들]

[↳몬스터 직캠 해외 반응 터졌네ㄷㄷㄷ]

[↳↳그럴만함 얼굴이 개연성 있어]

[프루티는 진짜 뭐지]

[정해원 진짜 냉하다 분명히 배경이 5월인데 서늘해 보여]

[퍼라 해원이 약간 삼백안이었네?]

[↳응 근데 해원이가 싫어해…….]

[↳↳???왜???? 매력 아님???]

[↳↳↳쎄해보일까봐ㅠㅠㅠ]

[↳↳↳해원이 삼백안 안 되게 고개 숙이면 무조건 땅 보고 사진 찍음]

[나 진심 팬 아닌데 오늘 야외콘 프루티 직캠 세 번째 봐ㅋㅋㅋㅋㅋ막 곡이랑 안무가 미친 듯이 파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저 분위기가 머리에서 안 사라져ㅠㅠ]

[↳정해원 보면 진짜 저런 사람이 연예인 하는 구나 싶음]

[쌩눈으로 보고 싶다ㅠㅠㅠ]

[↳솔로곡이라 언제 또 할지 기약이 없어ㅠㅠㅠ]

[↳↳미치겠네 진짜ㅠㅠㅠ 공익을 위해서 또 해주라…….]

[요즘 프루티 남돌팬들 커버 소취 많더라ㅋㅋㅋㅋㅋ]

[↳내 최애 제발ㅠㅠㅠㅠ]

[↳생각만해도 심장 떨린다]

[퍼라 야외콘 괜찮았어? 반응 좋네]

[↳첫콘 진짜 개존잼]

[↳↳첫콘 때 보라색 하늘 개이뻣다ㅠㅠㅠ]

[↳막콘 우중콘이었는데 평생 기억 날 듯]

[↳↳안추웠어?]

[↳↳↳날씨 따듯해서 하나도 안 추웠어 오히려 포근하더라]

[↳↳↳우중 몬스터+프루티 생눈으로 봤는데 영하였어도 추운 거 몰랐을 듯ㅎㅎ]

[↳첫콘 노을질 때 분위기 진짜 꿈같더라…….]

[↳나 친구따라 막콘 갔는데 실물 걍…… 헉 소리밖에 안 나와 퍼라 실물 꼭 봐줘 약속이야…….]

안주원은 양일간 이어졌던 퍼스트라이트의 콘서트 반응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우중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무대에서 내려만 오면 멤버들이 팬들 감기 걸리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던 것과 달리, 첫콘은 날씨가 맑아서 좋았고, 막콘은 비가 와서 레전드였다는 반응이었다.

안주원이 워낙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배달시킨 라면박스를 든 신지운이 들어오다 물었다.

"왜 웃냐?"

"아, 콘서트 반응이 좋아서. 근데 여기가 너네 집이냐?"

"아니, 이 형은 라면이 떨어지면 채워놔야지. 누가 채워줄 때까지 안 채운다니까."

"왜 채워. 죄다 멤버들이 와서 꺼내먹는데."

"그래서 내가 채워주잖니."

신지운이 말하며 캐비넷에 라면박스에서 종류별로 시킨 라면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새벽이 사다 놓은 라면 전용 포트를 꺼내서 라면을 끓이는 사이 정해원이 작업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어폰을 빼지 않고 멤버들에게 손 한 번 흔들어 인사한 후 자기 자리에 앉았다. 신지운이 물었다.

"형도 라면 먹어?"

"……."

"야, 정해원."

그러자 정해원이 헤드셋을 벗으며 말했다.

"너 뭐라고 했어."

"들리는 거야, 안 들리는 거야."

"안 들리는데 기분이 안 좋았어. 너 욕했지?"

"안 했다고."

"그래?"

정해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바쁜지 다시 헤드셋을 쓰며 무언가를 찍었다. 신지운이 라면을 먹으며 안주원에게 말했다.

"이거 김치 왜 이렇게 맛이 없냐."

"사서 좀 실온에 놓고 익혔어야 되나 봐."

"우리가 담글까?"

"어, 좋다. 햇살이들이 재미있어하겠네."

김치를 담근다면 당연히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가 두 사람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그렇게 라면을 먹고 정리와 환기를 마칠 즈음, 정해원이 헤드셋을 벗고 말했다.

"이거 들어봐."

그리고 오자마자 작곡해서 로직으로 찍은 비트를 들려주었다. 안주원이 말했다.

"좋은데?"

"별론데……."

정해원이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중얼거리자 신지운이 핀잔했다.

"안 들을 거면 반응을 왜 물어봤어."

"아니."

