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91화 (291/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91화

[정해원, 드디어 터졌다]

[퍼라 정해원, CICA 루아 ‘팬들이 먼저 알았다’]

[빌보드 작곡가 남친이 사줬나? CICA 루아, 공항 패션…….]

[정해원 정도면 1군 만날 수 있지 않나요?]

[↳사람이랑 사람 만나는데 1군타령ㅎㅎ]

[↳역겹네]

[루아가 누구예요?]

[몇 달 뒤면 성인이고 4살 차인데요 선남선녀네요^^]

[정해원이 그렇게 돈이 많나요?]

[↳X나 많죠 심지어 더 많아질 예정ㄷㄷㄷ]

[↳장기적으로 지금 20대 초중반인 아이돌 중에 제일 많이 벌 거라고 봅니다]

[↳심지어 존잘이던데ㄷㄷㄷ]

[미친 루아 고딩이래]

[미성년자를 만나냐]

[퍼라팬들 가슴 무너지겠다]

[이미지 X같을 때부터 지지해준 팬들 기만하네]

[퍼라 멤버들만 불쌍하다]

[합류멤이 그룹에 이렇게 피해 주는 경우가 있었어?]

[퍼라 이제 락세 타겠지? 어떡해ㅠㅠ]

[↳네가 그러길 바라는 건 알겠다]

강효준 대표는 기사인지 렉카 제목인지 알 수 없고, 혼용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은 제목들을 훑었다.

댓글 반응은 대체로 나빴고, 선을 넘는 댓글들이 생기자 깨진 유리창 이론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성적인 악플들도 하나둘 달리기 시작했다. 여러 커뮤니티, SNS를 확인하는 마케팅팀에서 바로 방어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팬들, 특히 한 일본팬이 거의 스캔들 기사가 터지자마자 사진을 올려준 덕분에 거의 바로 분위기가 뒤집혔다.

그 즉시, 노브 엔터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보이드 엔터에서 사실무근, 루머 유포시 고소하겠다는 강력한 공지를 올렸다.

[근데 해명이 더 말이 안 되지 않나요? 무슨 직장 동료 사진을…….]

[↳팬이면 그럴 수 있죠]

[그래도 좀……. 같은 식당 간 건 해명 된 거야?]

[퍼라팬인 척하고 남친 사진 올려놓은 걸 수도 있잖아 내가 해원이랑 사귀면 그럴듯]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다.

모든 의혹이 불꽃을 강에 던진 것처럼 완벽히 꺼진 건, 루아가 라방에서 보여준 사진 때문이었다.

-그래서 뉴욕 덕메들이랑 예절샷 찍구…… 해원 선배님이 라방에서 오믈렛이 맛있었다고 해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뉴욕가면 꼭 드세요. 그거 먹고 나서, 원래 해원 선배님이 로맨스 드라마랑 영화 좋아하시니까 같이 노팅힐 봤어요. 그러고 왔더니 핸드폰 속에 있던 최애랑 스캔들이 난 거야, 심지어 지금까지 말 한 마디도 못 걸어본 선배님인 거야…… 웹툰 소재 같다. 그치?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 아무튼 우리 팬들 놀랐죠? 미안해요, 원래 덕질을 요란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근데 그래야 덕메가 생기잖아…….

[예절샷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아 찐덕후였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

[라방 보는 내내 귀여운데 공수치 와서 미칠뻔…….]

[↳나도 중간중간 비명지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한 마디도 못 걸어본 선배님에서 공수치와서 핸드폰 던질뻔했다…….]

[햇살이 입장에서는 후배님 너무 고맙고 짠하고 그러네…….]

[↳그니까ㅠㅠㅠㅠㅠ]

[↳나 입덕 3년차에 아직도 덕밍아웃 못했는데…….]

[↳↳심지어 대중 앞에서 덕밍아웃ㄷㄷ]

[↳↳↳무서워 무서워ㅠㅠㅠㅠ]

[처음부터 안 믿었던 사람ㅋㅋㅋ]

[솔직히 둘이 너무 안 어울려]

[소설 가지고 클릭수 유도하는 거죠 같이 있는 사진 한 장 없는데 믿은 사람이 있나요ㅋㅋㅋ]

친구들과 함께 각자의 최애 포카를 내밀고 찍은 예절샷 한 방에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부대표가 루아가 올린 예절샷 사진을 보다가 강효준 대표에게 물었다.

“그니까 이게 식전 기도 같은 거예요?”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이름이 ‘예절’샷이니까.”

“아니면 최애 먼저 맛있는 거 먹으라는 건가?”

“그건 너무 제사 같은데.”

