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51화
최윤솔이 사고를 치고 있다는 걸 제일 먼저 알려준 건 스파이였다. 이제 당연하게 느껴지는 게 어이없기는 한데…….
콘서트 연습 중간, 쉬는 시간에 잠깐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 스파이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스파이 : 해원아 윤솔 씨 라방 좀 빨리 확인해 봐]
그리고 보내준 링크로 들어가니 최윤솔이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었다.
진짜 듣도 보도 못했다. 금단 현상 라방.
"여기가 미국이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안주원이 내 쪽으로 왔다.
"윤솔이 뭐 해? 인터넷 난리 났는데."
"라방 켰대."
내 말에 근처에 있던 직원이 급하게 연습실을 달려 나갔다. 내 핸드폰 쪽으로 멤버들이 모여 들었다.
최윤솔은 팔을 못 들겠는지 바닥에 모로 누워서 라방을 하고 있었다.
-우리 팬들. 믿어주면 재활 잘하고 올게. 근데…… 아무리 해도 난 국선아가 내 인생을 망치긴 한 거 같거든.
그걸 본 신지운이 중얼거렸다.
"화제성은 있겠네."
"화제성이 문제예요? 윤솔이 형 누가 말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저 형한텐 화제성이 문제야."
"내가 가볼까?"
내가 말하자 멤버들이 동시에 붙잡았다. 황새벽이 말했다.
"미쳤냐? 너 걔한테 맞아, 진짜로."
"야, 내가 그냥 이기지. 쟤 누워 있는 거 안 보이냐?"
"칼 들면 어떡할래."
"아, 칼을 왜 들어, 최윤솔이."
"들고도 남지, 인마. 약쟁이가 우습냐? 괜히 경찰이 약쟁이 잡을 때 일단 때려 부수고 보는 줄 알아?"
새부기가 오늘따라 말이 겁나 빨랐다. 원래 멤버들의 안전이 걸리면 그랬다. 나는 결국 포기했고, 다행히 회사 시큐리티와 직원들이 최윤솔을 찾으러 출발했다.
하지만 그전에 아마, 최윤솔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것 같다.
-나 솔직히, 작곡 안 했어.
와. 이 미친놈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냅다 던질 줄은 몰랐다. 최윤솔이 말을 이었다.
-아예 안 한 건 아니고, 나는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더라고. 내가 나름대로 만들어 놓으면 작곡가 형들이 다 뜯어고쳤잖아. 나는 그래도 원안은 내가 만든 거니까, 내가 작곡가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더라고. 난 아무것도 몰라. 근데 회사에서 이용만 했어. 내 전 소속사도 그랬잖아. 나 괜찮지 않아? 조작은 아니라고 해도, 술자리를 왜 해. 나 못 믿어? 나 잘생겼잖아. 다 잘해, 나. 근데 왜 못 믿은 거야.
점점 상태가 나아지는지 최윤솔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다. 아니면 그냥 지금 하고 있는 모두까기가 적성에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와서는 내가 아티스트로 살게 해줄 줄 알았어. 근데 결국 또 이용만 하고 제자리네.
어찌 되었든 최윤솔도, 국선아 데뷔조에 들어간 멤버였다. 욕도 먹지만,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끄는 법을 아는 것 같았다.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에 댓글에는 어느새 욕하러 들어온 사람보다 응원하러 들어온 사람이 더 많아졌다.
[윤솔이 인생 어떡해…….]
[솔직히 퍼라 잘 돼서 돌아버린 거 알 거 같음 나도 그럴 듯ㅎㅎ]
[퍼라 진짜 왜 안 껴준 건데 데뷔조 아닌 멤버도 껴주면서]
"형, 그만 봐."
댓글에 내 얘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신지운이 뒤로 밀어냈다. 나도 내 멘탈을 생각해 물러났지만, 소리는 들렸다. 최윤솔이 말을 이었다.
-난 터미널 엔터가 나랑 계약한 거. 브엠에서 국선아 때 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게 미안해서 해준 건 줄 알았다. 근데 들어가니까 정해원이랑 라이벌 구도 만드는 데만 쓰더라.
솔직히 저건 본인이 원한 것도 있지 않나…… 싶지만. 지금은 VMC를 공격하고 있으니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국선아, 그렇게 피해자들 많이 생긴 거. 솔직히 VMC 승계 때문에 그렇단 얘기 우리가 국선아 찍을 때도 있었거든.
"와, 이 형 미쳤나 봐."
신지운이 정색했다. 근데 진짜로 최윤솔은 내일 없는 사람같이 말하고 있었다.
