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56화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 스트리밍 역시 이어지고 있었다.
[민조 센터 나오는 건 계속 봐도 계속 심장 멎을 거 같다…….]
[해원이 오늘 진짜 도자기 인형 같음 돌았나 진짜]
[↳점점 미치겠어…….]
[지금 퍼라 실시간 스트리밍 보는 사람 있어? 해원인 실물이란 얘기 엄청 많던데]
[↳해원이는 실물이야 진짜 실물 봐야 돼…….]
[↳심지어 국선아 때도 실물은 안 까이던 게 정해원임ㅎㅎ]
[↳실제로 보면 일단 머리가 너무 작아서 현실감이 없음 그리고 생각한 거보다 개크더라]
[↳↳진짜 해원이 실물 항상 나오는 거 생각보다 크다고ㅋㅋㅋㅋㅋ]
[↳↳해원이 프로필 키 몇이야?]
[↳↳↳179.5]
[↳↳↳↳며칠 전에 실물 봤는데 절대 아님ㅋㅋㅋㅋㅋㅋ180 무조건 넘어]
[↳↳↳↳내 돌이 181인데 거의 비슷하던데?]
[↳↳↳↳퍼라 왜 키 줄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움 집착이 있어…….]
[업라이징 뭐야 X나 명곡인데? 왜 안 알려줬어?]
[↳내가 맨날 들으라고 소리쳤잖아…….]
[↳↳나도…….]
[↳해원이가 더블 타이틀로 만든 거라 타이틀 퀄리티임]
[근데 퍼라 노래 명곡 진짜 많다 스트리밍 보는데 다 미쳤어]
[↳정해원 보유한 거 진짜 크다]
[↳부럽다 해원아 내 돌도 정석미남인데 같이 작업 한 번 안 될까…….]
[↳↳네 돌 누군데?]
[↳↳↳호정이…….]
[↳↳↳↳이건 인정ㅋㅋㅋㅋㅋㅋㅋ]
[↳↳↳↳강호정 해원이가 보면 백퍼 감탄한다ㅋㅋㅋㅋㅋㅋㅋ]
* * *
세 번째 무대는 '불을 켜'였다. 이번 세트리스트 오프닝 세 곡은 회의 내내 아무런 이견 없이 결정되었다.
이번 공연 전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곡, 하이웨이와 업라이징. 그리고 하이웨이의 원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을 켜'.
[나는 불꽃이 돼 이 무대를 태워(태워)]
[불길 속에 던져봐 우릴 더 날뛰게만 해]
[죽일 듯이 짓눌러 볼케이노처럼 터지게]
처음에 불을 켜를 만들 때는 솔직히 말해서, 부족한 내 실력이 많이 부끄러웠었다.
그런데 지금, 스물세 살이 되어서 스무 살에 만든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의 기분은 또 완전히 달랐다.
우리의 음악은 우리 서사의 일부가 되었다. 스무 살에만 만들 수 있었던, 이제 막 작곡을 시작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치기 어리고, 생생한 날 것의 음악이 우리를 신인 시절로 데려갔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우리에게 어느새 의미있는 음악이 되었다.
[우린 불꽃이 돼]
[계획은 하나 이 무대를 태워]
불을 켜도, 하이웨이도 한 번 하면 몸이 휘청할 정도로 안무가 빡센 곡들이었다. 이걸 한 번에 이어서 하는 게 솔직히, 팬들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오프닝부터 불을 켜의 마지막 마디를 부르는 순간까지 환호를 멈추지 않는 팬들의 목소리가 우리를 움직이게 했다. 솔직히, 세트리스트를 짤 때 그 환호까지 포함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는 팬들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힘을 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세 곡이 끝나고 우리는 무대에 남아 인사를 했다.
앞에 멤버들이 인사를 하다가 내 차례가 왔다. 나는 꾸벅 인사하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햇살이들의 말랑버터 해원이에요."
내 멘트에 햇살이들은 좋아해 주는데 멤버들이 야유했다.
"저 형은 요즘 진짜 지가 귀여운 줄 아네."
"해원이 형 요즘 말랑버터 계속 미시네요."
"왜냐하면 내가 말랑버터니까."
