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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19화 (219/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19화

[(chae_series)클라루스 채연재 : 음악 할 때가 제일 행복한 우리 송다+천재 피디 조합]

[???]

[헐]

[다온이 작업해?]

[해원 후배님이랑 작업한다고? 지금?]

[나 지금 미리 울어도 되니ㅠㅠㅠㅠㅠ 너무 빠른가ㅠㅠㅠ]

[무슨 일이야? 진짜야?]

[지금 다온이랑 작업 중이라는 정해원 후배님 작업물 목록.Utube]

[↳올해 작업량 뭐야 기계셔?]

[↳↳심지어 죄다 차트인ㅎㅎ]

[↳동생이 카일룸 팬인데 해원 후배님이 괜히 차트의 남자가 아니더라 곡 웬만하면 잘 뽑고 자컨 몇 번 봤는데 진짜 음악에 진심 그 자체]

[↳↳ㅠㅠㅠㅠ]

[↳↳다온이랑 잘 맞을 수밖에 없네ㅠㅠㅠㅠ]

[근데 사진 뭐야ㅠㅠㅠ채채가 보는 다온이 너무 아기라서 눈물나ㅠㅠㅠ]

[↳진짜 피사체 애정이 보여ㅠㅠㅠ]

[↳삼십 대가 돼도 동생은 동생이야ㅠㅠㅠㅠ]

[↳다온이 진짜 행복해보인다 저렇게 풀어져서 찍은 사진 너무 오랜만이야]

[진짜로 해원 후배님이랑 작업한 곡 나오면 어캄?]

[↳죽을 듯ㅠㅠㅠㅠㅠ]

[↳제발ㅠㅠㅠ]

[근데 다온이 무릎 꿇어서 해원 후배님도 무릎 꿇고 작업하네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저거 우리 다온이 경청할 때 습관이에요 후배님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습관이어도 대선배가 무릎 꿇고 듣는데 안 꿇을 수 있겠냐고ㅋㅋㅋㅋㅋㅋㅋ]

[↳↳↳왜 동생한테 압박줘여 다온 선배님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좀 후배님한테 알려줘봐ㅠㅠㅠㅠ]

[클라루스 송다온 정해원이랑 작업하는 건 솔앨도 한국 음원차트 노리는 거겠지??]

[↳당연ㅇㅇ]

[↳음반 아무리 많이 팔려도 음원은 체감이 달라 팬입장에서 좀 더 행복함]

[↳일단 음원이 차트인하면 다음에 또 나올 확률이 높아지더라]

[↳↳이거 맞음]

[↳↳아무래도 음원을 좀 더 쳐주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

[송다온 한국 노리는 걸 보니까 솔앨은 핫백 자신없나보네ㅎㅎ]

[↳클라루스가 다시 활동할 때 됐나보다 클라루스까들 바로 기어나오네ㅋㅋㅋㅋㅋㅋ]

[↳애초에 정해원이랑 작업하는 게 왜 한국 노리는 게 되냐 까질을 해도 논리가 있어야지]

[↳↳클라루스를 성적으로 까는 놈들한테 논리가 있겠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맞말]

* * *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우리 단톡방이었다.

[안쭈 : 해원아 지금 전세계 트랜드 1위 클라루스, 8위 해원PD 9위 퍼스트라이트]

[어? 왜?]

[안쭈 : 연재 선배님이 인스타 올리셔서]

[안쭈 : (링크)]

[안쭈 : (사진)]

혹시 내가 링크도 못 눌러볼까 봐 인스타그램 캡쳐한 것도 같아 보내줬다. 하여튼 참 다정한 놈이다.

캡쳐한 게 있는데 굳이 링크를 들어가 볼 필요는 없으니까 사진을 눌러보니 언제 찍었는지 나와 송다온이 작업하는 장면이 올라가 있었다. 송다온도 그걸 발견하고 바로 댓글을 달았다.

[(songofclarus)클라루스 송다온 : 나 쩜 바쁨><]

그리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나도 뭐 좀 달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일단 좋아요만 눌렀다.

다시 작업을 하는데 채연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밥 먹어."

"넵."

나는 대답하고 몸을 일으켰다.

아, 이상하다. 뭔가 친구 집 놀러 온 것 같은 기분…….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드디어 중문을 열었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주방이 있고, 왼쪽에 운동장…… 아니, 거실이 있었다.

채연재는 주방에 있는 아일랜드 식탁에 요리한 걸 내려놔 줬다. 강효준은 이미 먹고 있었다.

