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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07화 (207/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07화

V페스티벌이 시작되고, 공연장에는 많은 케이팝 팬들이 입장했다.

그중 상당수가 매주 반영 중인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를 보고 온 팬들이었다. V페스티벌 공연 당일에는 2편까지 방영이 되어 있었다.

4명의 프로듀서는 전부, 아직 미국에서 활동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참가자 윤시연의 그룹 이브닝이 작년 V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것 정도가 활동 내역의 전부였다.

적어도 이 4명을 응원하는 팬의 절대다수는 분명, 다큐멘터리를 보고 온 사람들이었다.

특히 미국의 케이팝 팬들에게 정해원은 역경을 극복한 서사가 있는 참가자였다.

[해원의 음악이 너무 좋아]

[역경이 음악을 더 좋게 들리게 하는 듯]

[음악이 뭔지 아는 사람이야]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그 서사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렇게 기다리던 차에, V페스티벌 무대에 정해원이 올라왔다. 정해원이 어색한 영어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해원입니다. 퍼스트라이트의 멤버고, 팬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서 정말로, 정말로 좋습니다. 혹시 다큐를 보고 오신 분들……."

거기까지 말하자 X플릭스에서 2편까지 다큐를 본 팬들이 환호했다. 그 환호성이 생각보다 커서 정해원이 민망한 표정으로 웃었다.

"감사합니다. 어…… 이제 곡 소개는 저희 영어 잘하는 멤버가."

정해원이 말하며 마이크를 떠넘기자 안주원이 받아 들었다.

"신곡 제목은 'Rainbow'입니다. 해원이가 처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드리는 곡에서는 희망이나 벅차는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거든요. 저희가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해원이가 그런 느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주원이 말하는 동안 무대 가까운 쪽의 팬들이 환호했다.

팬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와우,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얼굴과 피지컬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큐멘터리 참가자 중 두 번째, 퍼스트라이트의 무대, 레인보우가 시작되었다.

퓨처베이스를 능수능란하게 배치한, 안주원의 설명대로 희망, 벅찬 느낌을 표현한 음악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나타나는 요정 같아 그런 거 있잖아]

[무지개로 쏜 화살이 하늘을 뚫을 때까지]

[나는 너를 위해, 달리거나 노래를 부를 거야]

영어와 한국어가 적절하게 섞인 음악이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꽉 채웠다.

퓨처베이스 위로 신나게 달리던 음악은 어느 순간 빗방울 소리 같은 피아노 소리와 효과음만이 남았다. 그 위로 박선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너를 위해, 달리거나 노래를 부를 거야]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케이팝의 큰 특징인 다양한 진행을 오로지 팬들이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데, 온전히 활용한 음악.

음악이 흐르는 4:01초 내내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환호로 뒤덮였다.

* * *

[아니 신기한게 퍼라는 뭐 공연장 새로 진입할 때마다 찢었다는 얘기 밖에 안 나오냐]

[직캠 뜨나ㅠㅠㅠㅠㅠㅠ]

[↳홈마들 몇 명 간 거 같더라]

[↳↳제발 풀캠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나 지금 크립토닷컴 아레나인데 반응 X나 미쳤어 그냥 진짜로 미쳤어]

[↳그 정도임?]

[지금 초면인 곡에 관객이 영어 싸비 따라부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보면 X나 찢은 거 느껴지지 않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면인 곡을 불렀어?]

[↳↳ㅇㅇ진짜로 분위기 미쳤다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세계인 보는 눈 똑같지 않니 주원이가 마이크 잡는데 근처에서 다 핫하다고 소리지르고 난리남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주원이가 좀 핫하지ㅋㅋㅋㅋㅋ]

[↳안 돼 안주원 숨겨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노래 반응 개좋다]

[↳아니 진짜 정해원 작정하고 만들었잖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거 원래 경연용이었을 테니까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랬네]

[곡 자체가 이 다큐 OST같더라 청춘스럽고 설레ㅋㅋㅋㅋ]

[X발 음원 언제줘 나 지금 X플릭스로 그 부분만 계속 반복해서 보고 있는데ㅠㅠㅠㅠㅠㅠ]

[다음달 발매하는 앨범 수록곡임 다큐 마지막화에 타이틀 무대 하는 거 올라올 거 예상임]

[근데 진짜 정해원 뭐냐 이 새끼가 어떻게 히키코모리짓하고 있었냐…….]

