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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09화 (209/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09화

국선아때부터 취미 삼아 악플을 달아온 @fact_ory0533은 최윤솔이 약물로 귀국한 이후, 정해원이 최초 목격자라는 소식과 더불어 튀어나온 부정적인 반응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fact_ory0533출연자가 뭘 아냐 제작진만 X나 갈리는 거지]

[@fact_ory0533근데 정해원이 왜 최초목격자야? 같이 약한 거 아님? 아닌 거 확실해?]

[↳이거 이상하긴 해…….]

[@fact_ory0533국혐 X나 언제까지 나대냐]

[↳근데 요즘 다큐하면서 욕 X나 먹는 거 보면 오래 못갈듯]

[↳요즘 보이드 엔터에서 고소장 흩날린대 조심햐]

[↳↳@fact_ory0533ㅋㅋㅋㅋ보이드에서 고소장 받았다는 X 하나도 못봄 입고소야]

[↳↳↳고소당하고 나 고소당했다고 인터넷에 자랑하겠냐 그냥 입다물고 있는 거지]

[허 X발 고소장 왔다]

[↳@fact_ory0533엥ㅋㅋㅋㅋㅋㅋ]

[↳↳진짜왔어 니도 곧 온다]

[↳↳↳@fact_ory0533미친놈인갘ㅋㅋㅋ]

그렇게 쓰면서도 좀 쫄리기는 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라 전화를 받아보니 관할 경찰서 수사관이었다.

보이스피싱인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바로 아닌 걸 알았다.

그때부터 심장이 쫄리기 시작됐다.

-혹시 그, 정해원 씨 관련으로 욕설 댓글 올리셨습니까?

"어……."

-본인 성함으로 고소가 접수됐거든요, 한번 와주셔야 될 것 같은데 언제쯤 괜찮으십니까?

일단 된다고 한 날까지 최대한 날짜를 미뤘다. 전화를 끊을 때까지 손발이 떨려서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급하게 인터넷에 검색해서, 고소장 열람을 신청했다.

경찰서에 말한 날짜 직전에 신청이 통과되어 고소장을 열람해 보니 진짜로 고소가 접수되어 있었다.

[@fact_ory0533 X발 진짜 고소장왔네]

[@fact_ory0533 뭐야 어떻게 돼 뭐부터 하면 되냐?]

[↳그냥 X나게 알바 뛰어서 벌금 준비해놔라ㅎㅎ]

[@fact_ory0533 아니 이걸로 고소가 된다고? 그냥 친구한테 이 정도 욕 안 하고 사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쫄리나보네]

[@fact_ory0533 쫄리는 게 아니라 아 국혐 이 XXXXXXXX X나 이걸로 누가 고소를 하냐고]

[↳고소당하고 미쳤냐 이거 지워라 진짜 네 생각해서 해주는 말임]

[↳↳@fact_ory0533 ㅎㅎㅎ안 지움]

설마 여기까지 확인하진 않겠지? 그렇게 확신하고 허세를 부렸다.

그런데 하필 그것까지 보이드엔터쪽 변호사가 확인하고 전부 PDF를 떠놔서, 경찰서에 가보니 @fact_ory0533가 고소장을 받은 이후에 쓴 욕설글이 자료로 깔끔하게 배달되어 있었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기 시작한 후에야 피의자 신분이 됐다는 걸 알았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까지 부드럽던 수사관은 조사를 시작하면서부터 @fact_ory0533가 단 악플을 보며 질색을 했다.

"어휴…… 이야……."

"저……. 이거 저희 부모님 모르게 할 수 있죠? 부모님 아시면 저 디져요……."

수사관은 그 말에 @fact_ory0533를 한심한 눈으로 보더니 무시하고 조사를 이어갔다.