"맛있게 먹어, 얘들아. 내가 만든 건 보통 맛있어."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하며 내려준 건 분식이었다. 쫄면도 있고, 떡볶이랑 마약김밥도 만들어놨다. 손이 원래 큰지, 강효준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중국집에서 쓸 것 같이 큰 웍에다가 떡볶이를 가득 차게 만들었다.

일상이, 비일상적이다. 나는 재벌들이 야무지게 밥 먹는 걸 구경하다가 나도 밥을 먹었다.

"아, 진짜 맛있다."

손맛이 기가 막혔다. 내 감탄에 채연재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셋 다 참 잘 먹는다. 송다온은 그래도 상식적으로 먹는데, 채연재는 예쁜 그릇에 담은 음식을 담고, 또 담아다가 먹었다. 강효준도 조용히 후루룩 음식을 들이마시고 있다.

그렇게 먹고, 나는 집 구경을 했다. 3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운동장만한 거실과 연결된 서재가 있었다.

집도 크고 층고도 엄청 높았다. 집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거실을 빼고는 그렇게 황량할 정도로 큰 공간이 없어서, 은근 아기자기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딱, 이거다, 싶은 건물이 가끔 있다. 내가 만약에 재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이거다 싶은 건물. TRV가 있는 건물이 그랬고, 여기 이 집도 그렇다.

날씨가 좋아서 창문을 죄다 열어 놓았더니 비냄새가 났다.

3층은 대부분이 테라스 공간이었는데, 처마로 비가 막아 지는 쪽에 가보니 강효준이 담배를 꺼내고 있었다. 문을 열어 놓고 내가 말했다.

"형, 집 오긴 해요?"

"가끔 와."

"형 같은 워커홀릭한테 이 집이 너무 아깝다."

"너한텐 안 듣고 싶다."

"이 집 얼마예요?"

"몰라, 내놔본 적이 없어서."

"물려받았어요?"

"어, 원래 친할아버지가 손녀가 갤러리 하면 주시려고 했다는데, 사촌 누나들이 다 싫다고 해서."

"아, 갤러리로 쓰려던 건물이라서 거실이 저렇게 넓구나. 이 집 너무 좋아요."

"어떡하냐, 안 파는 집인데."

"아, 좋은 집은 재벌들이 다 가지고 있나 보네."

"퍼스트라이트 보이드 엔터에서 핫백 1위 하면 팔게."

"참내……. 일단 약속."

빌보드 핫백 1위.

말도 안 되기는 하지만,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나는 일단 약속을 했다.

짧은 집구경 후에 다시 거실로 돌아와서, 나와 멤버 둘, 집주인이 밤새도록 '여름의 별'에 매달렸다.

A&R이 본업인 사람 집답게 음향 기기들이 기가 막히게 잘되어 있었다. 집에 잘 오지도 않으면서 쓸데없이…….

근데 그게 되게 재미있었다. 중간에 양이형도 오고, VVV엔터 1본부 작곡가들도 들락날락거렸다. 컨셉 포토나 홍보, 뮤직비디오 관련 직원들도 와서 집이 계속 북적북적했다.

나도 중간에 있었던 팬사인회와 화보 스케줄을 제외하면 2박 3일 내내 여기 처박혀서 일을 했다.

그리고 같이 가사를 쓰던 채연재와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단어 하나로 시작한 우리의 말싸움이 한 시간째 이어졌다.

"아, 형. 이건 단어가 아니잖아요."

"발음이 좋잖아."

"뭐라고 번역할 건데요, 영어로."

"Summer fling."

"잠깐만요, 검색해 보고…… 아, 완전 다르잖아요."

그렇게 싸우고 있는 걸 멀찍이서 구경하던 송다온이 강효준에게 말했다.

"우리 형도 형인데, 해원이도 진짜 대단하다. 자기 띠동갑 대선배한테 대들고 싸우네."

"원래 저래. 음악이 관련되면 눈이 뒤집히나 봐."

"여기서 평화롭게 너랑 싸움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네 곡인데 재미있으면 되냐?"

"두 사람의 주장을 잘 듣고, 내 의견을 정하려고."

"하긴. 그것도 맞지."

그러자 흐흐 웃고 난 송다온이 중얼거렸다.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고 좋다."

그 말에 나와 싸우던 채연재가 힐끔 송다온 쪽을 봤다. 그리고 씩 웃더니, 다시 표정을 굳히고 날 보며 자기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바탕 싸운 보람이 있어서, 우리는 괜찮은 타협을 했다. 힘들게 의견을 맞춘 나와 채연재는 거대 소파에 누워서 이야기를 나눴다.

