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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47화 (247/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47화

강효준 대표가 전화를 끊자, 스파이, 박중운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도 솔직히…… 해원이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네가 자꾸 그렇게 도와주니까 정해원이 믿고 저러는 거 아니야."

"그래도…… 협박하실 거면 쓰실 자료도 보내드리겠습니다."

"……있어?"

"예, 근데 약한 것밖에 없어서…… 지금부터 더 찾아보겠습니다."

"……찾아보는 건 또 왜 이렇게 눈을 반짝거리면서 말해?"

"제 취미라……."

광기다, 광기.

강효준은 생각하며 혀를 찼다.

* * *

스파이는 험하게 운전해 박 기자의 차를 막아 버리는 강효준 대표를 보며 어떤 운명을 느꼈다. 이 짜릿함. 이것이 인생이라는 건가?

박 기자는 겁에 질려 울먹거리며 도망쳤고, 지금은 함께 최윤솔의 문제를 고민 중이었다.

최윤솔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지금 분위기로야 아닌 것 같지만 잘못 건드렸다가 진짜 문제라도 생기면?

그것은 스파이 본인도, 강효준도, 정해원 역시도 고려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해원의 생각대로, 진작에 그 원흉을 이춘형, 그리고 국선아 쪽으로 돌려놓으면 다음에 문제가 생겨도 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최윤솔이 망할 놈이라도, 정말로 목숨을 끊는다든지 하는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보다도 정해원이 훨씬 더 강하게 느끼는 감정이리라 스파이는 생각했다.

어쨌든 일단은 정해원의 말대로 최윤솔의 인터뷰를 따서 원흉을 돌리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협박할 자료를 찾아보자는 박중운 매니저의 말에 강효준 대표가 약간 떨떠름해하며 말했다.

"협박이 아니면 말이 안 통하겠지."

"예, 아무래도 완전히 제정신은 아니어 보이니까요."

"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뭘 말씀이십니까?"

"협박. 해봤어야지."

"……예?"

저기, 그럼 방금 하신 건……?

박중운 매니저는 굉장히 당혹스러웠으나 일단은 강효준 대표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그냥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강효준과 대강 이야기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박중운 매니저는 다시 한번 정해원 관련 기사를 확인해 보았다.

아이노와 함께 올라간 앵콜 무대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왜 1위 아닌 아이노도 무대에 있었나 했더니ㅠㅠㅠㅠㅠ]

[↳왜왜?]

[↳↳해원이 무대에서 힘들어해서 아이노 멤버들이 같이 무대 채워줬어ㅠㅠㅠ]

[↳↳↳영상있어?]

[↳↳↳↳(링크)]

[↳↳↳↳↳우와ㅠㅠㅠㅠ고마워 감동이다ㅠㅠㅠ]

[해원이 왜 그런 거야?]

[↳(링크)]

[↳↳미친 기레기ㄷㄷㄷㄷㄷ]

[↳↳나도 이거 보면 불안장애 생길 듯]

[↳↳나 퍼라 팬도 아닌데 철렁하다 어떻게 안 그래도 악플 때문에 방에서 못 나오던 애한테 저딴 소리를 해?]

[↳↳저거 듣고 웃고 있는 게 너무ㅠㅠㅠㅠ 아무리 연예인이어도 이래야 되나 진짜]

[아이노랑 퍼라 같이 있는 거 진짜 너무 보기 좋다 인류애 차올라ㅠㅠㅠㅠ]

[↳아이라이트!]

[↳햇살이들도 다 너무 고마워하더라 그럴만…….]

[근데 기레기 X발 미친 거 아니냐 아니 해원이가 뭔 잘못이야??]

[↳아니 그렇게 생각해도 속으로 말하라고]

[↳↳그니까 X나 니 의견 안 궁금하다고]

[햇살이들아 해원이 괜찮아ㅠㅠㅠ? 무대에서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너무 걱정 된다ㅠㅠㅠ]

[↳그래도 무대 내려간 뒤에는 괜찮아진듯!]

