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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41화 (241/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41화

이번 첫 번째 컨셉포토는 버스정류장 광고판, 지하철 광고판에 띄우기로 한 중요한 사진이었다. 근데 진짜, 우리 멤버들이 얼굴 하나는 완벽하지, 싶었다.

"역시 대중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내가 멤버들 컨셉포토 사진을 보고 중얼거리니까 민지호가 성질을 냈다.

"그런 말 하지 마!"

"왜? 맞잖아."

"형 빼고 말했잖아!"

"아니……."

대중이 여기 여섯 명만 선택한 건 맞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민지호에게 혼날까 봐 해명부터 했다.

"나도 나 괜찮게 생겼다고 생각해. 나도 솔직히 나쁘진 않지."

잘생긴 게 아니라 그렇지. 근데 뭐 그래도 헤어, 메이크업하고, 이예영 누나가 이쁘게 입혀주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이번에, 강효준 대표는 그냥 '신나게 돈을 써보자'라는 목표를 만든 것 같았다. 프로모션에 아낌없이 돈을 털어 넣는 걸 보니 이거 적자 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그렇게 걱정하는데, 양반은 못 되는지 강효준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강효준이 피로에 쩐 목소리로 말했다.

-어, 해원아. 우리 외할아버지가 나보고 야망이 없다고 잔소리하셔. 나 야망 있다고 좀 얘기해 주라.

"형 야망 없잖아요."

-그니까 사실을 말하지 말고, 내 편을 들라고. 우리 회사 비전 좀 대신 얘기해 주겠니.

"형은 무슨 사업하는 사람이 비전을 남한테 말해달래. 혼날 만해, 이거는."

그렇게 얘기하는데 내 말이 들렸는지 전화 너머에서 강효준의 외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저 친구 누구냐. 맞는 말만 하네. 실망스럽다, 실망스러워.

-할아버지가 저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했잖아요.

-지나치게 건강만 하잖아. 쓸데없이. 뭐 연애도 안 하면서 건강만 하면 뭐해.

-아, 또 결혼 타령하시네.

-이놈 좀 아무나 주워갔으면 좋겠다.

계속 싸우기는 하지만, 사이가 엄청 좋아 보였다.

아니, 근데.

이게 말이 되나.

"아니, 형."

-어.

"내 생각에는 외할아버지 말씀이 다 맞아요."

-뭐가 맞아.

"말이 되나. 클라루스 형들이 제일 믿는 A&R이고, 외할아버지가 저렇게 이뻐하시는데 겨우 이제 4본부 본부장 된 게?"

-잘한다, 잘한다.

옆에서 외할아버지가 박수를 쳐줬다.

-속이 다 시원하네. 얘가 이렇게 야망이 없어.

"정치력도 없어요."

-하나도 없지. 눈치도 없어, 눈치도.

"눈치가 없고, 알아도 눈치를 안 봐요. 아예 눈을 감고 다닌다니까."

-내 말이 그 말이다. 에이그, 저놈을 어떻게 믿고. 눈치 없어서 회사 말아먹을 놈.

-할아버지,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뭐가 심해, 이놈아. 내가 너였으면 작년쯤에 춘형이 쫓아내고 그 자리 먹었다.

"맞아. 할아버지셨음 가능하셨을 듯. 아, 그래도 웬일로 인망은 좀 있어요. 저도 있고, 괜찮은 스파이도 있고. 4본부랑 보이드 엔터 직원들도 다 일 잘하고."

-그래, 지가 모자라면 주변에 사람을 잘 둬야지.

-아니, 내가 뭐가 모자라냐고.

-네가 어디가 특별히 모자란다기보다는 인간이 덜됐지.

-하…….

강효준의 외할아버지가 웃는 소리를 들어보니 외손자 놀리는 재미로 사는 사람 같다. 그렇게 웃던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 효준이가 인망은 있다니 다행이다. 사업하는 사람한테는 그게 첫째지.

그래도 너무 까기만 하면 진짜로 놔버릴까 봐 슬쩍 칭찬했는데 바로 잡아내셨다. 저렇게 눈치 빠른 할아버지 유전자가 강효준한테 안 갔나 보다.

아무튼 외손주를 유난히 예뻐하시기는 해서, 그 이후에 강효준에 대한 TMI와 은은한 자랑을 들어드리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다.

[형 뭐 하나 받아와요]

[강 대표 : 알았다]

[대답만 하지 말고요]

[강 대표 : 알았다 구체적으로 노력할게]

[녜에 히히]

하. 미덥지가 않네.

나는 생각하며 다시 컨셉 회의로 돌아갔다.

* * *

1월 14일 아침.

