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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70화 (270/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70화

신지운은 휴게소에서 갑자기 합류한, 퍼스트라이트의 전 매니저이자 VVV엔터 4본부 매니지먼트팀 팀장, 그리고 유출범을 매우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차로 돌아가는 길에 안주원에게 말했다.

“저 사람 왜 왔는데.”

“해원이랑 친하잖아. 스파이.”

“아니, 제정신이냐. 그 형이 애정 결핍 심한 건 아는데, 유출범이랑 친하면 어떡해.”

‘내 사람’과 ‘남’의 구분이 명확한 신지운의 표정은 영 풀어지지 않았다. 신지운은 자기 부모님도 ‘남’으로 구분하면 연락을 끊을 사람이었다.

박중운 팀장은 그런 신지운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다른 멤버와는 오랜만에 본다든지, 하는 짤막한 대화나마 나눴지만 신지운과는 꾸벅 인사하는 것으로 대화를 대신했다.

전통문화원에서 윷놀이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차로 향하던 신지운의 눈에, 민지호, 황새벽, 정해원이 탄 차를 확인 중인 박중운 팀장이 보였다. 신지운이 험악한 얼굴로 다가갔다.

“뭐 해요?”

그 말에 박중운 팀장이 고개를 들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아, 본부장님……. 아니, 강효준 대표님이 VMC 촬영 걱정된다고 하셔서요. 이춘형 이사가 벼르고 있어서.”

원래 박중운 팀장이 처음 퍼스트라이트와 일할 때는 신지운이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말을 편하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인이기도 하고, 몸도 그때보다 커져서 예전 같지 않았다.

싸움 잘하나? 당연히 잘하겠지. 저 체격에 싸움을 못 할 리가 없지……. 박중운 팀장은 생각했으나, 미리 스파이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저 적대적인 멤버에게 들켜놓지 않으면 차질이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성인이 되며 성질을 누르는 법을 알게 된 신지운이 박중운 팀장을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아무리 멍청해도 설마 자기 회사 촬영장에서 문제가 생기길 바라겠어요?”

“묻을 자신이 있는 거죠.”

신지운은 본인 부모가 법조인인데도 박중운 팀장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냥 혀를 한번 차더니 말했다.

“불안해서 이러고 어떻게 다녀요.”

“아, 그래서 일단은 여기 있는 스태프들 다 확인하고…….”

박중운 팀장이 바로 그 자리에서 있는 스태프들의 명단을 보여줬다. 연출, 작가팀부터 조명팀, 그리고 스태프들이 이동하는 차량 운전기사들까지 70명 남짓 되는 인원이었다. 여기에 퍼스트라이트 측 스태프들까지 합치면 엄청난 대인원이 뒤섞여 있었다.

다행히 박중운 팀장은 여기 오기 전에 VMC 측 직원 명단을 가지고 왔다.

“다 조심할 필요는 없고, 여기 작가팀 이 사람이랑 경호팀의 여기. 그리고 제일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이 직원이에요.”

신지운은 박중운 팀장이 별첨해놓은 이름을 확인했다. 앞에 70여 명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스태프를 박중운 팀장이 누구인지 확인해 둔 것이었다.

“예능국 사람이 아닌데 그냥 왔어요?”

“네. 그리고 경력 찾아보니까, 이춘형 수행비서였던 기간이 있더라고요.”

신지운은 자기도 모르게 욕을 뱉은 입을 한 손으로 틀어막았다.

어쩌면 진짜로 정해원을 해코지하러 사람을 붙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욕설을 참을 수 없었다.

“아니, 도대체 왜?”

“이춘형, 해원이 아니었으면 무난히 10년 안에 VMC 대표 됐을 거예요. 근데 주가 출렁이지, VMC 고문님이랑 싸워서 이기지 않으면 자리 날아가게 생겼잖아요. 화 많이 났어요.”

“지가 지랄해 놓고…….”

슬슬 다혈질인 성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도착한 정해원이 신지운의 등을 툭 쳤다.

“왜 욕해.”

“아, 욕 실컷 할 수 있는 배역 들어오면 좋겠다.”

“안 돼, 연기 그만해.”

