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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08화 (20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08화

"어! 해원이 형 또 사고 친다!"

이어폰을 끼우고 숙소의 거울을 보며 안무 연습을 하던 민지호가 핸드폰 알림을 가장 먼저 확인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신지운이 몸을 일으켰다.

"또?"

"어! 어!"

민지호가 정해원에게 답을 보내며 동시에 말하느라 멀티가 안 돼서 대답만 하는 사이 신지운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정해원 : 얘들아 나 최윤솔이 협박해서 걔 방]

[정해원 : 아니]

[정해원 :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한데 잠깐만]

[민지호 : 형 또 무슨 사고 쳤어!]

[황새벽 형 : 쟤는 민조한테 사고친다고 하면 안 돼 양심이 있으면]

두 사람은 바로 방에서 나왔다. 최윤솔이 있는 객실로 갔는데 안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렸다.

"형!"

민지호가 문을 두드리고 소리치자 안에서 정해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 민조야, 형 살려줘!"

"아, 이 형 드럽게 사고쳐, 하여튼."

신지운이 혀를 차더니 문을 한번 발로 걷어찼다.

"안 열어?"

안에 누가 있는지 몰라도 냅다 차버리니까 'X발, X발'거리는 소리가 문 쪽으로 가까워지고,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안을 들여다봤다가 자리에 서서 눈만 껌뻑껌뻑거리고 있었다. 격렬한 몸싸움의 현장이었다.

신지운이 바닥에 구르는 통을 보자마자 욕을 뱉었다.

"약 했냐."

그러자 민지호가 눈을 부릅뜨고 신지운에게 물었다.

"형, 저 쬐끄만 것만 보고 어떻게 알았어?"

"야, 너 왜 나 그렇게 봐. 형 못 믿냐?"

"어!"

민지호가 대답하자 정해원이 밟혀서 구겨진 옷을 탁탁 털며 말했다.

"세상에 믿을 놈이 없어서 널 믿겠냐."

"형이 할 말 아니야!"

민지호의 말에 정해원이 민망해하며 목을 긁적거렸다. 그 사이 최윤솔이 얼굴을 두 손으로 벅벅 문지르더니 도망치려고 문 쪽으로 냅다 달렸다.

그러다가 복도 중간에 신지운과 민지호에게 붙잡혔다. 잠시 후 나머지 퍼스트라이트 멤버들과 매니저, 강효준까지 우르르 몰려왔다.

다행히 같은 층은 전부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빌려놨던 터라 다른 투숙객은 없었지만, 여전히 큰 소란이었다.

얼떨결에 최윤솔의 객실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나중에 도착한 안주원이 복도로 나와서 경찰에 전화를 하려는데. 소란 때문에 달려온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의 메인 피디, 온 피디가 일단 팔을 붙잡았다.

"주원 씨, 잠깐만."

안주원이 멈춰 있으니까 온 피디가 강효준 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거. 너무 빨리 결정하면 안 돼요."

일단 방송의 흥망의 1차 책임자인 온 피디가 한숨 쉬었다.

"약빤 출연자 들어가면 이거 나가리예요."

그 말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잠시 생각하던 강효준이 말했다.

"피디님 마음 저도 정말 잘 알고, 저도 사활 걸렸는데. 그래도 어차피 터질 일이에요. 여기서 이 소란이 났는데 못 묻어요, 이거."

"하."

온 피디가 한숨을 쉬었다.

방송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촬영해서, 실시간으로 편집해 업로드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마감 직전까지 긴장하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한 시간을 들여 편집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최윤솔의 분량을 편집해서 잘라낸다고 하면, 그 시간을 채울 컨텐츠가 없었다.

게다가 4명의 출연진 중 하나가 사고를 치면, 생각 이상으로 순항 중인 이 프로그램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가 없었다.

온 피디가 말을 이었다.

"이거를…… 이제 편집해서 그걸 뭘로 방송을 채워요. 펑크나요, 이러다가!"

"이것까지 다 방송으로 하면 안 돼요?"

한효석이 묻자 주변 사람들이 멈칫했다. 온 피디가 약간 혹했을 때 강효준이 말했다.

"그럼 너무 케이팝 아이돌의 어두운 면처럼 보이지 않겠냐."

"일본 방송에서 해원이 형 섭식장애 어쩌고 해서 트라우마 생기신 거 아니에요?"

"어, 약간."

강효준이 대답했다.

그때 대충 옷을 정리하고 나온 정해원이 말했다.

"고민할 게 뭐 있어요? 지금 신고 안 하면 뭐 나중에 신고해요? 심지어 저 맞았는데! 폭행!"

