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55화 (25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55화

콘서트 티저는 새틴 재질의 셔츠 차림을 한 멤버 일곱 명이 퍼스트라이트의 로고가 새겨진 천 사이를 걷는 장면을 촬영한 짧은 영상이었다.

[티저만 봐도 이번 콘서트 레전드일 듯]

[퍼라 작정했네ㅎㅎ]

[셔츠……. 벨트…….]

[이럴 거면 콘서트를 일주일 정도 해야 되는 거 아냐?]

[아니 근데 퍼라 막내 얼굴 무슨 일이야 어떻게 이렇게 잘 컸어?]

[↳진짜 퍼라는 선재를 어떻게 키운 거야?]

[↳↳대존잘ㄷㄷㄷ]

[↳↳잘생겼는데 예쁜데 잘생겼어ㅠㅠㅠㅠ]

[주원이랑 선재 얼굴합 돌지 않았니 나 얘네 둘 잡았는데 내 취향 뭐 같아?]

[↳해원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최애 조합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새삼 느껴지는 해원이의 얼빠력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우리 팀 최애 물어보고 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확고해서 나도 알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

[퍼라 굿즈 X발 1분 컷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프포는 멤버 싹 다 매진이네ㅋㅋㅋㅋㅋ]

[물건이 있었어? 없었던 거 아니야? 이럴 수가 있어?]

[아니 나 돈 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차 있겠지? 설마 2차 없지 않겠지?]

[얘들아 혹시 2차 풀리면 프리미엄 포토 제발……. 제발 사라…….]

[↳퍼라는 프포임 제발 사라222222]

[↳거기다가 이번 프포 콘서트 포스터에 있는 제복 착장임 무조건 사야 돼]

[↳포스터 분위기 로판 같다]

[아니 X발 탈TRV했는데 왜 여기도 재고포비아인 거예요]

[↳물량 맞추기가 어려웠던 게 아닐까…….]

[↳원래 퍼라팬들 프포 집착 있어서 나름 물량 많이 뽑은 거였을 듯…….]

[↳신생이니까 봐주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햇살이들 보이드에 후한 거ㅋㅋㅋㅋㅋㅋㅋ]

[전부터 궁금했는데 퍼라팬들 왜 이렇게 프리미엄 포토 집착해? 이렇게 프리미엄 포토 많이 내주는 돌 처음 본 듯ㅋㅋㅋㅋ]

[↳얼굴]

[↳얼굴을 크고 선명하게 볼 수가 있어요]

[↳그냥 가져보면 알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콘서트 당일에는 모든 주변 상황을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게 쉽지 않았다.

그럴 때 민지호를 보면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민지호는 일정이 잡힌 날부터, 이미 머릿속에 콘서트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아주 콘서트 시간이 가까워지니까, 오히려 명상하듯이 가만히 앉아서 머릿속으로 오늘 해야 하는 것들을 찬찬히 확인했다.

민지호는 즉흥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즉흥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람이었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같은 걸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닳도록 읽은 세트리스트를 또 읽고 있는 민지호의 옆에 앉아 물었다.

"안 지겨워?"

"웅?"

민지호가 내 쪽을 보더니 대답했다.

"재미있어!"

"읽은 거 또 봐도?"

"연습도 암기도, 다 무대를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어!"

"크, 무대 체질이야, 우리 민조."

"고럼, 고럼."

민지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른 멤버들도 콘서트 대형을 위해 수정한 부분들을 연습하거나, 거울을 보고 있었다. 특히 안 그래도 잘생긴 신지운은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 하나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신지운이 아니라도 멤버들은 모두 거울을 많이 봤다. 민지호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무대에는 잘 가꾼 몸과 얼굴도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이었다. 천생 아이돌들이었다.

나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거울을 봤다. 자꾸 보니까, 내 얼굴에도 좀 익숙해진다. 예전에는 거울만 봐도 속이 울렁거려서 내 얼굴을 똑바로 못 봤는데. 지금도 약간씩 역겨운 기분이 들 때가 있지만, 그래도 햇살이들이 예쁘다, 예쁘다 해줘서 헤메를 빡세게 하면 나름 괜찮아 보일 때도 있다.