정해원이 멤버들을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에 금요일 1시 컴백을 할 거잖아. 그니까 진짜 멋진 거 만들고 싶다고 혼자 압박감을 느껴서 그런지, 뭐가 생각이 안 나. 아무것도 안 나."

"하긴."

정해원이 후드를 꽉 조여서 얼굴을 가리더니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고 말했다.

"아, 그레이존에도 우리 음악 넣고 싶은데. 생각나는 게 없네. 좀 로맨틱한 게 만들고 싶은데 내 안에 로맨스가 죽었어……."

정해원이 침울하게 말하자 신지운이 말했다.

"형, 드라마 봐. 인풋해."

"드라마?"

신지운의 말에 정해원이 거의 한쪽으로 쓰러질 것 같던 몸을 바로 했다. 신지운이 시작한지 두 주 되었다는 사극 로맨스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정해원이 드라마의 간단한 설정을 보고 있으니 안주원이 말했다.

"딱 해원이 취향이네."

"내가 이런 거 좋아하냐?"

"응."

안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원은 신지운이 추천해 준 드라마를 외운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짐을 챙겨서 일어나며 말했다.

"숙소에서 봐."

그렇게 작업실 주인이 인사하고 떠난 후, 안주원이 정해원의 소장 음반들이 꽂힌 책장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 아까부터 보였는데, 저거."

"어, 우리 나온 거다."

신지운이 책장 위에 눕혀져 있는 잡지를 꺼냈다. 얼마 전 05즈 둘이서 찍은 패션지 화보였다. 신지운이 잡지를 넘기며 말했다.

"와, 이 형 어이없네. 우리 화보 찍은 것도 모른 척하더니 샀어?"

"해원이가 진짜 멤버들 생각 많이 하잖아."

"티 좀 내면 안 되냐고."

신지운이 툴툴거리더니 정해원이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문구 서랍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두 사람이 나온 화보 위에 붙였다.

[형…… 나 그만 사랑해…….]

그렇게 써서 접어 다시 올려놓고 낄낄거리자 안주원이 한심해하며 말했다.

"해원이가 저거 보면 너 진짜로 맞는다."

"에이, 야. 그 형이 저 잡지를 또 꺼내서 보겠냐. 보면 그게 진짜 부끄러운거지."

안주원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정해원이 일하고 있으니 자기도 뭐라도 떠올려 보기 위해 작업실을 빌려 구상을 시작했다.

* * *

나는 모처럼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숙소로 향했다.

05즈 놈들에게 암벽, 빙벽 등반을 못하게 했더니 다행히 비교적 안전한 취미인 캠핑에 맛을 들였다.

캠핑은 템빨이라면서, 이것저것 감성템을 사모은 덕에 빔프로젝터만 세 개가 있어서 하나를 내 방으로 빌려 들어갔다.

캠핑은 그렇게 좋지 않지만, 캠핑템을 내 방에 가져다 놓는 건 좋은 것 같다.

캠핑 조명을 켜놓고 빔프로젝터로 신지운이 추천한 드라마를 틀었다. 나는 드라마를 좀 보다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 원일이다."

언젠가 신지운이 이선겸 배역 오디션을 볼 때, 내가 지나치게 그 드라마에 대해 잘 아는 이유를 둘러대기 위해 만든 실제지만 가상의 친구 이원일이 단역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냥 내가 학교 다니면서 본 제일 잘생긴 놈이라 둘러댄 건데, 진짜 배우 일을 시작했다는 게 무지하게 신기했다.

연락해 볼까……. 연락처를 전혀 모르는데. 반가워하려나. 아니, 애초에 날 기억은 하나…….

그래도 워낙 퍼스트라이트 멤버 외에는 친구가 없다 보니, 같은 연예계에 종사하는 친구에게 연락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운 좋게도 나에게 엄청 호의적인 KQS 드라마라서, 나는 조만간 한 번 드라마국에 가서 연락처를 얻어보기로 했다.

혹시 원일이와 학창 시절 이야기도 하고 겸사겸사 사극 로맨스 촬영장 구경도 하다 보면, 로맨틱한 곡의 소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너무 속이 시커먼가? 나도 작업물을 만들어 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아무튼 드라마가 무지하게 재미있었기 때문에, 나는 1편을 다 보고 KQS로 이동했다.

내가 이동하는 사이에, '그레이존' 관련 회의가 시작되었다는 스파이의 연락이 왔다.

