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11화 (211/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11화

[이번 타이틀 엄청 쎌 거 같지???]

[↳백퍼]

[↳쎈 거 온다]

[해외팬들한테 쎈 컨셉이 잘 먹히지?]

[↳라이징 때는ㅇㅇ]

[기사에 '퍼스트라이트표 나쁜 남자'를 보여준다는데 안 쎄면 그것도 이상함ㅋㅋㅋㅋㅋㅋㅋ]

@regular_1228 이재희는 긴장한 상태로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번 다큐멘터리로 확실하게 얼굴을 알렸는지, 해외팬들 반응도 끓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쎈 컨셉'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하이라이트 메들리와 뮤직비디오 티저, 음악 방송의 넥스트위크로 조각조각 들려온 음악은 레트로풍의 신스팝에 가까웠다.

[미치겠다 이거 뭐냐]

[이번 퍼라 신곡 미쳤네ㄷㄷㄷ]

[음원 없어? 언제 나와?]

[↳금요일 1시!!!!]

[퍼라 신곡 개좋음ㄷㄷㄷㄷ]

[↳진입도 높은데 최근에 이렇게 좋은 반응만 오는 신곡 처음 본 듯ㄷㄷ]

이재희는 신기할 정도로 좋은 반응에 안심했다.

퍼스트라이트 팬들 역시, 짧게 나온 뮤직비디오 티저만으로도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팬들이 무슨 곡이 나오든, 최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려 애쓰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난히 반응이 좋을 때'는 확실히 구별이 갔다.

그리고 1시. 뮤직비디오 공개.

레트로 풍의 뮤직비디오, 신스사운드의 조합.

단순한 듯하면서 예술적인 공간. 소프트한 색감의 오브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X나 세련된 레트로네]

[↳와 내가 느낀게 딱 이거다]

[↳개신기하네]

[정해원이 난놈은 난놈이다 어느 시장에서나 먹힐 곡을 가져와버림]

[↳금1시 컴백이라서 뭐 가져올지 궁금했는데 그냥 X나 좋은 곡을 가져왔네ㅋㅋㅋㅋ]

그리고 신곡 'summer'의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일곱 명의 멤버들은 합치면 조화롭지만, 각자의 개성이 있는 공간에서 이별 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컵을 깨뜨리는 실수를 하고, 그 컵을 치우다 다치는 장면, TV의 채널을 무의미하게 계속해서 돌리거나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교차로 이어졌다.

[이번 여름부터 난 너에 관한 건 아무것도 기억 못 해]

[번호도 생일도 심지어 얼굴도 곧 잊을 거야]

[어쩌다 나 같은 놈을 만나 고생했어]

[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데]

[잘 가 잊어버릴게 여름에 잠깐인 사랑처럼]

[너도 날 잊어버리길 재미없는 영화를 본 것처럼]

[어쩌겠어 반만 잊는 건 나에게 잊는 게 아닌데]

[나는 100% 널 지울 거야 너도 그러길]

이재희는 뮤직비디오가 끝나자마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여운을 즐기다가, 곧바로 반복해서 뮤직비디오를 확인했다.

내용이나, 컨셉적인 독특함이 있는 뮤직비디오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청춘의 여름 같은 스타일링을 한 멤버들의 표정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프리해 보이지만 단단한 코어를 이용한 안무는, 자칫하면 어설퍼 보이기 쉬웠지만 모든 멤버가 자기만의 매력적인 스타일로 소화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를 색감으로 뽑아서 그대로 표현해 낸, 뮤직비디오의 역할에 충실한 영상이었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든 뮤직비디오.

"이거는…… 대박이다."

여름이 끝나가는 이 시기에 너무나 완벽히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팬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고, 퍼스트라이트 팬이 아닌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자기한텐 잠깐이어도 사랑이었는데 자길 재미없는 영화처럼 잊어버리래…….]

[↳나쁜 척 하는 착한놈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척도 못하는 것 같은데ㅠㅠㅠㅠㅠ]

[나쁜 남자 컨셉이라며 얼굴 말고 어디가 나쁜데ㅠㅠㅠㅠ]

[↳얼굴은ㅋㅋㅋㅋㅋㅋ나쁜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귀어줄 것도 아니면서 저렇게 생긴 거 나쁘다]

[↳↳이건 나쁘지]

[이번 곡 가사가 왜 이렇게 잘 들리지??]

[↳비트를 잘 찍어서]

[↳↳아 그래?]

