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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39화 (239/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39화

"어느 형이요?"

클라루스를 유지하고 싶은 멤버가 누군지 물었지만 송다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해주기가 좀 그렇다."

하긴. 그걸 막 말해줄 리는 없지…….

……스파이는 알아다 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럼 너무 많은 불법을 저지를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는데, 다행히 송다온이 내 마음을 헤아려줬다.

"한창 활동해야 되는 애 붙잡고 겁주고 있네, 내가. 미안. 딴 얘기 하자."

나는 궁금한 게 여전히 많았지만, 더 이상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래도 송다온의 말처럼, 겁이 나기는 했다.

어느 순간부터, 끝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왠지 모르는 근거 없는 예감에 의지하는 거다. 왠지 우리만큼은 영원할 것 같은, 그런 근거 없는 예감.

그런데 사실, 클라루스는 우리와 비교해서 해체하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해체를 막는 강도가, 우리와는 비교 불가로 강력할 것이다.

그런데도 클라루스는 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동안 말을 못 하다가, 내가 겨우 물었다.

"형, 딱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응. 뭔데?"

"마지막 앨범. 내실 거예요?"

"……."

팬들이 기다렸잖아요.

차마 그 말은 입 밖으로 안 나왔다.

그걸 송다온이 더 잘 안다는 걸, 나도 아니까.

내 말에 송다온이 대답했다.

"이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새로 시작하고 싶은가 봐."

"새로 시작해요?"

"응. 어느 순간부터, 새 앨범이, 새 음악처럼 느껴지지 않았대."

"……."

"아, 너 어린 게 부럽다. 그냥 나이가 어린 게 부러운 게 아니라. 앞으로 한참 더 뜨거울 수 있을 거라는 게 부러워. 나도 나 아직 어린 거 알아. 근데 일을 오래 했잖아. 그게, 되게 사람이…… 앞으로 더 나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송다온은 내친김에 나에게 속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있잖아. 사람들이 우리 성적을 기다리는 건지, 음악을 기다리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해서. 앨범 준비할 때 엄청 쫄아 있는 거야, 우리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솔직히 1본부에서 과하게 신경 쓰는 것도 맞는데. 제일 문제는 우리가 쫄았어."

"……."

"아. 그러네. 마지막 앨범 얘기 네가 물어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근데 티 내고 싶지 않았던 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에 쫄아 있다는 걸."

송다온이 그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는 건 아마 의무감에서였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배로서, 나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알려주고 싶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우리 팀 생각에 표정이 어두워졌는지 송다온이 말했다.

"자, 이제 웃으면서 촬영하자."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단은 웃었다. 일을 해야 하니까.

* * *

화보 촬영은 개인컷과 단체컷으로 나뉘었다.

클라루스가 화보를 찍는다니까, 엄청 스케일이 큰 일이 됐다. 어떻게든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송다온의 얼굴을 보여주려고 잡지사 직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먼저 1차로 개인컷을 찍은 송다온이 내 개인컷 찍는 장면을 구경했다.

사진작가도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 섭외되었는데, 송다온과 친한지 둘이 친근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송다온이 말했다.

"아, 해원이 진짜 비율 좋다. 머리가 왜 저렇게 작아?"

"그니까. 아, 잘생겼어, 잘생겼어. 오늘 아주 꽃다발이야."

"나도 꽃다발에 껴줘? 오."

"이런 애들은 왜 이러는 거야. 평생 잘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또 듣고 싶어?"

"맨날 들으면 좋지."

"너 자알생겼다. 무지하게 잘생겼어."

촬영은 화기애애했다. 일단 송다온이 성격이 좋으니까, 분위기가 유했다. 송다온이 엠버서더로 있는 브랜드들의 직원이 중간중간 제지할 때 빼고는 대부분 술술 넘어갔다. 물론 그 제지하는 것도 송다온이 글로벌 엠버서더인 걸 생각하면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었다.

내 개인컷이 끝나고, 다시 송다온 개인컷 촬영이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신경 쓸 것이 많다 보니 송다온의 촬영에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게 엄청 신경 쓰였는지, 잡지사 직원들이 계속 와서 내 컨디션을 확인했다.

