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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76화 (276/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76화

[해원 : 햇살이들 저 발목 삐었어요…….]

어차피 햇살이들도 알게 될 테니 이실직고했다.

너무 자주 다치는 기분이라 올릴 때도 민망하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나중에 방송으로 알게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미리 우는 이모티콘을 붙여가며 셀카를 올렸더니 예상대로 엄청 걱정을 했다.

[해원 : 스포라서 어디서 다쳤는지는 말 못하는데 혼자 넘어졌어요…….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너무 부끄러워서 한참 못 일어났어요ㅜㅜ]

[해원 : 몽복즈가 사진 찍었으니까 스포 아니게 되면 올릴게요]

그렇게 올렸더니 햇살이들이 공감해주면서, 본인들 넘어졌을 때 경험담을 말해줬다.

몽복즈는…… 솔직히 나는 그놈들의 과일 컨셉이 납득도 안 가고, 인정할 수 없지만 햇살이들이 좋아하면 해줄 수 있다.

그렇게 햇살이들에게 다친 걸 털어놓고 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는 다시 모니터를 보다가, 양이형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 근데 요즘 이상해.”

“왜?”

“요즘 회사도 멤버들도 일하지 말란 말을 안 한다……. 평소엔 얼마나 잔소리해. 맨날 형도 같이 욕먹었잖아, 똑같은 놈들이라고.”

나의 심각한 질문에 양이형이 말했다.

“어쩌라고.”

“섭섭해…….”

“아, 피곤한 새끼야. 팬미팅 연습이나 해.”

“알았어, 알았어.”

나는 말하고 다시 안무 영상을 확인했다.

연습을 못 하니 눈으로라도 계속 팬미팅 안무 동작을 훑고 있었다. 안무팀에서 만들어준 시안을 보고 또 봤다. 몸으로 익히지 않으니 연습하는 기분이 안 났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다. 연습을 빠져야 하니까, 머리로라도 외웠다.

그렇게 준비하는데 양이형이 물었다.

“근데 너 집 안 사냐?”

“집? 형이 샀는데 내가 왜 사.”

“야, 내가 사는 거랑 뭔 상관이야.”

“나 형네 얹혀살 건데.”

“야 이 또라이 새끼야.”

“왜? 형 나랑 같이 안 살아?”

“살겠냐?”

양이형은 내가 정색하니까 진짜 얹혀살까 봐 겁을 냈다. 히히.

양이형은 얼마 전에 월세 생활을 청산하고 집을 샀다. 집을 사자마자 놀러 갔는데 한강이 보이고 꽤 넓었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엄청 가까워서 일하다가 편하게 자고 싶으면 양이형네 집에 가서 자고 있었다. 이미 빈대 붙고 있기 때문에, 나는 더욱 뻔뻔해졌다.

“나 얹혀살라고 회사 가까운데 산 거잖아.”

“나도 여기서 일해서 가까운 곳 산 거야, 이 새끼야.”

양이형이 어이없어하며 말을 이었다.

“넌 얼마를 벌었을 텐데 집을 안 사. 준재벌 아니야? 네 곡 빌보드 핫백에 몇 주를 붙어 있는데.”

“그래? 나 돈 많아?”

많긴 하다. 이제 슬슬 내 대출이 무섭지 않을 정도로는 돈이 모였다. 집을 보러 다녀야 되나, 싶은데 그것도 시간과 체력이 든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당분간 숙소에서 벗어날 생각도 없는데 집이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나는 팔짱을 끼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난 어차피 우리 숙소에서 살 거니까 집 필요 없어.”

“그래도 좀 하나 사놔. 혼자 있고 싶을 때 있을 거 아냐.”

“그럴 때 없는데? 인간이 더불어 살아야지, 왜 혼자 있고 싶어. 그리고 어차피 나 작업실 있는데 뭐.”

“멤버들도 언젠가 숙소 나갈 거 아니야.”

“그럼 나 혼자 못 사니까 형네 집 방 한 칸 줘.”

“절대 안 돼.”

“아, 왜에.”

“혹시 결혼하면 와이프가 된다고 하겠냐?”

