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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73화 (27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73화

VVV엔터 4본부의 소속 아이돌, 카일룸의 활동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다음 달에는 클라루스가 컴백하지, 그 직후에 월드컵이지, 하니 기획사마다 이 4월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앨범을 뽑아내고 있었다. 음악방송을 하러 가보면 별들의 전쟁이 따로 없었다.

거기 끼어서, 박 터지는 시기에 활동을 해본 것도 카일룸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강효준 대표는 생각했다.

아무튼 빡센 활동이 끝났으니 드러누워서 잠깐이라도 좀 자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보이드 엔터의 정해원이 사고를 치고 있었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강영호 매니저의 전화를 받은 강효준 대표가 미간을 좁혔다. 강영호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레일바이크는 일단 혼자 타겠대요, 해원이가.

“……어어?”

강효준 대표가 이해가 안 돼서 되묻자 강영호 매니저가 바로 동조했다.

-저도 황당한데, 해코지할 생각이 있는 놈이면, 현장에서 잡아야 된다고 하니까…… 해원이가 좀 말을 잘하잖아요. 반박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보냈어?”

-예, 이제 촬영 들어가요.

“소속 아티스트한테 욕하면 안 되지?”

-걱정돼서 하는 거니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표님.

춤추는 놈이 발목을 다쳤으면 기겁해서 어디 드러누워 있어야지,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끔 보면 머리가 좋은 것 같은데, 이럴 때 보면 세상 저렇게 멍청한 놈이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또 말은 잘해서, 옆 사람들이 다 그런가? 하고 동조 중인 모양이었다.

강효준은 전화 도중 휴게소를 힐끔 봤다. 우동 다섯 그릇 정도 때리고 내려가고 싶은데, 바로 레일바이크를 탄다니 그럴 시간이 없었다.

“영호야, 먹을 거 있니.”

-먹을 거 많아요. 주원이랑 지운이가 볼락을 진짜 많이 잡았어요. 그리고 걔네 둘 다 회 잘 뜨잖아요. 우리 직원들 다 먹인대요. 그만큼 잡았어요.

“그래…….”

회를 먹자.

소속 아이돌이 컴백할 때는 금주를 하는 게 강효준 혼자만의 철칙이었다. 그래서 거의 3주째 술을 못 마셨기 때문에, 술잔 비슷한 것만 봐도 눈이 돌아가는 상태였다.

거기 가면 회에 소주를 할 수 있었다.

강효준은 인내를 가지고 다시 차에 탔다. 아무래도 밥보다는 아티스트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 * *

혼자 타는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팀은 내 최애 둘인 박선재와 안주원, 망아지즈 민지호와 신지운, 그리고 어사즈 둘, 한효석과 황새벽이었다.

제작진은 둘이 어색한 사이라는 걸 미리 알고 왔었는지, 이렇게 팀이 된 걸 특히 좋아했다.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조합이 만들어진 걸 보니, 게임 단계에서 뭔가 조작이 있는 것 같다.

예상대로 신지운과 민지호는 타자마자 말했다.

“아자몽, 우리가 일등 하자!”

“내가 타이머 맞춰놓을 테니까 시작하면 밟아.”

“쪼아!”

둘이 같이 있으면 망아지력이 두 배가 되는 놈들이다. 둘이 낄낄거리며 저러고 있는 걸 보다가 내가 옆에 있던 한효석에게 말했다.

“신지운은 민조 없을 때는 시크한데 둘이 있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더라.”

“민지호도 자기 귀여워해 줄 사람 없으면 어른 된다니까요.”

“에이, 그건 아니지.”

“형, 진짜로 진짜예요. 속고 있다니까요?”

그러는 사이에 박선재와 안주원은 출발도 느긋하게 하며 풍경을 찍고 있었다.

“형들, 여기 너무 좋다. 역시 사람이 자연 속에서 살아야 돼.”

올해 스무 살이 된 박선재가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해서 멤버들이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렇게 있다가 곧 어사즈도 출발할 때가 되어 레일바이크에 탔다. 한효석도 황새벽도 서로를 엄청 불편해하는 게 느껴졌다.

“형 체력 없으니까 좀 쉬셔도 돼요.”

“그럴 수는 없지…….”

그러고 서로 할 말이 없는지 조용해졌다.

그 어색함을 남은 멤버들이 주먹을 쥐고 긴장하며 보는 사이 두 사람이 탄 레일바이크도 멀어지고, 내 최애 둘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외롭게 레일바이크에 탔다.