[↳아이노 멤버들한테 새삼 너무 고맙다ㅠㅠㅠ]

[↳↳아이라이트 우정 영원하자ㅠㅠㅠ]

[나도 해시태그 올리고 옴 기레기 빡쳐ㅠㅠㅠㅠㅠ]

[↳약쟁이를 놔두냐고 그럼ㅎㅎ]

[↳놔두면 또 놔뒀다고 X나 지랄이었을걸ㅎㅎ]

[↳↳백퍼]

[↳↳X나 싫다ㅎㅎ]

[↳↳↳그래도 기레기로 잃은 인류애가 아이라이트가 다시 채워줌…….]

* * *

다행히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1위 발표 이후 있었던 상황으로 최윤솔의 자살 시도 건과 나를 엮는 기사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전에 보니까, 그때 예능 출근길에서 나한테 한마디 했던 기자도 더 이상 나에 관한 기사는 안 썼다. 박 기자였나……. 평소엔 악의적인 기사를 좀 많이 써서, 내가 이춘형 라인이라는 걸 기억할 정도였는데 요즘 뜸했다. 심지어는 스케줄 할 때 가도 잘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 다른 부서로 이동했나? 그럼 진짜 마음이 편안할 것 같은데…….

그리고 최윤솔을 만나는 건 좀 더 기다려 보라고 해서, 일단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는 템플 스테이를 가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랄 것도 없고, 각자의 짐을 챙기고 고기를 먹었다.

"우리 가면 고기 못 먹으니까 지금 먹어 놔야 돼."

민지호는 평소 자주 없는 진지함을 보이며 고기를 사가지고 왔고, 우리는 고기를 구워 먹었다. 고작 저녁, 아침 두 끼 채식하는 걸로 이렇게까지 걱정하면서 고기를 먹는 게 맞나, 싶지만 맛있으니까 괜찮았다.

고기를 먹으며 신지운이 말했다.

"아이노 형들 몸 진짜 많이 키웠더라. 우리 야구 어떡하지."

"형들 진짜로 다 커졌던데요. 야구도 파워가 중요하잖아요."

"당연히 중요하지."

아무래도 아이노 멤버들과 같이 활동하며 몸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듯했다. 운동 관련해서는 말이 많아지는 한효석이 말했다.

"저 운동하러 가면 아이노 수한이 형 자주 만나는데, 요즘 다른 아이노 형들 다 많이 오더라고요. 거의 헬스장에서 살아요."

"우리도 몸 키워야 되나?"

야구에 진심인 안주원이 말해서 내가 밥상을 탁 쳤다.

"야, 절대 안 돼. 너 지금도 큰데, 여기서 몸을 더 키우면 너희 브랜드에서 좋아하겠냐?"

"우리 브랜드 아니라니까……."

"안 돼, 안 돼."

다행히 운동 싫어하는 황새벽이 내 편을 들어줬다.

"다음 활동할 때 몸 너무 키우면 안 되는 음악이긴 해. 스무 살 친구, 치유 이런 노래 부르면서 우락부락하면 이상하잖아."

"우락부락까진 안 키우지."

"맞아."

몸 키우는 얘기를 하다가, 야구 전략을 좀 짜다가, 중간부터는 콘서트 이야기를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템플 스테이 자컨 촬영을 하고 오면 우리는 모두 콘서트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번 콘서트는 중요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투어까지 잡혀 있으니까. 이번에 짜놓은 세트리스트가 투어 내내 사용될 것이다. 그러니까 컨셉부터, 곡선정, 의상, 조명, 편곡, 모든 것에 보이드 엔터 직원들이 숙직을 해가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이번 콘서트가 기대가 많이 됐다. 콘서트를 하고, 그다음에 폴 존스와 음원 공개. 거기까지 문제없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달려야 한다. 올해 스케줄은 정말로 빡빡하게 짜여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템플 스테이는 좋은 휴식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서 마음의 평화를 좀 얻고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컷 먹고 소파에 기대앉은 민지호가, 콘서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흥을 못 참고 말했다.

"우리 이번에 콘서트 진짜 재미있을 거 같은데!"

내 생각에도 그렇다.

우리 콘서트는 재미있을 거다.

나는 잠깐 앵콜 상황에서 있었던 압박감을 떠올렸지만 곧 지워 버렸다. 콘서트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그곳에는 우리 멤버들과 햇살이들만이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오로지 나를 보호하는 에너지로 가득 찬 공간인 것이다.

