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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38화 (23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38화

다음 날, 정해원이 클럽에서 찍은 안주원의 사진은 다른 어떤 사진보다 먼저 브랜드 공식 계정에 업로드되었다.

[소년기를 벗어나고 있는 뛰어난 재능의 청년, 아이돌, 클럽과 팀 멤버의 생일파티, 우리가 함께 만든 마법 같은 밤입니다]

[↳와씨 개존잘이네]

[↳?????????? 안주원 여기 엠버서더야?]

[↳↳그런 얘기 없어 안주원이 그럴 급은 아니잖아]

[↳↳↳그냥 질문이니까 진정해]

[↳↳아무래도 확실하게 찍어놓고 진행 중이긴 한듯…….]

[↳딱 브랜드랑 안주원 놓고 보니까 진짜 잘 어울린다ㄷㄷ]

[↳↳나 이 브랜드 매장 직원인데 저 사진이 진짜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 그 자체임]

[퍼라팬들아 폴 존스 인스타에 콘서트 끝나고 정해원 생일파티 해줬다고 올라왔는데 이거 맞아……?]

[↳ㅇㅇ]

[↳주원이가 X버스에서 저 사진 해원이가 생파때 찍어준 거라고 했어]

[↳셀럽들 인스타 보니까 해원이 저기서도 친구 많이 만들었더라ㅋㅋㅋㅋ]

[↳↳해원이 2년 공백 없었으면 전세계인 친구친구일 듯]

[↳↳↳맞아ㅋㅋㅋㅋㅋㅋㅋ]

[↳정해원은 폴 존스가 생일이라고 파티해주고 안주원은 브랜드에서 자기네 거라고 광고하려고 옷 휘감아서 그 파티 참석했네ㅋㅋㅋㅋ]

[↳↳셀럽 그 자체네]

[↳↳이거 우리 애들 얘기 맞아……?]

[↳↳데뷔 초에 진짜 우리 망하는 줄 알았는데…….]

[↳↳↳맞아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아이돌인데 음악은 안 하네]

[↳↳?]

[↳↳송다온이랑 작업한 프로듀서? 그 프로듀서가 믿고 맡기는 작사가?]

[↳↳오히려 요새 해원이 음악 피해 듣는 게 더 힘들지 않냐 카페만 가도 해원이가 프로듀싱한 곡 나오는데]

[↳↳요즘 음악도 좀 듣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전날 기억이 잘 안 난다. 술도 안 마셨는데 필름이 끊긴 것 같다. 너무 피곤해서.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계속 잤다. 한효석이랑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몸이 쑤신다. 나는 잠깐 깨서 주섬주섬 과일을 집어 먹었고, 안주원이 말을 걸었다.

"그렇게 피곤해?"

"피곤한 정도가 아니야. 온몸이 쑤셔……. 나 혹시 누구한테 맞았어?"

내 말에 안주원이 웃었다. 왜 웃지. 진심으로 묻는 건데.

아무튼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고,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그랬는데 다들 취해 있어서 나만 기억할 것 같다. 재미있긴 한데 힘든 일정이었다.

게다가 한국에 늦은 밤에 도착하면 바로 화보 촬영이 있어서, 서너 시간 자고 바로 일어나서 촬영을 하러 가야 할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내 자던 나는 화보가 걱정돼서 거울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주원아, 나 오히려 오늘 얼굴 괜찮지 않냐?"

"너 최근 본 것 중에 제일 생기 있어 보여."

"그렇지?"

상태가 오히려 좋았다.

평소에 맨날 작업하느라 밤을 새웠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과 말은 잘 안 통해도 웃고 떠들며 놀다가, 비행기에서 15시간 가까이를 숙면했더니 오히려 얼굴이 안 피곤해 보였다.

슬슬 내리려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안주원이 말했다.

"너 그러고 나갈 거야?"

"응?"

작정하고 자느라 엄청 편하게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내가 내 발을 보고 있으니까 안주원이 말했다.

"공항에 기자들 엄청 많을걸?"

"왜?"

"너 뉴욕에서 활개 치고 다녔잖아."

"……끌려다녔는데?"

"아무튼. 끌려서 여기저기 다녔잖아, 어쨌든."

그런가…….

뭐, 이런 부분에서 안주원 말을 들어 실패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나는 기내에 가지고 들어온 캐리어를 꺼내서 괜찮은 옷을 찾아 꺼내 입었다.

점점 옷에 관심이 많아져서, 평소에도 옷을 좀 챙겨 다녔다. 나는 옷을 꺼내서 물었다.

