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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05화 (30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05화

“와, X발.”

직원 한 명이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처럼 내뱉었다가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나도 왜 욕이 나왔는지 백 퍼센트 이해했다.

나는 연예계 기사 전체를 뒤덮은 제목을 보았다.

[클라루스 전원, VVV엔터와 재계약 없었다]

없었다.

클라루스 멤버 여섯 명 중에, VVV엔터에 남은 멤버가.

소름이 쫙 끼쳤다. 이거 진짜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기사가 뜨자마자 직원들이 달려 나가려다가, 급하게 되돌아왔다. 아무리 클라루스를 잡아야 한다고 해도, 우리 컨포가 먼저인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우리 팀 컨셉포토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12시에 딱 컨셉포토가 업로드되자마자 집중해서 반응을 살피고 있는 민지호가 신기했다.

나도 본받아야지.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른 멤버들도 똑같이 생각한 것 같다. 다들 흥분해서 일어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서 컨셉포토를 확인했다.

다행인 건, 우리 팬들만큼은 우리 컨셉포토를 확인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민지호와 마찬가지로.

그런 팬들의 반응 덕분에 나를 포함한 멤버들의 집중력도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마치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처럼, 주변 모든 케이팝이 들썩거리는 날씨 속에서 퍼스트라이트와 선라이즈만이 화창한 봄날 피크닉을 나온 것처럼 컨셉포토를 즐기고 있었다.

* * *

[클라루스 어떻게 되는 거야? 한 명도 브삼이랑 재계약 안 했다고? 와씨 진짜 답답해 돌아버리겠다]

[나 지금 도파민 폭발해서 잠이 안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ㅋㅋㅋㅋㅋㅋ그냥 몇 명 브삼 남고 몇 명 소니 같은 곳이랑 계약하고 끝일 줄 알았지ㅋㅋㅋ]

[근데 전원 재계약 안 한 거면 완전체 가능성 있는 거 아니야?]

[↳X발 나 오늘 절대 못 잔다ㅠㅠㅠㅠㅠ]

[↳좋은 의미로 소름 돋음 실제로 이런 게 아니더라도 여섯 명이 뭔가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해서ㅠㅠㅠ]

[룩스들은 혹시 뭐 좀 더 아니]

[↳전혀 몰라…….]

[↳미칠 것 같다 진짜 손발 다 얼었어]

[나 진짜 오늘 저녁까지도 클라루스 노래 들으면서 울면서 마음으로 보내주고 그랬거든? 근데 이거 뭐야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제발ㅠㅠㅠㅠㅠ]

[↳너 룩스 나랑 오늘 하루 감전변화가 똑같구나ㅋㅋㅋㅋㅋㅋ]

[↳↳다들 그럴 듯 진짜 이거 뭔가 있는 거지?]

VVV엔터는 태풍이 이미 쓸고 지나간 것처럼 고요했다. 누구 하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지 않으려 애썼고, 팬 하나도 조심해서 옮겼다.

이런 날은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회사에 진짜 태풍, 그것도 초대형 태풍이 찾아왔다. VMC 고문이자 창업주의 방문이었다.

할아버지의 방문은 이춘형 부대표의 집무실로 향했고, 안에서 서로 고함치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싸우는 소리였다. 혼나는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VMC 빌딩의 모든 직원들에게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춘형 돌았나 봐. 지 할아버지한테 소리를 쳐?”

“근데 사실 장선영 부대표님 해고될 때부터가 완전 반란이긴 했지…….”

“아, X발 낙하산 새끼 조용히나 있지.”

클라루스가 있는 VMC와 클라루스 멤버가 단 한 명도 남지 않은 VMC는 완전히 다른 회사였다.

[선반영 얘기 나올 때가 손절 타이밍이었네요ㅎㅎ]

[와 브엠이 이렇게 떨어지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명도 한 남는 건 진짜 예상 못했네요]

[진짜 중요한 건 클라루스가 어디로 가는지죠]

[↳소니 레이블로 최소 한 명은 확정이죠]

[↳티케에서 박윤태 잡는다는 소리 있었음]

[↳↳이것도 거의 확정이라는데요]

[↳↳박윤태 신인 때 티케상이란 소리 많이 들었는데 진짜 가나요ㄷㄷㄷ]

[↳↳↳그래서 티케를 사면 된다고요?]

