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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44화 (244/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44화

머리 색에 대해서 몇 가지 회사 제안이 있었는데, 나는 백발을 골랐다. 솔직히 상서로운 흰 소라는 걸 아예 신경 안 쓴 건 아니고…… 왠지 흰색이 상서로울 것 같은 기분이 요즘 좀 들긴 한다.

번거로운 게 있다면 직원들이 내 머리에 손을 올려놓고 저런다는 거 정도.

"해원 씨, 나 소원 하나만 빌고 가도 돼요?"

"아니, 이게 뭐 하는 건데……. 일단 빌어보세요."

사내에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아예 머리를 만지는 건 아니고, 위로 한 15㎝ 정도 떼놓고 소원을 빈다.

이러다 내가 백발 그만한다고 하면 실망할 눈치다. 솔직히 관심 받는 게 싫지는 않다…….

아무튼 이미 탈색 해놓은 거라, 머리색을 바꾼다고 해도 밝은색으로 할 예정이었다.

이번 타이틀 HIGHWAY는 '불을 켜'와 이어지는 곡으로, 우리가 있는 곳이 언제나 낮일 수 있게 백야를 따라서 달린다는 불을 켜의 가사에서 이어져 우리가 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모여서 뮤직비디오 최종본을 확인했다.

이번 앨범 컨셉을 '스무 살'로 잡고, 갓 성인이 된 박선재에게 스무 살 하면 뭐가 생각나냐고 물어봤더니 운전이라고 했다.

"퍼라 데뷔 때, 우리 다 미성년자였잖아. 해원이 형 합류할 때가 처음으로 성인 멤버가 생긴 해고. 그때 해원이 형이 운전하는데, 진짜 어른 같은 거야. 아, 저게 스무 살이구나, 생각했었어."

그런 박선재의 의견이 통과되며 우리는 운전을 뮤직비디오 컨셉으로 잡았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 민지호가 만족해서 박수를 쳤다.

"좋아! 우리 멋있어!"

"멤버들 멋있다. 우리가 성숙하긴 했네."

안주원이 맞장구쳤다.

그리고 우리는 약속한 것처럼 처음으로 돌려 뮤직비디오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가 확실하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번엔 뮤직비디오에 대한 걱정은 아예 들지 않았다. 걱정은 음악에 들었다.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음원이 공개되는 날이면 미리 약을 처방받고, 최대한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는 햇살이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기쁨과 기대감이 나를 진정시켰다.

* * *

뮤직비디오 공개가 열네 시간 남은 시간. 우리는 첫 번째 사전녹화에 들어갔다. 나는 햇살이들과 만나려고 신이 나서 무대에 올라갔다.

다행히 사전녹화 분위기는 좋았다. 사실, 이 시간에 우리를 보러 와준 햇살이들은 나의 어떤 모습도 좋아해 줄 것 같다는 자신이 생겼다. 내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특히, 민지호는 진짜로 날아다녔다. 군무에서 센터로 나온 민지호를 뒤에서 보고 있는데, 저 녀석이 우리 멤버라는 게 신기했다. 대단한 놈이다.

그리고 열네 시간 뒤. 생방송을 기다리던 대기실에서의 1시.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명확했다.

티저 장면은 뮤직비디오의 거의 첫 장면이었고, 운동장에서 모인 멤버들과 타오르는 불꽃을 배경으로 하이웨이가 시작되었다.

강한 드럼 소리와 전자기타음 위로 신지운의 랩이 도입부에 들어갔다.

[Go faster, sunshine, Limits no longer apply]

[빛을 따라 달릴 것도 없이 burn it up]

[여기 불을 지피자 and the darkness did not overcome it]

멤버들은 불 속에 소년기를 뜻하는 것들을 던져 넣었다. 마지막으로 박선재가 명찰을 뜯어 불길로 던져버린 후, 장면은 창고로 이동했다. 거기서 멤버들은 가방을 던져 놓고, 점프수트를 입었다. 그리고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 불을 지피자 어둠은 촛불조차 삼키지 못해]

[안녕, 소년이여 우리는 제한 속도 없는 도로를 달려]

멤버들은 각자 자동차의 부품들을 가지고 와서, 하나씩 조립했다. 채도가 낮은 화면에서 용접 불꽃이 쉼 없이 튀었다. 보컬 장르가 락인 황새벽의 목소리가 강렬한 분위기를 잡았다.

차를 다 조립하고, 멤버들은 장난을 치며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안주원의 지시에 따라서 차를 화려하게 도색한 멤버들이, 도로로 차를 끌고 나가기 위해 창고 문이 열리는 순간. 박선재의 청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가 있으면 밤도 낮처럼 빛나]

[다시 밤이 우릴 멈춰 세울 수 없게 손을 잡아줘]

[너를 만나러 갈 때 나에겐 한계가 없어]

[모든 것을 넘어, 모든 것을 태워, 미친 듯이 달려]

[너를 만나러 갈 때 나에겐 한계가 없어]

[모든 것을 넘어, 모든 것을 태워, 미친 듯이 달려]

일곱 명이 차를 도로로 끌고 나가는 장면과 불꽃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무대 위 퍼포먼스가 교차 되었다.