"이거에 이거."

"옷 이쁘네. 모자랑 마스크 안 써?"

"이 코트에 모자 너무 안 어울릴 거 같은데."

"응, 하긴 그렇다……."

우리는 꼼꼼하게 고민해서 옷을 꺼내 입었다.

정신은 없지만 우리 노을이 선물은 꼭 사야 해서, 공항에서 산 선물을 바리바리 챙겼다. 공항으로 나오는데, 나와 안주원이 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과 팬들이 엄청 많이 와 있었다.

"해원 씨, 폴 존스 만나셨어요?"

"주원 씨! 이번에 엠버서더 계약 때문에 뉴욕에 갔던 거예요?"

신기한 게, 우리가 뉴욕에 가서 한 일을 다들 알고 있었다. 나도 안주원도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웃고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팬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좀 위험할 뻔했는데, 다행히 보이드 엔터에서 시큐리티를 많이 보내서 사고 없이 빠져나왔다.

나는 차에 타자마자 안주원에게 말했다.

"야, 옷 대충 입고 나왔으면 진짜 민망할 뻔했다……."

"그러게."

역시, 이런 거에 있어서는 안주원 말을 듣는 게 맞다. 기내에서 입고 있던 옷 입고 그냥 나왔으면 진짜…… 하, 생각하기 싫다.

그리고 나는 바로 우리 누나 가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누나와 매형은 이번에 노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한옥 스테이를 선택했다. 어차피 우리 본가 찻집도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거라, 우리 가족은 한옥에 익숙한 면이 있다. 그래서 누나는 더더욱 노을이에게도 한옥이 익숙해지게 해주고 싶은 듯했다.

가회동에 도착할 때는 벌써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내가 집 앞에 도착하니까, 앞에 나와 있던 매형이 반갑게 나를 맞아줬다.

"처남!"

"매형!"

"가자, 가자."

나는 매형을 따라서 한옥에 들어갔다.

누나가 알아서 숙소 구한다고 해도, 내가 잘 안다고 박박 우겨서 잡은 한옥이었다. 디귿자 한옥인데 생각보다 큼지막했다.

"와…… 좋다."

마당에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었다. 유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면이었다. 눈이 내리는 날은 세상이 평소보다도 조용하게 느껴진다.

툇마루에 잠깐 앉아 있었더니, 누나가 나왔다.

"야, 뭐 해."

"눈 구경? 집 예쁘다. 노을이 자고 있지?"

"응. 근데 계속 잠들었다가, 깼다가 하네. 오늘 엄마랑 아빠랑 실컷 놀다가 낮잠 자고 일어났더니."

"나 노을이 보기 전에 좀 씻고 올게."

"아, 드럽게 깔끔 떠네."

"아니, 노을이 위해서……."

"옷은 또 왜 그렇게 힘줬어?"

"공항에 기자들 많았단 말이야."

"셀럽이야, 뭐야."

"하, 말을 말지."

내가 좀 아까 공항에서는 진짜로 연예인이었는데…… 가족들한테는 그냥 아들이고, 동생일 뿐인가 보다. 당연하지만, 그게 또 나에게 필요했다. 아이돌일 때가 있고, 누군가의 가족일 때가 있다는 게.

나는 투덜투덜거리며 노을이를 위해서 일단 목욕했다.

하도 오래 비행기를 타고, 내리 잤더니 몸이 찌뿌듯하다.

따끈한 물로 목욕을 하고 나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가 보니 엄청나게 큰 침대 한복판에서 노을이가 자고 있었다.

"우와, 노을이다."

나는 침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노을이를 살폈다. 옆에서 매형이 계속 조카를 보고 있는 내 얼굴 사진을 찍으니까 누나가 핀잔했다.

"아, 애 좀 집에서 쉬게 놔둬. 하루 종일 사진 찍혔을 텐데."

"그래도 찍어야 돼……. 이거, 사진 햇살이들 좋아해."

매형은 누나의 구박을 들으면서도 계속 내 사진을 찍어줬다. 햇살이들이 좋아한다면서. 둘 다 맞고, 둘 다 내 생각해 주는 거니까 나는 누구 편을 들지 않기로 했다.

누나가 침대에 걸터앉아서 말했다.

"안 피곤해? 아침부터 촬영 있다며."

"지금 완전 힐링 되고 있어. 비행기에서도 계속 잤어, 그리고."

"뭐 맘대로 해……. 근데 너 메이크업 지운 거야? 피부 엄청 좋네."