내가 손등으로 턱을 받치고 시비 거는 신지운과 한효석을 보니까 둘 다 짜증을 냈다. 아니, 왜, 뭐 햇살이들이 귀엽다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황새벽의 차례였다. 오늘 빨간 머리로 염색한 게 잘 어울려서인지 전광판에 잡히는데 햇살이들의 환호성이 엄청 컸다. 황새벽이 얼굴까지 벌게져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햇살이들의 빨간 거북…… 아, 해원아, 못하겠다."
내가 시킨 거라 나한테 고개를 젓는데 민지호가 옆에서 소리쳤다.
"해! 왜 못해! 새부기는 할 수 있어!"
민지호의 성화에 황새벽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빨간 거북이 황새벽입니다."
그리고 팬들의 환호에 내 등 뒤로 숨어버렸다. 멤버들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나는 체조경기장을 돌아보았다. 서로 웃고 떠들기는 했지만 사실, 우리 일곱 명 모두 어마어마한 공연장에 가득 찬 팬들의 모습에 멍해진 상태였다.
정말로 오늘을 위해서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우리는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민지호가 말했다.
"아이돌이 되길 잘했다고, 아마 우리 멤버들 모두가 생각하고 있잖아요. 그치?"
그 말에 우리는 멤버들이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호가 팬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햇살이들도, 퍼스트라이트의 팬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한쪽이 행복하면, 다른 쪽도 행복해지는 사이니까. 오늘 다 같이 행복해지자구요!"
민지호의 말에 팬들이 환호를 돌려주었다.
나는 민지호의 멘트에 왠지 좀 울컥했다. 한쪽이 행복하면 다른 쪽도 행복해지는 사이. 그 말이 너무 좋았다. 아마 해살이들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가사에 꼭 넣어야겠다.
나는 가까이 보이는 팬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인사를 한 후, 우리는 첫 번째로 의상을 교체하기 위해 들어갔고 VCR이 시작되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우리는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 * *
대형 스크린에는 VCR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해원에게 콘서트에 초대받은 배우, 김문재는 VCR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직업이 배우인지라, 무대보다는 VCR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번 퍼스트라이트 콘서트 업라이징은 상당히 흐름이 명확했다. 오프닝 세 곡 무대가 반항아들이 한 곳에 모이는 흐름이었다면, VCR에서는 소망하던 것을 놓치고 좌절하는 퍼스트라이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처 분장을 한 멤버들의 모습이 지나가서, 김문재가 자기도 모르게 '아이고……' 하고 걱정하는데 팬들의 환호는 오히려 커지고 있었다.
왜지. 이렇게 안타까운 영상을 보고 왜 슬퍼하지 않는 거지…….
배우의 입장에서 낯선 상황이 흘러가고, VCR이 끝난 후 무대에는 어두운 녹색의 수트를 입은 한효석이 보였다.
감탄이 나오는 피지컬이었다. 김문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금은 배우 일을 하고 있지만, 가슴 속 한 구석에서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꼭 한 번 자신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김문재는 가지고 있었다.
그런 김문재가 볼 때, 한효석은 등장 자체로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개인이 가진 외모, 그리고 그 모든 것에서 비롯된 분위기. 김문재는 사실, 배우로서 사실, 가장 중요한 자질은 그것이라고 생각해왔다.
"……."
"재밌네요, 콘서트가."
옆에서 매니저가 말하자 김문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문재는 공연이 시작된 이후부터 한 마디도 안 하고 있었지만, 김문재를 오래 봐온 매니저는 저 모습이 엄청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무대에 남은 한효석의 파트를 시작으로 퍼스트라이트 미니 3집 타이틀곡, '다음 이야기'가 이어졌다.
[우리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야]
[처음부터 그렇게 정했으니까]
[세상이 끝나고 우주에 흩어진]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만나게 될까]
멤버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김문재의 머릿속에는 상상력에 날개가 쉼 없이 펼쳐졌다. 한 명, 한 명의 얼굴에 강한 서사가 있었다.
[멀어지는 너를 놓쳐도 (달릴게)]
[다음 이야기에서는 만날 거야]
[그리움을 간직하다 우주에서 우리]
[음반 위에서 우리가 만나면 서로]
['안녕'하고 인사를 하게 돼]
[그건 우리의 다음 이야기]
이게 아이돌이구나.
