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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43화 (24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43화

나는 작업실로 돌아가 세 번째 컨셉포토를 확인하고 있었다.

세 번째 컨셉포토를 찍을 때 진짜 엄청, 엄청 추웠다. 뻥 뚫린 공간에서 칼바람이 부니까 저절로 눈물이 나서 메이크업할 때 엄청 고생을 하셨다.

고생한만큼 사진도 너무 예쁘고, 햇살이들도 좋아하니 만족스러웠다.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옆에 와 있는 양이형에게 자꾸 내 사진을 보내니까 양이형이 욕을 했다.

"아! 미친 새끼야, 네 사진을 왜 자꾸 보내냐고!"

"나 없을 때 보라고. 보고 싶잖아."

"왜 또 이 지랄이야. 쫌 안 보고 싶다."

"에이, 보고 싶으면서."

이상하게 양이형이 빡쳐서 욕하면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내가 놀려서 빡친 거지만. 아, 그래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가.

내가 재촉했다.

"형 지금 보낸 사진 어때. 빨리 봐줘."

"안 봐, X발."

"봐봐. 잘 나왔어."

내가 재촉하니까 또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열어본다. 짜증은 내지만 저렇게 확인해보고 바로바로 지적을 잘해주기 때문에, 나한테는 좋은 피드백이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욕을 많이 먹지만.

그렇게 양이형을 못살게 굴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민지호가 흥분해서 튀어 들어오고 있었다.

"해원이 형아! 숫자가! 선주문이! 백사십!"

"뭐?"

민지호가 말한 게, 해석 못 할 문장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하고 확고하게 키워드만 말했다.

그런데 되묻게 되는 건, 그 숫자에 현실감이 없어서였다.

물론 선주문이니까 팔리는 건 좀 다른 문제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거대한 숫자였다. 백사십만. 백사십만 장이라니…….

양이형이 멍하게 민지호를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오, 나도 체하는 거 같다. 니네한테 옮았잖아."

"나 아니야아. 난 대범해."

"하긴…… 이건 넌 아니지. 나머지 놈들이지."

성적이 잘 나오면 부담감에 속 쓰려 하는, 특히 황새벽, 신지운, 한효석같이 생긴 거랑 전혀 다르게 소심한 놈들을 양이형도 닮아가는 모양이다. 외강내유들이다.

나는 쯧쯧 혀를 차면서 상비약이 든 가방을 꺼냈다. 소심한 우리 멤버들이 워낙 잘 체해서 다들 소화제를 들고 다니는 편이다. 나도 얼떨결에 들고 다니고 있었다.

내가 준 알약과 물약을 같이 쭉쭉 먹고 나서, 양이형이 백사십만 장은 아무래도 안 믿긴다면서 확인하고 온다고 떠나고, 민지호는 양이형이 앉아 있던 빈자리에 냉큼 와서 앉았다. 그리고 감탄하며 말했다.

"우리 햇살이들 엄청나다! 그치?"

"응. 크, 진짜 대단하다."

나도 민지호도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기분이 이상해서 쭉 늘어졌다. 나는 의자 뒤로 기대서 말했다.

"민조야아."

"왜 형아아."

"나 합류하기 전에, 우리 같이 짠 안무 무대 올려줘서 고마워. 너무 늦게 말하기는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게 불을 지폈던 것 같다. 나도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는 도화선에. 그때, 무대에 올라가겠다는 마음이 두려움을 이겼던 것 같다. 그즈음 민지호가 같이 춤을 추자고 말해준 게,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고맙다.

내 말에 민지호가 마냥 신나게 히히 웃었다.

* * *

[퍼라 선주문 140만장 터졌대]

[↳엥]

[↳퍼라가?]

[↳해외 잘나가나 보네 국내는 체감 안 되는데]

[↳선주문 X나 넉넉하게 잡았네]

[퍼라 앨범을 어디서 이렇게 파는 거야? 해외에서 진짜 인기 많은가보다]

[오늘 긁는 새끼 왜 이렇게 많아]

[↳원래 초동 튀면 그래 X나 잘나간다는 뜻임ㅎㅎ]

[↳해외에서 인기 많냐는 질문 난데 그게 왜 긁는 거야?]