[보이드는 상장 안 했나요?]

[↳보이드 안 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보이드 생각보다 안 작아요 일단 퍼라가 X나 잘 되고 있어서]

[↳↳↳이거 맞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 있는데 퍼라 지금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요 보이드 엔터 가치 엄청 올랐어요]

VMC 주식을 가진 직원은 사실 많지는 않았다.

이춘형 부대표가 장선영 부대표를 쫓아낸 이후, 많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손절했다. 이건 회사 사정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을 선택이었다.

잠시 후 자신에게 소리치는 손주, 이춘형 부대표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숨을 몰아쉬며 나온 VMC 고문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외손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그리고 강효준의 외할아버지는 외손자에게도 친손자에게 했던 이상의 욕을 퍼부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친손자에게 했을 때와 달리, 퍼붓는 욕설 속에는 완전히 숨기지 못한 기특함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진짜 욕이었다.

-내 회사 아작 내면서 왜 지 친할아버지한테 투자를 받아, 나한테 받아야지, 이 X팔 새끼야.

“할아버지가 저 투자 안 해주셨잖아요.”

라고 대답하니까 더 욕이 날아와서, 강효준은 급하게 대표실을 나와 내 작업실로 왔다. 하여튼 저 형은 참 은근히 남한테 의지를 잘한다. 특히 사회성적인 면에서.

강효준 대표는 작업실에 들어가서 급하게 작업 중이던 내 어깨를 두들겼다. 그리고 전화 속 외할아버지를 달랬다.

“할아버지 진정하시고…….”

거기까지 말했는데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분노가 더 커졌다. 어휴. 화난 사람한테 진정하라고 하면 더 화나지.

나는 전화 밖으로 고함치는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투자받아요.”

그러자 강효준이 핸드폰을 떼고 물었다.

“외할아버지한테?”

“네, 외할아버지한테도. 좋잖아요, 지금 서로 투자하겠다고 난리인 시기인데. 까다롭게, 형이 골라서 투자받아요.”

“할아버지, 저 투자 좀 해주세요.”

그랬더니 바로 욕이 좀 가라앉았다. 강효준이 알아보고 금방 다시 전화한다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말했다.

“클라루스 형들 다 잡으려면 양가 할아버지한테 다 투자받아야죠.”

“그건 그렇지.”

“솔직히 기특해하고 계실걸요. 남이 아니라, 손자한테 뺏긴 거잖아요. 앞으로 효도하시고.”

“그니까 투자를 받는 게 효도라고?”

“어떨 땐 의지하는 것도 효도던데요.”

“……그런가.”

강효준이 말하더니 알았다며 급하게 나갔다.

그렇게 한숨 돌리니까 이번에는 내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이춘형 부대표였다.

아무래도 내가 진짜로 VVV엔터에 갈 확률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나를 보이드 엔터 내부 스파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거나.

이런 새끼가 어떻게 아직도 주변에 사람이 있지. 모든 걸 버티게 할 정도로 돈을 주나.

나는 전화를 받아서 분노하고 흥분한 이춘형을 적당히 달래고 전화를 끊었다.

이 짓도 못 할 노릇이다. 적당히 그만해야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모든 통화는 녹음하고 있다. 거하게 말실수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나는 콘서트 편곡 작업에 들어갔다. 거기 집중하려고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결국 담판을 짓기로 했다.

“그래서 어느 형한테 전화할까.”

그리고 두 번째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같이 콘서트 편곡을 하기 위해 도착한 양이형이 핀잔했다.

“제일 친한 형, 인마.”

“다온이 형인데 그 형은 벌써 계약했잖아.”

“나라면 연재 형.”

“연재 형은 사실, 팀에서 큰 권력이 없어…….”

“너 민혁이 형이랑 전화해야 되는데 질질 끌고 있는 거냐?”

“……어.”

양이형이 한심하게 볼 줄 알았더니, 코를 쓱쓱 문지르고 중얼거렸다.