정해원이 팔을 들어 자기 팔뚝을 탁탁 치며 맞았다고 주장했다. 무지하게 억울한 표정이었다.

그사이 안주원과 최윤솔이 먹은 약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대조하던 신지운이 말했다.

"한국에선 다 불법인데, 여기선 합법인 약들인데요?"

"근데 ADHD약은 괜찮은데, 이건 의사 대면해서 받아야 돼."

약을 가리키며 말하던 안주원이 최윤솔에게 물었다.

"윤솔아, 의사한테 처방으로 받았어?"

안주원의 그 질문에 최윤솔이 대답이 없자, 안주원이 말했다.

"처방 안 받았으면 뭐, 안 되긴 한데. 여기선 처벌까진 안 갈 거 같아요. 이게 처방 규칙이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완화됐거든요."

"우리나라에선 난리겠지."

신지운의 말에 최윤솔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욕을 퍼부었다.

없었던 일로 묻는 건 이제 불가능했다. 일단 정해원이 펄펄 날뛰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숨겨봤자, 나중에 되면 더 큰, 부정적인 반응으로 되돌아오게 될 거라는 게 요지였다.

경찰을 부른 후, 온 피디가 투덜거렸다.

"결국 갈리는 건 우린데."

속상한 마음에 한마디 하고, 정해원 눈치를 보는데 의외로 정해원이 침착하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

"피디님. 저는 이제 웬만하면, 진짜 웬만하면 대중을 속이고 싶지 않아요. 트라우마인가 봐요."

본인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다고 돌려버리니, 온 피디도 거기선 더 할 말이 없었다.

* * *

결국 경찰이 왔고, 최윤솔은 곧바로 한국으로 소환됐다.

케이팝 방송이 얽혀서인지, 지역 신문에서도 좀 시끌시끌했다. 물론 한국에서 뒤집힌 정도는 아니었다.

신고 바로 당일에 기사가 올라왔고, 하루 사이에 인터넷은 최윤솔의 한국 반입 금지 항우울제 투입으로 뒤집혔다.

[최윤솔, 수면 마취용 항우울제 투여…….]

그리고 관련 약물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높아지자, 제약회사의 로비로 시작되었다.

[XXX과 XXX. 과연 위험한 약물일까?]

[한국은 지나치게 항우울제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나라…….]

[XXX, 오히려 자살 위험 낮춰…….]

[미국의 보편적인 가정용 우울증 치료제]

한국이 시끌시끌했다.

게다가 일단 VMC가 워낙 언플에 능한 회사다 보니, 회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윤솔의 항우울제 투약을 옹호하는 기사를 엄청 내줬다.

[ADHD약물에서 환각제로, 우울증의 위험성]

[악플에 시달리던 아이돌은 결국…….]

이번주에 '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구하기 어렵다'는 관련 기사는 거의 다 VMC에서 낸 기사들이었다. 그 언플로 최윤솔을 엄청나게 불우하다고 생각하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어찌 됐든 최윤솔은 더 이상 촬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바로 다음 날 올라가게 되어 있었던 다큐멘터리 4화는 그냥 최윤솔이 있는 상태로 업로드가 되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기사가 터지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서너 시간 뒤였다.

4명의 출연자 중에 한 명이 날아갔으니, 편집을 해서 잘라내는 것도 문제지만, 추가하는 것도 문제였다. 온 피디는 한숨을 푹푹 쉬며 다큐멘터리를 편집했다.

진짜 다행인 건, 그 언플 잘하는 회사, VMC에서 그 언플을 그대로 배워온 4본부 본부장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이었다.

강효준도 만만치 않게 기자들에게 자료를 돌렸다.

['무케만' 촬영팀에서 최윤솔 항우울제 투약 현장 최초 목격]

[무케만 온 피디, 방송은 걱정 되었지만 현장 발견 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 측, 현재 편집에 매우 어려움을 겪는 상황. 그러나 후회 없다]

그렇게 영웅화 시켜준 덕분에, 온 피디와 그 외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 편집팀의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와 나 같으면 덮자고 울었자 X발 저걸 다시 편집해야 되잖아ㅠㅠㅠ]

[무케만팀 X나 멋있네]

[다른 방송이었으면 백퍼 현장에서 덮고 막방 끝나고 터트린다ㅎㅎㅎ]

[여기 얽힌 연예인들, 소속사까지 다 합의한 거잖아 대단함]

[근데 최윤솔은 X발 내가 진짜 언젠가 사고칠 줄 알았음]

[↳애초에 최윤솔 실력에 되도 않는 언플 할 때부터…….]

