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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59화 (259/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59화

강효준을 찾아온 스파이, 박중운 팀장의 얼굴이 어두워져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회사의 사정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제1 스파이로서 자격이 상실되는 건 아닌가 염려가 될 지경이었다. 물론 본업은 매니저, 스파이 일은 취미다. 취미지만, 그래도 인생이라는 게 원래 덕질하는 재미로 버텨지는 것 아닌가? 이 취미가 끝나면 사는 게 덜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 걱정을 하며 강효준 4본부 본부장실에 들어선 박중운 팀장이 급하게 말했다.

"이미 들으셨겠지만, 혹시나 해서요."

"뭘."

"VMC 대표님께서 장선영 부대표님, 해고하려고 하시는 거요."

그 말에 강효준이 오히려 되물었다.

"외삼촌이?"

"네."

박중운 팀장이 대답하자 강효준이 말했다.

"싸웠나?"

"……'싸웠나'라니요, 본부장님."

지금, VVV엔터에는 4개의 본부가 있고, 1본부와 2, 3, 4본부로 업무를 나누어 두 명의 부사장이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강효준은 이번에 그 2, 3, 4본부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말이 나왔다.

그렇게 부사장 승진을 할 사람이, 회사 사정에 이렇게 관심이 없어서야…….

스파이는 앞으로는, 지금까지 당연히 강효준이 알아서 전해 들을 거라 생각했던 사소한 일들까지 다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선영 부대표는 VMC의 부대표이자 VMC의 자회사, 드라마 제작사 캔캔 스튜디오를 키워온 제작자였다. 요 몇 년, 대형 히트작을 내놓으며 승승장구 중인 장선영 부대표를 해고한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장선영 부대표님이 고문님 사람이잖아요."

"뭐, 우리 할아버지가 신입 때부터 키우긴 했지."

"뭐가 아니라…… 고문님 사람을 회사에서 해고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그니까. 싸웠나?"

"……."

"알았어, 진지하게 생각할게. 넌 어느 날 내 약점 들고 나타날까 봐 무섭다."

"저 절대 안 그럽니다. 제가 매우 충성도가……."

"너야말로 정해원 사람이니까 최종적으로는 내 편 아닌 거 알아. 피차 인사치레 시간 아끼자."

강효준이 잘라 말한 후, 팔짱을 끼고 혀를 찼다.

"우리 외삼촌이 아들 지키겠다고, 자기 아버지한테 대드는 거구나, 지금."

"네."

그리고 박중운 팀장이 차마 못 한 말을 강효준이 알아서 뱉었다.

"부대표님 날리는 데 성공하면, 그다음은 나겠네."

"……예, 아무래도."

강효준이 혀를 차며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

* * *

콘서트 전후로 그 며칠 안 갔다고 작업실이 날 서먹해하는 게 느껴졌다.

"작업실아, 잘 계셨어?"

내가 작업실에 인사하니까 소파에 누워 있던 양이형이 말했다.

"정신이 나갔구만, 저거."

"오랜만에 왔는데 인사해야지."

나는 말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다시 폴 존스와의 작업을 시작할 시간이 왔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폴 존스네 레이블과 미팅 일정을 조율하고 있을 때, 상태창이 떴다.

[돌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위험에 대비하세요!]

어우, 뭐야.

나는 쫄아서 주변 상황을 생각해 보며, 강효준에게도 톡을 보냈다.

[형 근데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그리고 1분도 안 돼서 연락이 왔다.

[강 대표 : 스파이가 할 말 있다는데]

그 연락이 오고 10분 정도 지나서 이번엔 전화가 왔다. 바로 받았더니 강효준이 말했다.

-VMC 대표가.

"형네 외삼촌이면서 이춘형네 아버지요?"

-어, 외삼촌이 장선영 부대표님을 해고한다네.

"……그게 우리랑 상관이 있어요?"

내가 몰라서 되물어보니까, 강효준이 말했다.

-너 이제 모른다고 스파이한테 혼난다.

"스파이 저 못 혼내요."

-든든하시겠어.

"그럼요. 아, 그래서 누군데요."

-캔캔 스튜디오 제작자. 외할아버지가 제일 아끼는, 뭐, 사실상 오른팔.

