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31화 (231/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31화

폴 존스.

나와는 동갑이고, 작년 발매한 앨범 수록곡을 전부 빌보드 핫백 차트에 넣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괴물 신인이었다. 어쩌다 우리에게 연락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폴 존스가 말을 이었고, 김선희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줬다.

-강효준 대표님이 해원 씨가 작곡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무대에 서는 직업이 첫 번째인 사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듣고 보니까, 작곡만 해달라고 먼저 부탁한 게 좀 무례한 거였나, 싶기도 하네요.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달리 엄청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아뇨, 지금까지 작곡만도 많이 했는데요, 뭐."

-그럼 다행이지만요.

그러더니, 이렇게 먼저 연락을 했던 건 '지금까지 작곡한 곡을 들어봤는데, 자기랑 잘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렇지 않아요? 그냥 음악적으로 잘 맞을 것 같은데. 그래서 한 번 더 연락해 본 거예요.

이보다 더 명확한 이유가 있을까?

폴 존스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없는 건 아닌데…… 폴 존스는 폴 존스잖아요."

-음악적으로 잘 맞는데 내가 누구인 게 무슨 상관이에요. 나는 인맥 욕심도 많아요. 혹시 잘 안 돼도 음악적으로 교류하는 친구로 지내면 좋겠어요.

"전 좋죠."

폴 존스가 말했다.

-바로 결정할 건 없고, 내가 가든지, 해원 씨가 이쪽으로 와요. 올 거면 비용은 내 쪽에서 댈게요.

"비용 대줄 거면 제가 갈래요."

-좋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황새벽이 옆에서 문자를 써서 보여줬다.

[E들의 대화…… 가만히 있는데 진빠진다…….]

[모르는 사람 만나러 미국……? 안 될 말…….]

그리고 혹시 소외되는 기분을 느낄까 봐 통역사님 쪽으로도 보여드린다. 김선희 통역사가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그리고 자기도 황새벽 쪽에 공감한다고 손짓해 보였다. 지금 전화하고 있는데 왜 모르는 사람인가, 싶지만 평소 황새벽을 생각하면 12번쯤 마주쳐도 어색하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려니 했다.

폴 존스도 우리도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기 직전에 폴 존스가 말했다.

-지금 투어 중이니까, 겸사겸사 투어 구경도 해요. 어차피 나중에 하게 될 텐데.

그렇게 말하고 전화가 끊기고, 우리는 김선희 통역사에게도 인사를 한 후 영상통화도 끊었다.

어차피 나중에 하게 될 텐데, 라고 했다. 크. 말 한번 잘하네.

나는 생각하며 에카와 영상통화를 할 때와 달리,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옆에서 보기만 해도 진이 쭉 빠진 황새벽을 질질 끌고 작업실을 나왔다.

* * *

VMC 뮤직어워드, 브엠뮤.

새벽 리허설을 끝내고, 우리는 거의 기절해서 자다가 레드카펫 준비를 시작했다.

연말에는 뭔가 특별한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 같다.

오늘 무대는 우리 멤버들이 좋아하는 수록곡, STAY, 그리고 내 댄스 브레이크가 있는 몬스터였다.

나는 망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동하는 중간에 작게라도 동작을 연습했다. 민지호도 관심 있게 내 동작을 봐줬다.

"형, 잘할 수 있어!"

"맞아, 잘할 수 있어."

나는 민지호의 말을 반복했고, 같은 차의 박선재가 옆자리 황새벽에게 말했다.

"형은 저렇게 응원해 주면 큰일 나지?"

"응. 좀 그렇지……."

박선재가 거의 잠을 못 자서 피곤해는 황새벽에게 말했다.

"형, 그래도 오늘 스테이 하잖아. 형 좋아하는 거."

"스테이 명곡이지."

스테이를 만들 때 황새벽과 엄청 상의를 많이 했다.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도 황새벽이 직접 세션 참여를 했고. 여러모로 황새벽이 특히 더 아끼는 곡이었다.

박선재는 황새벽의 체력이 되돌아오게 하는 제일 좋은 게 락, 기타, 음식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누워 있는 황새벽이 못 일어나고 있으면 이 세 가지를 돌려서 활용하며 일으켰다. 참 어른 막내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우리는 시상식 장소에 도착했다.

* * *

배우 김문재는 최근 팬들에게 종종 유일한 연예인 친구로 알려진 정해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를 대비해서, 퍼스트라이트 영상을 확인해 볼 때가 있었다.