* * *

그레이존을 4본부에서 책임지겠다는 소식이 VMC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VMC의 승계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던 VMC 모든 계열 직원들에게는 편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미 이춘형이 존재감을 드러내겠다고 회사를 들쑤셔 놓은 전적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상황이 반복될 생각을 하니 미리부터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이춘형이 제일 먼저 나서서 바꿔놓은 게 VMC가 보유한 채널 중 하나인 TYT의 음악방송에서 업로드한 직캠을 확인하거나, 팬들끼리 소통하도록 만든 어플이었는데, 이것저것 실용성 없이 야망만 쏟아부어 만든 덕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춘형이 그 어플에 워낙 자부심이 있어, 버리지도 못하고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돌리는 중이었다.

케이팝 팬들이 죄다 불편해하며 불만이 폭주했지만,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유지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강효준은 일은 잘한대."

"지가 잘해봤자 재벌 놈이지……."

"애초에 지 회사 따로 차려서 VMC 쪽에 애정도 없는 새끼가 왜 와서 껄떡거리는지 이해를 못 하겠네."

직원들은 회의적이었고, 그 사이에 4본부 본부장 승진을 한 강효준은 '그레이존' 존폐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강효준 본부장은 자신의 빈자리를 채운 4본부 A&R팀 임수환 A&R과 함께 대회의실로 향하며 말했다.

"저 많이 어려 보여요?"

"그냥 나이보다 서너 살 많아 보여요."

"아, 더 들어 보여야 되는데."

강효준이 찝찝해하며 중얼거리자 임수환 A&R이 말했다.

"본부장님이 아무리 열심히 뭘 하셔도, 남의 눈엔 그냥 낙하산이에요."

"그렇죠?"

"네, 우리 고생한 건 우리나 알죠, 뭐."

4본부에서 맨손으로 땅을 파는 기분으로 카일룸을 시작부터 길러낸 두 사람이 같이 투덜투덜거리며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늘 으쌰으쌰하는 4본부에 처박혀 있던 두 사람은 본사가 있는 층에 올 일도 그리 많지 않았다. 임수환 A&R은 이미 기가 눌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다행히 피로 이루어진 누가 와도 깨지 못할 든든한 뒷배가 있는 강효준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임수환 A&R은 정해원이 보내준 기획안을 강효준이 밤새고 보완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확인했다.

강효준은 4본부에 와서 일중독자라고 정해원에게 한 마디씩 욕을 던지며 작업하고 있었지만, 임수환 A&R이 볼 때는 사돈 남말한다는 문장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

임수환 A&R은 제목을 한번 크게 강조했다. 그리고 강효준에게 물었다.

"언제 OTT 채널까지 컨택했어요?"

"정해원이 했던데."

"진짜 아주 똑같은 워커홀릭 대표랑, 똑같은 워커홀릭 아티스트가 잘 만났네요."

임수환 A&R의 그 말에 강효준이 정색했다.

"어떻게 나를 정해원이랑 비교해요."

"……본부장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 피디님도 진짜 어지간하신가 봐요."

물론 지금까지 임수환 A&R이 카일룸 앨범을 함께 작업한 정해원 프로듀서를 떠올려 보면 강효준의 이런 반응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정해원 프로듀서가 보내준 초안을 보면, 도저히 엔터 사업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제가 보기에 정 피디님이 나이를 속였어요. 04년생일 리가 없어. 84 같애."

"많이도 속였네요."

강효준이 그렇게 대꾸하는 사이에 회의가 시작되었다. 강효준은 들어오면서부터 아주 모든 것에 트집을 잡겠다고 작정을 하고 들어온 이춘형 이사 쪽을 힐끔 봤다.

임수환 A&R이 물었다.

"근데 진짜…… 이거 띄워도 돼요?"

"돼요. 원래 사촌끼리 다 그러고 싸우면서 크는 거죠, 뭐."

강효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임수환 A&R은 쫄려서 한숨을 크게 한번 쉬었다.

그레이존의 프레데이션 첫 장에 참고한 기사 자료가 있었다.

[사생 테러로 '정해원' 빠진 VMC 그레이존 존폐 위기…….]

[서바이벌 명가라던 VMC, 시작도 전에 자승자박]

VMC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줄줄이 띄운 자료였다. 아예 선빵을 때리고 가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임수환 A&R이 말했다.

"이걸 띄우는 패기를 보고서야 드디어 본부장님이 재벌 3세인 게 실감 나네요."

"……지금까진 실감이 안 났단 말이에요?"

"날 리가 있습니까? 맨날 국밥 세 그릇씩 때려 마시면서 회사에서 숙식하는 사람한데? 본부장님 어차피 집 들어가지도 않으시는 거 같은데 저한테 싸게 세주세요."

"아, 거기가 얼마짜린데."

"어차피 안 들어가잖아요."

매일 서로 부대끼며 회사에서 먹고 자고 하던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회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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