[히키코모리 정해원한테 너 스물두 살에 미국에서 첫 공연하고 반응 X나 좋을 거라고 하면 절대 안 믿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진짜 이거 왜 눈물나냐ㅠㅠㅠㅠㅠㅠㅠㅠ]

[↳얘가 2년 전까지만해도 무대 서는 거 상상도 못하던 애라는게ㅠㅠㅠㅠㅠㅠ]

[아니 V페스티벌 영어 후기 찾아보는데 모든 후기에 레인보우 좋다는 얘기가 무조건 있네 X나 신기함]

[↳그럴만함]

[↳이거 진짜 현장에서 봐야돼 현장감이 X나 미쳤어 그냥 세계인의 축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계인읰ㅋㅋㅋㅋㅋㅋㅋㅋ축젴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이 말 맞다 세계인의 축제 느낌이더라 곡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어서 그룹으로 가장 연차가 있는 이브닝의 무대, 그 후 마지막이 최윤솔이었다.

* * *

반응이 달랐다.

무대에 집중한 상태로 봐도 그게 느껴졌다.

나머지 가수, 카일룸과 이브닝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최윤솔은 딱 정해원이 나오는 부분에만 집중했다.

오늘 V페스티벌에서 퍼스트라이트의 공연 반응은 특히 좋았다. 그 공연과 비교하면 최윤솔은 자신의 공연에서 반응이 그저 그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윤솔이 그렇게 느꼈으니 아무리 편집을 잘해도 인터넷에 계속해서 글이 올라왔다.

[최윤솔 X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부러 비호감 적립하나 얘를 뭘 믿고 엔딩으로 내냐 VMC는]

[X나 놀라운 거 최윤솔이 정해원이랑 언플로 이름 알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심 뒤진 새끼]

[솔직히 객관적으로 못 만드는 건 아님 재능도 있다고 보는데 진짜 큰 문제는 정해원을 따라하는게 너무 보여]

[↳???????????진짜로???]

[↳솔직히 이거 작곡하는 사람들 공통의견 아닌가 최윤솔 곡 만들 때쯤 퍼스트라이트 활동보면 타이틀이든 수록곡이든 비슷한 곡 한 개씩은 있을 듯]

[↳↳소름끼치네……?]

[↳↳점점 브엠이 X나게 언플했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ㅎㅎ]

[↳이게 최윤솔 곡만 들으면 좋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 같은 공연에서 보니까 너무 정해원 하위호환임…….]

[브엠 진짜 밀어도 최윤솔을 미냐]

[↳당연함 브엠은 정해원 놓친 거 후회하고 있었을 텐데 정해원이랑 비슷한 곡 든 놈이 나타난 거잖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맞을 것 같다]

최윤솔은 계속해서 댓글을 확인했다.

국선아 때는 정해원이 왜 그렇게 계속 댓글을 확인하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갔다. 완전히. 그냥 계속 확인했다. 거의 무슨 기계 같았다.

뭐라도 좋은 글이 올라올 때까지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악플이란 게 이런 건가.

원래도 악플이 평생 아예 안 달렸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얻어맞아본 건 처음이라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최윤솔은 호텔 안에서 X플릭스와 댓글 반응을 번갈아 보던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화가 났다. 너무 많이 나는데 이 화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인터뷰 촬영으로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다시 같은 참가자를 만났다.

물론 모두가 비슷한 분량으로 인터뷰를 가져가긴 했다. 하지만 퍼스트라이트의 공연 반응이 터지기 시작한 후, 피디는 정해원에게 특히 많은 분량을 몰아주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보니까 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왜? 언제부터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났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 * *

미국에서 출국하기 전날, 나는 정말로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최윤솔 : 해원아. 나 윤솔인데 나 좀 도와주라]

[……미쳤냐?]

