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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32화 (232/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32화

그나저나 2주 차에 핫백 순위 유지…… 진짜 가능한가? 클라루스…… 무섭다…….

사실 송다온이 부른 여름의 별은 내가 시작했을 뿐이지, 클라루스의 두 멤버 손으로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고, 업그레이드되었다.

함께 작업하는 내내, 나는 송다온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쌓여있는 연차가 무색하지 않은 노련함에 깜짝깜짝 놀랐다.

다시 한번, 나는 운이 정말 좋았다. 물론 그 운을 잡아 온 건 강효준 대표의 A&R로서의 능력과 인맥 때문이었으니까, 뭐 선물을 사야겠다. 근데 재벌이라 없는 게 있나…….

브엠뮤가 끝나고, 우리는 바로 이어지는 다음 시상식 연습 때문에 바로 회사로 돌아왔다.

나는 연습 전에, 예정되어 있던 폴 존스와의 회의를 진행했다. 폴 존스가 김선희 통역사를 바로 고용했기 때문에, 익숙한 한국어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솔로로 활동하는 가수다 보니까, 일곱 명인 팀과 협업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하시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회의하던 A&R팀도 나와 같은 생각 중인 표정이었다.

폴 존스도 나의 프로듀싱만이 아닌, 퍼스트라이트와의 협업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게 전달이 됐다.

납득할 만한, 폴 존스가 보기에도 좋은 선택일 콜라보레이션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으면 거기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결국 음악으로 답을 내놔야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럴 때마다 늘,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라서.

* * *

연습, 시상식, 연습 시상식이 반복되고 있었다. 피곤해서 깜빡 눈이 감겼을 때, 모처럼 상태창이 떴다.

[돌발! 위기를 극복하세요]

나는 무심코 일어나서 창고 문부터 열어봤다.

아무래도 한 번 놀란 적이 있어서, 강효준 대표가 사생에 있어서는 엄청 강하게 대응하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아주 가끔 쓸데없이 움찔하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괜히 작업실 곳곳을 확인하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뭐가 문제인지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기웃거리고 다니다가 홍보팀 쪽이 시끌시끌한 것을 발견했다.

내가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까, 직원들이 물었다.

"어, 해원 씨. 해원 씨한테도 연락이 갔어요?"

"글쎄요……."

뭔지 몰라도 나한테 말 안 해줄까 봐 어물쩍 넘어가니까, 직원 하나가 말했다.

"팔레트 스튜디오에서 주원 씨한테 연락이 왔어요. 혹시 영화 오디션 보지 않겠냐고. 투자 엄청나게 들어가는 텐트폴 영화인가 봐요. 재난 영화래요."

"아……."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하긴, 안주원 얼굴이 배우 쪽에서 탐내지 않을 얼굴이 아니지…….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회사 어디엔가 있던 05즈가 나타났다. 신지운이 직원에게 물었다.

"저 형 표정 왜 저래요?"

"아, 주원 씨 영화 들어온 것 때문에."

"뭐야, 나 드라마 할 때는 하라고 했잖아, 형."

신지운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안주원은 진짜 잘생겼잖아. 영화계가 안 놔주면 어떡하냐."

"아, 나 진짜 이 말을 또 하네. 국선아 때는 내가 제일 잘생겼다며!"

"그니까, 잘 못 컸다고, 네가."

"뭘 못 커. 그때가 지금 백 배 싸가지없구만."

"그걸 알다니. 크긴 컸구나, 네가."

나는 갈구고, 신지운은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뛰는 사이에 안주원은 전달받은 영화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다.

뭐라고 하나, 경고창이 뜰 때 이미 한 번 심장이 철렁해서인지, 오히려 영화 들어온 거였다는 걸 알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경고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켜준 것 같다.

뭐,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생각보다 좀 빨리 와서 그렇지. 나는 안주원에게 물었다.

"어떤 거 같아?"

"어……."

안주원이 잠깐 생각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오디션은 볼까? 어차피 안 될 것 같은데."

"하고 싶어?"

"솔직히 잘 모르겠어.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긴 한데."

영화나 감독이나 제작사나. 다 믿을만한 대형이다.

