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06화
보이드 엔터 대표, 강효준은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의 2편이 업로드된 이후 전달받은 내용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일본의 한 방송인이 다큐멘터리 한 부분을 편집해, 케이팝의 어두운 면이라 비난하고 있었다.
사실 저러고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보다 놀란 건, 정해원이 아직도 식사를 셰이크로 때우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음식 테러 직후에야, 심적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음식을 못 먹는 그런 일이, 이해는 안 가지만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오래 갈 줄 몰랐다. 음식만 보면 후루룩 들이마시는 대식가의 눈에, '음식이 꺼려진다'라는 것은 그리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강효준은 VVV엔터 소속 작곡가, 곽신희의 곡을 무대에 올릴 카일룸과 함께 미국에 입국했다. 그리고 그 사흘 전부터 미국에 머물고 있는 퍼스트라이트의 호텔을 찾아 이동했다.
이제 이틀 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VMC 글로벌 콘서트, V페스티벌 무대가 열린다.
그리고 그 페스티벌의 무대에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의 출연진 4명이 작곡한 4곡이 올라가게 될 예정이었다.
어느 나라의 케이팝 팬이든 자기 나라에서의 활동에 다른 활동들보다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그건 미국의 케이팝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이건 퍼스트라이트로 하여금 미국 케이팝 팬들에게 자신의 그룹을 보여주게 되는 중요한 기회였다.
그러니 최고의 컨디션이어도 모자란데.
밥을? 아니, 진짜로? 한국 사람이 밥을 못 먹어? 어?
퍼스트라이트와 같은 호텔, 다른 층에 도착해 먼저 짐을 푼 카일룸의 멤버 차우석이, 바로 퍼스트라이트를 확인하러 가려는 강효준에게 심각하게 말했다.
"형."
"어."
"요즘 해원이 형이 저희한테 애정이 식은 것 같아요……."
"왜?"
"녹음할 때 저한테 화를 안 내요. 그냥 빨리빨리 끝내버리고……."
차우석이 말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시늉을 했다.
"버림받은 거 같아요."
"가서 물어볼게. 왜 버렸냐고."
"아 형, 안 버렸다고 해줘야져!"
징징거리는 차우석을 적당히 달래준 강효준은 퍼스트라이트가 머무는 층으로 향했다.
인터뷰 밑 기타 촬영은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빌려서 했다. 이 다큐에서 제일 신경 쓴 부분이 '때깔'이었기 때문에 배경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물론 X플릭스가. 고마웠다.
촬영장을 한 번 확인하고, 바로 정해원의 객실로 향했다. 정해원이 반가워하며 말했다.
"형, 빨리 와봐요."
"왜?"
"아니, 방송에서 무슨 소속사에서 굶긴다고 자꾸 그랬다면서요? 형이 얼마나 먹는 거에 진심인지 보여줘야 될 것 같아서요."
그러더니 가져온 컵라면 박스를 열며 물었다.
"형 몇 개 먹어요?"
"한 뭐 대여섯 개만 할까."
"너무 적은데."
"아직 배가 안 고파."
강효준이 말하며 앉고 난 뒤, 정해원이 셀프캠을 고정했다. 강효준이 컵라면을 같이 뜯으며 물었다.
"근데 차우석이 너 왜 요즘 녹음실에서 화 안 내냐던데."
"실력이 좀 늘긴 했어요. 차우석이 타고난 게 좋잖아요……. 아, 걔한테 말하지 마세요. 짜증 나게 굴 것 같으니까."
"어. 차우석은 버림받은 줄 알던데, 그냥 그렇게 알게 놔둬야겠다."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렸다. 강효준은 타이머까지 써서 3분을 딱 맞춘 후, 후루룩 컵라면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래 비행기를 타고 나서 먹는 컵라면 국물이 개운했다.
* * *
-햇살이들 제가 컵라면이 사라지는 마술 보여줄까요? 형, 이거 먹어봐요.
-어.
[아니ㅋㅋㅋㅋㅋㅋ그냥 먹으라는데 의문이 없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표님 위신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강댚 X나 시원하게 잘생겼다 해원이 말만 들으면 그냥 잘 먹는 하마 느낌이었는데ㅋㅋㅋ]
[↳나도 하마상일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음식 어디감?]
[어?]
[먹는 거 못 봤는데 왜 컵이 비어있어?]
[마심????]
[아니 진짜로 마술이잖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김치 1㎏짜리 아니야? 김치도 없어졌는데?]