[↳↳↳작곡가가 계획해서 딱 들을 때 일부러 가사랑 보컬 잘 들리게 비트를 가볍게 찍어 놓은 거]

[나 썸머에서 못 나가겠어…….]

[↳나 팬도 아닌데 자발적 스트리밍 중ㅋㅋㅋㅋㅋㅋㅋ]

[↳수록곡도 다 좋음 레인보우 들었니 대박이야ㅠㅠㅠㅠ]

[↳↳레인보우 명곡임]

[↳↳이번 앨범 진짜 개명반이다ㅠㅠㅠㅠㅠ]

[앨범명이 nightfall이고 수록곡이 섬머랑 레인보우…….]

[↳그냥 진짜 여름부터 초가을 음원 시장 먹으려고 작정하고 낸 앨범이네ㅋㅋㅋㅋㅋ]

[↳이거 여름밤에 캠핑가서 플리 돌리면 개좋을 듯]

[↳멤버들 보컬 진짜 다 좋네]

[퍼라 새벽 노래 진짜 개개잘부른다]

[↳ㄹㅇ명창]

[↳새벽이 메보는 아닌데 음색 X나 좋아서 해원이가 맨날 도입 시키는 이해가ㅋㅋㅋㅋㅋㅋ 분위기 싹 잡히는 느낌]

[↳↳본인은 도입 어려워하는데 너무 잘 어울려ㅋㅋㅋㅋㅋㅋㅋ]

[↳↳↳어려워해?]

[↳↳↳↳ㅇㅇ도입 긴장된대ㅋㅋㅋㅋㅋ]

[퍼라 근데 얼굴 무슨 일이야]

[↳ㄹㅇ홀리함]

[↳어떻게 저 멤버가 한팀]

[한효석 잘생긴 거 알았는데 약간 선비상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번에 뮤직비디오 보니까 그냥 포토제닉 그 자체야]

[↳그 어두운 녹색??? 정장 입고 똑바로 서 있을 때 비율 진짜 미치지 않았니]

[↳↳사람 보는 눈 다 똑같구나ㅋㅋㅋㅋ나도 이 장면에서 멈춤]

[↳↳해원이가 이번 컨셉은 효식이라고 했는데 진짜야…….]

[아니 나 해운대인데 이미 가게에서 썸머 X나 나와ㅋㅋㅋㅋㅋㅋㅋ]

[↳발매한지 3시간만에ㄷㄷㄷ]

[↳근데 그럴만해 캠핑 가고 싶음]

팬들의 반응도 좋지만, 역대급 대중성이라는 게 반응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6시.

이재희는 퍼스트라이트의 신곡 첫 번째 무대가 있는 V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라이브 스트리밍에 접속했다.

도무지 일정이 나지 않아, V페스티벌에 가지 못했지만 다행히 온라인 콘서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V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 퍼스트라이트의 신곡 무대였다.

* * *

음원이 공개되고 8시간 넘게, 나는 이번 신곡 반응을 찾아보지 않고 있었다.

이번 앨범은 유난히 부담이 컸다.

계속해서 성적을 확인하기에는 나의 연약한 멘탈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확실히 체력이 넉넉할 때와 부족할 때의 멘탈 차이도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앨범 마무리, 다큐멘터리 촬영, V페스티벌의 계속되는 공연까지 이어지며 체력이 많이 바닥이 난 것 같다.

식사는, 다행히 사람이 너무 죽겠으니까 이제 그냥 시간이 나면 주는 대로 어느 정도는 받아먹게 됐다. 아직 약간은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한 번 삼키는 데까지 엄청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내가 밥을 잘 못 먹는다는 게 부모님 마음에 엄청나게 걸렸는지, 부모님이 번갈아 해외까지 따라오셔서 내 도시락을 만들어주셨다.

죄송하기는 했지만, 맛있어서 좋았다. 히히.

그래서 여러 가지로 상태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공연 예정 시간이 다가올 즈음, 신지운이 내 어깨를 툭 치더니 물었다.

"형 괜찮아?"

"어, 왜?"

"얼굴 엄청 창백한데."

"그래? 괜찮은데."

내 컨디션이 안 좋다면 다, 최윤솔 때문이다.

약을 빤 건 잘못했고, 아이돌이니 어느 정도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내가 그걸 발견해서, 내 손으로 그놈이 다시 아이돌로 무대에 서기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한 마음은 완전 별개의 감정이었다.

내가 맞고, 당연한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왜 이렇게 마음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죄책감까진 아닌데, 그냥 복잡했다.