김문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정해원과 나름으로 친해진 이후, 주기적으로 뮤직비디오를 보았고, 다음 이야기의 뮤직비디오도 본 적이 있었다.
지금 무대는 말하자면, 그 뮤직비디오의 미장센을 무대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전체적으로 겨울 바다에 있는 듯한 조명, LED에 가득 채워진 배경. 멤버들의 보컬, 안무만큼이나 뛰어난 표정 연기를 통해 가사를 한 줄, 한 줄 이해하게 했다.
그렇게 무대가 끝나고, 다시 무대에 한효석만이 남았다. 그때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팬들은 그 소리만 듣고도 무슨 노래인지 알아차린 듯, 함성을 이어갔다.
곧바로 무대에 올라온 민지호와 한효석의 유닛곡. 투 빌런즈였다.
"이걸 다, 해원 씨가 작곡한 거예요?"
매니저가 묻자 김문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해원이 영화를 많이 봤다는 것은, 본인이 말하지 않아도 가끔 전화를 하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늘 정해원이 먼저 전화해서 최근 개봉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였다. 그렇게 이야기만 해도, 정해원이 굉장한 시네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영화광적 성향이 무대에 많이 반영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문재는 콘서트를 보고 나서 인스타그램에 쓸 후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 * *
[투 빌런즈 돌았다 X나 섹시하네]
[둘 다 성인 돼서 부르는 거 느낌 완전 달라 소름끼쳐ㅠㅠㅠㅠㅠㅠ]
[예전엔 사고치는 학생 느낌이었는데 이제 진짜 빌런 느낌ㄷㄷㄷ]
[퍼라 콘서트 존잼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어? 내일도 스트리밍하나?]
[↳내일도 해!]
[↳팬도 아닌데 스트리밍 보면서 플리 채우는 중ㅎㅎ]
[↳↳나도ㅋㅋㅋㅋ명곡 진짜 많더라]
[확실히 앨범이 많아지니까 콘서트가 훨씬 다채로운 느낌이네 퍼라 확 인기 체감되는 이유가 있다ㅋㅋㅋㅋㅋ]
[퍼라 수트 무대 미친 거 아니냐]
[↳'더 줘']
[↳언제 멤버들 다 남자 됐어…….]
스트리밍이 이어지고, 콘서트의 분위기는 끝을 모르고 뜨거워지고 있었다.
* * *
첫 번째 무대 세 곡이 워낙 빡셌기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가져다 놓았는데, 그때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공연이 후반부로 들어선 뒤에야 하나씩 산소호흡기를 찾는 멤버가 생겼다.
나는 오히려 우리 멤버들의 체력이,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콘서트를 위해 끊임없이 지구력을 키운 덕분이었다.
정말로 무대를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새삼 느껴지니까 괜히 울컥했다.
"아, 이상하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너네가 멋있냐."
내가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있으니까 다시 옷을 갈아입던 멤버들이 날 돌아봤다. 그러더니 황새벽이 말했다.
"좀, 자화자찬 같긴 한데. 나도 오늘따라 우리 멤버들이 그렇게 멋있다."
"아, 그니까. 평소에는 연습실에 드러누워 있는 애들인데."
내 말에 멤버들이 흐흐 웃었다.
그렇게 여유를 좀 찾은 후에, 우리는 무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서 막 멘트를 시작할 때,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와."
멤버들이 이벤트를 바로 눈치채고 팬들 쪽을 보았다. 팬들이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미니 4집 수록곡. 그리고 팬들에 대한 퍼스트라이트의 마음을 전한 곡 '폴라리스'였다.
[나는 네 별이었고, 너는 내 별이 되어]
[영원히]
[영원히!]
[그 어떤 계절에도 서로를 잃지 않고]
[우리는 이곳에 함께 있을 거야]
[하늘의 저 별처럼 널 지켜주겠다고 마음 먹었던 날이 어제 같은데]
[언제나 달렸던 건 네가 있어줘서야]
[저 북극성처럼 날 지켜준 건 너였어]
이벤트가 시작되고, 멤버들은 울컥해하며 팬들이 불러주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체조경기장에 가득한 응원봉, 그리고 노래하는 팬들의 모습은 영원히 기억에서 잊을 수 없을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