지붕이 없는 차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일곱 명이 모두 차에 올랐다. 뒷좌석의 민지호는 팔을 쫙 뻗으면서 자유 만끽했다.

운전석에는 신지운이, 황새벽과 한효석이 각각 깃발과 지도 지도를 들고 있었다. 정해원은 플래시 라이트를 켜고, 안주원은 뒤로 기대 누워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퍼스트라이트에서 마지막으로 성인이 된 박선재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 위로 흰색 타이포가 채워졌다.

[안녕, 소년]

[반가워, 스무 살]

* * *

뮤직비디오가 끝나고 30분 후, 한효석이 X버스에 글을 올렸다.

[효석 : 햇살이들 차를 저렇게 타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누가 따라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효석이는 햇살이들을 뭐로 보는 거야ㅋㅋㅋㅋㅋㅋ]

[↳↳효석 : 금쪽이들…… 맨날 늦게 자고 시험인데 공부 안 했다고 그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

[↳↳↳FM인간이 볼 때는 그럴만도…….]

[민조 : 꺄앙>< 햇살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어!!!!!!!!!!!!!!!]

[↳민조야ㅠㅠㅠㅠㅠㅠ]

[↳우리 프로 아이돌ㅠㅠㅠㅠㅠㅠ]

[↳여기선 꺄앙 이러고 무대는 찢어…….]

퍼스트라이트의 팬이자 신지운이 최애인, @050815_는 학교에서 친구인 퍼스트라이트 팬들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확인했다.

"아, 떨려, 떨려."

"민지호! 민지호오!"

그렇게 최애 이름을 한 번씩 부르다가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자마자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비명과 감탄사를 뱉었다. 그리고 정해원 최애인 친구 한 명은 진짜로 오열하고 있었다.

"정해원…… 백발 미쳤나 봐."

"진짜 다 잘생겼다."

"야, 노래 좋다."

그리고 민지호가 센터로 나오는 군무씬에서는 벅차는 감동을 견디지 못하고 동시에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너무 좋아서 못 보겠어……."

"허, 야, 나 숨 못 쉬겠어."

"지호야……."

이번에는 그냥, '개빡센 거'라는 목표만 잡고 나온 거라는 게 느껴졌다. 첫 장면부터 끝까지 강렬하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

뮤직비디오를 워낙 기깔나게 뽑아놨기 때문에, 조회수는 가파르게 오르고, 한글, 영어 할 것 없이 댓글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랑해 퍼스트라이트]

[아 어떡해 눈물나ㅠㅠㅠㅠㅠㅠㅠㅠ]

[날 케이팝 팬으로 만들었어 에너지가 생겨]

[이 노래는 진짜 레전드다 걸작이야]

[브라질 햇살이에게 선물 고마워]

[뮤비 착장 포카 반드시 가져야지만…….]

[싸비 중독성 미쳤다ㅋㅋㅋㅋㅋ계속 불러ㅋㅋㅋㅋㅋㅋ]

[이번 헤메코 작정했구나……. 작정해줘서 고마워…….]

[미친 거 아니냐 너무 좋은데 퍼라 이렇게 양아치 같은 컨셉 왜 처음해? 심하게 잘 어울리는데?]

[↳그니까 X나 섹시함]

[↳우리 멤버들은 귀여운 컨셉을 좋아하거든…….]

[↳방향성이 귀여움 추구인 팀이라…….]

[↳↳아니 왜 어쩌다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걸 추구하고 어쩌구…….]

[↳↳↳↳우리 애들 잘 보면 귀여워ㅠㅠㅠㅠㅠ애교도 많다구ㅠㅠㅠㅠ]

[퍼라 애교 많아? 누가?]

[↳해원이 진짜 애교 많아 팬싸 가면 녹아]

[↳진짜 개기여움 삼키고 싶어]

[↳↳괜히 팬들이 말랑버터라고 하는 게 아님]

[↳@050815_ : 그리고 여기 씽씽한 자몽이 있어여…….]

[↳↳당당하게 지운이 귀엽다고 해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

[↳↳↳@050815_ : 맞아 우리 지운이 잘 보면 귀여워!!!]

[↳↳↳↳잘 보면은 붙이냐구ㅋㅋㅋㅋㅋㅋㅋ]

@050815_는 양심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최애인 신지운이어도 남들에게 대뜸 귀엽다고 주장할 수 없었다. 누가 봐도 빡센 이목구비를 가진 신지운은 심지어 드라마에서 싸가지 없는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더더욱 사람들의 머릿속에 귀여움과는 이미지가 먼 얼굴로 각인되어 있었다.