괜찮다고 해도 내 얼굴 상태가 많이 안 좋았는지, 신지운이 잠깐 직원들에게 가서 그걸 일렀다. 하여튼 걱정 참 많고,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오지랖도 넓은 놈이다.

결국 직원들이 와서 옷이 걸린 행어로 약간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줬다.

나는 잠깐 거기 앉아서 호흡을 정리했다.

아, X발.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불안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그걸 안 느끼려고 하면 더 심해지고, 그냥 놔두면 불안이 나를 먹어 치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스타일리스트 이예영이 급하게 와서 말했다.

"해원아, 일단 재킷 벗어."

"저 괜찮아요."

"아니야, 너 안 괜찮아 보여."

나는 결국 재킷을 벗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추운 것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손이 덜덜 떨렸다.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강효준 대표가 와서 물었다.

"괜찮아. 쉬자."

"신곡 첫 무대를 어떻게 쉬어요."

"해원아, 우린 네가 더 중요해."

"……."

"팬들도 똑같아."

나는 대답도 안 하고,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지만, 저 말이 맞다는 건 알았다. 햇살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제 불안해서 무대에 못 올라가는 걸로 욕을 먹지는 않을 거다.

강효준은 본인보다 멤버들이 훨씬 나에게 의지가 된다는 걸 알고, 자리를 비켜줬다. 우리 멤버들이 나를 빙 둘러서 앉았다.

멤버들은 나에게 말 걸지 않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신지운이 한효석에게 말했다.

"너 이번에 반응 진짜 좋다."

"이상해요. 제 몸 항상 좋았는데 왜 이제 알아봐 주지."

"효식이 복근 한번 까자!"

"안 돼. 깔 거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보여줄 거야."

"그건 효석이 말이 맞네."

안주원이 옆에서 동의했다.

행어로 만든 무지하게 좁은 공간에, 안 그래도 대문짝만한 놈들이 모여 있으니까 답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답답한 게, 마음이 놓였다. 멤버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에 그렇게 의지가 될 수 없었다.

형들을 책임감 있게 보살펴 주는 박선재는 옆에서 내 손을 주물러주고 있었고, 황새벽은 그와중에 리더 역할을 하느라 들락거리며 우리 순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도, 고맙다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멤버들은 이 순간에 나에게 어떤 말도 요구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다.

"좀 괜찮은 것 같다. 나 일어날래."

내가 일어나다가 다리 힘이 안 들어가서 휘청휘청하니까 멤버들이 잡아줬다.

황새벽이 나갔다가 돌아와서 나에게 말했다.

"카일룸 멤버들이 시간 끌어준대. 좀 더 있어."

"걔네가 어떻게 시간을 끌어?"

"몰라, 차우석 씨가 아무 말이나 하고 있어."

직원들은 다 쉬라고 하는데, 멤버들은 당연히 내가 무대에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맞았다. 나는 지금 무대에 못 올라가면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이예영에게 투정을 했다.

"누나, 메이크업 지워졌어여."

"괜찮아, 그냥 가. 이뻐, 이뻐."

나는 웃다가 울다가, 웃었다. 여기는 잘 모르는 공간인데, 사람이 내 사람이니까. 비교적 빠르게 진정이 돌아왔다.

내 멤버, 내 소속사.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 내 팬들. 그리고 내 음악. 우리 팀의 음악. 우리들의 음악이 있었다.

다행히 나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 내 페이스를 되찾았다.

"서드, 세컨."

"퍼스트!"

우리는 그렇게 구호를 하고 무대로 향했다.

* * *

"아니, 저거를. 쉬게 해야지, 쟤를 그냥 올리면 어떡해요! 저러다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걱정 많고 시끌시끌한 보이드 엔터 부대표가 말하자 강효준이 대꾸했다.

"정해원을 어떻게 말려요. 그냥 단명하거나 말거나 놔둬야지."

"아, 속상해……. 이거 음원 순위도 못 보고 올라갔네."

강효준이 헛웃음을 지으며 탑백을 확인했다.

탑백 21위로 진입한 썸머는 시간 단위로 순위가 가파르게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홉 시 현재, 순위가 7위까지 올라 있었다. 이러다 1위까지 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속도였다.

그때 직원 하나가 소리쳤다.

"대표님! 17만 장 더 터졌어요!"

"……17만 장이요?"

그리고, 앨범 판매량은 첫날, 직전 앨범의 초동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첫날부터 이미 대박의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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