[최윤솔 : 나 도와주라고.]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널 도와주겠냐?]

[최윤솔 : 악플 때문에 너무 괴롭다. 나 이제 네 마음을 알겠어.]

아주 제대로 미쳤나보다.

[최윤솔 : 나 안 도와주면]

[최윤솔 : 죽을지도 몰라]

이 새끼. 제정신이 아닌가 본데?

나는 일단 무시했다. 그리고 다른 일에 집중하려고.

근데 너무 신경이 쓰여 일이 안 된다.

할 수 없이 핸드폰을 들어 이번 다큐 촬영으로 몇 번 연락하던 최윤솔의 매니저에게로 전화했다.

-응, 해원 씨. 왜?

"최윤솔 미쳤나 봐요."

-윤솔이야 뭐 항상 좀 제정신이 아니지. 근데 왜?

"자기 안 도와주면 뛰어내린대요."

-잠깐만.

매니저가 다급하게 달려 나왔다. 그리고 나와 함께 최윤솔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두드렸는데 답이 없어서, 매니저가 가지고 있던 여분 카드키로 문을 열었다.

그사이에 나는 멤버들다 매니저 단톡방에 톡을 했다. 전에 애들이 혹시 위험한 짓하면 꼭 미리 알려주고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닌데, 최윤솔이 위험인물이긴 하니까……. 허허.

[얘들아 나 최윤솔이 협박해서 걔 방]

아니, 잘못 보냈다. 협박이 맞긴 한데 근데 이게 또 오해를 살 만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멤버들이 이미 읽었는지 숫자가 줄어들었다.

[아니]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한데 잠깐만]

내가 빨리 변명을 쓰고 있는데 방에서 술 냄새가 났다. 돌아보니 최윤솔의 객실 안에서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최윤솔은 만취를 해서 노트북을 옆에 펴놓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매니저가 먼저 가서 최윤솔을 불렀다.

"윤솔아. 괜찮아?"

"아, X발 저 새끼 왜 여기 있어."

나? 아니, 이 새끼가.

"네가 오라며."

"내가 언제?"

아, 나 진짜 뭐지.

내가 황당해하는데 최윤솔이 여기저기 산만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서 알약이 든 통 같은 걸 집어 들었다.

"야, 이거 먹어도 되는 거냐?"

내가 물어보자마자 최윤솔은 술이 좀 깼는지 나한테 달려왔다. 최윤솔이 뺏으려 해서, 내가 붙잡고 말했다.

"신고해야지."

"해원아, 그럼 나 인생 조져."

"한번 조지고 다시 시작해, 그럼."

내 말에 최윤솔은 진짜 맛이 갔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바로 무릎을 꿇었다.

"나 계속 아이돌 하고 싶어. 야, 나 진짜 처음 했어. 이거 너 신고하면 나 아이돌 못해. 그거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

"아, 이 새끼. 무릎 꿇는 거 뭐 어렵다고."

나도 무릎이 가벼웠기 때문에 안 넘어가려고 같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최윤솔에게 말했다.

"윤솔아, 아이돌이 계속 하고 싶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 건, 한 번도 안 해야지."

"하……."

최윤솔이 한숨 쉬더니 매니저에게 말했다.

"형 얘 핸드폰 좀 뺏어봐."

"어이씨, 잠깐만."

"어어. 나한테 손대면 폭행, 폭행."

내가 말해봤지만 폭행 좀 하고 신고를 못하게 하고 싶은 것 같았다. 둘이서 내 핸드폰을 뺏으려고 덤볐다.

내가 평소 같으면 몸싸움 그냥 이기는데, 이게 취한 놈이 있어서 쫌 밀렸다.

그때 객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

민지호의 목소리에 나도 소리쳤다.

"어! 민조야, 형 살려줘!"

그랬더니 신지운이 투덜대는 게 들렸다.

"아, 이 형 드럽게 사고쳐, 하여튼."

야이씨, 내가 사고친 게 아니라…….

아무튼 나 하나일 때는 입막음 하려고 하더니, 여럿이 오니까 할 수 없이 매니저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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