"해원아, 클라루스 곡 작업도 좀 해봐."

"제가 곡 가져가면 깔 거잖아요."

"또 이렇게 모여서 수정하면 되지."

"저 우리 팀 곡부터 만들어야 돼요."

둘 다 피곤해서 횡설수설이었다.

자컨 촬영부터 여기 와서 2박 3일까지 거의 잠을 못 잤더니, 잠깐 그렇게 소파에 엎드려 있던 중간에 깜빡 잠이 들었다…….

* * *

안주원은 회의를 위해 보이드 엔터로 이동하는 동안 정해원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있었다.

뒷자리의 한효석이 물었다.

"형 이제 얼마나 늘었어요?"

"70만 명."

그 말에 매니저와 신지운을 포함한 차 안의 사람들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신지운이 말했다.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팔로워가 70만 명이 늘어나냐. 이게 돼?"

"해원이 형 진짜 셀럽이네요."

"대단하다, 진짜."

채연재의 인스타그램 효과, 그것도 모처럼 나오는 클라루스의 활동 계획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다. 2박 3일 내내 인터넷은 관련 기사가 도배되고 있었고, 실트를 장악한 것은 물론, VMC의 주가까지 요동치고 있었다.

멤버들이 단톡방이 계속 울려서 확인을 해보니, 정해원이 톡을 보내고 있었다.

[정해원 : 나 보고 싶은 사람]

[민지호 : 나!!!!!!!!!!]

[정해원 : 역시 민죠 1등……♥]

[정해원 : 금방 회사 갈게 좀만 기다려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마]

[신지운 : 천천히 와도 돼 형 없어도 그렇게까지 티 안 나]

[정해원 : 야 너 이렇게 자꾸 속마음 반대로 말할래?]

인터넷이 그 난리인데, 본인은 멤버들이 자기 빼고 뭘 할까 봐 걱정이었다. 멤버들은 어이가 없어서 허 웃었다.

* * *

깜빡 잠이 들었다가, 음악 소리에 눈을 떴다.

분명 엎드려서 자고 있었는데 몸이 똑바로 되어 있고, 누가 이불도 덮어주고, 거실 불도 꺼줬다.

얼마나 잤나, 핸드폰을 확인하니 1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나 때문에 거실 불을 껐나 싶어 미안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들고 난리가 난 머리를 슥슥 누르며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지하 1층, 차고 옆쪽에 스튜디오 비슷한 것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송다온이 '여름의 별'을 부르고 있었다.

송다온의 보컬이 시작되니까 소름이 바짝 올라왔다.

송다온이 원했던 건, 본인에게 어울리는 음악 그 자체였다. 뚜렷한 멜로디라인에 몽환적인 앰비언스가 송다온 특유의. 머릿속에 잔상이 남는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채연재는 중간에 영어 발음을 교정해 주면서 중간에 코러스를 넣어주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니까 이제야 실감이 났다.

진짜로 클라루스의 멤버가 내가 만든 곡을 부르는 거구나. 그것도 아주 기가 막히게.

기분이 엄청 이상하다.

내가 잠든 사이에 왔는지 1본부 A&R팀도 같이 송다온이 러프하게 부르는 것을 들어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다가 송다온과 눈이 마주쳤는데 여유롭게 노래를 부르다 나에게 오케이 사인을 했다. 그 애티튜드가 진짜, 월드 스타 같았다.

나는 여전히 나의 직업은 프로듀서가 아니라 아이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프로듀서로 있을 때, 아, 충격적으로 재미있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그건 대부분 내가 만든 곡이 내 능력치 이상의 아웃풋으로 나올 때 드는 감정인 것 같다. 우리 멤버들이 내가 만든 곡을 내 실력을 한참 뛰어넘는 무대로 만들어줄 때. 지금 송다온처럼 내가 생각하는 곡의 완성도를 훌쩍 뛰어넘는 보컬을 뽑아낼 때. 채연재처럼 사람들이 이래서 클라루스를 사랑하는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제스처와 코러스를 덧입힐 때.

그래서 많은 프로듀서들이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곡이 완성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내가 곡을 만들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완성도를, 수많은 사람들의 재능이 다듬고 다듬었을 때. 그때가 진짜로 곡이 완성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음악이 끝나고, 송다온이 내 쪽을 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이거 무조건 잘 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런 게 음악을 하는 재미가 아닐까.

여름의 별 작업이 끝나가긴 하는 모양이다. 빨리 보이드 엔터로 가서, 우리 팀 곡 작업을 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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