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297화
내 솔로였던 프루티를 만들어준 적 있는, OIN 스튜디오 홍 감독은 요즘 무지하게 바빴다. 스케줄이 꽉꽉 차 있었는데, 프루티 덕분이라면서 우리 스케줄은 무조건 맞춰주겠다고 했다. 본인이 잘 만들어서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 건데 왜 나한테 고마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마웠다.
직원들이 있는 상태에서 홍 감독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떠난 후, 멤버들만 모여서 신중하게 다시 회의를 했다. 아무래도 직원들과 감독 본인이 있으면 자기 의견들을 완벽하게 내놓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 모인 회의였다.
홍 감독은 요즘 트렌드가 아니란 건 알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방황하던 청춘들이 아이돌을 꿈꾸게 되는 이야기’를 컨셉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확실히 컨셉 자체는 요즘 트렌드가 아니어 보이지만, 전하는 의미도 좋고, 무엇보다 촬영 기법이나 전체적인 스타일을 레퍼런스로 추가한 부분들은 확실히 트렌디했기 때문에 멤버들도 모두 받아들였다.
몇 가지 지적 중에 강효준 대표의 ‘너무 드라마적이다’라는 지적이 있었고, 홍 감독은 일단 촬영만 길게 하고, 나중에 감독판을 공개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에 맞게 제작하겠다고 했다.
누가 들어도 ‘본인이 찍고 싶은 거 찍게 돈 좀 내시라’는 거였는데, 강효준 대표가 그건 괜찮다고 했다. 참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게 결정된 후에 우리는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전부 국내 촬영이었는데도 드라마타이즈라 그런지 비교적 많은 날짜가 소요됐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니까, 우리는 홍 감독이 추천한 영화들, 비트, 월플라워, 아메리칸 허니 같은 것들을 닥치는 대로 봤다. 감독이 리스트를 적어준 영화들은 신기하게 전부 다 내가 국선아 이후 방에 처박혀 있을 때 다 본, 두어 번은 본 영화들이었다.
나는 겸사겸사 뮤직비디오 촬영에 앞서서 한 번 더 봤다. 영화 보는 게 업무의 일환이라니. 이보다 좋은 직업이 있을까.
여러 가지로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데다가, 우리는 촬영만 하지, 촬영기법이라든지 편집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뮤직비디오가 어떻게 나올지 엄청 걱정이 됐다. 특히 핸드헬드(카메라 혹은 조명 장치 등을 손으로 드는 것. 특히 카메라를 트라이포드(삼각대)에 장착하지 않고 들거나 어깨에 메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촬영한 장면이 많아서 촬영이 끝나고도 조마조마했다.
그러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강효준 대표의 말을 의식해 드라마타이즈보다는 아트 필름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왔다. 길게 촬영한 연기 부분들이 거의 다 편집된 건 놀랐지만, 그래도 멤버 하나, 하나의 개인컷의 감정이 좀 더 풍부해 보였다.
모여서 뮤직비디오를 보며 황새벽이 중얼거렸다.
“야, 우리 진짜 방황하는 애들 같다.”
“네가 제일 방황하는 거 같다.”
“무슨 소리야.”
골방에서 팩에 든 오렌지주스를 마시며 기타를 조율하는 황새벽이 지나갔다. 분명 소주에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담배는 없었고 팩소주도 건실한 오렌지주스였다. 이런 착각이 들게 하다니, 여러모로 대단히 퇴폐적인 얼굴이 한몫했다.
나는 뮤직비디오에 엄청 몰입했다. 특히 발목 부상을 당한 발레리노 역할의 한효석은 진짜 같아서 내가 안쓰럽게 쳐다보니까 엄청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심을 좋아하는 놈이라 싫어하진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아, 우리 멤버들 잘생겼다. 이야, 안쭈 멋있어.”
뮤직비디오를 한 번 보고 내가 리액션을 남발하고 있는데, 안주원이 문득 나에게 말했다.
“내가 요즘 신지운이랑 다니면서 깨달은 게 있어.”
“드디어 나한테 뭔가를 배웠냐?”
안주원은 신지운의 말을 무시하고 내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나 잘생겼다?”
진심 안주원의 입에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내가 되물었다.
“그건 맞는데, 왜 안 하던 소리를 하냐?”
“신지운이 맨날 거울 보면서 자기 잘생겼다고 하잖아? 그걸 보니까 짜증이 나면서…….”
“나면서?”
“쟤보다 덜 생기긴 싫은 느낌?”