정해원은 인맥 관리를 잘하는 사람인지, 며칠 전 새로 크랭크인 한 영화 촬영장에도 간식차를 보냈다.

같이 촬영한 동료 연예인들이 함께 일한 의리로, 단체로 간식차를 보내줬던 적은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의 연예인에게 간식차를 받아본 것은 정해원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김문재 배우님을 콩이 송편이 해원이가 응원합니다♥]

안 그래도 김문재의 집에 사는 두 마리 고양이, 콩이, 송편이 사진 좀 써도 되냐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더니 판넬에 김문재 본인 사진 대신 두 고양이 사진을 넣어줬다.

[간식차 감사합니다 잘 먹고 있습니다]

[퍼스트라이트 정해원님 : 히힛 촬영 화이팅하세요!]

[퍼스트라이트 정해원님 : 그리고 판넬은 형 사진 넣으면 부끄러울까 봐 콩이 송편이 사진으로 대체했어요><]

[감사합니다]

답이 너무 짧은가?

'정말 감사합니다' 정도는 썼어야 했는데 이미 보내버렸다…….

그렇게 후회하던 김문재는 안 그래도 시상식 수상을 VMC에서 문의했던 것을 떠올렸다. 영화 촬영장이 브엠뮤 공연장과 지나치게 멀어서 못하게 됐지만…….

김문재는 잠깐 휴식 시간에 브엠뮤를 확인했다. 기가 막히게 퍼스트라이트의 무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일곱 명이 무대 위에 설치한, 조형물 여기저기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픔이 없는 공간은 없겠지만]

[우리의 웃음이 그보다 강할 거야]

[절망이 울게 하는 시간 동안]

[작은 불빛에 의지해 아침을 기다리는]

[그 순간마저 우리는 함께하겠지]

[Stay, 영원히 소년 같기를]

[Stay, 잊지 않고 사랑하기를]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가 만날 땐]

[언제까지나 오늘 같기를 약속하자]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할 때도 느꼈지만, 노래가 참 좋았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음악들을 지금도 주기적으로 듣고 있었다.

그전에 수록곡까진 몰랐었는데, 이 곡도 참 좋았다.

김문재가 집중해서 무대를 보고 있는데, 선배 배우인 오아라가 다가왔다.

"문재, 고양이 키워?"

"선배님……."

"하도 말을 안 하니까 몰랐네. 나도 키우는데."

"와……."

"……."

"……한 마리 키우세요, 선배님?"

"아, 응. 한 마리. 애기인데 엄청 낯가려."

그렇게 대답한 오아라가 김문재의 핸드폰에서 스트리밍되는 걸 보더니 말했다.

"저 간식차 보내준 친구 지금 공연 중이야? 챙겨보는구나. 의리 있네."

다 챙겨보는 것까지는 아닌데…….

그것도 친구가 너무 없어서 매니저가 만들어준 인맥이라는 걸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주연 배우 둘이 화면을 보고 있으니까, 감독도 와서 확인하고 말했다.

"뭘 봐요, 둘이?"

"저 간식차 보내준 친구가 공연 중이라고 해서요."

"아, 요즘 친구들 전혀 모르는데."

그러더니 화면을 유심히 보았다. 때마침 다음 무대로 넘어가기 전, VCR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우, 얼굴들이…… 좋네. 저 친구 그 친구구나, 지운이. 근데 저 친구는 이름이 뭐예요?"

감독이 물어봐서 김문재가 대답했다.

"주원 씨요. 안주원."

"와, 진짜…… 예술이네. 표정도 좋고. 야, 저 친구도 잘생겼다. 저 친구도……."

감독은 김문재보다도 주의 깊게 VCR을 보다가, 다음 무대가 시작되자 흥미가 떨어져 일어났다. 그러다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되자 화면을 가리켰다.

"문재 씨, 저 친구는 배우 안 하겠지? 춤을 저렇게 추는데. 근데 진짜 흔치 않은 스타일의 마스크라 영화계가 맞을 수도……. 그래서 이름이?"

그러자 오아라가 말했다.

"이 친구가 해원 씨일걸요? 워낙 유명하잖아요."

"아, 이 친구가? 아이고……."

올림픽 음악 예능, 그리고 최근 클라루스와의 협업으로 정해원의 이름이 잘 알려져 케이팝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정해원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아깝다, 연기를 하지……."

감독이 아쉬워하다가 다시 말했다.

"그래서 일단 안주원이라고 했죠, 이름이. 안주원."