나는 혹시 내가 스무 살 때 꾼 예지몽에서 이런 제목을 봤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시간이 꽤 지나서인지 좀 흐릿했다. 그때 꾼 꿈속에서, 내가 걸그룹을 유지해 보려다 그 애들 인생을 망친 것만 너무 강렬하게 기억이 남아서 그 외의 것들은 좀 허투루 날려 버린 모양이다.

시스템이 나한테 예지몽 좀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걸 바라나…….

그때 안주원이 말했다.

"일단 시나리오는 받아볼게."

"어. 그래그래."

안주원의 선택을 내가 참견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잘생긴 것도 문제다. 여기저기서 주목해 버리네…….

최대한 대수롭지 않은 척하며 작업실로 돌아왔는데 신지운이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창고에서 라면 두 봉지를 꺼내며 말했다.

"형, 폴 존스 그거는 어떻게 됐어?"

"다시 전화해 보기로 했어. 투어 때문에 너무 바쁘더라고."

나는 말하며 내 것도 끓여달라고 한 봉지를 더 내밀었다. 신지운은 라면 세 개 물을 잡고 미니 냉장고에서 김치와 달걀을 꺼냈다. 신지운이 말했다.

"웬일로 달걀 남아 있네."

"어, 대표님이 정기결제해 놨어. 달걀을."

"하긴. 대표님이 제일 많이 먹지 않냐?"

"다 많이 먹어, 다."

다들 양심껏 먹고, 새로 먹을 걸 가져다 놓는데도 작업실에 음식 삼키는 하마 한 마리가 더 사는 것처럼 없어진다. 어쨌든 유통기한 지날 일은 없어서 좋다. 허허…….

라면 세 봉에 냉장고에 남은 달걀 다섯 개를 다 넣고 팔팔 끓인 라면을 가운데 놓고 먹으며 신지운이 말했다.

"폴 존스랑 일하는 거 진짜 좋은 기회잖아."

"그치."

"근데 이게, 폴 존스 쪽에서 콜라보 얘기가 나온 건 아니니까, 형이 거절할까 봐 안주원 좀 걱정하더라."

"그래?"

"걔가 걱정이 많잖아."

나는 라면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상하게 내가 끓이면 라면은 맛이 없는데 신지운이 끓여주면 맛있다. 맨날 와서 끓여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멤버들이 저런 걱정을 할 것 같았다. 그만큼 좋은 기회였으니까. 내가 말했다.

"야. 연예인 걱정은 하는 거 아니야."

내 농담에 신지운이 흐흐 웃더니 말했다.

"아, 형 요즘 햇살이들이 그거 물어보더라. 만약에 내 꿈에 우리 멤버들이 나와. 그럼 친구가 나오는 꿈 해몽으로 검색할지, 연예인 꿈 해몽으로 검색할지. 그니까 형 꿈에 내가 나오면 친구가 나오는 꿈으로 검색할 거야, 연예인 나오는 꿈으로 검색할 거야?"

"어, 야. 잠깐만."

이거 심각한 문젠데?

나는 라면까지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넌 뭐라고 했는데?"

"난 당연히 친구지, 이게 고민거리야?"

"아, 근데 연예인이긴 하잖아."

"근데 관계가 친구잖아."

"형제지."

"우와."

신지운이 라면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우리 가족이야? 아, 감동."

"어디서 형한테 맞먹으려고 친구래."

"너무 쉽게 깨지네, 감동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패딩에 장갑을 낀 민지호가 말했다.

"형아들! 눈사람 만들자!"

"눈 와?"

나는 대답하고 창밖을 봤다. 진짜 눈이 오고 있었다. 민지호가 옆에 와서 앉아서 젓가락을 주니까 라면을 호로록 먹었다.

그사이에 나와 신지운은 겉옷을 찾아 입었다. 신지운이 대충 뒷정리를 해놓고 민지호에게 물었다.

"민조, 너 꿈에 멤버들 나와. 그럼 멤버로 꿈 해몽 검색할래, 친구로 할래."

"검색 안 할래!"

"그래, 너한텐 무의미한 질문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작업실을 나와보니 눈이 펑펑 내려서 쌓이고 있었다. 우리 멤버들은 죄다 나와 있고, 매니저들도 사진을 찍어주러 나와 있었다.

황새벽이 뜨뜻한 커피를 들고 벤치에 앉아서 말했다.

