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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52화 (252/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52화

최윤솔의 라이브방송은 실시간으로 VMC를 때려 부수고 있었다. 최윤솔의 오함마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기던 이춘형의 핸드폰으로 VMC 고문으로 있는, 친할아버지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핸드폰에 뜬 번호를 본 이춘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 너 지금, 무슨 일이라고 했냐?

"예?"

-상황 파악도 안 돼?

손주들에게는 비교적 유한 편이라고 해도, 할아버지는 집안의 절대적인 권력자였다. 어찌 되었든 장남, 그리고 친손자인 이춘형으로 VMC의 승계를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최근 이춘형의 각종 똥볼 이후 외손주에게 주는 편애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바로 분노를 드러낸 것은 사실 처음이었다.

-당장 수습해. 수습 못하면 네 놈 자리 장담 못 한다. 그, 브삼에 미국 지사 있지?

"무, 무슨 소리세요, 할아버지…… 예, 제가 바로 해결하겠습니다!"

VVV엔터의 미국 지사.

물론 클라루스의 찬란한 금자탑으로, 미국 지사가 VVV엔터의 핵심 수입원 중 하나인 것은 맞았다. 거기에 계속해서 신인 발굴에 공들이는 중요한 곳이었다.

그러나 장소가 미국. 본사와 가장 떨어질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떨어지게 되는 곳이었다. 중심에서 멀어지면, 권력과도 멀어진다. 이춘형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춘형은 바로 수행비서에게 손을 휘저어 빨리 상황을 파악하라고 보냈다. 회사로 전화했다가 곧바로 되돌아온 수행비서가 사색이 되어 핸드폰으로 최윤솔의 라이브방송을 보여줬다.

"아니, 아랫사람들이 보고를 제때 안 해서……."

-아이고. 아랫사람.

할아버지가 한탄하더니 이내 허허 웃었다.

-그래도 효준이는 인망은 있다던데.

그러자 이춘형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걔가 무슨 인망이 있어요, 할아버지. 걔 회사에 자기 사람 하나도 없어요, 진짜로."

-뭘 자기 사람이 없어. 진작에 자기 회사를 차릴 수 있는 거면 자기 사람이 넘쳐 나는 거지. 저 애새끼 사고 치는 것도 보이드 엔터 직원이 가서 끝났단다. 네가 여기서 한 게 뭐냐?

할아버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제일 듣기 싫은 게 비교였는데, 그걸 지금 뭉텅이로 귀에 때려 박고 있었다.

싫은 소리를 들으니 반항심이 솟구쳤다. 할아버지가 여전히 힘이 있는 건 맞았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아버지에게 대표 자리 준 건데, 이렇게까지 간섭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지금까지 할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해서, 자신에게는 가급적 적게 화를 냈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원래 한 번으로도 쌓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법이었다. 아무리 할아버지지만 미국으로 보낸다고 협박하다니.

전화를 끊은 이춘형은 곧 최윤솔이 올린 영상 요약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전화로 VMC에 전화해 물었다.

"분위기 어때."

-저…… 솔직히 안 좋습니다.

"빨리 수습해, 뭐하고 있어."

-일단은 그…… 영상을 직접 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 아무래도 직접적인 워딩을 보시는게…….

"아, X발 내가 회사 키우기도 바쁜데, 그걸 다 볼 시간이 어디 있어!"

요약 올라온 걸 보니 대충 최윤솔이 국선아를 업적으로 삼는 게 문제고 어쩌고 했다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자기 얘기를 좀 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전화까지 해서 미국 지사 운운하며 협박한 거겠지.

이춘형이 말했다.

"아, 뭐 사과문을 쓰든 뭘 하든 수습하고 다시 전화해."

-이거, 사과문으로 수습 안 될 것 같습니다. 진짜로 상황이 심각…….

"수습하라고!"

이춘형이 말을 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피곤해져서 술자리도 파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직접적인 워딩'을 보라는 말이 신경 쓰여 수행비서가 보내준 유튜브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니, 보고에 생략된 내용들이 있었다.

