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71화 (271/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71화

황새벽이 못 견디고 떠난 후, 민지호와 신지운은 보호자가 없으니 흥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반성도 하는 의미에서 조용히 잠을 청했다.

그러다가 민지호가 슬금슬금 신지운의 이불 쪽으로 공포 영화 사운드트랙을 튼 핸드폰을 밀어 넣었다.

신지운은 핸드폰을 꺼버리고 잠깐 조용하다가 자기 핸드폰으로 방금 사운드트랙의 공포 영화에서 한 장면을 틀어 민지호의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둘이 무서운 효과음이나 음악을 번갈아 틀다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민지호가 말했다.

“형아, 나 무서워…….”

“아, 그니까 이런 거 왜 틀어.”

“형도 무섭지?”

“너무 무섭다…….”

두 사람은 말하다가 바닷바람에 커튼 흔들리는 소리에 후다닥 돌아봤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났다. 민지호가 말했다.

“이건 겁쟁이 둘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야.”

“어, 내 말이.”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신지운은 안주원과 박선재가 있는 방으로, 민지호는 다른 한 방으로 들어갔다.

황새벽이 잠결에 멤버들이 움직이는 걸 알고 깨서 물었다.

“민지호, 왜…….”

“지운이 형이랑 무서운 음악 틀어놨더니 무서워어…….”

황새벽은 어이없이 한효석을 옆으로 좀 치우고 냉큼 눕는 민지호를 보다가, 만사가 귀찮아 그냥 다시 잠을 청했다.

* * *

새벽 네 시.

나는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깨서, 알람을 껐다.

“…….”

굳이 제일 큰 방을 비워놓고 여기 옹기종기 모여 자는 게 참, 어이가 없다.

근데 또, 혼자 잘 때보다 이렇게 비좁게 자니까 더 꿀잠을 잔 나도 어이가 없었다.

나는 조심조심 방을 나왔다.

안주원과 신지운은 이미 둘 다 이미 자기 장비를 챙겨서 1층에 모여 있었다. 신지운이 내 옷을 보고 말했다.

“미쳤냐, 얼어 뒤져.”

“지금 4월인데? 그리고 내가 가져온 옷 중에서 이게 두꺼워.”

내가 청재킷을 펄럭거리며 말하니까 신지운이 하 한숨 쉬더니 두꺼운 겉옷을 나에게 빌려줬다. 나는 신지운이 준 겉옷을 입으며 물었다.

“지금 이렇게 두꺼운 거 입어? 나 놀리는 거 아냐?”

“뭘 놀려. 바다 춥다니까. 추위도 엄청 타면서 준비를 안 해.”

나름 조용히 한다고 조용히 대화했는데, 멤버 나가는 소리에는 귀신같이 깨는 황새벽이 일어나서 배웅을 나왔다. 황새벽이 하품을 하더니 힘이 없어 기둥에 이마를 기대고 말했다.

“회…….”

“응, 뭐 좀 잡히면 저녁에 먹자. 새벽아, 다시 들어가. 너희도 금방 갯벌 나가야 되잖아.”

“조개…….”

“어, 형, 조개 많이 캐와.”

“그…….”

“갯가재? 맛있지.”

한 단어씩 말하는데 다 대화가 통한다. 우리가 오래 같이 살긴 했나 보다. 가끔은 진짜 가족만큼, 이 녀석들이 내 가족 같다.

황새벽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나와서 우리는 배에 탔다.

배 이름은 임모탈 3호였다. 겁나 멋진 이름이다. 파란 배에 주황색 글씨로 쓰여 있었다.

날씨도 꽤 괜찮아 보이고, 파도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청자켓을 입고 나왔으면 얼어 죽을 뻔했다. 출발도 하기 전부터 너무 추웠다.

배에 타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스파이가 말한 그 위험인물이 있었다. VMC 직원이자, 이춘형의 전 수행비서. 덩치가 엄청 큰 데다 팔에 문신이 있었다.

저 사람과 같이 배에 타면 안 된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저 사람을 어떻게 배에 못 타게 해?”

“그러게 말이다…….”

신지운도 똑같은 생각을 하며 나에게 묻는 사이, 배에 타기 전에 스파이가 선장과 함께 이야기하는 게 보였다.