다행히 내가 밟지 않아도 레일바이크는 곧잘 갔다. 레일바이크 운행시간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에 우리 촬영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에, 급하게 갈 필요도 없었다. 출발한 곳을 벗어나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모래사장과 바다가 보였다.

“우와, 바다 예쁘다.”

코스는 원래 50분 정도 거리라는데, 나는 느긋하게 갔기 때문에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것 같다. 그래도 하나도 시간이 길지 않았다.

혼자 가도 너무 말을 안 하면 방송에 안 나올 것 같아서 나는 카메라를 들고 혼자 열심히 까불었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스파이에게 문자가 왔다.

[스파이 : 해원아 위험인물이 레일바이크 카페에 있어]

[스파이 : 근데 그 사람 전과 있더라]

이춘형 이놈 아주 작정을 했구나……. 이거 은근 쫄린다.

[다른 매니저 형이랑 시큐리티 형들이 따라오면 들키니까 형만 와줘]

그렇게 보내고 나니까 멈칫하게 됐다. 전과도 있다는데 스파이, 너무 위험한 일 시키나?

좀 미안해서 내가 한 말을 취소하려는데 스파이가 답을 보냈다.

[스파이 : 그럴게]

[스파이 : 설렌다]

[스파이 : 아니야 흥분하지 않을게 침착하게 따라갈게]

스템아. 진짜 이 사람이 위험인물이 아니야……? 전과자 미행이 설렌다는데? 이거 맞아?

황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신나 하는 모습에 안심하며 나는 1인 방송을 이어갔다.

레일바이크 타는 것만 50분이 걸리는데 아무 미션이 없을 리 없었다. 예능이니까. 나는 중간중간에 내려서 미션을 했다. 제작진들이 중간에 NPC처럼 미션을 내줬다.

그렇게 촬영을 하다 보니 해가 졌다. 그리고 누가 봐도, 공포 미션을 위해 준비된 레일바이크 카페 앞에 섰다.

나는 거기서 기다리던 NPC…… 아니, 제작진에게 물었다.

“민조랑 신지운네 어땠어요? 걔네 진짜 겁쟁이들인데.”

“너무 오래 걸려서 어사즈가 한참 뒤에 도착했는데 밖에서 기다렸어요.”

그럴 만하다. 자기들끼리 무서운 음악 틀어놨다가 무서워서 못 자고 튀어나온 놈들이니까. 그 뒤에 어사즈는…… 어색하게 기다리고 있었겠구만. 허허.

나는 겁이 없는 편이지만 여기서는 별수 없었다. 여기에 진짜 칼 든 놈이 있다는 게 공포다.

나는 조심해서 레일바이크 카페에 들어갔다.

긴장해 있으니까 평소엔 안 놀랄 오르골 소리에 움찔움찔했다.

“아, 음악 왜 이렇게 무서워.”

평소엔 이런 컨텐츠에서 하도 겁을 안 먹어서, 연기라도 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진짜로 쫄렸다. 눈에 안 보이는 건 안 무섭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칼 든 전과자는 무섭다. 안 무서우면 그게 미친놈이지…… 어, 잠깐만. 스파이가 설렌다고 했는데……. 하긴, 박중운 팀장이 미친놈인 게 하루이틀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납득하며 걸음을 옮겼다.

방탈출의 형식으로 만들어놓은 레일바이크 카페는 여기서 분량을 뽑겠다는 의지가 가득해 보였다.

복도를 걷는데 벽에 걸린 거울이 보였다. 거울을 보니까 내 뒤에 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놀라서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거울에 뭔가 장치를 해놨나 보다. 드럽게 무섭네…….

나는 생각하며 거울을 손으로 만져봤다. 역시 장치가 되어 있어서, 뒤에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은 부분을 만지니까 바로 옆에 뻐꾸기시계가 울렸다.

“우와씨…….”

씨는 삐 처리 해주시겠지? 여기서 안 놀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 정도 욕도 안 하면 그게 사람인가?

나는 생각하며 뻐꾸기시계의 뻐꾸기가 물고 있는 열쇠를 받았다. 쫄보즈 둘은 아마 여기에서 한세월 보냈을 거다. 안 봐도 뻔하다.