퍼스트라이트의 팬이자 광복절에 태어난 신지운이 최애인, @050815_는 등교하는 버스 안에서 정류장에 뜬 광고판을 발견했다.

"으악!"

그리고 내려야 하는 곳도 아닌데 그 정류장에서 무심코 내려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버스정류장 광고판에 최애의 얼굴이 떡하니 떠 있었다.

오토바이에 탄 신지운은 반항적인 얼굴로 정면을 보고 있었다.

청바지, 오토바이, 반항아.

한 명의 배우를 떠올리게 하는 확실한 컨셉의 컨셉포토였다.

"이게 뭐야……."

사진은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등교를 잊게 할 만큼의 강렬함이었다.

급하게 인증샷을 찍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안 그래도 트위터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아침 실트가 퍼스트라이트로 도배됐다.

[1. 버스정류장]

[2. 보이드 엔터가]

[3. 이번 컨포]

[…….]

[7. 제임스딘]

[…….]

[…….]

[10. 얼굴 너무]

멤버들 이름도 실트에 올라가 있고, 커뮤니티며 뭐며 난리였다. 그럴 만한 얼굴이었다.

@050815_는 그 자리에 서서 나머지 멤버들의 컨포도 하나씩 확인했다. 멤버 전원의 사진은 회사에서 가까운 선유도역 인근 정류장에 걸려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도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었다.

[혜화역에 새부기 있다ㅠㅠㅠㅠㅠ미쳐ㅠㅠㅠㅠ출근 시간이라 잘 못 찍었는데 진짜 미쳤어ㅠㅠㅠ]

긴 목폴라 위에 청재킷을 걸친 황새벽의 사진이 올라왔다. 평소 퇴폐적인 분위기의 눈빛을 살린 헤어와 메이크업이었다.

[됐다 됐어]

[퍼라 그냥 X나 잘생겼다 패션화보 7장 아니냐]

[미치겠다 퍼라팬 아닌데 퍼라 컨포 자꾸 생각나서 일이 안 돼ㅠㅠ]

[↳어차피 할 입덕 하루라도 빨리 하자!!]

[나머지 멤버들 떴음?]

[↳선유도역 쪽에 떴는데 다 미쳤어 출근하는 내내 심장 떨림 오래 걸려 있었으면 좋겠다ㅎㅎ]

[애들 탈색한 거 진짜 미치겠네ㅠㅠㅠ]

[↳누구누구함?]

[↳지운이, 선재, 빼고 탈색했네]

[백금발 덮머 반항아 한효석 실존함]

[민조 핑머 점프슈트ㅠㅠㅠㅠㅠㅠㅠ]

[주원이 탈색모 완깐 미치겠다 사람인가 저게]

[어떻게 막냉이가……. 어른…….]

그리고 정해원의 컨셉포토 역시 공개되었다. 점프슈트 상의를 벗어 허리에 묶고, 그래피티 스프레이를 들고 서 있는 컨셉포토였다.

[미친ㅋㅋㅋㅋ와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겼지]

[세상 살기 재밌겠다 진짜]

[국선아 때도 얼굴 괜찮긴 했는데 이번 컨포 보니까 그때 소속사 개어이없네 저 얼굴이 화면에 그렇게 잡히게 만드냐]

[↳근데 확실히 퍼펙트 엔터가 선호하는 얼굴이 아니긴 해]

[↳↳보는 눈이 이 정도로 없으면 엔터업을 접으라고ㅋㅋㅋ]

[어떻게 앨범 나올 때마다 더 잘생겨지냐]

[↳관리 빡시게 하자너]

[↳↳원래 본판 좋은 애들이 관리하면 더 효과적임]

[↳↳↳가만히 있었는데 왜 때림?]

[근데 해원이 뒤에 저 동그라미에 검은색 사선 다섯 개 무슨 의미야?]

[↳저거 아우토반 표시인 듯?]

[↳제한속도 무제한]

* * *

다음 날 바로 공식 계정으로 두 번째 버전 컨셉포토가 공개되었다.

교복과 얼굴의 상처를 컨셉으로 컨셉포토와 함께 공개된 짤막한 영상이 한 차례 더 팬들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올해 성인이 된 박선재가 교복의 명찰을 떼어내는 마지막 장면의 반응이 뜨거웠다.

[얘들아 퍼라 막내 개존잘이다 나 믿고 컨셉 트레일러 좀 봐줘]

[국선아 때 그렇게 애기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컸냐ㅠㅠㅠ]

[이번에 퍼포 개빡셀 거 같지?]

[↳ㅇㅇ그래서 컨트에서 댄스멤들 약간 숨기는 느낌]

그리고 그날 저녁, 신지운이 라이브방송을 켰다.