저기 가서 저렇게 옛날부터 알던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다. 나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스파이에게 말했다.

“형 진짜 신기하다. 우리랑 일할 땐 내성적이었잖아?”

“지금도 내성적이지.”

“처음 보는 선장님이랑 그렇게 금방 친해지는데 뭐가 내성적이야.”

내 말에 스파이가 쑥스러워하며 대꾸했다.

“그게…… 연기라고 생각하면 괜찮더라고.”

“…….”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 되니까…….”

스템아. 이 사람이 진짜 위험인물 아니니. 이 사람한테야 말로 주의 띄워야 하는 거 아니야? 필요하면 인격도 갈아치우는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데 그렇게 스파이와 친해진 선장이 그 위험 인물에게 배에 타지 말라고 하는 게 보였다.

“안 돼, 와이프가 임신하면 낚싯배 안 타는 게 낫지.”

“아니, 저 낚시 안 할 거예요, 선장님.”

“아, 낚싯배 타는 것도 애한테 안 좋다니까.”

스파이는 아마 선장에게, 저 위험인물의 아내가 임신 중이라고 알려준 것 같다.

아마 임신한 본인이나, 남편은 웬만하면 낚시를 안 하는 미신이 있나 보다. 저 사람 부인이 임신한 건 아마 X스타그램 같은 곳에서 알았을 거다. 가급적 SNS에 개인정보를 안 올려야겠다. 스파이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내 개인정보, 검색하면 대부분 나오겠지만…….

아무튼 배에서는 선장이 법이니까, 그 위험인물은 배에 못 탔다. 배에 타려고 선장과 싸우려 든 게 더 선장 기분을 나쁘게 한 것 같았다. 저렇게까지 타려고 했다는 게 으스스했다.

아니, 뭐하려고 그랬는데…….

그리고 정확히 다섯 시 반. 임모탈 3호가 출발했다.

나는 평소에 멀미가 아주 없는 편도, 그렇다고 심한 편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배를 타고 좀 나가자마자 바다가 심하게 출렁거리기 시작했고, 선장을 빼고 전원 멀미로 쓰러졌다.

다들 멀미약을 먹고 왔는데도 잦은 파도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나도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도 6시 3분. 딱 일출 시간에 배 위에서 해가 뜨는 걸 보는 건 좋았다.

가는 내내 나는 멤버들과 스파이에게 낚시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셋이 동시에 잔소리하니까 머릿속에 남은 건 별로 없었다.

아무튼 선장님이 자리를 잡아준 후, 우리는 낚싯대를 내렸다. 내가 세월을 낚는 사이에 멤버들이 골고루 뭔가를 잡았다.

나는 낚시에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멤버들이 잡은 걸 구경했다.

“쭈어나, 이거 뭐야?”

“볼락.”

“이거는?”

“볼락.”

“아, 진짜? 이게 더 큰데?”

“신지운도 크지만 인간이잖아.”

“하긴.”

그러고 앞담화 하고 있으니까 신지운이 나에게 한소리 했다.

“형 좀 가라. 귀찮아.”

“너네가 너무 낚시만 하잖아. 이거 예능이야.”

“그건 그렇지…….”

“이 형이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오디오 채우고 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는 두 사람 인터뷰도 했다.

“낚시 경력 좀 말해주세요. 첫 낚시가 언제인가요.”

“아, 저는 여덟 살 때 아버지랑 같이 다녀왔습니다.”

“지운 씨는요.”

“나는 스무 살 돼서 면허 따고 안주원이 데려가 줘서. 우리 아버지랑은 여행도 가본 적이 없다니까.”

“첫 물고기가 뭐였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복어요.”

“어, 나도.”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나서, 나도 자리로 돌아와 볼락 한 마리를 잡았는데 작아서 스파이가 바로 꺼내서 놔줬다.

한 마리를 잡고 나니 낚시에 흥미가 좀 생겼지만, 낚시에 집중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스태프들이 전부 멀미 기운이 남아서 기진맥진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젊은 우리만 팔팔하게 낚시를 하는 중이라, 나는 의무감을 가지고 더더욱 오디오를 채우고 다녔다.

