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295화 (29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95화

넥스트위크에 공개된 가사는 딱 한 소절이었다. 퍼스트라이트 메인보컬, 박선재의 파트였다.

[영원한 게 싫었어 슬픔도 영원할까 봐]

Youth의 유일한 가사가 처음으로 공개된 셈이었다.

[가사 뭐야ㅠㅠㅠㅠㅠ]

[나만 우러……?]

[↳ㅇㄴㄷㅠㅠㅠㅠ]

[가사 슬픈데 타이틀 청량 미쳤다ㅠㅠㅠㅠ]

[너무 벅차서 숨이 안 쉬어져본 적 있니 내가 지금 그런데]

[↳와 내가 지금 딱 이래ㅋㅋㅋㅋㅋㅋ]

[퍼라 완전 이갈았다 항상 이갈고 나오지만 이번엔 진짜 미친듯]

[퍼스트라이트…… 찢었다…….]

[퍼라팬 아닌 사람이 들어도 이건 명반각이다]

[타이틀 무조건 좋을 듯]

[이번에 퍼라 작정하긴 한 게 선공개 트레일러부터 컨포랑 타이틀까지 돈맛 안 나는 게 없어]

[↳그니까ㅠㅠㅠ]

[↳보이드도 돈 잘 쓰는데 퍼라가 진짜 찰떡같이 받아먹는 느낌]

[근데 퍼라는 매번 타이틀 뽑을 때마다 실패가 없네]

[↳이게 X나 부러움 정해원 있는게]

[근데 수록곡만큼 컨셉 빡 있진 않네 수록곡이 낫다…….]

[↳끝까지 들어봐야 알 거 같은데]

[↳↳내 말이ㅋㅋㅋㅋ]

[↳10초 듣고 벌써ㅋㅋㅋㅋㅋㅋㅋ?]

[↳난 심지어 10초만 들어도 이미 띵곡이라고 박수쳤는데]

[수록곡 나왔을 때 솔직히 이만큼 임팩트 없겠다 싶었는데 난 유스가 더 내 스타일일 듯]

[↳나도]

[↳안무 기대돼ㅠㅠㅠ]

[이번에도 안무 빡셀 듯ㅋㅋㅋㅋㅋㅋ]

[↳청량이어도?]

[↳↳ㅇㅇ퍼라 오히려 청량이 더 빡세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뛰어ㅋㅋㅋㅋ]

* * *

10초간 공개된 부분의 반응까지 보고 나니, 이제 나는 진짜 좀 여유가 생겼다.

반대로 수록곡 두 곡의 작사를 한 안주원은 거의 앓아누워 있었다. 안주원은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은 놈이라, 자기가 작사한 걸 보고 또 봤다.

“……네가 작사를 다 하게 둘 걸 그랬어.”

안주원이 땅을 파고 기어 들어가고 있어서 내가 말했다.

“아, 네 가사 좋다고. 안 좋으면 내가 안 썼지.”

“그래도 네가 쓰면 더 좋았을 거야…….”

나는 좋아서 이 가사를 쓰자고 한 건데, 안주원은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안주원은 두 곡의 가사를 썼는데, 하나는 팬송이고 다른 하나는 멤버들에게 불러주는 가사였다. 나는 두 곡 가사가 다 진심으로 좋았는데, 안주원은 빈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안주원이 멤버들에게 주는 곡, ‘Letters to’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안주원이 만들어보자고 해서 같이 차곡차곡 쌓아간 곡이었다.

멤버들 모르게, 멤버들에게 주는 곡을 만들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가져온 가사도 좋았고, 솔직히 좀 울컥해서 곡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행히 그 곡을 듣고 난 멤버들의 반응도 엄청 좋았다.

우리 멤버들 한 명 한 명에게 주는 편지였다. 멤버의 이름이 순서대로 나왔다.

나는 안주원이 그 가사를 가지고 왔던 날을 떠올렸다. 안주원이 편곡까지 마친 곳을 들으면서 어깨를 못 펴고 있어서, 내가 어깨를 쫙쫙 펴주며 말했다.

“햇살이들 이거 가사 들으면 무조건 운다, 내가 장담해.”

“하…….”

“콘서트에 이거 세트리스트 무조건 들어가야 돼. 진짜로.”

“그래, 곡은 좋으니까…… 곡은 좋지…….”

“아, 가사가 좋다고!”