그렇게 경찰서에 두어 시간을 있다가 나오니 겁이 나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나중에 취업하는 데 불이익이 있겠냐고 했더니, 이 정도 악플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자기 정도 악플이 고소 당하면, 정해원에 대해서 안 좋은 여론을 생각하면 고소 당할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고소 후기를 찾기 시작할 때였다. 거의 처음으로 국혐이 아니라, 정해원의 이름을 검색하니 최신 기사가 떴다.

[스타 브랜드평판 7월 빅테이터 분석…… 퍼스트라이트 41위]

[스타 브랜드평판 7월 빅테이터 분석(개인)…… 퍼스트라이트 해원 26위]

[가장 많은 순위가 오른 보이그룹 멤버는? 퍼스트라이트 해원, 다큐멘터리, 약물 스캔들 신고에 대한 호감도 등으로 특수로 15위 상승]

[7월 한국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남자아이돌그룹 멤버 21위 정해원(퍼스트라이트)]

[7월 전세계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남자아이돌그룹 멤버 19위 정해원(퍼스트라이트)]

말이 안 되는 기사들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계가 거꾸로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전 세계 유튜브는 전반적으로 나쁜 여론을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많이 검색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브랜드평판은 호감도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순위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fact_ory0533도 알고 있었다.

@fact_ory0533가 주로 검색하던 단어와 대중이 검색하는 단어는 달랐고, '국혐'이라는 단어는 '퍼스트라이트 해원'이라는 검색어의 총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론은 좋았다. 악플 고소 피의자들에게 전부 고소장을 날린다고 하면, 잘했다고 박수 칠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대중은 정해원에게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fact_ory0533은 고소장을 받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 * *

나는 모처럼 X이앱을 켰다. 팬들이 걱정할까 봐 미안했는데, 때마침 잘 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 주어져서, 짧게라도 햇살이들이랑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X이앱을 켜고 나는 손을 흔들었다.

"햇살이들 안녕."

히히. 벌써 기분 좋다.

X이앱에 팬들이 들어오기까지 딜레이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카메라를 켠 이후부터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계속 손흔들엌ㅋㅋㅋㅋㅋㅋ]

[우리 기다려주는 거냐궄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제 들어왔다. 자……."

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댓글이 이어졌다.

[티셔츠 귀엽다]

그래서 나는 내 옷을 봤다.

"아, 이거, 귀여워 보이려고 샀어요."

하, 귀여워 보이고 싶다……

그런 내 욕망을 알아주고 햇살이들이 귀엽다고 해줬다.

[귀여워 보이고 싶어서 샀대ㅠㅠㅠㅠㅠㅠㅠ]

[귀여워 귀여워ㅠㅠㅠㅠ]

그렇게 엎드려 절 받고 나서, 나는 말을 이었다.

"원래 이렇게, 2장 세트로 샀는데. 다른 거 목이 좀 파인 거예요. 그래서, 햇살이들이 노출 싫어하니까 그냥 혼자 있을 때 입으려고요."

햇살이들은 정말로 노출을 싫어하는 것 같다. 목이 조금만 보여도 여미라고 하는 거 보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댓글에서 알려줬다.

[해원아……. 우리가 싫어서 여미라는 게 아니야……. 다른 여자가 볼까봐 여미라는 거야…….]

어?

"아, 그런 거야?"

나는 지금까지 진짜로 살 보이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구만…… 진작 이런 거 잘 아는 안주원한테 물어볼 걸. 평생 오해할 뻔했다.

아무튼 그렇게 햇살이들이랑 이야기하는데 X이앱 댓글창에 멤버가 단 댓글이 보였다.

[퍼스트라이트 : 너무 바빠서 자라고 쉬는 시간 줬더니 X이앱을 하네?]

[퍼스트라이트 : 햇살이들 정해원 잘 시간 두 시간 줬는데 X이앱 해요]

[퍼스트라이트 : 혼내셔야댐]

"뭐야, 누구야?"