“해원 씨, 미안해. 이렇게 맡겨놓을 일이 아닌…….”

피디가 그렇게 말하다가 배 밖으로 헛구역질을 했다. 이제 다 토해서 토할 것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배를 여기저기 다녔다.

멀미로 쓰러진 피디도 찍고, 중간에 선장도 인터뷰하고, 뭐 얻어먹을 거리가 있나 알짱거리는 갈매기도 찍었다. 편집하실 때 고생하시겠지만 일단 뭐라도 소스를 만들어 놓기로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렸다.

“어어!”

나는 무심코 카메라를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라, 안정적인 자세로 넘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넘어지면서 카메라를 지키느라 발목을 삐었다.

“……아.”

삐끗한 게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민망한 게 훨씬 더 컸다. 나는 못 일어나고 그대로 배 바닥에 엎드려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몇 초 걱정하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나는 카메라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저 넘어지는 거 찍었어요?”

“어떡해, 찍었는데…….”

“아니에요, 잘됐어요. 웃긴 거 하나 건졌겠네요…….”

나는 민망해서 일어날 수가 없었고, 카메라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까 안주원과 신지운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성질을 냈다.

“사람이 넘어졌는데 찍고 있냐?”

“웃기잖아.”

“괜찮아?”

같이 사진을 찍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좀 착한 안주원이 일으켜주며 물었다. 발을 디뎌보고 내가 대답했다.

“약간 삔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연출진은 엄청 친절한 것에 비해,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내 생각에 연출진 입장에서 VMC 대가리가 누가 될지 모르는데 퍼스트라이트와 아주 친해지기도 좀 그렇고, 혹시 잘 될 수도 있으니까 막 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내가 넘어지니까 연출진이 크게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스파이도 자기가 똑바로 못 봤다고 생각했는지 엄청 표정이 굳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 위험 요소는 스파이가 배 타기 전에 알아서 제거했다. 이건 내가 알아서 넘어진 거고.

나름으로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했지만, 그래도 출연진이 다치니까 예능팀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카메라가 뭐가 중요해, 안 다쳐야지.”

“발목 말고 다른 데는? 괜찮아요?”

“해원 씨, 이따가 레일바이크는 다른 멤버분들한테 얹혀 가야겠다.”

“어, 오히려 좋네요?”

“좋긴 뭐가 좋아!”

그래도 좀 좋은 건 그렇게 벽이 느껴지던 예능팀이 훨씬 더 친근해졌다는 거였다. 뭐가 되었든 관심받는다고 좋아하는 걸 보니 애정결핍이 분명하다……. 허허.

그나저나 이따가 레일바이크를 타야 하니까, 지금 다친 게 오히려 이득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시스템이 경고창을 띄운 것 같았으니까.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시 낚시를 시작했을 때, 내내 안 움직이던 낚싯대가 팽팽해졌다.

“어! 중운이 형! 피디님! 멤버들! 선장님!”

나는 배에 탄 사람들을 죄다 불렀다. 뭔가 엄청 무거운 게 걸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거 잡나? 큰 볼락?

그렇게 생각하는데 전혀 예상 못 한 게 올라왔다.

“어? 저거 뭐야?”

내가 물어보니까 옆에서 도와주던 박중운 팀장이 말했다.

“문어네.”

“오.”

“어? 문어?”

문어 소리에 촬영팀도, 신지운과 안주원도 우리 쪽으로 왔다. 진짜로 문어가 잡혀 올라왔다.

낚싯대가 문어 낚싯대가 아니라서 떨어뜨릴까 봐 배에 모든 사람이 조심하라고 소리치고 난리였다.

“낚싯대 높이 들어야지! 붙을 곳 있으면 떨어져!”

“선장님! 저거 문어 맞아요? 낙지 아니에요?”

“아이, 낙지랑 문어도 구분을 못 해?”

“아, 형! 더 높이 들라고!”

어우, 정신없어…….

볼락 잡으러 나온 배에서 문어 잡은 게 재미있는 일인가 보다. 너도나도 훈수를 두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문어가 잡혀 올라왔고, 예능팀, 피디는 좋은 장면이 나왔다고 흥분해 있었다.

이런 게 초심자의 운인가 보다. 히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