"왜요? 왜 해고…… 아니, 이춘형 지키려고 자기 아버지 오른팔 자르려는 거예요, 지금?"

-어.

비뚤어진 부정이다.

"아니, 이쯤 능력이 없는 거 봤으면 슬슬 회사 손 떼게 하고, 적당한 사업체 하나 차려줘서 대표 노릇 하게 해주면 되잖아요. 형네 외삼촌은 왜 굳이 위험한 길을 가려고 해요."

그러고 보면 우리 전 소속사인 TRV도 그랬다. 아들인 최기문이 딱 봐도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든 밀어주려고 하다 보니 꽤 튼튼하던 회사가 무너져 내렸다.

내가 물었다.

"그럼 형네 외할아버지 사람부터 다 쫓아내려는 거예요?"

-응.

"또 누구 있어요? 큼직한 사람."

-나.

하…….

이 형 이런 상황에서 못 살아남을 것 같은데…….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형, 오히려 잘 됐어요."

-잘 돼?

"지금 이렇게 부자가 싸울 때, 형이 딱 외할아버지 편에서 싸우면 좋잖아요."

-난 싸움은 적성이 아닌데.

"당연히 적성이 아니지, 누가 형한테 시비를 걸겠어요. 그 체격에 재벌인데."

-……아.

"원래 형 같은 사람들은 지가 평화주의자인 줄 알더라고. 그냥 남이 싸움을 걸 엄두도 못 내는 건데."

-너 지금 시비 잘만 걸고 있는데?

"아, 이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찔려서 티 나게 말을 돌리니까 강효준이 웃었다. 약간 평화주의자긴 한 것 같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클라루스 형들, X니에서 데려가려고 하는데. 거기 이기려면 계약금 엄청 많아야 할 거 아니에요. 할아버지한테 투자도 좀 받고?"

-클라루스 멤버를 보이드로 데려오면 지분 가진 너는 부자 되고?

들켰고만. 히히.

그런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역시 클라루스가 앨범을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은 거였다. 그냥 그런 희망이 남았으면 좋겠다. 강효준이 말했다.

-그래, 내가 인생 배팅해서 계약금 맞춘다고 쳐. 근데 계약금이 같으면 X니로 가지, 보이드를 오겠니. 심지어 의리 내세우기엔 너무 소원하고.

"음. 뭐, 이건 완전 제 개인 의견이지만…… 저라면 비전 제시해 주는 회사로 갈 거예요."

-송다 블러핑 싫어해.

"아뇨. 회사 비전 말고, 멤버의 비전이요. 팀의 비전. 앞으로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 어떻게 활동할지, 어떻게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내년엔 뭐 하고, 3년 뒤에, 10년 뒤에는 뭐 할지. 그런 구체적인 계획들이 너무 좋으면, 어떻게 그걸 포기하고 다른 회사를 가겠어요."

-일이 너무 많다.

"그런 거 잘하는 직원 모셔 와요, 어떻게든. 필요하면 저도 같이 가서 무릎 꿇고 빌어줄게요. 저 무릎 완전 가벼워요."

내 말에 강효준이 흐흐 웃더니 물었다.

-너 혹시 나 몰래 스무 살 정도 더 살았니. 그사이에 사업도 좀 하고?

왜 뜨끔하지, 허허…….

아무튼, 지금 강효준에게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없다. VMC 대표와 이춘형 부자는 어떻게든 강효준을 회사에서 쫓아낼 테니까. 결국 방법은 외할아버지와 결탁해 싸워서 이기는 한 가지밖에 없는 거다.

나는 무조건 강효준 대표가 이기길 바란다. 이춘형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도 있지만 그보다 큰 건, 강효준 대표가 VMC에서 낙오하면, 앞으로 보이드, 퍼스트라이트의 활동에도 이춘형이 제약을 걸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나에게도 꼭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 됐다.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을 때, 스파이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스파이 : 아무래도 이춘형이 캔캔 스튜디오를 매각하려는 것 같다]

[왜? 요즘 그렇게 잘나가는데?]

[스파이 : 클라루스 계약금 문제도 있고, 지분 문제도 얽힌 듯]

[스파이 : 이춘형 부자가 준비를 많이 했어. 굉장히 공격적이야. 몸조심해.]