-난 터미널 엔터가 나랑 계약한 거. 브엠에서 국선아 때 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게 미안해서 해준 건 줄 알았다. 근데 들어가니까 정해원이랑 라이벌 구도 만드는 데만 쓰더라.

-국선아, 그렇게 피해자들 많이 생긴 거. 솔직히 VMC 승계 때문에 그렇단 얘기 우리가 국선아 찍을 때도 있었거든.

여기까지는 보고서에 있었는데, 다음 내용은 생략됐다.

-국선아 끝나고 뭐 한 거 있나? 없잖아. 아, 주가 출렁거리게 만들긴 했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난 VMC 걱정돼. 하락세 탈 거 같거든.

다 불태울 작정으로 뱉은 최윤솔의 말에 이춘형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이, 이 미친 새……. 이 미친 새끼가……."

이춘형은 말을 다 못 잇고 황당해하다가, 바로 터미널 엔터로 전화했다. 거기에다 어떻게 이 상황이 되도록 최윤솔 관리를 못했냐고 욕을 퍼부어가며 쪼았지만, 죄송하다는 말만 하지, 거기도 수습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춘형은 손가락으로 급하게 무릎을 톡톡톡톡 두들겼다. 뭔가 해야 되는데. 뭔가 큰 걸로 막아야 되는데 이거.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이춘형은 이럴 때, 가장 의지할만한 이름을 떠올렸다. 클라루스.

이춘형은 바로 1본부 쪽으로 전화해, 본부장에게 말했다.

-지금 저희도 수습 중…….

"클라루스 컴백 한다고 해."

-예?

"그거 계속 미뤘잖아, 준비된 거 있을 거 아니야. 지금 바로 내."

-아니……. 저희 지금 계속 엎어서 픽스 된 게 없는데요.

"그냥 아무거나 적당히 내라고."

-멤버들 지금 각자 개인스케줄도 있고, 콘서트도 중간중간 있어서…… 애초에 멤버들 지금 서로 껄끄러워서 한곳에 모이지도 않아요.

1본부 본부장의 말에 이춘형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화를 누르며 말했다.

"야."

-아, 그래도 야는 좀…… 하, 예.

"너 회사 나가고 싶냐?"

-…….

"내일 한 시. 알겠지? 무조건 올려. 퀄 좋게. 주가 회복 시키라고."

이춘형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놈의 회사. 자신이 없으면 돌아가질 않았다. 이 판국에 미국 지사는 무슨…….

* * *

자정을 30분 넘긴 시간. VVV엔터 1본부 전원이 회사로 소환되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회의실이나 복도에서 뜬금없는 순간에 욕설이 울려 퍼졌다.

"이춘형! 야, 이 X같은 새끼야!"

"으아아악! X발!"

서로 초긴장 상태였기 때문에, 갑자기 소리 치르는 돌아버린 1본부 사람이 있어도 터치하지 않았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외쳐주는 직원을 보며, 저럴 체력이 있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오후 1시에 갑자기 컴백 소식을 알려야 하게 된 직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우울과 공포와 자괴감과 고통과 슬픔과 광기를 느끼며 회사에 남아 있었다.

1본부 본부장은 이 미칠 것 같은 상황에 직원들이 퇴사각을 재는 건 물론이고, 그렇다고 제때 시간 맞춰 일하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4본부 본부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새벽 3시 30분. 전화를 받을 리 없다고 생각한 시간에 강효준이 전화를 받았다.

-예.

"안 주무셨어요?"

-저희도 콘서트 준비 중이라서요.

"아니…… 이따가 오후 한 시까지 클라루스 컴백 날짜 잡으래요."

-……누가요?

"이사님이……."

-……미친 새낀가.

그 말에 1본부 본부장은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살면서 들어본 욕 중에 가장 위로가 되는 욕이었다.

"진짜 죄송한데, 본부장님이…… 멤버들 좀…… 연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죽을 때까지 은혜 잊지 않고 본부장님 가시는 길 제가 끝까지 따라갈게요."