복도 끝에 문이 있었다.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나는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 카메라가 이렇게 많은데 뭘 어떻게 하려고, 싶었다. 그런데 카페 안을 보니까 로스팅 기계가 있는 방이 있었다.

저기구나 예상이 됐다. 좁은 공간이니까 사고가 나도 어느 정도 사고라고 우길 수 있겠지…….

그리고 아마, 저 안의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망가뜨렸을 거다.

나는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카메라 플래시를 켜는 척하고 카메라도 켰다. 그 후에 좁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것 빼고는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 곳에서 미션을 처리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예상대로 앞에 그 위험인물, 이춘형의 전 수행비서가 있었다.

“어, 싸이코다.”

히치콕의 싸이코 속 인물, 노먼 베이츠를 오마주한 분장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무섭기보다 좀 웃겼다. 그러다가 다시 웃음이 사라졌다.

“……우리 멤버들 들어왔을 때도 있었어?”

그랬으면? 우리 멤버들이 다쳤을 수도 있잖아?

그런 생각에 섬뜩해졌다. 아무튼 칼을 들고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돌아서서 그냥 나가려고 하니까 예상대로 내 어깨를 잡고 확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가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이, 칼로 내 얼굴을 그으려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칼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나보다 먼저 누가 노먼 베이츠의 팔을 잡았다.

스파이인가, 싶었는데 덩치를 보니 강효준이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당연히 칼 든 놈을 욕하는 줄 알았는데, 날 보며 욕을 하고 있었다. 아니, 왜. 억울하네?

그사이 밖에서 기다리던 스파이가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불을 켜줘서, 열어둔 문으로 여기, 이 좁은 방까지 불이 들어왔다. 이춘형의 전 수행비서는 팔이 꺾여서 어어어, 하다가 아프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아, 뭐 하시는 거예요, 연기인데!”

“연기? 쟤 손 안 보여?”

강효준이 말해서 나도 뒤늦게 내 손을 보니까, 칼을 잡으려다가 베서 피가 나고 있었다.

정말로, 저 칼에 맞을 뻔했다는 생각에 내가 미친놈 잡으려고 또라이짓을 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마터면 저 새끼가 우리 멤버들을.

안에서 비명이 들리고, 소란이 일어나니까 밖에 있던 제작진들이 웅성거리며 무슨 일이냐고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금방 경찰이 오고, 나는 내가 찍은 영상을 넘겨줬다. 어두워서 잘 찍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칼도 증거물로 수집해 갔다. 제작진이 원래 제공했던 가짜 칼도 함께.

나는 손도 발목도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강영호 매니저와 바로 병원으로 갔다.

뒷일은 일단, 강효준 대표에게 맡기고 나는 한 손으로 열심히 멤버들에게 톡을 보냈다.

[회 먹지 마]

[나 기다려]

[너희끼리 놀지 마]

그렇게 보내니까 바로 답이 왔다.

[효식♥ : 형 딱히 걱정 안 할 테니까 한 손으로 톡 안 보내도 돼요]

[응…….]

나는 별수 없이 핸드폰을 치우고, 강영호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드러누웠다. 강 대표에게 욕은 먹었지만 솔직히, 손가락 좀 다치고 위험인물을 치워 버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 *

“X발.”

강효준은 엔터 업계에 들어온 이후에, 소속사 아티스트가 칼로 위협당하는 장면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사주한 게 자기 사촌 형인 상황은…….

제일 큰 문제는, 칼 든 놈을 잡으려고 직접 그 칼 든 놈과 대면하는 미친놈이 소속 아티스트라는 사실이었다.

라이터를 켜야 하는데 손이 떨려서 헛손질하고 있었다. 이게 실제로 일어난 상황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박중운 팀장이 미리 위험인물을 파악하지 않았으면, 소속 아티스트 얼굴에 영구한 상처가 날 뻔했다.

겨우 불을 붙여서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은 후에, 이춘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을 해도 안 받아서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걸었다.

그 짓을 계속하니까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이춘형이 말을 하기도 전에 강효준이 말했다.

“야.”

-야? 너 지금 야라고 했냐? 뭐 이런 싸가지없는 새끼가…….

“이건 아니지. 칼을 들려서 보내? 넌 네가 뭐, 법 위에 있는 줄 알지?”

-실제로 그렇잖아.

“아니지. 법 위에 있는 건 우리 할아버지들이지. 우린 할아버지가 팽하면 X도 아닌 거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너 어떻게든 감옥 보낼 거라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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