내가 거울을 보고 있으니까 한효석이 지나가다 내 등을 툭 쳤다.

"형 잘생겼다니까요."

"알아, 나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핀잔하는 한효석이야말로 진짜 수려했다. 한효석은 몸이 워낙 완벽해서, 이런 제복류의 무대 의상을 입을 때면 정말로 사람에게서 빛이 났다.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황새벽이 우리를 불렀다.

"얘들아, 모이자."

그 말에 멤버들이 우르르 황새벽을 둘러싸고 모였다. 황새벽이 맨 아래 손을 두고, 우리 모두 손을 겹쳤다.

오늘 황새벽은 햇살이들이 표현한 그대로 망국의 왕자 같았다. 늘 약간 나른해 보이는 얼굴이 오늘은 백만 가지 이야기를 가진 남자처럼 보였다. 황새벽이 말했다.

"우리한테 중요한 거 많다. 촬영도 중요하고, 음방도 중요하고, 앨범, 의상 안 중요한 게 없어. 근데 그런 모든 것들의 최종 목표는 사실 콘서트 아니겠냐?"

"맞아!"

민지호가 동의하며 소리쳤다. 나도 속으로 동의했다.

결국 우리가 아이돌이 되어서, 노래하고, 새로운 음악을 내고 하는 것의 최종 목표는 음반을 많이 팔거나, 순위가 높아지는 게 아니었다.

무대. 그리고 콘서트.

우리가 아이돌이 된 가장 큰 이유이며, 최종 목표는 콘서트다. 좋은 콘서트를, 장기적으로 하는 것.

한동안 작업실에 처박혀 사느라, 잠깐 나에게 잊혔던 사실을 지금 황새벽이 다시 일깨워줬다. 황새벽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잘해야 된다. 못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우리한테 없어. 잘하자!"

"잘하자!"

"이야, 새벽이 형이 큰 목소리 내는 날 드물다."

멤버들이 한마디씩 하고, 황새벽이 선창하며 우리는 구호를 외친 후 대기실을 나섰다.

나는 일부러 멤버들이 다 나간 뒤 한 발 뒤에서 걸었다. 왠지 멤버들의 뒷모습이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맨날 보는데도, 나는 여전히 우리 멤버들이 그렇게 멋있다. 아니, 사실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같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강영호 매니저가 말했다.

"해원 씨가 안 나오잖아요. 내가 찍어줄게요."

"오,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하고 멤버들 쪽으로 달려갔다. 강영호 매니저가 우리가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을 찍어줬는데, 내가 찍은 것보다 훨씬 멋있었다. 이제 영호 형은 진짜로 사진의 달인이다.

무대 지하에 서자 햇살이들의 기척이 들렸다. 지금도 미칠 것 같지만,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은 이제 곧 온다.

지금. 경기장의 불이 꺼지는 순간.

콘서트가 시작된다는 것을 안 햇살이들이 동시에, 맞춘 것처럼 함성을 외쳤다. 그 목소리가 정말로 좋다. 그 순간이,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

그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온몸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생기를 가지고 튀어 오르는 기분이다. 날개가 돋아난 것처럼, 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완벽한 형태의 행복이었다.

* * *

regular_1228, 정해원의 팬 이재희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티켓팅 속에서, 주말 양일은 좋은 자리를 얻어냈다.

그래도 금요일 좌석이 좋지 않아서, 금요일은 가지 말까도 아주 잠깐 고민을 했었지만 도무지 첫콘을 놓칠 수는 없었다. 똑같은 콘서트라도 첫콘은 첫콘이라, 막콘은 막콘이라, 중콘은 중콘이라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주말은 친구와 오기로 했지만, 오늘 금요일은 혼자였다. 이재희는 콘서트 시간이 다가올수록 잠깐이라도 안 올 생각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졌다.

이재희는 입장 전, 체조경기장에 세워놓은 거대한 콘서트 포스터 판넬을 올려다보았다.

이번 콘서트의 컨셉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포스터에는 판타지풍의 제복을 입은 멤버들이 계단에 쓰러지거나 주저앉아 있었다.