-……심지어 멤버들이 아직 몰라요?

"적어도 날짜는 잡고 연락 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재계약 때문에 서로 껄끄럽죠, 아무래도.

"예, 그렇게 되네요, 어쩔 수 없이……."

-제가 할게요. 연락.

"감사합니다…… 진짜로……."

-근데요.

"네."

-우리 회사 해원이가 곡을 잘 쓰잖아요.

"대한민국에 지금 해원 씨가 천재 작곡가인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냥요, 뭐. 걔가 시간이 있다는 건 아니고.

지금 정해원이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진짜 클라루스의 앨범이 나온다면 자기네 아티스트부터 고려하라고 미리 약속을 해놓으려는 모양이었다.

아니, 부탁한다고 해줄 시간도 없으면서…… 곡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곡도 없으면서 '혹시 모르니 자리 비워두라'라고 하는 걸 보니 역시 깡패 기질을 닮……았다니. 은인께 이 무슨.

피곤해서 생각의 흐름이 두서없던 1본부 본부장이 말했다.

"아, 확실하게 알고 있겠습니다."

-예, 그럼 끊습니다. 힘내시고, 4본부 탕비실에 에너지 드링크 박스로 쌓여 있으니까 다 드시고요.

"아, 그것도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 * *

강효준은 막 연습을 끝내고 작업실로 돌아가던 정해원과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다. 정해원이 물었다.

"형, 어디 가요?"

"클라루스 멤버들한테 컴백한다고 알려주는 중인데, 연재 형이 전화를 안 받아서."

"……뭔 소리예요?"

혹독한 연습을 마치고 다크써클이 내려왔지만 궁금한 건 못 참겠는지 강효준을 따라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설명을 들었다. 이춘형의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들은 정해원이 하 웃었다.

"돌았네."

"어, 갑자기 섬뜩하더라. 그 새끼랑 닮은 데 있을까 봐."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정해원이 차에 따라 탔다.

"넌 왜 타."

"저도 연재 형 보고 싶어서."

"넌 진짜 사교성 좋다."

"형은 진짜 꾸준히 정치력 없고."

"또 뭐…… 갈굴 거면 빨리 해."

"아니, 지금 이춘형 수습 때문에 클라루스 컴백으로 다 덮으려는 거 아니에요. 지금 이춘형 발등에 불 떨어져서 이 사단 낸 건데, 이걸 왜 도와주고 있어요?"

"네가 1본부 본부장 얼굴을 봤어야 돼. 진짜 입술이 허옇더라."

"아, 눈 딱 감고 모른 척 하라구."

"지도 못하면서 나한테 하래. 너도 마음 약해서 그런 거 거절 못하잖아."

"난 아이돌이지, 형은 사업가잖아요. 피도 눈물도 없으란 말이에요."

"아, 진짜 피곤하네. 너 내려."

"어, 내려줘 봐요. 새벽 네 시 반에, 소속사 대표가 막 자기 가수 길바닥에 떨구고?"

"……하, 미안하다, 그래. 근데 원래 이렇게 소속사 대표라는 게 권위가 없는 거니."

"아뇨. 형이 없는 거지."

"그래, 그래. 다 내 탓이지."

그렇게 여느 때처럼 신나게 소속사 대표를 갈구던 정해원이 물었다.

"근데 컴백 얘기하니까 클라루스 형들이 뭐래요? 욕하죠?"

"욕도 안 해, 지금 서로 재계약 얘기 때문에 너무 불편한 상태라…… 솔직히 이춘형 도와주려는 것보다, 강제로라도 클라루스 멤버들 한 번 모이게 하고 싶은 게 커."

"음."

정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냅다 말했다.

"형들 모인 김에 보이드 엔터도 한 번 어필해요."

"넌 안 피곤하니. 가는 길에 자라, 좀."

"조수석에서 자면 비매넌데."

"아니, 넌 깨있는 게 비매너야."

강효준의 말에 정해원이 히히 웃더니 잠을 청했다. 피곤한 상태기는 해서,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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