“나 진짜 구석에서 얌전히 살게. 내가 집안일도 하고, 형네 애기들이랑도 놀아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게.”

“잠깐만, 그럼 좀 생각해 보자.”

혼자 사는 건 안 되겠으니까 얹혀살 곳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다 얹혀살게 안 해주면 멤버들이나 양이형 바로 옆집을 사야지…….

그렇게 인생의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밑밥을 깔고 나서, 나는 생각난 김에 잠깐 내 은행 계좌를 열어서 확인했다. 옆에 와서 확인한 양이형이 내 등을 퍽 때렸다.

“야이씨, 누가 계좌에 돈을 저렇게 넣어놔.”

“아니, 여기저기 나눠서 들어오니까…… 그리고 너무 많이 들어와.”

“와, 여기다가 혹시 진짜로 보이드가 브삼 사면, 완전 날아가는 거 아니야? 대주주잖아.”

“효준이 형네 할아버지가 투자 왕창 하면 소주주 되는 거지.”

“야, 소주주여도 주식 가치가 달라지는 건데.”

하긴 그것도 그런가…….

나는 생각하면서 다시 이게 가능한 일인가를 염두에 둬보았다.

강효준은 보이드 엔터가 VVV엔터를 사려고 한다는 걸 알면, 이춘형을 비롯한 VMC 측에서 어떻게든 주가를 올리려고 갖은 수를 쓸 거라고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말할 것도 없이 클라루스의 이번 5월 활동의 성공, 그리고 재계약이었다. 강효준은 드러내고 말은 안 했지만, 솔직히 지금 보이드 엔터 입장에서는 클라루스 5월 활동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주가가 얽히면 그렇게 이해관계가 얽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래서 이춘형도 그렇게 국선아를 쥐어짰지. 내가 특별히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던 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눈으로 안무를 최대한 따고 나서, 다시 작곡 시퀀서를 띄우며 말했다.

“이번 앨범 무조건 잘 돼야 해서 다들 쉬라고 안 하나 봐.”

나는 나 편한 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춘형의 전 수행비서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조용해서, 거기에 대해서도 별로 걱정이 들지 않았다.

다시 작업을 하다가, 회의 겸, 팬미팅 VCR 작업도 끝났다고 해서 신나게 달려갔다. 물론 달리지는 못하고 목발에 의지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이동했다.

회의실에 도착해서, 멤버들과 함께 팬미팅 VCR을 봤다.

콘서트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음악, 쌓아온 서사를 가장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면, 팬미팅은 콘서트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들을 보여줘야 하는 거라고 우리 멤버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팬미팅 회의는 콘서트와 다른 의미로 엄청 시끌벅적했다.

팬미팅의 큰 틀은 잡혔기 때문에, 이제는 세부적인 제스처나 멘트 같은 것들에 대한 디테일 회의가 이어졌다.

퍼스트라이트도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할 정도로 활동한 것 같은데, 멤버들은 여전히 팬미팅에 관해서 뭐 하나라도 더 의견을 내려 한다.

멤버들의 인터뷰들을 보면, 평소 대화할 때는 몰랐던 팀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곤 했다.

어느 매거진에서, 우리는 일곱 명이 다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Q : 다시 태어나도 아이돌이 되고 싶으세요?]

그리고 우리 일곱 명은 다 거의 비슷한 대답을 했다.

[A : 네. 특히 퍼스트라이트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 대답은 햇살이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 중 하나가 되었다.

“아, 빨리 팬미팅해서 햇살이들 보고 싶다.”

내 말에 멤버들이 날 봤다. 다친 거나 빨리 낫고 말하라고 할까 봐 긴장했는데 다행히 민지호가 먼저 소리쳤다.

“나도 빨리 햇살이들 보고 싶어! 해원이 형, 시간 빨리 가게 해줘!”

“또 어려운 거 시키네.”

우리의 대화에 멤버들과 직원들이 흐흐 웃었다.

회의가 끝나고 연습실에서 가서 잠깐 멤버들이 연습하는 걸 봤는데, 내가 없는 대형을 보고 있는 게 너무 괴로웠다. 내 자리에는 댄서 한 명이 대신 서 있었다.