[2026년 퍼스트라이트 콘서트 'UPRISING']

심장이 쿵쿵 거리는 것을 느끼며 공연장에 들어섰고, 곧 예정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조명이 꺼지는 순간, 모든 피로는 완전히 사라졌고,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체력이 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콘서트가 시작되는 순간, 전광판에 왕관 모양의 이미지가 떴다. 이어서 대형 스크린에 티저에서 이어지는 VCR이 뜨고, 안주원의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미니 6집 수록곡, 업라이징의 영어 가사였다.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왕의 아이이거나]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뿐이며]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것은]

[한계를 믿지 않는 사람뿐]

마지막 문장이 끝나는 순간 스크린에 제한 속도 무제한 사인이 뜨며 멤버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이어서 퍼스트라이트 미니 6집 타이틀곡, 더욱 강렬하게 편곡한 HIGHWAY가 시작되었다.

[여기 불을 지피자 어둠은 촛불조차 삼키지 못해]

[안녕, 소년이여 우리는 제한 속도 없는 도로를 달려]

시작을 마지막 무대처럼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일곱 명의 멤버들은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하이웨이를 불렀다.

[네가 있으면 밤도 낮처럼 빛나]

[다시 밤이 우릴 멈춰 세울 수 없게 손을 잡아줘]

박선재의 고음을 끝으로 잠깐 음악이 멈췄다. 그리고 번쩍거리는 판타지풍의 제복 재킷을 반항아처럼 어깨에 걸치고 있던, 금발로 탈색한 민지호가 재킷을 입으며 센터로 걸어 나왔다. 그 순간 다시 한번 함성이 커졌다.

[너를 만나러 갈 때 나에겐 한계가 없어]

[모든 것을 넘어, 모든 것을 태워, 미친 듯이 달려]

[너를 만나러 갈 때 나에겐 한계가 없어]

[모든 것을 넘어, 모든 것을 태워, 미친 듯이 달려]

체조경기장의 본무대를 크게 활용한 군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불꽃. 잠깐도 비지 않는 사운드와 보컬 라인들이 라이브로 지르는 코러스에 공연장은 열기로 휩싸였다.

첫 곡이 끝나고 무대 앞으로 나온 멤버들이 팬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이재희는 앞쪽에 서 있는 황새벽을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새빨간 색으로 염색을 한 황새벽에게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가 흘렀다.

환호성이 이어지는 중에 멤버들이 돌아서서 다시 무대 중앙에 모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미니 6집의 수록곡, 업라이징이었다.

안무를 중심으로 '불을 켜'의 후속곡을 만들고 싶어 하던 민지호와 달리, 보컬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 있던 정해원은 두 가지 컨셉의 곡을, 더블 타이틀이라고 생각하며 만들고 있었다.

폴 존스의 합류로, '20세'라는 컨셉은 두 개의 앨범으로 나뉘어졌지만 정해원이 더블 타이틀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곡은 여전히 미니 6집에 수록되었다. 그게 업라이징이었다.

[먼저 깃발을 꽂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은]

[깃발을 드는 자 중에 승리자가 나온다는 의미]

[그어진 선은 닳은 운동화로 밟아 흐려지게 하고]

[우리는 남은 밑창까지 떨어져 나가도록 달려]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은 무대에 설치된 계단 형식의 설치물 위로 달려 올라갔고 각자의 위치에서 업라이징을 불렀다. 합창 파트가 많은 업라이징은 일곱 명의 멤버들의 목소리가 합쳐질 때 더욱더 거센 느낌을 주었다.

[우는 화살은 우리로부터 날아가 별에 명중하며]

[두 번째 화살은 역사를 바꾸는 승리가 되리]

[별은 땅으로 땅에서 자란 별은 하늘로]

[우리 중에 나온 왕은 모든 것을 바꾸는 자]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왕의 아이이거나]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뿐이며]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것은]

[한계를 믿지 않는 사람뿐]

대형 스피커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폭발적인 사운드에 팬들의 심장이 요동쳤다. 이재희는 앞쪽에 선 정해원을 올려다보았다. 콘서트를 위해 애쉬민트로 염색한 정해원은 피지컬 때문에 멀리서도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팬들과 눈이 마주치면 웃어버릴 걸 알아서 시선은 바닥이나 천장 쪽으로 두고 있었다. 웃지 않아서 더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입체감이 평소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아우라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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