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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45화 (24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45화

[전 소년들 최윤솔, 응급실에서 위세척 후 입원 중]

[생명에는 지장 없어…… 절대적 안정 필요]

기사가 이어지자 밤사이 인터넷이 들썩였다.

[X발 윤솔이 어떡하냐ㅠㅠㅠㅠ]

[최윤솔 약 빤 건 맞는데 걔 인생이 모진 것도 맞지…….]

[약쟁인 거 아는데 그래도 솔직히 불쌍함]

[자기 신고한 정해원은 X나 잘 나가고 있으니까 더 그렇지…….]

[↳솔직히 일이 이렇게 되니까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그때 좀 봐주지 싶고…….]

[↳↳나도……. 자기도 국선아 피해 봤으니까 알 거 아냐 힘든 거]

[↳↳심지어 다 미국에선 합법인 약이었다며]

[↳↳↳그래도 국내에서 불법이면 불법인 거지]

[난 약쟁이는 모르겠고 해원이가 진짜 걱정되는데…….]

[↳나도…… 근데 이런 건 회사에서 입장 안 내겠지?]

[↳↳그치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어떡해…….]

[미치겠다 해원이 걱정돼서 잠이 안 와]

[해원이가 자책하면 어떡하지…….]

* * *

아까부터 정해원은 잠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떠들고 있었다. 최근에 본 영화나 양이형과 다녀온 근처 밥집 리뷰 같은 것들.

같은 차의 동생들, 민지호와 박선재가 눈짓하자 황새벽이 고개를 끄덕이고 정해원에게 말했다.

"야, 그만 떠들고 자."

"뭐, 너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잘 자잖아."

"막냉이가 졸리다잖아."

"맞아, 나 졸려."

박선재가 졸린 목소리를 내자 정해원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 그래? 미안, 미안."

정해원은 그제야 드디어 입을 다물고 앞을 보고 앉았다. 그래도 계속 실실 웃는 걸 보니 본인이 멀쩡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돌아버린 모양이었다.

황새벽은 정해원 없는 단톡방이 깨진 이후, 멤버들과 상담이 필요할 때마다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다 보이드 엔터에 오며 다행히 해결 방법이 생겼다.

[효준이 형 정해원 맛이 갔어요]

[강효준 대표님 : 얼마나?]

[계속 안 쉬고 떠들어요]

[강효준 대표님 : 알았어 내가 스케줄 조정 물어볼게 땡큐]

[네]

그렇게 톡을 보내고 났더니 정해원이 물었다.

"근데 우리 밀리언 기념으로 뭐 먹어야 되는 거 아냐?"

먹는 이야기가 나오자 반쯤 잠들었던 민지호가 말했다.

"나 야식 먹으면 안 되는데 형이 먹고 싶으면 먹어주께……."

"효식이한테 회오리 감자 해달라고 할까?"

"한효식 이 시간에 그런 고칼로리 절대 안 해줘. 사과 하나 먹고 자라 그럴걸?"

"하긴. 그럼 사과나 하나 깎아 먹자."

"지운이 형한테 깎아 달라 그러자! 귀엽다고 해주면 깎아줘!"

"오."

다행히 민지호와 이야기하며 정해원은 진정을 찾은 듯이 보였다. 하지만 우울해하고 있다고 해서 미리 증세가 보이는 편이 아닌지라, 완전히 멀쩡한 상태라고는 차 안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숙소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민지호가 신지운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자몽, 사과 하나 깎아주시게."

"아, 좀 알아서 깎아 먹어."

"귀여운 아기자몽. 자몽자몽."

"딱 한 개 깎아준다."

"감쟈합니다아. 해원이 형아랑 나눠 먹을게여."

그렇게 이야기하며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에 정해원이 말했다.

"민조 방금 자몽자몽 노래 멜로디 좀 괜찮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안주원이 말했다.

"영감이 와?"

"아니, 뭐 그 정도는 아니고……."

"잘됐다. 해원아, 작업실 가서 일해."

"어? 야, 언젠 뭐 일중독이니까 가지 말라며."

"영감이 떠오르면 일해야지. 아티스트가."

"웃기는 놈이네?"

정해원은 말하며 시계를 보더니 대꾸했다.

"사과 먹으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그 말에 황새벽도 냉큼 말했다.

"어, 잘 생각했어."

혼자 방을 쓰게 되었기 때문에, 정해원에게 수면장애가 있어도 방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회사에는 미국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직원들이 몇 있었기 때문에, 숙소보다 오히려 나아 보였다.