그걸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밥을 먹는 내내 괜히 실실거렸다. 그렇게 챙겨 먹고 다음 날 우리는 템플 스테이를 위해 절로 향했다.

* * *

강효준 대표는 박중운 매니저와 일단 최윤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택으로 이동했다. 최윤솔은 터미널 엔터와의 계약이 강제적으로 종료된 후,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듯했다.

최윤솔 본인은 연락을 잘 받지 않았는데, 다행히 최윤솔의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으로 왔다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돌아간 최윤솔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고, 찾아가 보겠다는 강효준 대표를 막지 않았다. 아마 저대로 개판으로 살게 놔두는 것보다는 누구라도 가서 한번 강하게 혼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했다.

만약의 상황에 최대한 대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강효준는 최윤솔의 집 벨을 눌렀다.

부모에게 연락을 받았는지 최윤솔이 의외로 스스럼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어, 본부장님."

"……."

강효준과 박중운 매니저는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최윤솔을 보고 멈칫했다. 최윤솔은 심각하게 말라 있었고, 두 사람이 도착한 시점에도 만취해 있었다.

그래도 약에 취해 있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싶지만, 바로 며칠 전에 위세척을 한 사람이 술을 저렇게 먹는 것도 심각한 문제기는 했다.

담요를 뒤집어쓴 최윤솔이 손짓하고 어디론가 향하며 말했다.

"잘 왔어요. 들려드릴 게 있거든요. 와보세요."

술에 취해서 혀도 꼬이고 걸음도 꼬인 최윤솔이 이동했다. 최윤솔이 멀어지자마자 강효준이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박중운 매니저 역시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괜히 철렁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사람은 최윤솔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집은 엉망진창인데, 온갖 종류의 술병들만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강효준은 최윤솔의 아버지 쪽으로 문자를 보냈다.

[진지하게 센터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냥 혼자 놔두고 알아서 살게 해서 될 일이 아니어 보였다.

강효준이 그렇게 연락하는 사이에 박중운 매니저는 술병이며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계속해서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다. 선반이나, 냉장고, 쓰레기통도 꼼꼼하게 사진으로 찍어 남겼다. 강효준이 그런 스파이에게 말했다.

"너는 직업을…… 확실히 잘못 고른 거 아니냐?"

형사나, 관련 공무원을 했어야 할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본인이 취미라고 생각하고 즐기고 있으니 뭐…….

그렇게 생각하며 강효준은 아이맥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최윤솔의 작업실 방으로 들어섰다. 최윤솔이 알코올중독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작해서 음악을 틀었다.

"이거 들어보실래요. 아, 이거, 정해원도 들어봐야 하는데."

음악이 베어풋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힙합 기반의 음악으로, 대중적인 느낌의 탑라인을 얹은 음악이었다.

강효준은 여기 상황에 이미 너무 충격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 음악이 잘 들리지 않았다. 최윤솔이 그 사이 정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해원은 차단을 해제했는지, 곧 최윤솔의 영상통화를 받았다. 최윤솔이 정해원에게 말했다.

"야, 지금 너네 대표님 와계시거든? 이거 같이 들어봐."

-……너 취했냐?

"넌 왜 절이냐?"

-뭘 들어보라고.

질문을 무시하고 정해원이 묻자 최윤솔이 말했다.

"이거 내가 만든 거다. 죽이지."

-아니.

정해원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

-쓰레기 같은데.

상황에 당황해 음악이 귀에 안 들어오고 있던 강효준은 정해원의 냉정한 대답에 멈칫했다. 혹시라도 최윤솔이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할 말을 못 하고 삼키던 그와 달리, 정해원은 날카롭게 말을 이었다.

-최윤솔. 아티스트에게도 지켜야 하는 규칙들이 있어.

"……."

-음악을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고 누가 그래. 넌 배워야 돼. 기초적인 프로그램 조작법도 모르고 있잖아, 지금. 그거 프로 작곡가들이 지금까지 다 해줬냐?

"……."

-미친 새끼야. 나 이기는 게 목표면, 최소한의 노력은 해라. 술이나 처먹고 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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