“X나 무섭겠다…….”

서민혁한테 기가 빨리는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다행이다. 내가 특별히 더 쫄보인 건 아니라서.

나는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서민혁에게 전화를 거니까 양이형이 옆에서 용감하다고 칭찬해줬다.

걸어도 안 받아서 오히려 안심했는데 바로 서민혁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네, 형.”

-어, 미안.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다 안 받고 있었어.

“근데 제 전화는 받아주신 거예요? 우와.”

내 말에 서민혁이 웃었다. 보면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형인데 왜 이렇게 기가 빨리는지 모르겠다.

서민혁이 말했다.

-브삼이랑 계약 안 했다는 기사 봤지?

“네. 진짜 놀랐어요.”

-왜 놀라. 재계약하면 우리가 다 뭉칠 가능성이 낮아지잖아.

“다른 클라루스 형들이랑 얘기해 보셨어요?”

-응.

서민혁이 말을 이었다.

-너희 3주 뒤에 리패키지 나오지?

“넵,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전까지 결판낼게.

어쨌든 보이드 엔터로 멤버들이 오게 될지, 말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약에 멤버들이 좀 더 보이드와 계약하게 되면, 보이드 엔터의 이름이 화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앨범이 나오기 전에 결정해 주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예전에는 그런 걸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꼼수같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거론된다면, 그것도 내 행운이고 우리 팀의 행운이다. 클라루스 덕분에 한 번 더 거론되는 일이 생기는데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형.”

-뭐가 감사해.

서민혁이 말을 이었다.

-고맙다. 네 덕에 충분히 생각했어.

* * *

[서민혁 형 : 얘들아 10월 12일로 하자]

[서민혁 형 : 보이드랑 계약할 거면, 늦어도 그전까지는 정하자]

[서민혁 형 : 계약금은 문제없을 거야 강효준네 양쪽 할아버지들이 다 투자하실 거라더라]

[서민혁 형 : 내가 봤을 때 단점이 진짜 많다 회사 작아 연습실도 큰 거 하나더라 신인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야]

[서민혁 형 : 많은 일들이 처음인 직원들이랑 일하게 될 거야]

[서민혁 형 : 근데 유일한 장점은]

[서민혁 형 : 그 회사는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안다는 거야]

[홍여름 : 아니지 형 제일 큰 장점은]

[홍여름 : 우리가 다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거잖아]

[홍여름 : 난 10월 12일에 갈 거야 형들 그날 만나]

[송다온 형 : 막냉이 형아랑 갈 거야?]

[송다온 형 : 나 혼자 남겨질까봐 겁났잖아ㅠㅠ]

클라루스의 멤버, 박윤태는 멤버들의 단톡방을 보고 있었다.

박윤태는 강효준에게 받은 계약서와 티케를 포함한 몇몇 소속사에서 준 계약서들을 쭉 늘어놓았다.

기본 조건은 다들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보장해주겠다는 추가 조건들은 확실하게 달랐는데, 그런 생활 조건에서 가장 부족한 건 확실히 보이드 엔터였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 확실하게, 앞으로 아티스트로 오래도록 남아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한 것도 보이드 엔터라는 거였다.

이 기획서의 초안을 잡았다는 정해원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모든 멤버들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것 같은 기획서를 썼는지.

그리고 며칠 전, 정해원에게서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퍼스트라이트의 작업 방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건 내내, 클라루스가 완전체로 모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던 자신의 기획안이 VVV엔터 1본부에서 계류하던 것에 대한 답안이었다. 박윤태는 10월 12일, 마지막 날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한동안 고민하던 박윤태는 주차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송다온에게 먼저 연락했다.

[형 보이드야?]

[송다온 형 : 응]

[송다온 형 : 멤버들 기다려]

[누구 왔어?]

[송다온 형 : 여름이만 있어 올 거면 빨리 와 보고 시퍼]

박윤태는 운전석에 앉아 다시 계약서를 하나씩 확인했다. 그리고 곧, 보이드 엔터를 향해 출발했다.

아직 기획안에 써낸 클라루스의 음악을 하지 못했다. 그건 그러니까 아직, 하고 싶은 클라루스의 음악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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