정해원은 핀잔하고, 박중운 팀장이 확인해준 전 이춘형 수행비서의 얼굴을 확인했다. 평소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지 정해원은 어떻게 이 명단을 얻었으며, 언제 70여 명의 인적 사항을 다 확인했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박중운 팀장의 존재에 대해서 매우 심하게 적대감을 느끼던 신지운은 그 모습에 약간은 정해원이 전 매니저를 가까이하는 마음이 이해도 될 것 같았다.

* * *

“우와!”

숙소에 들어선 우리는 모두 감탄했다. 숙소는 드라마에 나오는 집 같았다. 한쪽 벽이 통창이라서 바다가 보이는 이 층짜리 숙소였다.

신지운이 소파가 보이자마자 쓰러져 누워버린 민지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 뭐야? 왜 이래? 원래대로면 이 층까지 열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애가 누워 있는데?”

그 말에 거실 소파조차 뺏긴 황새벽이 누울 자리를 보며 말했다.

“운전하면서 긴장 많이 했나 봐.”

“이제 쟤 시끄러우면 운전시키면 되겠다.”

신지운의 말에 민지호가 소파를 손으로 더듬거려 쿠션을 들더니 신지운에게 집어 던졌다. 신지운은 던진 쿠션을 받아서 황새벽에게 건네주고, 방황하던 황새벽이 만족하며 창가에 쿠션을 두고 누웠다. 그 흐름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서 보고 있던 멤버들이 낄낄거렸다.

나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한효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도 안 괜찮았구나, 물 급하게 마시는 걸 보니까.”

“고속도로 무서워서 죽을 뻔했어요.”

그 말에 안주원이 말했다.

“운전 잘만 하던데 뭘.”

“저는 잘하죠. 남들이 못하더라고요? 무슨 자신감으로 차를 끌고 고속도로에 나오는지?”

그치, 그 맘 알지. 나도 면허 따고 급하게 로드매니저 일에 투입됐을 때 저 생각 종종 했다. 나도 못하지만, 남들도 그렇게 운전을 잘 하진 않는구나…….

그렇게 막내즈의 둘이 교통 상황에 놀란 마음을 진정하는 사이에 박선재가 이 층까지 한 바퀴 돌아보고 와서 말했다.

“방 세 개야, 어떻게 나눌까?”

“막냉이 나랑 방 쓸까?”

“아, 해원이 형 편애 좀 하지 마요.”

“그럼 효식이 나랑 같은 방 쓸까?”

“아뇨, 형 너무 깔끔 떨어서 싫어요.”

“어쩌란 거냐, 이 자식아.”

우리는 두 명, 두 명, 세 명이 같은 방을 쓰기로 했고, 가위바위보로 같은 걸 낸 사람이 두 명인 팀부터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남는 셋이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고 나는 한효석과 같은 방, 안주원과 박선재, 황새벽이 신지운, 민지호와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나와 한효석은 제일 먼저 방을 고를 수 있게 돼서 잽싸게 짐을 챙겨 방을 골랐다. 나도 한효석도 넓은 것보다는 뷰가 좋은 곳이 좋아서 바다가 잘 보이는 방향에 짐을 풀었다.

나보고 깔끔 떤다고 했지만 동족 혐오다. 한효석은 비밀번호가 걸린 캐리어를 열어 바로바로 짐을 꺼내 정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기 짐을 다 빼더니 내 짐을 보며 말했다.

“형, 맥북 여기 들었어요?”

“응.”

내가 대답하자마자 한효석이 내 장비가 든 백팩을 자기 캐리어에 넣더니 비밀번호를 걸어 잠그고 벽장에 넣어버렸다. 내가 황당해하니까 한효석이 말했다.

“지금 새벽에 배낚시를 가야 하는데 장비를 왜 가져 와요.”

“혹시 모르잖아.”

“뭐가 혹시 몰라요. 안 돼요.”

우리 팀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효석은 존댓말만 하지, 사실 전혀 형을 공경하지 않는다.

“너보단 차라리 민조랑 박선재가 더 형 대우해 준다.”

“무슨 소리예요, 저 존댓말 하잖아요.”

“그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맥북은 마지막 날 돌려드릴게요.”

아, 작업하긴 틀렸다…….

그래도 이 장면이 나가면 햇살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드는 걸 보니 나도 진짜 연예인이 다 됐다, 싶었다.