“아니, 애기들 밥 먹이듯이.”

“아. 그런가?”

사실 두 사람 다 용어로 받아들일 뿐, 정확한 뜻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노브 엔터 권병철 대표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우렁차게 태세를 전환했는데도, 2인용 소파에 비좁게 끼어 앉은 보이드 엔터 두 사람이 ‘예절샷’의 정의나 진지하게 회의하고 있는 것에 울컥했다. 권병철 대표가 참견했다.

“자, 우리 쪽에서 해결 본 겁니다? 보이드가 빚진 거예요?”

권병철 대표의 생색에 부대표가 성질을 못 누르고 소리쳤다.

“빚지긴 뭘 빚져, 아주 가관이네! 우리 대표님이 어, 재벌 3세 다이아 수저라서 어린 나이에 편하게 사업 시작했다고 쉽게 보는 거야, 뭐야!”

그 말에 강효준 대표가 물었다.

“……부대표님 평소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니, 내가 아니라 남이 그럴 것 같다는 거죠…….”

그렇게 잠깐 진정했다가 부대표가 다시 일어나서 소리쳤다.

“권 대표님 아주 재벌 3세한테 크게 혼나고 싶은가 봐!”

“……제가요?”

“공동 대표 그거 이사회에서 쫓아내면 뭣도 아닌 거 아니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그 정도 능력이……?

강효준 대표는 생각했지만, 일단 흥분해서 권병철 대표를 금방이라도 칠 것 같은 부대표를 말렸다. 부대표는 진정하기만 하면 ‘이렇게 작고 연약한 내가 사람을 때릴 수 있을까ㅠㅠ’라고 스스로의 육체를 과소평가할 사람이었다. 하지만 팔뚝이 있기 때문에 흥분했을 때 말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이드 엔터에서 늘 퍼스트라이트, 특히 민지호를 거의 업어 키우고 있어 회사 안에서는 화내는 걸 거의 볼 일 없지만, 예전에 처음 강효준 대표가 부대표를 알았을 때는 정말 다혈질로 보였다. 그래도 한 해, 한 해 지나며 성격이 많이 죽어 이제는 거의 평화주의자에 가까웠다.

강효준은 본인이 어떻게 부대표의 말처럼, 남의 회사 이사회를 통해, 남의 회사 공동 대표를 쫓아낼 수 있는지 잘 경로가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엔터 경력은 부대표가 길기 때문에 입 다물고 있었다.

다행히 그런 부대표의 허풍이 먹혔는지, 권병철 대표의 얼굴이 시허옇게 질려 있었다. 남의 회사, 그것도 신생 회사에서 매일 이리저리 치이고, 할아버지들에 이어 열 살 어린 소속 아티스트에게까지 야망이 없다는 갈굼을 들으며 살아가는 내가 무슨 수로 자기를 쫓아낸다고 저렇게 질겁을 하는지……?

강효준은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허풍이 먹히고 있으니 표정을 굳히고 앉아 있었다.

그즈음, 권병철 대표는 멘탈이 완전히 털려있었다.

보이드 엔터 부대표는 회사 기물 몇 개 파손할 것처럼 펄펄 날뛰고 있고, 그 기물쯤 얼마든지 해결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강효준 대표가 그걸 그냥 놔두고 있었다.

권병철 대표가 보기에, 물론 인성이 더 나쁜 것은 강효준보다 이춘형이었다. 세상은 악인이 성공할 확률이 너무나 높은 곳이었다. 적이 되었을 때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쪼이는 건 이춘형의 VMC일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이춘형은 한 차례 거쳐야 주먹을 쓸 수 있지만, 강효준은 본인 자체가 주먹이었다. 안 싸워 봤다고 모를 리가 없다. 안 싸워봤으니까 성난 곰과 겨뤄보겠다고 나설 사람이 있나?

한참 있다가 강효준 대표가 말했다.

“근데, VMC에서 누가 전화했어요?”

“예?”

얼떨결에 지나치게 공경하는 목소리가 나갔다. 하, 띠동갑도 안 되는 애새끼한테…… X발.

하지만 권병철 대표는 어차피 나간 목소리, 원래 의도였던 듯이 이어가기로 했다.

“아, VMC에서요.”

줄을 잘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병철 대표가 잠깐 고민하는데, 강효준 대표가 어디론가 전화하며 말했다.

“됐습니다.”

그러더니 전화 상대에게 말했다.

“어, VMC에서 노브 권 대표님한테 해원이 스캔들에 대해서 전화한 사람 누군지 알아봐.”

어? 이걸 알아낼 방법이 있다고? 어떻게?