숙소에서 사과를 하나 까서 먹고, 멤버들 대부분이 두 시간 이하로 잤기 때문에 거의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정해원 역시 말은 했어도 한 번 숙소에 들어오니 작업실로 못 가겠는지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고 있어서 안주원이 가서 확인해 보니 최윤솔 관련 기사였다.

[전 소년들 최윤솔, 응급실에서 위세척 후 입원 중]

[생명에는 지장 없어…… 절대적 안정 필요]

정해원이 말했다.

"댓글 같은 거 어디서 보는지, 인터넷을 너무 오래 안 하니까 모르겠어. 실트?"

"봐서 뭐 해."

"그냥……."

정해원이 중얼거리더니 천장을 보고 누우며 말했다.

"나도 진짜 너무 하지 않냐. 위세척도 했다는데, 나 욕먹는 것만 무서워하고 있고."

"뭐가 너무해. 하나도 안 너무해. 멤버들도 다 똑같아."

"주원아, 솔직하게. 나 욕먹어?"

"그걸 알아서 뭐하게."

"그니까. 나도 모르겠다. 왜 궁금한지. 인간이 이래.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정해원이 중얼거리더니 의식적으로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잘게."

"작업실 가서 자. 데려다줄게."

그 말에 정해원이 소파에 앉으며 흐흐 웃었다.

"야, 나 혼자서도 잘 자. 내가 그렇게 걱정시키냐?"

"……."

"모를 수가 있어? 작업실 간다고 하면 맨날 일한다고 뭐라고 하던 놈들이, 오늘은 작업실 가서 자라는데. 내가 잠버릇이 그렇게 안 좋나."

정해원이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댓글 반응 같은 거 보고 싶어도, 보는 방법도 몰라, 이제. 햇살이들이 X버스에 써주는 것만 보이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안주원은 자겠다는 사람을 말리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 * *

안주원에게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로, 인터넷을 의식적으로 안 봐 버릇했더니 댓글 같은 걸 보는 방법을 모르겠다.

"X위터……."

햇살이들이 안주원이 X위터고 뭐고 다 찾아본다는 걸 알고 비명을 지르던 기억이 났다. 팬들이면 좋은 말이 많을 텐데 왜 경악하는 거냐고 하니까 안주원이 과격한 애정 표현이 쑥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아, 솔직히 나도 보고 싶다. 과격한 애정 표현…… 나 애정 결핍이라 주는 애정 다 잘 받아먹는데…….

나는 생각하며 핸드폰을 좀 더 만지작거리다가 검색창에 내 이름을 쳤다.

[밀리언 프로듀서 정해원, 이번에도 빌보드 핫백 진입?]

"……어휴."

제목만 봐도 부담스럽다. 그거는 클라루스여요, 기자님…… 물론 우리 팀도 할 거지만. 시간을 좀 더 주기만 하면. 어떻게든…….

그렇게 생각하며 화면을 움직이다 보니 예상대로 최윤솔과 엮인 기사도 있었다.

[퍼스트라이트 해원, 최초 신고자의 밀리언 달성일에 이런 일이…….]

그렇지. 엮인 기사가 없을 리가 없지. 나는 차단한 번호 목록에서 최윤솔의 번호를 찾았다.

[괜찮냐]

나는 그렇게 적었다가 그냥 지웠다. 뭐, 물어보면 어쩔 건데 싶었다. 미안하진 않다. 솔직히 그 새끼가 먼저…… 그러니까 미안한 건 결코 아니다.

그런데 미안하지 않은 것과 별개로 나 스스로의 죄책감이 든다. 그게 진짜 웃기는 일이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벌어져 버렸으니 죄책감이 드는 게.

나는 그냥 잠을 청했고, 다행히 금방 잠이 들었다. 대신 악몽을 좀 심하게 꿨다. 최윤솔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꿈이었다.

……왠지 절대로 안 일어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이 생각이 공포다.

나는 개운하지 않게 잠에서 깼고, 회사에서 혹시 쉬겠냐고 물어봤지만 컴백주에 쉬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 겨우 두 주 활동하는데, 빠지고 싶지 않았다.

* * *

하루 더 음방이 있고, 그다음 날은 팬사인회 스케줄만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음방.

다행히 무대에 올라가면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게 됐다.