-그거 맞을 걸. 그래서 그 사람 유일한 업적이 국선아라 소년들 붙잡으려고 했던 거잖아. 물론 그것도 잘 안 되긴 했는데…… 아, 소년들 재결합 솔직히 기대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내 인생 왜 그러냐.
최윤솔의 우울한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도 같이 우울해진다. 벽 쪽으로 기대 있으니까 박선재가 바로 와서 물었다.
"형 어디 안 좋아?"
"아니, 아니. 쟤가 너무 우울한 얘기 해서."
주변인의 자살은 연쇄작용을 한다. 나에게 최윤솔이 아주 가까운 사람은 아니지만, 저놈이 죽으면 아마 내 정신력도 못 버틸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내가 살려면, 저 쓰레기 같은 놈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악연으로 얽혔다. 짜증 나게.
최윤솔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퍼스트라이트…… 나 못 들어가는 게 맞아. 걔넨 항상 팀이었어.
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
-나도 나름으로 데뷔 조랑 꽤 친했거든. 그러니까 친하고 말고 그런 걸 떠나서…… 그냥, 처음부터 무슨 운명 같더라고.
처음 들었다. 나는 최윤솔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걔네가 잘 돼서가 아니고 그냥. 국선아 때부터 부럽더라고. 서로 단짝들을 찾은 거잖아. 난 솔로가 잘 맞긴 한데. 그래도 좀 부럽긴 했어. 거기 못 낀 게, 좀 열등감도 있었고.
국선아 촬영 때, 나는 최윤솔이 어떻게 보였는지를 떠올렸다.
잘생기고, 음악도 잘했다. 그때는 특별히 더 나쁜 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신지운 같은 진짜 싸가지 없는 놈이나, 우하정같이 나쁜 놈들이 실제로 있었으니까.
최윤솔은 혼자서도 잘나갈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런 생각.
어쩌면 진짜로 내가 최윤솔한테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닌가, 나는 국선아 시절을 잠깐 떠올려 보려 했지만, 그때 기억을 떠올리는 건 자학이나 다름없어서, 곧 포기했다. 애초에 잊으려고 애썼더니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아무튼 근데, 나 국내 반입 안 되는 약 하고, 해원이가 제일 먼저 발견해서 신고했잖아. 그러고 나서 내가 안 좋은 생각 하고 그럴 때…… 신고 당연한 건데 괜히 욕 많이 먹어가지고, 걔가 전화 안 받을 줄 알았거든? 근데 받아. 그러더니 진짜 웃기는 게.
뭔데. 내 욕이야? 내 욕할 거지?
내가 바로 최윤솔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끊기게라도 할까, 생각하는데 최윤솔이 말했다.
-음악 얘기만 하더라고. 아직도 내가 음악 관련된 거 물어보면 다 답해줘. 걘 머릿속에 그거밖에 없나 봐. 그게 참 부러워.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해서 덜덜 떨리던 손이 잠깐 멈췄다. 나쁜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화제는 다시 국선아로 돌아갔고 주어만 안 말했지, 이춘형을 신랄하게 깠다.
-국선아 끝나고 뭐 한 거 있나? 없잖아. 아, 주가 출렁거리게 만들긴 했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난 VMC 걱정돼. 하락세 탈 거 같거든.
입 터진 최윤솔은 그냥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 같았다.
앞으로 다시 연예계 생활은 어렵겠구나, 싶을 정도로 사고를 칠 만큼 쳤을 때, 벨 소리가 들려서 최윤솔이 말했다.
-누구 왔나 보다. 보이드 엔터일 거야. 나 말리러 올 사람들 거기밖에 없거든.
그러고 라방을 끊었다.
나는 최윤솔이 터뜨린 폭탄에 골치가 아파서 머리를 쥐어 잡았다.
"인터넷 반응 난리 나겠네."
내 말에 먼저 핸드폰을 확인한 안주원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막 라방이 끝났는데, 벌써 난리인가 보다.
최윤솔 같은 저걸 반항아라고 하나. 그냥 망나니 같은데. 그게 그건가? 나는 생각하며 손뼉을 짝 쳤다.
"자, 연습이나 하면서 잊어버리자."
"그래!"
애초부터 최윤솔이 저러는 거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민지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민지호는 최윤솔이 라방을 켜도, 지금 멤버들이 연습을 안 하고 있어서 속상하다는 것 외에는 중요한 게 없었다.
최윤솔이 진짜로 내가 부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언제나 민지호가 부러웠다. 국선아 때도, 지금도.
다행히 민지호 덕분에 분위기가 바로 잡혔다.