VMC에 그 정도로 강효준의 라인들이 있었나?

권병철 대표가 미심쩍어하는데 강효준이 말했다.

“아, 기인호 팀장. 알지.”

어? 어어? 왜 알아?

이름이 나오자마자 부대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이 섀끼를…… 잠깐만, 그 섀끼 찾으러 가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권 대표님, 우리 지호 따돌림 당할 때 왜 관리 안 해줬어요?”

“민지호가 그래요? 배은망덕한 놈이네. 내가 지 인생 생각해서 쿨하게 보내줬더니…….”

부대표의 표정을 발견한 권병철 대표는 말끝을 흐렸다. 아무래도 기억 못하는 자신의 실수가 민지호에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보이드 엔터 두 사람이 동시에 자길 보는데 그냥 그런 진실이 머릿속에 꽂혔다.

부대표가 멱살을 잡았는데, 바위 같았다.

“야이, 이, 이 X팔 새끼야아아아아아!”

권병철 대표가 살면서 본 ‘눈물이 그렁그렁한 사람’ 중에 제일 공포였다.

* * *

그날 밤, 보이드 엔터에 다시 한번 공지가 올라왔다. 이번엔 정해원이 쓴 입장문이었다.

[사실도 아니거니와 상대 아이돌 후배분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청소년 보호연령은 말 그대로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최저시급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최저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무근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 상대 아이돌에 대한 보호를 권유하는 공지, 그리고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입장문이었다.

[퍼라 해원 공지 봤어? 스캔들에 이렇게 대응하는 거 처음 봐서 신기하네]

[↳회사에서 해주는 건 봤는데 본인이 이렇게 세게 대응하는 거 처음 본 듯??]

[↳↳상대가 고딩이라서 그런 듯]

[↳↳↳이거 맞아 그리고 당사자가 이렇게 하면 고소할 때도 좀 더 편할걸???]

[열애설은 억울해도 보통 본인은 조용히 있는 게 이득일 텐데]

[↳그니깐ㅇㅇ그만큼 강경하게 대응한 거지]

[스캔들 입장문 보고 입덕하면 이상한 거지??]

[↳좀 이상한데 완전 이해 돼…….]

[↳↳이상하긴 하구나ㅋㅋㅋㅋㅋㅋ]

[근데 이렇게 렉카도 포기하게 스캔들 깔끔하게 양쪽 다 맺음 하는 거 처음 본 듯 한쪽은 덕밍아웃하고 한쪽은 입장문내고ㅋㅋㅋㅋ]

[해원이 입장문 낸 거 이해 가는 게 덕밍아웃하고 팬도 아닌 사람들이 프로가 왜 동료 덕질하냐고 하는 사람들 꽤 있었거든ㅇㅇ]

[↳남자네]

회사에서 입장문을 확인한 루아가 핸드폰을 한참 보다가 멤버들에게 물었다.

“봤어? 이게 내 최애야.”

그 말에 막내가 말했다.

“언니 이제 음방에서 해원 선배님 만나면 도망칠 거죠?”

“무조건 도망쳐야지. 막냉아, 언니 숨겨줘.”

“숨어요, 언니 키 작아서 아예 안 보이겠다.”

“야!”

“희망을 가져요! 아직 더 클 수 있어요!”

막내가 놀리는 말에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루아는 멤버들을 따라서 웃다가 푹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최애가 안 겪어도 될 곤란을 자기 때문에 겪게 된 건 미안했다. 물론 루아가 아는 정해원은 결코 그런 걸 탓할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샵과 샵을 통해 건너 듣기로 매체에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이라고 들었다. 주변 사람에게 잘하고, 사교적이고, 그럼에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들었다.

외로움을 탄다니. 2년을 방에 있었던 최애가 외로움을 타?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디…….

“루아야. 덕심에서 헤어나와.”

이런 루아의 상태에 익숙한 동갑내기 멤버, 시연이 불러서 루아는 정신을 차렸다. 이번 일로 덕질을 접어야 할까, 우울했는데 오히려 덕심이 활활 타오르기만 했다. 그때 내내 심각한 표정으로 덕밍아웃 반응을 살피던 리더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반응 완전 좋아!”

“지, 진짜요?”

안 그래도 멤버들에게도 미안해서 기를 못 펴던 루아가 같이 표정이 밝아졌다. 그때 알림이 울려서, 루아는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매니저로부터 온 스케줄 연락이었다.

아이돌 음악 관련 예능 프로그램 섭외였다. ‘아이돌 팬인 아이돌’로 화제가 되며 섭외가 온 모양이었다. 멤버들은 스케줄을 확인하고 소리를 질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