"그랭? 관리했지이."

"귀여운 척하지 마. 짜증 나."

내 귀여운 척. 우리 햇살이들은 좋아하는데 누나는 질색하고 끔찍해한다. 하, 나도 아는데 아이돌 습관에 의해 무심코…….

다행히 매형이 옆에서 '아이돌, 아이돌' 하고 해명해 준다. 집에 햇살이가 있어서 여러모로 좋다.

그렇게 힐링하고 있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인지 누나 말대로 잠깐 깼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끙끙거리고 바닥을 짚더니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엄마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안아달라고 손을 뻗었다. 누나가 말했다.

"요즘 노을이 아주 엄마 아빠 껌딱지야. 지난달에는 또 자기 혼자 잘 놀았거든? 근데 이번 달엔 또 이런다. 그냥 눈 뜨면, 잠들 때까지 안아달라고 그래."

"발달과정이야?"

"응, 그렇대. 재접근기? 얘가 이제 정신적으로 독립하기 전에, 독립해도 되나 살피는 시기."

"아, 그렇구나. 우리 노을이 성장하고 있네."

진짜 기특하다, 기특해.

그렇게 생각하는데, 노을이는 내가 말하는 걸 들었는지 내 쪽을 돌아봤다. 내가 반가워하며 물었다.

"삼촌 알아? 알아볼 수 있어?"

영상 통화로 맨날 봤는데, 실물은 어쩔지 몰라서 물어봤더니 노을이가 일어나서 내 쪽으로 오더니 손으로 내 얼굴을 퍽 때렸다.

"아. 노을이 왜. 나 핸드폰 밖으로 나와써어."

그걸 보더니 매형이 말했다.

"와, 노을이 요즘 엄마 아빠만 좋아하는데."

이거 좋아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좋아하는 게 맞았다. 노을이가 안아달라고 팔을 번쩍 뻗어서, 나는 엄청 당황하다가 노을이를 안아 들었다.

"매형 이거 맞아요? 나 잘 안고 있는 거예요? 떨어뜨릴 것 같은데?"

"응, 못 안고 있어."

"아. 그치……."

내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까 누나가 와서 안는 자세를 고쳐줬다.

"노을이 진짜 삼촌 좋아한다. 이렇게 이상하게 안고 있는데도 안 우네. 요즘 잘 우는데."

"진짜? 우리 노을이 삼촌 보고 싶어쩌어? 으응?"

아가랑 있으니까 혀가 극도로 짧아진다. 허허.

노을이 태어나자마자 안아봤을 때랑 비교했을 때, 확실히 엄청 컸다. 다행히 누나가 고쳐준 자세가 편한지, 노을이가 금방 곤히 잠이 들었다.

나는 다시 잠든 노을이 얼굴을 한참 보다가 누나에게 말했다.

"한국 자주 와. 노을이 보게."

"야, 애 데리고 여기 오는 거 얼마나 힘든 줄 아냐."

"그럼 내가 자주 갈게."

"오긴 뭘 와. 뉴욕에서 왔다가, 잠깐 자고 또 촬영가면서. 야, 네가 슈스긴 슈스다……."

언젠 또 셀럽이야, 뭐야, 이러더니 슈스란다. 하긴 매형이 누나가 동료 작가들 만나면 맨날 동생이 아이돌이고 슈퍼스타라고 한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푹 잠든 노을이를 내려주고, 매형이 이불을 펴준 방에 가서 잠을 잤다. 비행기에서 그렇게 잤는데,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자는 건 또 달라서, 편안하고 따듯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 * *

나는 세 시간 뒤에 일어나서, 간단히 나갈 준비를 했다. 조용히 나가려고 했는데 누나랑 매형이 일어나서 아침을 만들어줬다. 감동적이다.

아침 든든하게 먹고, 나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잠깐 기다리니 오늘 함께 화보 촬영을 하기로 한 클라루스 송다온도 도착했다.

나는 전해 들은 소식을 티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송다온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컥한 게 얼굴에 보였던 것 같다. 송다온이 민망해하며 물었다.

"들었지?"

"……네."

"그렇게 됐어."

"……."

클라루스 해체.

'그렇게 됐다'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일이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요?"

"그냥. 뭐…… 다 바라는 게 다르고."

"형."

"응?"

"전원이 다, 똑같은 마음이에요?"

그게 중요하다.

한 사람이라도 강하게, 아주 강하게 이 팀을 유지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무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송다온은 내 질문을 기다렸던 것 같다.

"아니. 아닌 멤버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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