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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28화 (22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28화

송다온의 말은 진짜였다. 그건 시작이었고, 나는 계속해서 신세계를 보고 있었다.

불같은 한 주를 보내고, 모처럼 작업실에 돌아와 있던 나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인터넷을 못 보는 걸 가장 많이 커버해 주는 05즈가 있었다. 차트를 알려주러 왔다는 걸 직감했다.

신지운이 아이패드를 들었다. 글씨가 쓰여 있었다.

[X포티파이]

그리고 다음 장으로 넘겼다.

[글로벌차트 주간 11위 데뷔]

나는 그냥 웃었다. 숫자 중에 믿기는 게 없었다.

* * *

[송다온 빌보드 핫백 39위 진입]

[↳대박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앨 추이 돌았다ㄷㄷㄷ]

[↳미친 거 아니냐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빌보드 핫백 드는 팀 몇 팀 있어?]

[↳차트인 해본 건 5팀]

[↳↳근데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팀은 아직도 클라루스밖에 없는 듯]

[↳↳↳10위는 그렇지]

[↳↳↳↳클라루스도 군백기 전에 마지막 앨범은 10위 안에 못 들어갔어 진짜 저게 말도 안 되는 거]

[미친 X포티파이 정해원이 퍼라 팔로워 넘었네]

[↳이건 또 뭐야ㅋㅋㅋㅋㅋㅋㅋ]

[↳클라루스 연관되면 진짜 별말도 안 되는 기록이 계속 생기는 듯ㅋㅋㅋㅋㅋㅋ]

[프루티 스트리밍 올라가는 속도 봐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다 정해원 솔로부터 글로벌차트 들어가는 거 아니냐…….]

[근데 작곡가가 왜 이렇게 주목을 받아?]

[↳아이돌 후배니까]

[↳↳22]

[↳서사도 쎄잖아]

[정해원 잘 나가는데 왜 아직도 팬들한테 한 먹이냐]

[↳해원이가?]

[↳언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팬이 봐도 그런 거 못 봤는데]

[↳해원이가 먹이는 게 아니라 내가 알아서 먹는 건데]

[↳기록이 워낙 미쳐서 이런 걸로는 긁히지도 않는다ㅎㅎ]

[근데 이쯤 되니까 정해원 퍼라 왜 하냐 그냥 나오지]

[↳이건 솔직히 맞아]

[↳↳뭐가 맞아]

[↳↳왜 저래]

[↳근데 퍼라 나머지 멤들 꿀 빠는 건 맞잖아]

[성적 잘 나오니까 어그로들 지긋지긋하게 나온다]

[난 이제 해원이가 동료 가수 프로듀싱 안 했으면 좋겠어…….]

[↳아 얜 또 왜 이래]

[↳나가]

[여기 뒤집힌 거 보니까 정해원 더 잘 되려나보다]

[↳나도 지금 플 보면 이 생각밖에 안 들어ㅎㅎ]

[↳근데 이것도 남들이 난리지 정작 퍼라 팬들은 지금 그냥 우리 애는 역시 대천재다⸜(*ˊᗜˋ*)⸝ 이러고 있더라ㅋㅋㅋㅋ]

[↳↳솔직히 퍼라 팬들 지금까지 X나 우여곡절 많았는데 잘 된다고 긁는 건 긁히지도 않을 듯]

[↳↳햇살이들 다 해탈했어]

[↳↳애초에 해원이 팬들은 아직도 악플 달리는 거 다 보면서 덕질하는 사람들인데ㅎㅎ]

[난 해원이 그냥 호감이라서 더 잘 됐으면 좋겠어]

[↳나도ㅠㅠㅠ]

[↳솔직히 어그로들이 날뛰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듯]

[↳↳햇살인데 진짜 따숩다 고마워ㅠㅠㅠ]

[↳↳난 호감은 없는데 그냥 성적충이라 잘됐으면 좋겠어서 정해원 프로듀싱 곡들 스밍 중임 정해원 프로듀싱 곡이 핫백 10위 내로 들어갈 때까지 달릴 예정]

[↳↳↳이건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

[↳↳↳너 혹시 퍼라 차트까지 같이 가져오는 친구니 잘 보고 있어 고마워]

[↳↳↳아니 애정 없는 덕질이란 게 존재하는 거였냐고ㅋㅋㅋㅋㅋ]

[↳↳↳그냥 입덕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05즈, 안주원과 신지운은 계속해서 차트를 확인하고, 새로운 성적이 나올 때마다 정해원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암벽등반이 취미인 두 사람은 자주 가는 인공암벽장에서 막 나오며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해원이 형 인터뷰 언제 뜬대?"

"한국 시간으로는 11시 넘어야 뜰 듯?"

"우리 회사 돌아가면 뜨겠네."