어쨌든 다른 누구보다 한효석과 방을 같이 쓰는 건 마음이 편했다. 물론 내가 밤에 작업을 할 거면 잠자리가 딱 정돈되고, 조용하고, 어둡게 자야 하는 한효석이랑 안 맞겠지만 맥북도 뺏겼으니 더할 나위 없는 룸메이트였다.

방 밖으로 나가 보니 안주원과 박선재가 맞은편 방을 고르고 있었다.

“어, 야, 너네 둘이 룸메야?”

내가 물어보는 사이 밖으로 나온 한효석이 말했다.

“새벽이 형 망했네.”

다행히 나와 한효석은 뷰가 좋고 작은 방을 고르고, 안주원과 박선재도 우리 팀에서 제일 착한 녀석들이라 큰 방은 세 명이 자게 될 멤버들을 위해 남겨줬다. 그래서 방은 큰데, 황새벽이 그 방에서 신지운과 민지호가 함께 방을 쓰게 됐다.

이미 2층 계단으로 올라오는 황새벽의 얼굴이 절망적이었고, 신지운과 민지호가 앞뒤에서 떠들고 있었다.

“침대 내가 쓸 거야!”

“아, 내가 쓸 거라고!”

“저리 가!”

“아, 새벽이 형, 민지호가.”

“형이 애기냐? 이르게?”

“너도 맨날 형들한테 이르잖아!”

“나는 애긴데?”

“우리 중에 애기가 어디 있어.”

“햇살이들이 애기랬어!”

“야, 햇살이들은 나도 애기랬어.”

황새벽이 계단 하나 올라오다가 10년 정도 늙은 얼굴로 다른 두 방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혹시 나 좀 재워줄 수 있니. 웅크리고 잘게. 맨바닥에서 패딩 덮고 잘게.”

그리고 우리 넷은 황새벽의 등을 토닥토닥하고 민지호와 신지운이 함께 쓸 방으로 쫓아냈다. 안됐지만 내기는 내기니까…….

나는 황새벽을 밀어낸 후 한효석에게 말했다.

“이제 잘 때 되면 백퍼 베개 싸움한다, 쟤네.”

“아, 새벽이 형 너무 힘들겠는데.”

“불쌍하면 방을 바꿔줘.”

“그럼 제가 불쌍해져요.”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나랑 방 써서 좋지?”

“형 저 망아지들이랑 비교해서 이기면 좋아요?”

“어, 좋다. 빨리 나랑 방 써서 좋다고 해.”

“와, 너무 좋아요.”

나는 엎드려 절 받고 히히 웃었다.

짐을 풀고 우리는 바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퍼스트라이트가 많이 먹는다고 소문이 났는지, 냉장고마다 식재료로 가득했다. 고기, 각종 라면에 캠핑 좋아하는 05즈가 애들이 좋아할 거라고 따로 부탁한 소시지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 멤버들이 잘 먹었다. 나를 포함해서. 허허. 구운 소시지 맛있다…….

그렇게 첫날 저녁을 우리끼리 해결하고, 내일 새벽 다섯 시 반 출항을 위해 일찌감치 드러누웠다.

* * *

방에 들어가자마자 정해원의 예상대로 신지운과 민지호는 베개 싸움을 하며 방을 뛰어다녔다. 지친 황새벽은 동생들이 뛰어다니며 자길 밟고 다니거나 말거나 필사적으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얘들아, 자자…… 자자고…….”

황새벽의 힘없는 목소리는 신지운과 민지호가 낄낄거리며 뛰어다니는 소리에 파묻혔다. 평소에는 숙소가 아파트라 뛰어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기회가 왔다는 듯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지운아…… 지호야…… 제발 자라…….”

그렇게 몇 번 타이르던 황새벽은 드디어 못 견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갑내기가 있는 정해원과 한효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바른 생활을 하는 한효석은 이미 잠들고, 야행성인 정해원은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정해원이 자기 자리를 툭툭 쳤다.

“빨리 자.”

“어.”

황새벽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가 안도하고 잠을 청하더니 말했다.

“아니, 근데 또 왜 내가 나오니까 조용하냐, 저 망아지들.”

“어, 쟤네 원래 보호자가 있어야 날뛰잖아.”

“야, 육아 너무 힘들다…….”

그 말에 정해원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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