[이거 육개장이랑 김치 PPL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피엘이면 먹는 거 보여줬겠지 그냥 사라졌자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외 나가면 저거만한 조합이 없긴 해ㅋㅋㅋㅋㅋㅋㅋ]
강효준은 컵라면 여섯 개 중에 자기 몫인 다섯 개를 마시고 부족한지 새로 컵라면 박스를 뜯었다. 그 사이 정해원도 나름으로 자기 몫을 먹었다.
그 후에 내레이션과 함께 팬미팅 장면과 사생 테러 기사가 교차 되어 나왔다.
솔직한 멤버인 민지호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해원이 형이 사생 때문에 다친 다음에는요, 분위기가 진짜 어두웠어요. 해원이 형만 그런 게 아니라, 지운이 형이 해원이 형 이름 쓰여있는 아이스크림 건네줬거든요. 자기가 못 걸렀다고 지운이 형도 괜히 자책하고, 해원이 형은 또 워낙 힘들다고 말을 안 하는 편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말 안 하고…… 근데 사실 괜찮아요. 결국 괜찮아져요. 해원이 형 진짜 세요. 진짜로요. 제가 아는 형 중에 제일 세요. 햇살이들이 밥 먹었냐고 자꾸 물어봐 주고, 1그램도 사라지지 말라고 해주면, 무대에서 힘들다고 느끼면, 결국 다 잘 먹게 될 거예요. 저도 그렇지만, 그 형도 진짜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거든요.
* * *
원래도 다큐멘터리 편집을 맡은 온 피디는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 3편에 아이돌의 애환에 관한 내용을 쓰고 싶어 했었다.
때마침 일본 방송에서 논란에 불을 지피는 바람에, 사생 건까지 엮어서 한 편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줬다.
마치 내가 역경을 멋지게 이겨내고, 마지막에 다른 프로듀서 참가자들과 함께 V페스티벌 공연장에 들어서는 장면에서 3편이 끝났다.
캬, 저 다큐 3편의 정해원이 실제 나보다 백 배 멋있다.
덕분에 악성 루머를 퍼트리던 몇몇 국가의 반응도 반전됐다. 안주원이 나에게 일본 댓글을 보여줬다.
[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사과해]
[무로 이 새끼 음식 테러 때문에 음식 못 먹는 케이팝 돌 음해한 거야?]
[↳오 X나 개새낀데]
[인간 같지도 않네]
[무로 죽었으면]
[↳진짜 일본인으로서 쪽팔리니까 죽었으면]
물론 X플릭스 다큐멘터리가 TV만큼의 파급력은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해명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일본 햇살이들과 번역기를 써가면서까지 열심히 해명해 주는 한국 햇살이들을 보니 고마웠다.
거기다가 추가로, 3편을 워낙 극적으로 만든 덕에, 극복 서사를 좋아하는 나라들에서 급격하게 시청자 숫자가 붙고 있다고 안주원이 알려줬다.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 * *
그리고 일주일 뒤, 업로드된 4편은 앞선 3편에서 빌드업하며 만든 곡을 무대에 올리는 편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각 팀의 실력을 보여주는 시간.
배우 김문재의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드디어 V페스티벌이 시작되었습니다. 4명의 케이팝 프로듀서들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본인들이 만든 곡을 올리게 되죠. TMI를 알려드릴까요? 이 4명, 공연장이 빌까 봐 예매 당일 아무도 잠을 못 잤다네요. 그런데 이렇게 꽉 찬 공연장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설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온 프로듀서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하나씩 무대와 음향을 점검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제일 먼저 와있던 정해원이 두 번째로 도착한 VVV엔터 작곡가 곽신희의 등에 매달렸다.
"형아."
"아, 무거."
"나 안 무거운데."
"네 키를 생각해라, 인마."
"어, 시연이 누나 왔다. 누나!"
이브닝의 멤버 윤시연도 손을 흔들며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최윤솔이 들어와 네 사람이 공연 이야기를 나눴다.
[뭐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지들끼리 X나 잘 통한다는 건 알겠다]
[와 X발 어떻게 넷이 다 천재들만 모아놨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서바이벌이면 노잼일 뻔했다 넷이 다 생긴 거랑 다르게 성격이 순두부들이네ㅋㅋㅋㅋㅋㅋ]
[↳정해원은 X나 개새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함]
[↳↳근데 또 작업 들어가면 아님 기 쎄더라]
[근데 최윤솔이 약간 붕 뜨긴 하는 듯]
[↳VMC에서 너무 밀어주는 게 보여서]
[↳최윤솔 실력과 연차에 마지막 무대를 주는 게 말이 되냐ㅋㅋㅋㅋ]
[↳↳소년들이 제일 데뷔 빠른 건 맞지]
[↳↳↳그거 활동도 못했잖아……?]