문자를 보다가, 나는 새삼 떠올렸다.

그니까 경고창이 뜨고, 바로 스파이가 강효준 대표를 찾아왔는데, 시간 차로 따지면 사실 스파이가 시스템보다 먼저 위험 상황을 알아낸 건 아닌가?

"우리 스템이 스파이에게 밀린 거니……."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다. 둘 다 내 편이니까 아무나 이기거라, 허허.

그때 다시 창이 떴다.

[위기 상황을 파악하셨군요]

……하셨군요?

약간 섭섭해 보이는데 기분 탓이겠지……?

[보상을 획득합니다]

스파이가 한 거라 날로 먹는 기분이긴 하지만 준다며 받아야겠다. 바로 보상을 보려는데 양이형이 나와서 나를 작업실로 질질 끌고 갔다.

"2시에 미팅 시작한다고 했잖아, 새끼야."

"아, 가려고 해써어."

나는 투덜거리며 작업실로 들어갔고, 곧 직원들이 참여한 상태로 폴 존스와 미팅을 시작했다.

모처럼 만나는 폴 존스의 얼굴이 보였다.

"하이, 폴."

-안녕!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바로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악은 거의 다 나왔다. 그건 폴 존스와 내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일이라, 둘 다 밤샘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오늘은 음악 외적인 것들, 앨범 커버나 뮤직비디오에 관한 세부 컨펌을 위한 미팅이었다. 녹음 일정도 우리 멤버들은 내가 디렉팅하고, 폴 존스는 우리 쪽 보컬 디렉터를 보내거나 할까 했는데 폴 존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한번 갈게요.

"온다고요? 한국에?"

-이제 투어 끝났으니까,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휴가로?

"폴 존스가 한국에 오면 공연 기획사들 난리 날 텐데. 그냥은 못 갈걸요?"

-그럼 가는 김에 스케줄도 잡죠.

크, 전부터 느꼈지만 쿨하다, 쿨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할 때 편한 건 아니었다. 진짜 무지하게 싸웠다. 나도 고집불통인데, 폴 존스도 고집불통이다 보니 서로 정말 별의별 걸로 다 싸웠다. 그나마 멀리 있어서 다행이지, 옆에 있었으면 서로 멱살 한번 잡았을 것 같다.

하도 싸워서 사실 지금도 아아아주 사아아알짝 서먹한 게 없잖아 있다. 폴 존스가 한국에 오면 맛있는 거나 같이 먹고, 봐서 술도 한잔하면서 서먹함을 완전히 풀어야겠다.

작업실에 와서 뒤에서 보고 있던 부대표가 말했다.

"한국 홍보는 뭐, 폴 님 내한하면 자동으로 싹 기사 깔리겠는데? 기자들이 당연히 내한 이유 궁금해할 테고, 그럼 그게 최고 홍보지."

그 말에 우리 회사 홍보팀이 싱글벙글 웃는 게 보였다. 신나 보이니 좋다.

그렇게 폴 존스가 한국 오는 일정을 알아보겠다고 하며 연락을 마쳤다. 미팅이 끝나고 양이형은 자기 작업실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작업실에 남아서 보상을 확인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과거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

지난번에 안주원의 영화, 삼라만상에 관한 정보를 확인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모양이다.

"아, 근데……."

솔직히 좀 망설여진다.

지난번에 안주원의 영화에 대한 영상을 확인하고 오느라고, 나는 내가 퍼스트라이트에 합류하지 않았을 때의 미래를 확인했었다. 근데 그게, 엄청 멘탈에 해로웠다.

나는 내가 힘들다고 우리 멤버들에게 그렇게 모질었다는 게, 그렇게 힘들어하는 멤버들의 연락을, 특히 안주원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다는 데 죄책감이 들었다. 나 스스로가 꼴 보기 싫었다.

뭐, 지금도 우린 충분히 잘 되어가고 있으니까. 난 딱히 부족한 것도 없다고 느끼고 있어서 이번 보상은 그냥 받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뜬 보상이, 안 받기에는 좀 너무 달콤했다.

['클라루스'의 미래에 관하여]

"……아니."

이러면 이걸 어떻게 거절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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