물어봤는데 안 알려줬다. 황새벽치고는 타자가 너무 빠르고, 안주원은 절대 저렇게 말 안 할 거고, 한효석, 박선재는 절대 맞먹을리 없으니까 신지운 아니면 민지호다.

"지운이 아니면 지호 같은데…… 느낌표가 없긴 한데. 지호가 가끔 위장할 때는 느낌표 안 써요."

[위장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기망고 같음]

[지호니]

[퍼스트라이트 : 햇살이들 안녕♥]

[퍼스트라이트 : 지우니임]

[퍼스트라이트 : 아니 근데 진짜 저 형 왜 안 자]

신지운이 저러고 댓글을 다는 바람에 햇살이들도 자라고 성화라서 할 수 없이 나는 마무리 인사를 했다.

"원래 15분 하려고 했는데 이제 7분했네……. 아무튼 햇살이들. 5화도 재미있어요."

[퍼스트라이트 : 진짜루]

[퍼스트라이트 : 무케만 만관부♥]

[퍼스트라이트 : 햇살이들 사랑해 잘자아♥]

그렇게 햇살이들에게 댓글을 남기고 신지운은 사라졌다. 나는 햇살이들과 좀 더 놀고, 인사를 한 후에 X이앱을 껐다.

우리는 시끌시끌한 상태로, 미국 촬영을 마치고 일본에서의 V페스티발을 위해 넘어왔다.

이제 타이틀 곡 공개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5화가 지나가면 바로 컨셉 포토가 뜰 예정이었다.

컴백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이 긴장이 된다.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오히려 초기에 무대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 생성된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없었던 것 같다.

반응이 괜찮았으면 좋겠다. 큰 상승은 몰라도, 적어도 유지는 했으면.

* * *

최윤솔은 경찰 조사를 받고 보석으로 일단 풀려 집으로 돌아왔다. 소속사며 아마 기자로 보이는 모르는 번호에서 계속 전화가 왔다.

"아, X발."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XXX이 환각제긴 해도, 향정신성의약품인데, 이렇게까지 욕을 먹고 재판 받을 일인가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술하는 사람이 이 정도도 안 하고는 안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이미 약물 검사도 했고, 재판만 남았으니까 다시 약을 구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지금 쓰는 약이 점점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만 하자, 윤솔아."

회생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VMC에서 언플도 잘 해주고 있으니까 이 이상만 손대지 않으면 프로듀서로서 계속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심각한 우울증 환자 이미지야 남겠지만, 그게 어딘가. 정해원을 보니 동정표도 표다.

그사이 다큐멘터리, '무엇이 케이팝을 만드는가'의 5화가 올라왔다. 안 보고 싶은 마음 반, 방송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 마음 반이라서 보고 있었더니 최윤솔이 편집된 빈자리에 출연자 세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었다.

다 같이 곡을 만들어보겠냐는 이브닝의 멤버, 윤시연의 제안에 정해원이 신이 나서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원래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정해원은 윤시연, 그리고 또 다른 출연자인 VVV엔터 작곡가 곽신희에게 본인들이 잘하는 것 몇 가지를 제안했다.

그리고 신이 나서 자기 맥북을 가져와, 작은 건반을 연결해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걸 보니, 왜 자기가 정해원을 싫어했는지가 다시금 기억났다.

최윤솔은 아주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고, 피아노도 배우다가 한국에 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콩쿨에서 남의 피아노를 열심히 듣고 있는 정해원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신이 나 있었던 것은 정해원이었지만, 수상은 최윤솔이 했다. 죽도록 노력한 결과였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건 헛소리다. 결국은 노력이 승리하는 세상이다.

그러다 국선아에서 다시 정해원을 만났는데, 콩쿨에서 만났던 걸 기억을 못했다. 그래서 최윤솔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러다 정해원과 함께 몇 안 되는 편곡 가능자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그때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 어쩌구 하는 게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신이 난 재능충이 다 해먹더라는 이야기란 걸 알았다.

X 같았다. 아주 X 같더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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