[↳애초에 VMC 아니었으면 여기 낄 짬이 아니지]
[↳여기 낄 짬 아니라고 하면 밀리언 음판 끌고 오는데, 최윤솔 빼고 나머지 셋은 앨범 하나는 프로듀싱해 본 프로듀서들임 타이틀 한 곡 넣은 게 아니라고 진짜 프로듀서니까 프로듀서라고 부르는 거지]
[오히려 다큐 보니까 정해원이랑 최윤솔 라이벌로 붙인 게 X나 언플이었구나 싶다 새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VMC가 언플 잘함ㅎㅎ]
[↳언플을 얼마나 처했으면 사람들이 진짜 둘이 라이벌인 줄 착각하냐 솔직히 정해원은 저 넷 중에서도 천상계임]
[↳↳이게 맞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시연이 땜에 이 다큐 보는건데 우리 시연이도 정해원 천재성 그냥 넘을 수 없는 벽이랬음]
그렇게 시끌시끌한 상태로 프로듀싱 곡이 무대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곡 경력은 제일 길지만 제일 연차가 적게 찬 카일룸을 프로듀싱한 곽신희의 곡이 첫 번째로 무대를 열었다.
곽신희는 '천사'를 컨셉으로 하는 카일룸에게 맞춰, 애니메이션 OST에 들어갈 것 같은 밴드 음악을 프로듀싱했다. 금방 익숙해지는 탑라인에 팬들의 호응이 컸다.
그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두 번째로 연차가 있는 퍼스트라이트의 무대, 정해원의 곡이었다.
* * *
V페스티벌이 열리는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케이팝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객석 쪽을 확인하고 온 민지호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햇살이들 있어……. 선라이즈 응원봉이 있어!"
"진짜?"
"어떻게 미국에도 햇살이들이 있냐?"
"이게 X플릭스의 힘이야?"
멤버들이 한마디씩 얹으며 우르르 객석 쪽을 구경하러 나갔다. 민지호의 말대로 객석에 퍼스트라이트 공식 응원봉을 든 팬들이 제법 많이 와 있었다.
그걸 보니 심장이 더 터질 것 같았다.
"아, 미치겠다. 곡 진짜 좋아? 진짜로 좋은 거 맞니, 얘들아."
내가 진상을 떠는데, 멤버들도 같이 긴장해서 내가 찡찡거리는 걸 느낄 여유조차 없었는지 최선을 다해서 좋다고 공치사해줬다.
금요일 1시 컴백을 할, 앨범 수록곡을 선공개하게 됐다. 그리고 다큐 마지막 화에는 '나쁜 남자'를 컨셉으로 한 타이틀곡이 공개될 예정이었다.
이번에 우리는 사실상 퍼스트라이트의 모든 프로모션을 이 다큐멘터리에 맞춰서 스케줄을 짰다. 우리 보이드 엔터는 정말로, 이 다큐멘터리에 사활을 걸었다.
내가 그렇게 사활 걸어보자고 부추기고, 일 벌여 놓고, 쫄아 있으니까 강효준이 나한테 와서 등을 툭 치더니 너무 걱정할 거 없다고 딱 한 마디 했다.
'형 돈 많아.'
눈꼴신데 솔직히, 회사 대표가 재벌인 거 되게 든든하다.
V페스티벌 무대에 올라가기 전, 나는 멤버들과 한 손씩을 모았다.
"애들아. 여기 미국이다."
"우리 미국 도착한 지 한참 됐잖아요?"
한효석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내 말에 신지운이 말했다.
"진짜 한 번만 말해라. 두 번 말하지 말고."
"아, 드럽게 껴드네. 아무튼……."
나는 멤버들의 트집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말을 이었다.
"얘들아, 자랑스럽다."
그렇게 말꼬리를 잡더니, 그래도 이 말에는 멤버들이 크게 호응해 줬다.
"나도 자랑스러워, 형들."
"민조가 퍼라 사랑해!"
"나도 사랑한다, 우리 팀."
안주원까지 그렇게 말한 후, 황새벽이 구호를 외쳤다.
"자, 가자. 서드, 세컨."
"퍼스트!"
"가쟈아."
우리는 그렇게 구호를 외친 후, 무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