"우리 지운이 도입부……. 도입부……. 해원님 감사합니다. 천재 프로듀서님 이번 타이틀도 대천재세요."

@050815_가 중얼중얼거리며 타이틀 뮤직비디오를 앉은 자리에서 열 번 정도 반복해서 보다가 차트를 확인했다.

그동안 차트가 원하는 음악은 굉장히 명확했다. 퍼포형으로 강력하게 만든 음원들은 비교적 음원 성적이 덜 나오는 편이었다.

"야, 탑백 들어갔다. 우와! 야! 두 시에 탑백 들어갔다! 이게 뭐야!"

2시. 하이웨이가 탑백에 차트인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초동이 터지기 시작했다.

[4시 퍼라 초동 26만 장 터짐]

[퍼라 선주문 140만 장이라며? 좀 추이가 더딘데]

[↳아직 4시라고]

[↳초동 전문가네ㅎㅎ]

[이번에 퍼라 해외 공구 대박이던데 백만 장 무조건 넘을듯]

[↳어디가 많이 터졌어?

[↳↳일본 중국 다 많이 터졌어]

[6시 52만 돌파 탑백 58위 실시간차트 1위]

[↳성적충 왔니]

[↳요약 고마워ㅋㅋㅋ]

[퍼라 이번 신곡 X나 퍼포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원도 잘 나오네ㄷㄷㄷ]

[↳근데 나만해도 약간 정해원이 믿고 듣는 이미지라…….]

[↳↳이런 사람 많을 듯]

[얘들아 수록곡 좀 들어주라ㅠㅠㅠㅠ]

[↳퍼라 진짜 수록곡 맛집임 한 곡씩 다 활동해줬으면 좋겠어ㅠㅠㅠ]

[↳다크나이트 들어줘 제발 제발 개존맛임]

[다크나이트 차트인ㄷㄷㄷ]

[↳역시ㅋㅋㅋㅋㅋㅋㅋㅋ]

[↳음원 올라오자마자 햇살이들 다 다크나이트 좋다고 난리였는데 그럴만ㅋㅋㅋㅋ]

[↳이것도 무조건 콘서트에서 무대해줄 듯]

[↳내 돌이었으면 닼나 아껴서 다음 앨범에 썼을텐데 진짜 개좋아]

[↳↳퍼라 약간 빡센 퍼포곡 연달아 안 내서]

[↳↳↳이런 곡 있으면 우리 주라고ㅠㅠㅠㅠㅠ]

[↳↳↳해원아 내 돌한테 꽂혀주라 제발…….]

[해원이 혹시 어디에 잘 꽂혀? 우리 애들 곡 좀 주셨으면 좋겠다ㅠㅠㅠ]

[↳해원이 정석 미남 좋아함 진짜로]

[↳↳진짜ㅋㅋㅋㅋㅋㅋ주원이 선재 얼굴 편애 장난 아님ㅋㅋㅋ]

[↳↳스키퍼 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게 빅 블루 최애가 준희임]

[↳↳↳송진 냄새 나네]

[20시 기준 62만 장 돌파]

[↳오 잘 파네]

[↳잘 파는데 선주문량이랑은 차이가 너무 나네]

[↳앨범 10종임?]

[↳↳쥬얼이 멤버별로 7종]

[↳앨범이 10종인 거 치고는 별로 못 파네]

[↳↳ㅎㅎ]

[↳↳첫날 62만 장이 못 파는 거면 내 돌은…….]

[지금 X터에 퍼라 초동 101만으로 잡히는데?]

[↳????]

[↳어?]

[↳아니 미쳤나봐]

[22시 기준 101만 장으로 첫날 초동 종료]

[↳우와ㄷㄷㄷ]

[↳퍼라 개 잘나가네]

[↳첫날 밀리언을 찍었네ㄷㄷㄷ]

[↳퍼라 밀리언 ㅊㅋㅊㅋ]

[↳ㅊㅋㅊㅋ]

* * *

첫날 밤, 우리는 라디오 스케줄을 위해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라디오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안주원이 같이 있으면서, 단톡방에 톡을 보냈다.

[안쭈 : 초동 첫날 101만 장]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 갑자기 불안했다. 모든 게 너무 잘 되고 있는데. 너무 빠르게 달리고 있으니까, 장애물이 있으면 더 강하게 타격을 입을까 봐 무서웠던 것 같다.

평소에는 이게 그냥 이유 없는 불안이라고 생각해 누를 텐데, 오늘은 뭔가 좀 더 강렬한 불안이었다.

라디오를 끝내고 나왔는데, 뭔가 멤버들 분위기가 안 좋았다.

나는 불안해서 핸드폰을 보았다. 그리고 기사를 확인했다.

[전 소년들 출신 최윤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 시도…… 발견 후 치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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