“가사는…… 뭐. 진솔하지…….”

“아, 저렇게 계속 땅 파는 것도 재주다, 진짜.”

내가 핀잔하니까 안주원이 결국 흐흐 웃었다. 어휴, 진짜 세상에 내가 아는 잘생긴 사람 중에 제일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 아무래도 국선아 서바이벌 직후의 악플 때문일 거다. 악플은 사람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때가 있는 것 같으니까.

안주원의 친구들을 몇 번 본 적 있는데, 안주원은 학교 다닐 때도 다정다감한 성격이었고, 너무 착해서 사회에 내보내도 되는 친구였지만 이렇게 자존감이 낮지는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자기가 잘생긴 걸 너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재수 없었다고 하는 걸 들었는데 상상이 가지 않았다. 지금의 안주원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애초에 국선아 때도, 안주원은 좀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춤이고 보컬이고 하나 딥하게 파서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어, 본인이 아이돌로서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 이후에 우울해 보이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은 진짜 많이 밝아졌다. 안주원은 밝은 게 어울린다. 그런 스타일로 생겼으니까.

그래서인지, 안주원이 한참 우울해하고, 자존감이 밑바닥을 드러냈을 때는 차가워 보인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없었다. 우리 멤버들 사이에 있어서 상대적인 효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충분히 따듯한 사람으로 보였다. 다행이다. 본인 매력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봤기 때문에, ‘가장 외로운 시간’의 임 감독도 주인공 아역으로 안주원을 캐스팅했을 것이다. 그것도 우울한 성인역과 상반되는 반짝반짝한 청춘의 모습을 연기할 배우로.

그건 그런데.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연기 많이 하지 마.”

“알았어, 알았어.”

하긴. 이번 건은 사실 내가 끌고 들어왔지…….

내가 나름으로 반성하는데 안주원이 말했다.

“나 아이돌로 진짜 잘되고 싶어. 항상 그런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아, 요즘은.”

“그래?”

“응, 나는 내가 어릴 때도 꽤 욕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거든? 어느 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받으니까, 전공을 해야겠다고 바로 생각하고,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렸어. 잘하고 싶어서.”

“넌 국선아 때도 그렇게 열심히 했었어.”

내 말에 안주원이 특유의 멋쩍은 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미술을 배울 때도, 국선아 때도. 이 정도까지 욕심이 많이 나진 않았어. 그냥 딱 현실적인 목표까지 욕심을 냈었다고 해야 하나.”

웬일로 안주원이 자기 얘기를 했다. 다정다감한 성격에 비해서, 평소에 말이 드럽게 없는 편이라 이렇게 장문으로 말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놀리면, 저놈 성격상 중간에 말을 하다 말아버릴지 모르니까 나는 놀리고 싶은 마음도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제 목표가 커졌어?”

“응. 말도 안 된다 싶을 정도로.”

“그래?”

“있잖아, 빌보드 핫백 1위는 내 목표 중 중간 단계야.”

안주원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저렇게 말하는 게 이상하게 고마웠다. 왜 고마운지 모르겠는데, 그냥 고마웠다.

저 말 없는 놈이 저렇게 절실하게 우리의, 퍼스트라이트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안주원이 이야기하던 게 타이틀 만들 때도 영향이 있었다. 계속해서 이 일이 즐겁고, 퍼스트라이트라는 팀이 영원할 것만 같다는 게. 좀 더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뭐, 극단적으로 말해서 내가 죽는 순간에도 퍼스트라이트가 해체하지 않았으면 그냥 영원한 것 아닌가? 사람들이 옆에서 잔소리하는 걸 들으면 아마도 단명할 것 같으니까 가능한……. 물론 그건 농담이다. 나는 오래 살 거다. 100살 기념 콘서트도 해야지. 히히. 햇살이들도 같이 오래 살아서, 꼭 100살 기념 콘서트에 와줬으면 좋겠다. 멤버들도 그때까지 다 살아야 하니까 05 두 놈이 술을 좀 끊게 하든지 해야겠다. 햇살이들한테도 100주년 기념 콘서트 오는 거 약속해달라고 해야겠다.

아무튼 그런저런 쓸데없는데 즐거운 상상들을 하다 보니, 점점 컴백 날짜가 가까워졌다.