"다치지들 말고 놀아라."

"녜에."

민지호가 대답하기 무섭게 눈을 뭉쳐서 한효석에게 던졌다. 한효석이 같이 눈을 뭉쳐서 던지기 시작하자 박선재가 한숨 쉬며 말했다.

"아, 다치지 말라고."

"쟤가 먼저."

"쟤도 던졌는데!"

민지호와 한효석이 동시에 억울해하며 박선재에게 지가 맞다고 우기는 사이에, 안주원은 무슨 눈사람으로 조소를 하고 있었다.

매니저들과 눈싸움을 좀 하다가, 나는 안주원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박곰돌이야?"

"응. 막냉이."

눈으로 곰돌이를 만들고 있었는데 귀여웠다. 곰돌이가 끝나자 신지운이 말했다.

"야, 나는."

"어, 너 잠깐만."

그러더니 눈을 대충 뭉쳐서 말했다.

"자몽."

"오."

내가 황당해서 신지운에게 물었다.

"……너 저걸로 만족하냐?"

"눈을 뭉쳐준 게 어디야. 쟨 나한테만 안 잘해주잖아."

"하긴."

말은 저렇게 해도, 안주원은 나름 어디서 잎사귀를 주워다가 자몽에 얹어줬다. 노력했다.

그다음에는 멤버들의 요청으로 황새벽의 거북이, 내 소, 한효석의 대형견과 민지호의 소형견을 만들었다. 그사이에 나는 안주원의 헛꿈대로 복숭아를 만들어줬다. 솔직히 잘 만들었다. 아주 동그랗다. 히히.

그렇게 예상보다 예술적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있으니까 매니저 형이 말했다.

"자, 멤버분들, 이제 들어갑시다. 감기 걸리면 일정 큰일 나."

다들 더 놀고 싶어 보였지만 지금 감기 걸렸다가는 진짜 큰일이 나기 때문에 군말 없이 회사로 돌아갔다.

한참 놀았더니 너무 더워서 패딩을 벗으려니까 강영호 매니저가 물었다.

"해원 씨, 더워요?"

"좀 더워요."

"이상하네. 평소에 추위 많이 타는데."

그러더니 빨리 가서 체온을 재보라고 했다. 그래서 체온을 재보니까 은근히 고열이었다.

바로 병원을 갔는데,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지만 감기몸살이라 쉬긴 쉬어야 되는 모양이었다. 아마 에카와의 작업 때문에 계속 밤샘을 한 영향이 있었나 보다.

하, 나 나름 건강 체질인데, 드럽게 자주 퍼지네…….

그렇게 확인을 하고 나서, 보이드 엔터의 거의 전 직원과 멤버들에게 한 소리씩 들으며 혼자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시상식도 리허설은 빠지게 됐는데, 다행히 방송국 쪽에서 생방송만 나왔다가, 중간에 먼저 가도 된다고 양해해 줬다.

나는 숙소에 드러누웠고, 약간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여유가 생긴 김에 안주원에게 제안이 들어온 영화를 찬찬히 생각해 봤다. 폴 존스에게 제시할 음악도.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상태창이 보였다.

[(여름의 별)의 S급 히트가 확실시됩니다]

[(여름의 별)이 빌보드 핫백 차트에서 31위(2주차)를 기록합니다]

우와.

2주 차에 유지하다 못해 순위가 오른다. 클라루스, 아니. 송다온이 진짜 대단하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과거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미래가 뭐지? 예지몽을 말하는 건가?

……어? 그냥 꿈 아니었어?

내가 생각하는 사이에 상태창이 이어졌다.

[영화 '삼라만상']

[팝가수 '폴 존스']

삼라만상은 안주원에게 캐스팅이 들어온 그 재난 영화였다. 폴 존스는 내가 음악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으니까 보여줄까 묻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참 늘 내 편인 상태창이다.

어쨌든 이건 나에게 고민거리가 아니다.

일단 폴 존스와의 음악을 고민하는 건,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건 좋은 스트레스다. 음악에 관한 건 언제나, 나에게 해롭지 않다.

[영화 '삼라만상'에 대한 기억을 확인합니다]

[확인 중…….]

그리고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처럼 숫자 세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는 정신을 잃듯이 무언가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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