그렇게 이름을 몇 번 중얼거리더니 감독이 자리를 떠났다.

* * *

[Oh, monster, 극야의 축제를 열어]

[You or me, 날카로운 눈빛과 도망치는 발소리에]

[그림자 속 괴물이 나인지, 너인지]

[먼저 발견한 건 누구야]

[받아들여, 축제라 믿으면 축제가 되네]

[Tell me who's the monster]

[Tell me who's the monster]

[Oh, monster 극야의 축제를 열어]

[It ain't me, 타켓이 된 내 안의 그림자를 뒤집어]

[그 순간부터 밤은 우리의 것]

[상관없지 내가 괴물이라도]

[우리는 이 밤이 끝나도록 살아남아]

[괴물의 밤은 그저 축제가 될 거야]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되는 순간, 더 커질 수 없을 것 같던 함성이 더욱 커졌다.

* * *

매번 즐거운 무대지만 오늘은 특히, 더 미치도록 좋았다. 햇살이들의 응원이 평소보다도 대단했다.

그 응원이 심장을 계속 두들겨, 큰 종처럼 여음을 남기며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에 힘을 얻은 멤버들도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VMC랑은 완전히 척진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강효준이 여기저기 전화 몇 번 하고, 우리가 알아서 세트에 돈 들일 테니까 시간만 확보해 달라고 했는데 다 해결이 됐다.

VCR 촬영, 리허설을 힘든 시간대로 주긴 했지만 그건 괜찮았다.

나는 신나게 무대를 하고 내려와서 강효준 대표에게 말했다.

"형, 대형기획사보다 좋은 건 재벌 3세 대표인 거 같아요."

"하…… 그래, 내가 재벌 3세지."

하도 놀리니까 이제 할아버지들이 재벌이라는 것도 완전히 포기했다.

오늘 무대가 미치도록 재미있었기 때문에 내려오는 멤버들마다 시끌시끌했다.

"아, 퍼라랑 햇살이들이 무대 찢었다!"

"근데 오늘따라 우리 멤버들 이상하게 멋있다."

민지호와 황새벽의 말을 시작으로 다들 오늘 무대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안주원은 바로 나에게 댄스 브레이크 때 반응을 보내줬다. 햇살이들의 창의적인 칭찬 덕에 내 귀가 벌게져서, 신지운이 놀렸다.

"하여튼 이 형 은근히 칭찬 좋아해."

"은근히 아니라고. 대놓고 좋아하니까 형아 많이 칭찬해 주라고."

그렇게 말하고 나는 소파 한쪽에 앉아서 안주원이 보내준 반응을 찬찬히 읽었다.

[ㅅㅂ정해원 댄브 개좋다]

[ㅈㄴㅈㄴ 잘 추네 짜릿하다]

[해원이 중간에 웃는 거 미친 거 아니냐 저 빡센 걸 하면서 표정연기를 하네]

[민조가 맨날 아까워하잖아 해원이 춤선이 진짜 이쁜데 작업하느라 자주 못보여준다고ㅠㅠㅠ]

[↳우리 댄스멤들 춤선 다 다른 거 생각할수록 뽕차지 않니]

[↳↳그니까ㅠㅠㅠㅠ 미치겠어ㅠㅠㅠㅠ]

[진짜 퍼라는 연말이다ㅋㅋㅋㅋㅋㅋㅋ]

[무대도 압도감 있는데 오늘 퍼라 팬들 응원이 진짜 미친 듯]

[↳ㅇㅇ응원 때문에 더 미친 것 같아]

[아니 근데 탈TRV하고 무대 퀄 너무 다른 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

[↳보이드 신생이라는데 돈맛 제대로 느끼게 해주네]

[↳↳신생은 신생인데 이제 대표가 재벌인…….]

[근데 새삼 퍼라 진짜 명곡 많다]

[이제 슬슬 해원이 성적충 친구 올 때 되지 않았니ㅋㅋㅋㅋ]

[↳나 불렀니 '여름의 별' 2주차 핫백 차트 유지 혹은 오를 수도 있을 듯 그리고 퍼라 스트리밍+팔로우 붙는 속도 보면 내년에 나오는 앨범들이 빌보드, X포티파이 안착하려면 진짜 중요한 기점이라고 생각함]

[↳↳아니 기다렸냐고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솔로곡이 2주차에 오를 수도 있다고ㄷㄷ??]

[↳↳↳ㅇㅇ나는 유지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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