나는 발목을 조금 움직여 봤다. 내 생각엔 얼추 괜찮은 것 같은데 병원에서는 뛰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도 무대를 잘하려면 다친 발목 가지고는 안 되니까. 나는 춤추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나 춤 엄청 좋아했네.”

나는 혼자 깨닫고 중얼거렸다. 내가 이렇게 춤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내 말을 들었는지, 안무를 하던 민지호가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렇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고, 다시 앞을 보는 동작까지 전부 춤의 연속이었다. 사실 다시 태어나면 민지호로 태어나고 싶다. 허허.

정말로 빨리 회복해서, 빨리 춤을 추고 싶었다.

* * *

이춘형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였다.

정해원은 얼굴을 다치지 않았고, 정작 자기가 보낸 놈은 잡혀갔다.

“무조건 모른다고 하라고 해. 아니라고. 하, X발 일을 X같이 해가지고…….”

이춘형이 변호사의 전화를 끊어버리고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기사는 어떻게 잘 틀어막았다. 한 군데 기사를 올린 곳이 있긴 하지만, 거기도 후속 기사를 내지 못하도록 잘 조치를 취했다.

스트레스로 연일 머리통이 뜨끈뜨끈했다.

아쉽긴 하지만 이번 일은 이미 다 끝났으니 별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런 것 말고도 퍼스트라이트 활동에 제약을 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보이드 엔터는 나중에, 자신이 VMC의 주도권을 완전히 쥔 다음에 쳐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VMC 상황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현재 VMC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이춘형 부자는 이춘형의 할아버지, VMC 고문의 오른팔 장선영 부대표를 잘라냈을 때 너무 일찍 축배를 들었다. 어려운 상대였다.

우선은 VVV엔터에서 강효준을 쫓아내야 했다. 거기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걸 예감했는지, 강효준이 최근 자기 친가 쪽으로 연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차차 브삼에서 쫓겨나면, 갈 자리를 미리 봐두고 있는 걸 거라고 이춘형은 생각했다.

* * *

팬미팅 관련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어 잠깐 대표실에 들렀던 황새벽이 블루레이 박스를 보며 물었다.

“형, 무슨 블루레이를 그렇게 많이 샀어요?”

“어, 정해원 활동 중단시키면 저거 보라고. 걔 작곡이랑 영화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하잖아.”

“다 영화예요?”

“응.”

대책 없이 활동 중단을 시켰다가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표와 부대표는 오히려 활동할 때보다 활동 중단 후에 더 빡센 스케줄을 짜놓은 상태였다. 황새벽이 말했다.

“이게 정해원한테 맞기는 하는데, 무슨 휴가가 일할 때보다 더 빡세네요.”

“어, 정신 못 차리게 뺑뺑 돌릴 거야. 너네도 쉬고 싶으면 말해. 번아웃 와서 아예 멈추는 것보다, 중간중간 쉬는 게 회사 입장에서도 훨씬 이득이야.”

“저는 중간중간 알아서 쉬잖아요.”

“네가 현명한 거지.”

그 말에 황새벽이 흐흐 웃었다. 그리고 팬미팅 관련한 멤버들의 건의 사항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급하게 대표실 문이 열렸다. 부대표였다.

“대표님, 큰일 났다. 회장님 오셨어요.”

그 말에 강효준이 급하게 일어났다.

“연락 못 받았는데.”

“회장님이 누군데요?”

황새벽이 묻자 부대표가 대꾸했다.

“대표님 친할아부지.”

“진짜 큰일 났네.”

그렇게 말하면서 황새벽이 느릿느릿 일어났다. 성질 급한 부대표가 감탄했다.

“이야, 새벽아. 널 보니까 진정된다. 역시 사람이 느긋한 면이 있어야 돼.”

“저 지금 굉장히 서두르고 있어요.”

“그래, 그래. 괜히 새부기겠냐.”

부대표가 황새벽을 보며 여유를 찾는 사이, 강효준은 직원들이 정리할 시간을 끌기 위해 급하게 주차장으로 달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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