[↳↳악플 때문에 항우울제 먹었다는 사람한테 또 악플다네 징하다]

[↳↳최윤솔한테 악플 달던 놈들은 약 욕할 자격없음]

[최윤솔 생각하니까 불쌍하다 얘도 인생이 기구하네…….]

[↳잉 뭐가 기구하지ㅎㅎㅎ]

[근데 내 친구가 무케만 스태프여가지고 현장에 있었다는데 정해원이 제일 먼저 발견해서 신고하자고 했다는 듯???]

[↳오 그래?]

[↳걔만 넘어가주면 되는 거였는데 일 크게 만들었네]

[↳↳????]

[↳↳뭐래 미친놈아]

[↳↳진심인가ㅋㅋㅋㅋㅋㅋ]

[↳↳↳근데 ADHD치료제는 진짜 치료제니까 어쩔 수 없는 거고, XXX는 딱 한 번 투약했다잖아. 한 번 한 걸 같이 일하는 사이에 팔아 넘긴 건데?]

[↳↳↳↳이거 맞지 솔직히 멀쩡한 동료면 한 번 봐주고 넘어갔을 듯]

[↳↳↳↳팔앜ㅋㅋㅋㅋ넘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 이제 마약이 흔해지긴 했다 한 번 투약하면 봐줘야 돼?]

[근데 나같아도 봐주긴 했을 듯…… 정해원이 특이한 경우야]

[↳나도 사실 좀…….]

[↳계속 라이벌 얘기 나오니까 라이벌 죽이기 한 거 아니냐]

[↳↳아니 라이벌이 아니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 이게 또 정해원 욕하는 플이 되네ㅋㅋㅋㅋㅋ정해원 까들 X나 징하다]

[↳이 새끼들 뒤질 때도 정해원 욕하면서 뒤질 듯]

[↳한 번 생긴 까 없애는 게 어렵긴 어렵구나…….]

[↳↳애초에 만들질 말았어야 하는데 브엠 X놈들이…….]

* * *

"죄송합니다아……."

그래서, 우리는 급하게 컨텐츠를 뽑아내야 하게 되었다. 허허.

결국 한밤중에, 자다 말고 다큐멘터리의 출연자인 이브닝의 멤버 윤시연, VVV엔터 작곡가 곽신희가 프레지덴셜 스위트로 끌려 나왔다.

둘이 하품을 하다가, 윤시연이 나에게 말했다.

"미안할 건 없는데, 미안하면 컨텐츠 잘 뽑아보자, 우리."

"아, 시연이 착하다. 난 솔직히 너무 피곤하다……."

솔직하게 말하는 곽신희의 마음을 나도 안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다 그렇지 않나. 좀 불법인 게 보여도, 제발 좀 일 만들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 싶은 거.

그 불법인 걸 찾아서 일을 크게 만들면, 도덕적으로는 맞는 일이니 밖으로는 욕을 못하지만 속으로는 무지하게 원망스러워진다.

나도 그 마음을 잘 알지만, 그래도. 나중에 커질 문제를 지금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윤시연이 말했다.

"나도 피곤한데, 오빠. 이것저것 겪어보니까, 뭐든지 빨리 터지는 게 낫더라고."

"하긴……."

"그리고 이미 해원이가 봐버렸는데. 신고 안 하면, 쟤까지 문제 되는 거잖아요."

하, 역시. 아이돌 선배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알아주신다. 진짜 눈물 난다, 눈물 나. 나는 귀여운 척하고 싶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서 참았다.

어쨌든 세 사람이 모여서, 우리는 온 피디가 비몽사몽한 상태로 간략하게나마 짜준 대체 컨텐츠를 읽어보았다. 피곤한 상태로 한 것치고는 정말 많은 대안을 써놨다.

"버스킹이 제일 무난하긴 한데."

"그니까…… 아니면 진짜로 현지 아티스트랑 조인해봐?"

"아, 좋은데. 모험이어도, 되면 최곤데……."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윤시연이 물었다.

"우리. 모인 김에 같이 하나 만들까? 곡."

그러자 곽신희가 되물었다.

"누구 거? 이브닝이랑 퍼라랑, 카일룸 합동곡?"

"그것도 좋고."

음악 만들자는 얘기에 나는 냅다 신이 나서 말했다.

"그냥 일단 아무거나 만들까요? 진짜로 아무거나. 자유롭게."

내 말에 나머지 둘도 동의했다. 그리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을 때, 나는 온 피디의 눈빛이 반짝거리는 걸 봤다.

뭔가, 마음에 드는 것이 진행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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