다시 몇몇 멤버들은 어느 정도 식단에 들어갔다. 다들 살이 잘 찌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식단을 조절하는 건 대부분 본인 욕심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실제로 보기에 엄청 말랐다 싶은 정도가 화면에 잘 나오는 건 사실이니까.

민지호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엄청 식단을 조절하는데, 황새벽이 몰래 간식을 꺼내줘서 먹는 것도 또 은근 좋아한다. 그냥 그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와 황새벽이 싸우기 시작하면 그걸 말리는 것도 재미있어한다.

“아, 민조 자꾸 주지 말라고.”

“야, 초콜릿 이만한 거 한 개 줬다, 한 개…….”

“안 먹겠다는 애를 왜 줘.”

“아니, 먹고 싶어 하니까…….”

내가 또 황새벽이랑 말싸움, 사실 황새벽은 말싸움을 할 체력이 없어서 적당히 대답만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화내는 기분이지만 그러고 있으니까 민지호가 히히 웃으며 말렸다.

“형아들 싸우지 마아. 자, 이제 우리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쫙 한번 맞춰보자.”

그 말에 황새벽이 앓는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아무리 모든 멤버들과 친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동갑을 제일 챙기게 되고, 필요할 때도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또 연습을 한다는 말에 쓰러지려는 황새벽을 일으켜 질질 끌고 동선에 맞게 세웠다.

민지호의 말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는 마지막으로 빡 힘을 줘서 Youth의 안무를 시작했다.

이번 안무는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는데, 그래서 진짜 빡셌다. 가벼워 보인다고 해서 적게 움직이는 게 아닌데, 표정까지 경쾌하게 유지해야 한다. 황새벽은 이러느니 저러느니 못하겠다고 어쩐다 징징거렸지만 동선에 세워놓고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표정을 밝게 유지하며 안무를 마쳤다.

그렇게 딱 안무가 끝나자, 민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늘 우리에게 안무를 숙지시키는 댄스팀 UO의 장지영 팀장도 만족했는지 박수를 한번 짝 쳤다.

“멋있다! 퍼스트라이트 정규 3집 유스, 컴백 준비 끝!”

“끝!”

“우와…… 너무 힘들다…….”

황새벽이 그 자리에서 쓰러져 누우며 숨을 몰아쉬었다. 황새벽이 누우니까 민지호가 히히 웃으며 옆에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새부기 형아.”

“어이.”

“아, 나도.”

멤버들이 하나둘 근처에 가서 드러누웠다. 나도 빠질 수 없었기 때문에 옆에 누웠다. 약간 힘들 때 이렇게 모여 눕는 게 우리 팀 국룰이 됐다. 다른 팀도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가 죄다 드러누우니까 안무팀 형들이 쉬라고 불을 꺼줬다.

한효석이 말했다.

“이번 활동, 진짜 잘될 거 같아요.”

“나도!”

“노래가 좋잖아.”

박선재가 대꾸하자 옆에서 신지운이 말했다.

“첫 번째 트랙부터 가사를 잘 썼더라고.”

“그래, 그래. 잘했어.”

첫 번째 트랙, 인트로에서 이번 앨범을 아우르는, 내레이션에 가까운 가사를 신지운이 썼기 때문에 나는 공치사를 해줬다. 확실히 이번 앨범이 전곡을 내가 작곡했다고 해도 멤버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내가 말했다.

“고맙다.”

무심코 말했더니 멤버들이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어휴, 정말, 낯간지러운 말을 드럽게 못 받아들이는 놈들이다.

* * *

정규 3집 Youth의 첫 사전녹화.

컴백 전날 아침에 제일 먼저 VMC 음악방송의 사전녹화가 있었다. 나는 모처럼 팬들을 볼 생각에 긴장하며 VMC로 향했다.

새로 탈색을 해서, 햇살이들 반응이 궁금했다. 팬들은 안 좋아하는 건 티를 안 내지만, 아주 좋은 건 분명하게 표현했다.

떨려 하면서 사전녹화 준비를 하다가, 나는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다니는 이춘형을 발견했다.

나는 스파이와 이야기한 게 생각이 나서, 인이어 줄을 정리하다가 웃으며 인사했다.

“어, 안녕하세요.”

“……어.”

그러더니 미친놈 보듯이 인상을 쓰며 지나갔다.

그나저나 내가 너무 지나치게 밝게 인사했나 보다. 몸을 돌렸더니 강효준이 지금껏 처음 보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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