* * *
[폭탄 터트리고 방금 종료된 최윤솔 라방 요약.youtube]
[↳내가 이 역사적 순간을 실시간으로 봤다니ㄷㄷㄷ]
[↳최윤솔 미쳤네 역시 약쟁이는 예상이 안 된다]
[↳브엠 내일 다시 한번 폭락장 오겠네]
[↳↳안 돼ㅠㅠㅠㅠㅠㅠ]
[↳↳X발 이춘형 이 새끼는 어떻게 이렇게 고루고루 무능하고 못 됐냐]
[↳↳저래도 브엠은 대표 아들이 먹겠지ㅎㅎ]
[↳↳↳근데 몰라 여기다 클라루스 놓치면 진짜 나가리 될 수도 있어ㄷㄷㄷ]
[↳↳↳↳설마 진짜 놓치겠냐 어떻게든 잡지 브엠이]
[↳근데 약이 무섭다 최윤솔 앉지도 못하고 누워서 라방하더라]
[↳↳금단현상이란 게 확 왔어…….]
[↳↳원래 약 빨아서 제일 나쁜 게 법에 걸리는 게 아니라 본인 몸 X되는 거임 그나마 최윤솔은 처방되는 약들이라 괜찮은 게 저건데]
[↳↳↳저 정도면 괜찮은 거구나ㄷㄷㄷ무섭다ㅠㅠㅠ]
[근데 오늘 오히려 최윤솔 팬들은 속 풀리지 않았냐 난 이상하게 후련하더라]
[↳응 나도 좋았어…….]
[↳나도 후련ㅠㅠㅠ 그리고 해원이 그와중에 윤솔이 챙겨준 거 같아서 눈물 나더라ㅠㅠㅠ]
[↳↳그니까ㅠㅠㅠ]
[정해원 근데 뭐 병 걸린 거 아니냐 저기서 최윤솔 전화 받아주고 있네]
[↳음악 얘기했다잖아]
[↳음악 얘기라서 받아준 듯 진짜로ㅎㅎ]
[케이팝판 X나 롤코탄다ㅋㅋㅋ삶이 평화로워서 지겨우신 분들 케이팝하세요]
[↳넌 마케팅은 하지 마라]
[↳하겠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퍼라 요즘 뭐해?]
[↳콘서트 준비]
[↳퍼라 이번에 국내만 3회고 체조임 주말 양일은 매진이고 금요일도 500석 좀 못 되게 남았어 갈 거면 빨리 사렴 주말 매진이라 금요일도 현장 구매 원하는 사람 X나 많을듯]
[↳↳성적충 하이]
[↳↳이제 콘서트 잔여석도 알려주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그냥 입덕해ㅋㅋㅋㅋㅋㅋㅋ]
[↳↳↳입덕 안 해…… 내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성적뿐…… 성적을 위해 스밍하고 앨범을 살 뿐…….]
[↳↳↳↳콘서트 가니]
[↳↳↳↳↳성적충의 심장을 뛰게 할 체조 3일 매진을 위해 3일 다 간다]
[↳↳↳↳↳↳야이 미친놈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햇살이라고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데뷔팬인데도 양일만 가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금요일에도 가보긴 할 거임]
[↳↳↳↳↳↳↳나랑 똑같네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콘서트 어때? 팬은 아닌데 금요일만 남았다니까 급 가고 싶어져서ㅠㅠㅠ 평소에 퍼라 노래 많이 들어서 곡은 대부분 알아]
[↳존잼이야]
[↳네가 콘서트에서 원하는 게 무엇이든 퍼라 콘서트에서는 다 얻을 수 있어]
[↳근데 곡 대부분 아는데도 햇살이가 아니야? 햇살이 되기 어렵다…….]
[브엠 주가 미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폭락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이씨 자숙중인 아이돌 한 마디에 폭락하는 게 대기업이냐 X소지]
[↳아이돌이 문제가 아니라 오너리스크라…….]
[↳↳아무리 그래도ㅠㅠㅠㅠㅠㅠ]
[↳↳↳다시 한번 외우거라 엔터주는 사는 거 아니다…….]
[이럴 때 클라루스 앨범 하나 나와주면 솔직히 반등할까?]
[↳X나 가능하지]
[↳진짜로 브삼에서 급 티저 때리는 거 아니냐ㅋㅋㅋㅋㅋ]
[↳↳제발 이런 거 때문에라도 컴백해줬으면 좋겠다ㅠㅠㅠ 앨범 자꾸 미뤄지니까 너무 불안해ㅠㅠㅠ]
[어 X발 클라루스 공계에 진짜로 뭐 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