내 입장에서야 내가 한참 후배기도 하고, 클라루스인데 송다온한테 신경을 더 써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잡지사 입장에선 그게 아닌가 보다.

아무튼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공식 계정에 업로드될 왓츠인마이백 영상도 찍었다. 송다온과 가방에서 하나씩 꺼냈는데, 서로 엄청 달랐다.

"형 진짜 향수 세 개에 인센스도 들고 다녀요?"

"응. 나 향 진짜 좋아하거든. 너 숙취 해소제는 왜 있어?"

"아, 오늘 밤에 저희 막내가 성인 돼서 한잔할 거거든요."

12시가 지나면 멤버들과 한잔을 하고, 1월 1일부터 이틀간 휴가를 받았다. 나는 가족들이랑 노을이 데리고 서울 구경을 다닐 생각이었다.

사실 나도 피아노 연습하고, 연습생 생활하고 그러느라 거의 가본 곳이 없었다.

송다온이 물었다.

"그리고 무슨 간식이 이렇게 많아."

"저희 멤버들이 많이 먹어요……."

"넌 단 거 안 좋아하잖아?"

"안 좋아해서 제가 들고 다녀요. 애들이 들고 다니면 진짜 계속 먹어요."

"딱 연재 형 역할이네."

"요리는 새벽이가 하니까 연재 형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어요. 하나 드실래요?"

송다온은 내가 준 젤리를 바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가방에서 쇼핑백 하나를 꺼냈다.

"아, 이거는 생일 선물."

"어! 저요? 우와!"

진짜 예상 못 했다. 나는 냅다 선물을 확인하며 말했다.

"아,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그냥 생일 선물 겸, 작곡비?"

"무슨 작곡비를 줘요. 클라루스랑 작업하는 거 자체가 작곡비지."

"너 말은 그렇게 하면서 열심 뜯는다."

"너무 좋아요."

나는 낄낄거리며 상자를 열었다. 라이더 재킷이 들어 있었다.

"우와, 미쳤다. 이거 뭐야아, 너무 이쁜데."

나는 바로 일어나서 재킷을 입었다.

원래 평소에는 쎄 보이는 스타일링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선물로 받으니까 그냥 마냥 좋았다. 내가 너무 신나 해서 송다온과 촬영장에 사람들도 다 웃었다.

내가 물욕이 있는 건 아닌데, 애정을 물건으로 확인하는 건 좋다. 그게 물욕인가…….

아무튼 그렇게 촬영하고, 나는 퇴근을 위해 가져온 패딩 대신 라이더 재킷을 입었다. 춥긴 한데 자랑하고 싶다. 히히.

퇴근 전, 나는 차에 막 탄 송다온이 있는 곳까지 가서 다시 인사했다.

"잘 입을게요, 형."

"응. 그래. 또 보자."

"형."

"응?"

그렇게 부르고, 나는 준비한 말을 했다.

"다음에도 작업 같이해 주세요."

클라루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송다온의 말을 들어 보니 내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있는 것 같아서.

그럴 때 아이돌 후배로서, 작곡가로서, 그리고 동료 가수로서 할 수 있는 건 이 말밖에 없다.

"형이 하고 싶은 스타일 곡, 있으면 그냥 저한테 말해주세요. 채택 안 돼도 상관없어요. 그냥 만들어드릴게요."

"……."

"선물 주셔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냥 형들 소식 듣고부터 말하고 싶었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꾸벅 인사했다. 송다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든 후 떠났다.

그리고 한발 늦게, 우리가 같이 화보 촬영을 한다고 해서, 일정을 쪼개고 쪼개 화보 촬영장에 온 강효준 대표가 막 도착했다. 강효준이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송다 갔어?"

"아, 형 진짜 1분만 빨리 오지."

"내가 걔한테도 온다고 했어. 일부러 일찍 도망간 것 같은데."

아, 어쩐지 급하게 짐 챙겨서 가더라. 도망이었구나. 강효준이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하더니, 금방 체념하고 물었다.

"밥 먹을래?"

"31일이잖아요. 저 이제 멤버들이랑 술 먹을 거예요."

"나 오늘 왜 이렇게 까이냐."