“음. 그래서 네가 잘생겼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맞아.”
“주원아.”
나는 나보다 약간 더 큰 안주원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웬만한 문짝보다 큰 신지운을 가리키며 말했다.
“쟤랑 그만 놀아. 물들었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 너는?”
“거봐. 무섭지.”
내 말에 신지운이 정색하며 나와 안주원 사이로 끼어들었다.
“나 외로움 많이 타는 거 몰라? 나 빼고 어깨동무하지 마.”
“아, 넌 키가 안 맞잖아.”
“내가 어깨동무하면 되지.”
“아니, 너랑은 안 해.”
저놈이 어깨동무를 하면 내가 엄청 작게 느껴지는 데다가 키가 큰 만큼 팔도 길어서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금쪽이는 얻어맞으면서도 꿋꿋하게 어깨동무를 했다.
“야, 이 신금쪽아. 형이 무겁다고 하잖아.”
“팔이 뭐가 무거워. 민조는 업혀도 뭐라고 안 하잖아.”
“민조랑 너랑 같냐, 인마…….”
우와. 미친. 개무거워.
지가 무슨 소형견인 줄 알고 매달렸는데 진심 웬 바위를 어깨에 얹어놓는 줄 알았다. 신지운이 아이돌이라 엄청 마른 편이라고 해도, 그 덩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무게가 있다. 민지호가 핀잔했다.
“형은 무거워. 난 가벼워.”
“나도 안 무거워.”
“무겁잖아! 백구십이라서!”
“그래, 너 쬐끄매서 좋겠다.”
“아닌데? 나도 큰데? 형이 거인인 건데?”
“야.”
“왜!”
둘이 또 말도 안 되는 걸로 싸우니까 막내 어르신이 말렸다.
“좀 어른스러운 걸로 싸우면 안 돼?”
“정세?”
민지호가 말하니까 신지운이 대꾸했다.
“항상 안 좋지.”
“환경오염!”
“신경 써야지.”
“우리 팀이 평생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서로 양보해야지.”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민지호가 박선재에게 징징거리며 말했다.
“어른스러운 걸로는 안 싸워져어…….”
“……안 싸우면 되잖아?”
세 사람이 이야기…… 사실 두 사람이 헛소리하고 막내가 정상인 노릇을 하는 대화를 나머지 멤버들기 낄낄거리고 웃었다.
뮤직비디오까지 끝.
이제 우리는 음원이 공개되는 1시를 기다렸다.
* * *
오후 1시. 퍼스트라이트 정규 3집 타이틀, Youth가 공개되었다.
해가 내리쬐는 도로,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머리를 완전히 백금발로 탈색한 안주원으로부터 줌아웃 되어 정류장에 악기를 멘 일곱 명의 멤버가 모여 있는 장면이 보였다. 쪼그려 앉거나, 서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는 장면이 인트로와 함께 지나갔다.
[첫 장면 주원 클로즈업에서 심장 멎을 뻔 진짜 잘생겼네]
[↳나 팬 아닌데 요즘 전세계에서 제일 잘생긴 듯…….]
[↳↳야 이 정도면 입덕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요즘 얼굴 미치긴 했어 나이 먹을수록 잘생길 얼굴인 듯]
[와 아이돌 드라마에서 담배…….]
[↳다시 봐봐 없어 혹시 뭔가를 들고 있거나 물고 있다면 기타 피크임]
[↳↳어? 분명히 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봤어…….]
[↳↳↳나도 봤는데……?]
[↳↳↳진짜 피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저러고 있으니까 인상 빡세다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잘나가는 애들 같은 하이틴만 보다가 이런 거 낯서네]
[↳타이틀이랑 잘 어울리게 잘 뽑았어]
[퍼라는 계속 이것저것 시도하는 게 좋은 의미로 너무 신기해 그래서 아직도 신인 느낌인 듯ㅋㅋㅋㅋㅋㅋ]
[↳나도 이게 좋아서 입덕함]
보고 있는 사람들이 단체로 환상을 보는 상태에서 뮤직비디오가 이어지고, 박선재의 첫 번째 벌스가 시작되었다.