두 사람이 대화하며 차로 돌아가 보니 뒷좌석에 뻗어 있던 황새벽이 일어났다.

"어……."

"형 좀 괜찮아?"

신지운이 묻자 황새벽이 대답했다.

"아니…… 나 다시는 여기 데려오지 마. 팔 근육 찢긴 거 같다……."

황새벽의 말에 안주원이 말했다.

"너 워낙 악력이 좋아서 금방 잘하던데."

"빨리 쉬려고 빨리 올라간 거야……."

"미안해, 미안해. 이제 가자고 안 할게."

황새벽이 쉬는 날 하도 잠만 자서 딱 한 번만 같이 가자고 끌고 나왔는데 기초적인 자세와 용어 배우고 바로 지치더니, 한 시간도 못 있고 먼저 차로 돌아가 쉬고 있었다.

워낙 체력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05즈도 여기까지 나왔다는 것에 이미 감동하고 있었다.

신지운이 운전석에 앉으며 물었다.

"근데 새벽이 형 웬일로 와줬냐, 절대 안 나오잖아. 평소에."

"아."

황새벽이 드디어 눈을 제대로 떴다. 그리고 한동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해원이는 아무 생각 안 하는 거 아는데."

"응."

"좀, 더 열심히 살고 싶어."

그 말에 조수석에 앉은 안주원도, 신지운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운이 말을 이었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해원이 형이 좀 과해."

그 말에 안주원이 대답했다.

"이형이 형이 옆에서 그렇게 욕해도 안 듣잖아."

"하여튼 정해원 고집 드럽게 쎄."

신지운이 징그럽다는 듯이 말하고 차를 몰았다. 뒷좌석에 누운 황새벽은 더 말이 없었다.

잠시 후 회사에 내린 황새벽은 잠깐 정해원의 작업실로 향했다.

창문 너머로 보니 정해원은 양이형과 상의를 하고 있었다. 양이형이 '좋으면서 맨날 싫은 척한다'는 정해원의 말이, 사실 남들 보기에도 맞긴 했다.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도대체 뭐 웃길 일이 있는지 동시에 박장대소를 하는 걸 보니까.

아마 정해원도 양이형도 음악에 중독된 상태인 것 같았다.

연습실 쪽으로 가 보니, 빌런즈 역시 안무팀과 모여 앉아 있고, 보컬 트레이닝룸에서도 박선재가 남아 있었다.

05즈도 요즘 들어, 원래 잘하는 영어 공부에 더 열중하고 있었다. 미국 활동을 하게 되면 자신들이 어딜 가나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의무감이 생긴 모양이었다.

언어라는 게, 안 쓰면 너무 빨리 잊히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둘이서만 있을 때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해원이 앞질러가며 만든 길 위에, 무사히 안착하려고. 그리고 멤버들은 모두 그런 순간들을 즐겼다.

좋아하는 일에 중독된 상태.

어릴 때부터 건강한 편이 아니라, 늘 체력이 바닥나는 걸 고려하며 살아온 황새벽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멤버들이 어디 있는지 다 확인한 후, 황새벽은 대표실을 찾았다. 차트를 띄운 모니터를 보고 있던 강효준이 물었다.

"어, 이 시간에 왜?"

"그냥요."

"……어?"

저 체력 없는 황새벽이 이 시간에 여기 와 있는 게 충격적인지, 강효준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심각한 일이야?"

"아, 그게 아니라요."

황새벽이 의자를 끌고 와서 앞에 앉아 입을 열었다.

"저, 리더 역할 잘 하고 있는 거겠죠?"

"어떻게 이거보다 더 잘해?"

"빈말 말고요."

"빈말 아니고, 너 진짜 잘하고 있어."

강효준이 간식을 꺼내주며 말을 이었다.

"넌 항상 멤버들 어디 있는지 다 파악하고 있잖아. 다들 개인 스케줄 많은데 그게 쉽냐."

"리던데 그건 당연하잖아요."

"안 당연해."

그런가…….

그래도 좀 위로가 되긴 했다.

황새벽은 강효준이 꺼내준 간식을 먹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딱 하나 미쳐서 살았던 게 락이었다. 피가 뜨거워지고, 온몸에 힘이 뿜어져 나오게 만드는 음악.

"형, 저는 뭐 하면 좋을까요?"

"무슨 말이야."

"요즘 05애들은 영어 공부 진짜 미친 듯이 해요. X포티파이 차트에 힙합곡이 워낙 많고, 해원이가 아무래도 힙합 쪽에 관심이 좀 떨어지니까 거기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서 보충해주고요. 06 둘은 밤새우면서 무대 고민하고, 선재도 그만큼 보컬 연습하는데…… 전 맨날 누워 있잖아요."

"쟤네가 이상해. 내가 보기엔 네가 정상이야."

"쟤네라뇨. 형도 똑같아요."