강효준이 툴툴거리며 나랑 온 매니저에게 퇴근하라고 하고 짐을 자기 차로 옮겨 실었다. 매니저 형은 신나서 퇴근하고 나는 강효준의 차에 타서 숙소로 향했다.

"형 차 몇 대예요?"

"지금은 세 대."

"새로 좀 사요."

"집에 주차장 모자라."

"형이 차를 험하게 써서 차마다 낡았잖아요."

"네가 지나치게 차를 깨끗하게 쓰는 거야. 결벽증이야, 그거."

"형이 재벌이라 차를 막 쓰는 거라니까."

"아니라니까."

그렇게 차 관리로 쓸데없이 티격태격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강효준이 진짜로 궁금했을 만한 것을 물었다.

"클라루스 진짜 가능성 없대?"

"다온이 형은 없어 보이나 봐요. 근데, 팀 유지하고 싶어 하는 멤버는 있대요. 누군진 말 안 해줬어요."

"예상이 안 가네. 이런 건 꼭 의외의 인물이더라고."

"음……."

"클라루스 멤버들이랑 다 전화해 봤는데, 약간 브엠 방식에 질린 것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더라. 그렇다고 다른 소속사에 가려면 지금까지 그 소속사에서 쌓아온 거 다 따로 협상하고, 두고 가야 되는데 쉽지 않잖아. 사실."

"그러니까 형이 진작 브삼을 먹었야죠."

"먹어도 VMC에 속한 회사지, 뭐."

"보이드 엔터로 인수해요."

"넌 무슨 병아리가 호랑이 잡아먹는 소리를 그렇게 쉽게 하냐."

"우두머리 호랑이한테 도와달라 그래요."

내 말에 강효준이 날 힐끔 봤다. 나는 말을 이었다.

"외할아버지한테, 형 팍팍 밀어달라고 하라고요."

"……."

"우리가 그 회사 먹자니까요? 농담 아닌데."

보이드 엔터가 커지면, 나름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나도 당연히 좋으니까. 물론 망하면 빚 많은 나부터 망하는 거지만…….

그러니까 안 망해야지.

그나저나 이번에 여름의 별은 얼마나 들어오려나. 빚 많이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

* * *

나는 숙소에 도착했고, 문을 열기도 전부터 온갖 음식 냄새가 느껴졌다.

멤버들이 음식은 내가 오기 전부터 먹기 시작했지만, 오늘 보기로 한 영화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빌런즈와 신지운이 해리포터를 아예 안 봤다고 해서, 오늘 첫 편부터 마라톤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해리포터를 세 명이나 안 봤냐."

내 말에 신지운이 대꾸했다.

"너무 옛날 영화야."

"난 그래도 학교에서 봤는데. 그리고 너 파이트클럽 좋아하잖아. 그게 더 오래됐어."

"그것도 형이 보라고 안 했으면 안 봤지."

"나는 기억할게!"

민지호의 말에 한효석이 옆에서 말했다.

"매드맥스."

"아, 매드맥스!"

나는 멤버들마다 좋아할 것 같은 영화를 추천해 주고 있다. 다행히 보라고 하면 재미있게 잘 봐서, 나도 추천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주방에서 소리가 나 그쪽으로 가봤다. 황새벽이 팝콘을 튀기고 있었다.

"야, 미쳤냐……."

팝콘을 김장할 때 쓰는 고무대야에 쌓고 있다. 미친놈인가, 진짜. 내 말에 황새벽이 말했다.

"저거 새로 산 거야. 쓰던 거 아니야."

"아니……."

아무래도 내가 남들 보기에 약간 결벽증 같나 보다. 청결부터 변명하는 걸 보니까……. 아무튼.

"양을 봐, 새부기야. 이거 맞아?"

"야, 이거 무조건 다 먹어."

황새벽이 장담하며 팝콘 대야를 들어다가 거실 한가운데 놨다. 그리고 솔직히 지도 어이없는지 웃음을 꾹 참는다. 그러다 멤버들이 터지자 황새벽도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햇살이들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고, 팝콘과 함께 영화를 보며 12시를 기다렸다.

마법사의 돌이 막 끝났을 즈음, 12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우리 멤버들은 전원 성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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