신지운은 컨셉포토에 대한 이것저것 소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컨포 예쁘지? 코엑스에 우리 얼굴 쭉 뜨잖아. 아까 멤버들이랑 다 같이 보고 왔는데 우리 멤버들 진짜 잘생겼더라고."

[대표가 돈 안 아끼는 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ㅠㅠㅠ]

[우리 애들 진짜 보이드 좋아한다 TRV때랑은…….]

[↳옛날얘기 하지 말자ㅎㅎ]

[컨포 진짜 너무 예뻐ㅠㅠㅠㅠ]

댓글을 읽으며 신지운이 말했다.

"아직 컨포 하나 남았잖아? 나는 그게 진짜 마음에 들어. 궁금하지? 궁금하지? 나는 봤는데."

[야이 금쪽이ㅋㅋㅋㅋㅋㅋ]

[햇살이들 놀리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포해줘]

"스포 안 되지. 아, 그리고 안주원 마음 약해서 스포한다고 햇살이들 걔 자꾸 찔러보잖아. 누가 누구보고 금쪽이라고 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건 맞지ㅋㅋㅋㅋㅋㅋㅋㅋ]

[TMI 말해줘]

[최근에 싸운 썰 있어?]

"최근에 싸운 썰? 우리 뭐 맨날 싸우지. 같이 살면 안 싸울 수가 없어."

[제일 많이 싸우는 거 누구야?]

[동갑들이 많이 싸우던데ㅋㅋㅋㅋㅋㅋㅋ]

[04즈??]

"아 04즈 거기 거의 노부부잖아. 맨날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싸우는 게 아니야. 그냥 새벽이 형이 무조건 혼나는 거야. 근데 동생들이 보기에는 그 형이 맨날 본전도 못 찾는 걸로 시비를 건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맞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로 혼나는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제 혼나는 거 보니까 새벽이 형이 민조 간식 몰래 준다고. 새벽이 형은 먹고 싶은 건 좀 먹게 하자니까 해원이 형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살면 안 된다고 혼내더라고."

[컴백 얼마 안 남아서 혼낸 것도 이해가는데 새벽이 마음에 더 이입 잘 된다…….]

[맏형들 둘 다 필요해ㅠㅠㅠ]

"빌런즈는 싸우긴 하는데 금방 화해하고, 은근히 무섭게 싸우는 게 막냉이랑 효식이. 걔네 둘이는 되게 어른스럽잖아. 싸울 때도 어른처럼 싸워.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화내. 둘이 싸우면 형들 잘 안 껴들어. 우리도 무섭거든."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들 싸우는 거 무서워하지 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선재 극순둥이 같은데 화내면 무섭구나…….]

"어, 막냉이 화내면 무서워. 해원이 형도 박선재가 화내면 막 쩔쩔매잖아."

[그건 그냥 최애라 그런 거 아냐?]

[최애라]

[편애즈잖아]

"그치, 그건 맞지……. 어쩐지 내가 화낼 땐 더 화내더라."

[울지마ㅋㅋㅋ]

[지운이는 내 최애잖아]

"맞아, 난 햇살이들 최애면 돼."

그렇게 이야기하던 신지운은 문 열리는 쪽을 보고 빠르게 말했다.

"형 나 라방 중이야."

"어."

[새부기다]

[지운이가 저렇게 산뜻하게 형이라고 하는 사람 새벽이 밖에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황새벽이 카메라 앞에서 기웃기웃하며 말했다.

"햇살이들 안녕."

"앉아, 앉아. 지금 우리 최근에 싸운 썰 얘기하고 있었어."

"싸운 거. 그거 있잖아, 너랑 주원이."

"아니야, 그거 싸운 거 아님."

"너랑 민조?"

"아니라고."

[아니 지 싸운 얘긴 빼놓고 안 해주고 있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운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지운이 댓글을 보더니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나 요즘 진짜 안 싸워."

"맞아, 국선아 때 비하면 진짜 사람이지."

"아, 우리 1월 1일에 형 주사 얘기해 줄까."

"우리 서로한테 도움 안 되는 얘기 하지 말자."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황새벽이 말했다.

"싸운 썰 안 푼 거 그거 있었잖아. 지호랑 정해원 싸운 거."

"아, 국선아 때? 엄청 싸우고 둘이 친해졌잖아."

[얘들아 너희끼리 추억 공유하지 말고 말을 해줘]

[뭔데뭔데ㅠㅠㅠㅠㅠㅠㅠ]

"이거 얘기해도 되나?"

"솔직히 지금쯤이면 해도 되지. 내가 해원이 형 허락받을게."

"난 지호한테 물어보고. 둘 다 허락하면 해줄게, 햇살이들."

황새벽이 말하고 두 사람이 각자 핸드폰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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