그렇게 말하고 황새벽이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상담하는 사이, 인터뷰 공개 시간이 되었다. 강효준은 바로 정해원의 잡지 인터뷰 창을 띄웠다.

미국 시간으로 오전 11시였다. '여름의 별'이 공개된 이후로, 보이드 엔터 직원의 절반은 미국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A&R팀 팀장, 박선혜가 정신없이 달려들어왔다.

"대, 대표님! 폴! 폴 존스한테 전화 왔어요!"

"내가 받을게요."

"네! 전화 돌릴게요!"

지금 미국 음악 시장에서 가장 핫한 신인 중 하나인 폴 존스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소식에, 야밤의 회사가 시끄러워졌다.

강효준이 전화를 받는 사이에, 황새벽이 박선혜 팀장에게 물었다.

"무슨 전화예요? 왜요?"

"혹시 해원 씨가 곡 만들어줄 수 있냐고 전화했대요. 폴 존스가. 와."

음악이 좋아서 A&R이 된 박선혜 팀장이 말을 못 잇고 감탄했다. 평소 무뚝뚝한 편이라, 황새벽은 박선혜 팀장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처음 봤다.

황새벽은 곧바로 정해원에게 달려갔다. 바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작업실 문을 열자마자 말을 쏟아냈다.

"폴 존스한테 연락 왔대."

그 말에 양이형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우, X발."

"폴 존스가 왜?"

정해원이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 말에 황새벽이 대답했다.

"곡 만들어줄 수 있냐고. 너 곡 써놓은 거 많지?"

"많긴 한데, 폴 존스 스타일은 없는데……."

"야, 만들어."

"아, 쉬라며."

"폴 존스라잖아."

"어……."

정해원이 두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더니 말했다.

"1월 말에 우리 앨범 나와야 되잖아. 지금도 늦었어."

그 말에 황새벽이 멈칫했다.

혹시 여기인가. 리더가 해야 할 일. 싫은 소리 대신하기.

그렇게 생각한 황새벽이 말했다.

"정해원."

"응."

"우리 앨범을, 미루고 싶으면 내가 잘 말할게."

"……."

"너 하고 싶은 거 나한테 말해줘."

황새벽의 말에 정해원이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씩 웃었다.

"이야, 든든하다, 우리 리더."

그러더니 팔짱을 끼고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진짜 미안한데."

"어."

"거절 좀 해주라."

"……."

"콜라보면 몰라도, 곡 작업만 하기엔 좀……."

황새벽은 미안해하는 정해원의 표정을 살폈다. 진심이었다.

정해원이 말했다.

"민조가 그랬잖아. 내 본업, 프로듀서가 아니라 무대서는 사람이라고. 그 말이, 백번 맞더라."

폴 존스가 곡 달라는데 거절했다는 걸 알면, 세상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할 것이다. 사방에서 설득해 올 테니, 거절하는 게 쉽지 않겠지, 당연히.

어쩌고저쩌고해도, 정해원의 소울메이트인 양이형이 옹호했다.

"그래, 우리 회사 거 해야지, 연달아 남의 회사 걸 할 수가 있냐. 안 그래도 얘 지금 더블 타이틀 만든다고 공들이는데."

"더블…… 야, 이 미친 새끼야. 결국 그걸 하냐? 퍼포곡이랑 보컬곡?"

"나 둘 다 하고 싶다고! 그리고 보컬곡은 락이야."

"아, 락이야? 그럼 만들어야지."

"그치?"

그렇게 말하며 히히 웃던 정해원이 황새벽의 손을 가리켰다.

"근데 너 핸드폰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데 안 받아?"

"어? 어. 그러네."

폴 존스에게 연락이 왔단 사실에 흥분해서 모르고 있었다. 황새벽이 핸드폰을 확인하고 목을 긁적거렸다.

모르는 외국 번호였다.

평소 같으면 안 받았을 것 같은데, 오늘은 왠지. 그냥, 감이 받고 싶었다.

황새벽이 전화를 받자마자 한국어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선희 통역사인데요. 퍼스트라이트 황새벽 가수님 번호 맞아요?

"아, 예."

-밴드 에카의 데이브 레비탄이 차트에서 정해원 님 작곡한 곡 보고, 예전에 황새벽 님이 한 에카 커버 너무 재미있게 보셨던 생각이 나셨나 봐요. 퍼스트라이트와 콜라보레이션, 연락드리려는데요. 보이드 엔터로 메일도 방금 따로 드렸는데, 데이브가 개인적으로 황새벽 님이랑 밴드 음악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우와."

황새벽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몸이 약하던 어린 시절의 정신적 지주. 중학교 때 가장 많이 커버하던 팀, EKA로부터 온 콜라보레이션 제안이었다.

"야, 야. 스피커폰 해줘."

정해원의 성화에 황새벽이 양해를 구하고 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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