[영원한 게 싫었어 슬픔도 영원할까 봐]
[젊음은 유한하고 영원은 거짓말쟁이들의 약속이라고]
[You brought me to life]
[너는 영원과 두려움 없는 순간을 나에게 줬어]
[이제야 나는 제대로 사는 것 같아 네가 있고 나서]
악기상 앞에 멈춰서 기타를 보고 지갑을 확인한 후 그냥 지나가자, 뒤에서 보고 있던 정해원과 신지운이 밤에 기타를 훔쳤다. 처음에는 신나 하던 박선재는 훔친 기타인 걸 알고 바로 되돌려 주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기억은 영원한 슬픔까지도 반짝이게 해서]
[이제는 영원을 영원을 영원을 말해]
[이제는 영원을 영원을 영원을 말해]
장면은 연습실로 이어지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연습실로 달려가는 민지호가 하나씩 모인 멤버들에게 안무를 알려주는 장면과 군무가 교차 되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디테일하고, 감각적인 미장센을 가지고 있었다.
[끝이 없는 것처럼 영원을 말해 영원히 살 것처럼]
[영원히 춤추고 영원히 노래할 것처럼]
[Just like the world is ours]
[우리의 순간은 영원한 슬픔까지도 반짝이게 해서]
[이제는 영원을 영원을 영원을 말해]
[이제는 영원을 영원을 영원을 말해]
군무와 밴드씬, 버스정류장을 조금 지나쳐서 멈춘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아주 빠른 속도감의 곡에 정해원은 모든 악기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도록 일부러 날것의 느낌을 더했다.
[와 악기 소리 되게 잘 들리네]
[↳이거 작곡 배우는 입장에서 신기함ㅋㅋㅋㅋ보통 다른 악기 잘 들리면 퍼커션이 잘 안 들리는데 퍼커션도 잘 들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ㅋㅋㅋㅋ]
[↳↳신기한 거야?]
[↳↳↳응 어떻게 만든 건지 모르겠어……. 정해원 온라인클래서 열어줬으면 좋겠다ㅠㅠ]
처음 공개된 가사와 다르게 음악은 희망과 힘이 넘쳤다.
[처음 듣자마자 좋다고 느낀 곡 오랜만인 듯]
[퍼라팬들 진짜 좋겠다 내 가수가 팬이랑 함께한 기억이 영원한 슬픔까지 반짝이게 해준다잖아…….]
[수험생 햇살이 올해 수능 보는데 이거 듣고 혼자 질질 울었어……. 괜히 위로되고 그래서ㅠㅠ]
[↳수능ㅎㅇㅌ]
[↳ㅎㅇㅌ♥]
[↳수험생 햇살이들 다들 파이팅!]
[↳뿌셔버리자 ㅎㅇㅌ♥]
[퍼라 탑백 3곡 차트인 예상]
[↳아니 성적충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이렇게 빠른 거야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보이드 엔터보다 더 빠를 듯]
[↳그보다 2시 차트에서 3곡 차트인ㄷㄷㄷ]
[지금 남돌 중에 클라루스랑 빅 블루 제외하면 퍼라가 음원 제일 잘 나오는 거지?]
[↳ㅇㅇ확실히 제일 잘 나와]
[↳근데 음반이 그만큼 안 나가네]
[↳↳ㅎㅎ]
[↳↳이번 초동 끝나고 말해봐]
[아니다 4곡 차트인 되겠다]
[와 X발 퍼라 슈스네]
[아슬아슬한데 4곡까지 차트인 될 듯 2시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SJC 자네 흥분했어 침착해]
[↳진정해야 돼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퍼라 이번 앨범 정규 다 좋아서 수록곡까지 차트인할 것 같긴 했어ㅋㅋㅋ]
[↳곡도 좋고 프로모션도 까리하게 잘 풀더라]
[퍼라 초동 터지기 시작했다]
[퍼라 초동 지난 번에 첫날 몇 장 팔았어?]
[↳101만 장]
[↳↳엄청 팔았구나ㄷㄷㄷ]
[↳↳첫날 밀리언 찍었었네]
[↳↳지금 추이봐서는 지난번보다 더 팔긴 좀 어렵겠다]
[↳↳↳뭔 추이를 보고 이러냐 너는]
[↳↳↳퍼라 이번에 일본 공구 미쳤던데]
[미친 2시 차트인 탑백 15위 65위 69위 99위]
[↳와 돌았다 퍼라 2시 차트에서 4곡 차트인한 거야???]
[↳ㅁㅊ]
[↳잘 나왔다ㅠㅠㅠㅠ]
[↳타이틀 순위도 개잘나왔네]
[↳진짜 미쳤다]
[↳눈물나ㅠㅠㅠㅠ]
[퍼라 이제 슬슬 초동도 터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