[솔직히 보이드 엔터가 언플을 잘 할 수밖에 없는 게 거기 사장이 브삼 출신임]

[↳무슨 언플을 또ㅋㅋㅋㅋㅋㅋㅋㅋ]

[↳선주문 기사 내는 게 언플임 안 내는 곳도 많잖아]

[↳↳뭐가 많아 또ㅋㅋㅋㅋㅋ]

[↳↳잘 나가니까 별걸로 다 트집잡네]

[언플 맞을 듯 이번에 퍼라 선주문이랑 차이 많이 날 것 같은데]

[↳ㅇㅇ총판도 저만큼 안 나올 듯]

[↳좀 앨범 나오고 얘기하자ㅎㅎ]

[↳초동 하루라도 지나고 얘기하면 안 되냐]

[근데 나도 퍼라팬은 아닌데 이번에 컨포 보고 한 세트 질렀어ㅎㅎ]

[↳나도ㅋㅋㅋㅋㅋㅋ퍼라 얼굴 X나 재미있더라]

[↳퍼라 각종 미남 모아놓은 느낌ㅋㅋㅋ]

[퍼라 활동 초기만해도 X나 냉한 느낌이었는데 요즘에 멤버 몇 명은 온미남같음]

[↳멤버들 많이 안정돼서 그런 듯ㅠㅠㅠ]

[↳근데 실물보면 온은 절대 없어ㅋㅋㅋㅋㅋ]

[↳↳22실물은 온 없어ㅋㅋㅋ]

[↳↳냉약냉냉파워냉 이런 느낌임ㅋㅋㅋㅋ]

[↳↳↳약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냉은 누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 주원이 선재?]

[↳↳↳↳↳오 정석미남들이네]

[이번에도 퍼라 타이틀 정해원이 만들어?]

[↳퍼라 타이틀은 무조건 해원이]

[↳이제 타이틀 아니어도 전곡 다 해원이가 만들어]

[↳↳와씨 대단하네 돈 X나 많겠다]

[↳↳이제 스물세 살 아니야? 개부럽다]

[↳↳↳스물세 살 프로듀서가 빌보드 핫백에 곡을 넣었어…….]

[↳↳↳↳여름의 별 핫백에서 진짜 잘 버티고 있어 아직도 89위임 다음주도 같은 순위 예상 별깅이 힘내자]

[↳↳↳↳↳해원이 성적충왔니ㅋㅋㅋㅋㅋ]

[↳↳↳↳↳기다렸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여름의 별 애칭도 붙여줬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앨범 성적 정리는 걱정할 게 없겠다]

[↳↳↳↳↳아니 근데 진짜 여름의 별 추이 미쳤다ㄷㄷㄷ좀비네ㄷㄷㄷ]

[올해 클라루스 앨범 안 나오면 퍼라 대상 가능?]

[↳클라루스 좀 놔줘]

[↳아니]

[↳퍼의아]

[↳일부러 긁는 거지?]

[↳1월에 뭘 어떻게 아냐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뮤비 잘 뽑혔으면 좋겠다 긁는 것 좀 안 보게]

[↳컨포 퀄만 봐도 무조건 잘 뽑힐듯]

[↳보이드 진짜 퍼라 잘 밀어주더라 사활 건 게 보여]

[↳보이드가 내 돌이랑 계약하면 좋겠다ㅠㅠㅠ 요즘 퍼라 X나 부러워ㅠㅠㅠ]

* * *

앨범 발매일 일주일 전.

우리는 올 한해의 전체적인, 큰 스케줄을 받았다.

올해 콘서트 일정이 있었다. 국내 콘서트가 2월에만 3일. 그리고 일본 외의 콘서트 일정도 있었다. 지금까지 해외 단독 콘서트는 일본 외의 국가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일정을 확인하며 다들 긴장하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신생 회사다 보니 새로운 도전이 닥치면 이렇게 긴장하는 편이다. 나는 그렇게 같이 우리 퍼스트라이트와 보이드 엔터가 낯선 일들을 해가며, 같이 커가는 게 좋았다.

스케줄을 확인하자마자 예상대로 민지호가 부대표에게 물었다.

"스포해도 돼요? 스포할래요! 햇살이들한테 스포하고 싶은데! 콘서트 한다고 하고 싶은데!"

"콘서트 한다는 말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무조건 민지호 바라기인 부대표가 직원들을 둘러보며 동의를 구했다. 다들 이래도 되나, 싶어 했지만 못하게 한다고 민지호가 안 할 것 같지도 않아서 그러라고 했다. 곧 민지호가 X버스에 글을 올렸다.

[민조 : 햇살이들 우리 콘서트 많이 한다!!!!!! 꺄!!!!!]