일단 이번 안무는 정말로 근육통 때문에 악 소리가 나게 빡셌기 때문에, 무대에 있을 때도 내려왔을 때도 한동안은 드러누워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루에 많이 자야 세 시간 자면서 첫 번째 주가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음방 스케줄이 겹치는 바람에 새벽에 연달아 사전녹화를 했다. 덕분에 주말은 좀 여유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진통제를 먹어야 될 정도로 근육통이 심했다.

형들과 막내는 약을 먹고 쓰러져 있는데 체력 좋은 빌런즈는 멀쩡하게 돌아다녔다. 황새벽이 박선재에게 말했다.

"막냉아, 쟤네 진짜 안 지치니……."

"형, 나도 고개가 안 들어져서 확인을 못 하겠어……."

"미안하다, 네가 지칠 때는 내가 봉양을 해줘야 하는데 형이……."

"나는 형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

그렇게 누워 있는 사이 안주원이 단톡방에 계속 기록들을 보내주었다.

[안쭈 : 초동 126만 3210장으로 마감]

[안쭈 : 지금 음원차트 일간 36위 유지 중]

[안쭈 : 뮤직비디오 조회수 3천 2백만 돌파]

[안쭈 : 첫째주 다들 고생했어 멤버들아 사랑해]

[민조♥ : 나도 사랑해♥]

[효식♥ : 저도]

[새부기 : .]

[막내♥ : 우리 잘 나간다♥]

[거대자몽 : 내가 도입부를 불렀기 때문이야]

[새부기 : …….]

[거대자몽 : 새벽이 형 저거 뭐야 점 하나면 부정 두 개면 긍정?]

그걸 보더니 황새벽이 박선재에게 뭐라고 소곤거렸다. 그러자 박선재가 큰 소리로 옮겨줬다.

"이겠냐, 이놈아, 래."

"아, 왜에."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고 떠들고 낄낄거리며 체력을 회복했다.

어쨌든 나는 활동이 끝나면 최윤솔을 한번 보러 갈 생각이었다.

회사에서는 뭐하러 가냐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한번 만나서 얘기하지 않으면 더 정리가 안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일단 팬사인회에서 햇살이들이 나만 보면 너무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짓게 한 게 미안한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되는데, 아직 회사에서 허락을 안 해주고 있다. 강효준 대표한테 다이렉트로 물어봤는데, 제일 강경했다. 그렇게 신경 쓸 정도로 나와 상관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하니 좀 안심했었는데, 다음 날 예능 촬영을 하러 가보니 아예 상관이 없지도 않다는 생각을 들었다. 예능 출근길 사진을 찍는데 기자가 이야기하는 게 들렸다.

"지 때문에 사람이 자살 시도를 했는데 예능을 하러 나오네."

"얼굴이 두꺼워. 안 그러면 그렇게 욕먹고 다시 못 나오지."

평소에도 친 브엠계에 이춘형 라인인 기자들이었다. 다행히 제일 반응이 걱정되는 민지호는 저 끝에 있어 못 들었고, 신지운은 옆에 있어서 등을 툭툭 쳤다.

"웃어, 웃어."

다행히 신지운은 기자와 싸워봤자 좋을 거 없다는 건 아는 녀석이라 약간 욱하고 끝이었다.

애초에 기자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처음 듣는 것도 아니다. 나 때문에 괜히 멤버들까지 영향을 받아야 하는 게 늘 미안했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곡 쓰고 있으니까 봐주거라…….

멤버들은 하트를 하거나, 피스를 하며 출근길 사진을 찍은 후 예능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향했다.

다행히 예능은 MC들이 워낙 잘 끌어줘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근데 중간중간, 웃을 때마다 이상하게 몸속에서 뭐가 굳는 것 같았다. 웃을 때마다 굳는 범위가 늘어나는 기분이라, 나는 방송 중간에 자꾸 몸을 주물러 풀었다.

생각은 정말로 단순하게 흘렀다.

최윤솔에 대한 걱정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이걸로 사람들이 날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진짜 오로지 내 걱정만 들었다.

나는 내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 * *

-지 때문에 사람이 자살 시도를 했는데 예능을 하러 나오네.

-얼굴이 두꺼워. 안 그러면 그렇게 욕먹고 다시 못 나오지.

한 팬이 찍은 영상에 기자들이 중얼거리는 대화 소리가 들어가 있었고, 바로 X위터에 업로드되며 폭발적인 속도로 리트윗을 탔다.

처음에는 국내에서 돌던 영상은 순식간에 해외 팬들에게까지 퍼졌다. 그리고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왔다.

#진짜_문제는_마약

#진짜_문제는_국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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