[↳해원 : 지금 민조 >< 이런 표정으로 뛰어다니고 있어요ㅋㅋㅋ]

[↳아기자몽 :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해줘 햇살이들 어른은 회사에서 뛰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난 못 뛰게 하는데 자꾸 민지호는 뛰어도 뭐라고 안 해]

[↳↳효석 : 형은 백구십이잖아요]

[↳↳안주원 : 맞아 네가 뛰면 건물이 울려]

[↳↳↳아기자몽 : 야 햇살이들이 진짠 줄 알아]

[↳↳↳↳안주원 : ? 진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친이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 : 햇살이들 컴백하면 바빠질 테니까 운동해서 체력 기르고 있어야 돼. 우리 중간에 쓰러지지 말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새부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이 밥 먹여주냐? 아뇨 체력 걱정해줘요…….]

[↳왜 이렇게 나 같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 : 새부기 힘내]

[↳↳막내 : 형 쓰러지면 내가 업어줄게!]

[↳↳↳새벽 : 역시 선재 밖에 없다…….]

[↳↳↳↳효식 : 형 저랑 체력증진]

[↳↳↳↳↳새벽 : 저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리가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시 회의를 하다가 막 끝났을 때, 신지운이 X버스에 사진 하나를 더 올렸다. 나는 뭐 먹을까 배달 어플을 보며 고민하다가 X버스 사진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아기자몽 : 해원이 형 애착 모자임 작업하다 쓰고 있더라 귀여워 보이고 싶은가봐]

작년 팬사인회에서 받은 송아지 모자였다. 팬이 직접 뜨개질해서 만들어서, 귀를 덮고 턱 아래 끈을 묶게 되어 있었다.

"아, 허락받고 올려!"

"형이 허락 안 해줬잖아!"

올리지 말라는 거였지…….

송아지 귀가 달린 모자인데 너무 귀여워서 작업실에 가지고 왔다. 근데 진짜로 좀 따듯해서 딱 한 번 썼다. 한 번.

햇살이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만 개쯤 올리고 있어서 나는 빨리 해명했다.

[해원 : 딱 한 번 썼어요ㅠㅠㅠ]

[해원 : 귀여워 보이려고 쓴 거 아니고 진짜로 귀가 시려웠는데…….]

[해원 : 부끄러……ㅠㅠㅠㅠ]

내가 해명해도 햇살이들이 계속 놀린다. 오히려 더 놀렸다. 억울해…….

내가 억울해해 봤자, X버스에서 나는 이미 귀엽고 싶은 상서로운 송아지가 되어 있었다.

[아구 우리 말랑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기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람이 어떻게 말랑버터]

[자몽이가 잘했네…….]

아, 햇살이들은 왜 이렇게 좋아해. 신지운한테 화를 낼 수가 없네…….

내가 반응을 보며 히히 웃고 있으니까 신지운이 오히려 열받아했다.

"저봐, 또 귀엽단 소리 듣고 신나가지고."

옆에서 갈구거나 말거나 나는 신나게 햇살이들에게 귀엽단 소리도 듣고, 댓글도 달았다.

그렇게 햇살이들이랑 놀면서, 멤버들이랑 모여서 점심을 먹고 멤버들이 모여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마지막으로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뮤직비디오는 잘 나왔다.

화끈하게 돈을 태우는 맛이 났다.

* * *

이번 앨범 활동곡은 보이드 엔터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었고, 하이라이트 메들리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뮤직비디오 티저 형식의 영상이 공개되었다.

[우리는 달리며 웃고 있어]

[제한속도 없는 길을]

자막이 지나가고 이어지는 장소에 퍼스트라이트 팬들의 반응이 빠르게 쏟아졌다.

[미친미친]

[아니 불을 켜 뮤비 촬영장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

[심장 터질 거 같다 뭐야ㅠㅠㅠㅠㅠㅠㅠ]

[첫 장면 보자마자 눈물 터짐ㅠㅠㅠㅠㅠㅠ]

[멤버들 교복 불을 켜 때 착장이야ㅠㅠㅠㅠㅠ]

[↳X발 진짜네]

[↳미치겠다]

[불을 켜 VER 2.0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

'불을 켜'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이었던 폐교. 밤의 어두운 학교 복도에 선 선 정해원이 불이 붙은 각목을 끌고 운동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보이드 제정신이냐? 누가 해원이 백발 하라고 함? 고맙긴 한데 미친 거 아니냐?]

[X나 인외재질이네]

[좋은 의미로 사람 아닌 것 같다]

건물을 나와 운동장으로 나가니 장작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멤버들이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정해원이 멤버들을 발견하고 웃으며 불붙은 각목을 장작 위에 던지는 순간 불이 타올랐다. 화면이 뒤집어지며 다시 빈 화면에 자막이 떴다.

[불을 켜]

[불을 켜]

[이 무대를 태우자]

티저 형식의 짧은 영상이 끝나고 퍼스트라이트 팬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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