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08화
[뭐든지 이름 따라간다는 거 맞는 듯. 보이드는 은하가 존재하지 않는 빈 지역인데 소속 가수 둘이 그룹명이랑 팬클럽명이 다 빛에 관한 이름임]
[↳이거 신기하다]
[↳운명이네]
[이상하게 보이드 엔터 낯선데 왜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지ㅠㅠㅠ 너무 긴장했다가 풀려서 그런가…….]
[↳나는 해원 후배님이랑 효준 A&R 있는 게 큰 듯]
[↳↳맞아 이거 진짜 크다 우리 애들 저 두 사람이랑 있을 때 편하게 음악하는 것 같아서ㅠㅠ]
[↳↳↳애초에 자유롭게 음악하러 보이드에 갔을 듯]
[↳↳↳↳뽕찬다 X발 또 눈물나ㅠㅠㅠ]
[↳↳↳↳룩스들 이번 재계약 뽕이 안 찰 수가 없을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X나 남인 나도 뽕이차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시 17분에 올라온 공지는 채 한 시간도 안 돼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연예 기사를 점령했다.
[‘달걀이 바위를 깼다’, 신생 보이드 엔터, VVV엔터 누르고 클라루스 완전체 계약]
[‘클라루스 소속’ 보이드 엔터, 상장은 언제?]
[화제의 중심, 보이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는 퍼스트라이트뿐]
동시에 미국에서는 클라루스의 재계약 관련 소식을 룩스인 친구에게 전달해주는 쇼츠가 트랜드를 탔다.
공부 중이거나, 낮잠을 자고 있거나, 근무 중인 친구, 가족, 직장동료, 연인을 찾아가서 클라루스의 재계약을 알려주는 장면은 팬이 아닌 사람들도 찡하게 했다. 재계약 소식을 알려주러 온 지인들에게 행복한 소식을 전해 들은 룩스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폴짝폴짝 뛰거나, 입을 틀어막고 울거나, 말없이 메신저를 안아주는 영상들은 곧 전 세계에서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클라루스는 재계약으로도 국뽕을 먹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
[X나 행복해 보여서 뭔가 쫌 부럽다]
[↳나도 다시 뭐라도 덕질하고 싶어짐ㅋㅋㅋㅋ]
[↳진짜 하나같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게 부러움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같은 날 밤.
클라루스가 라방을 켰다.
한동안 재계약 문제로 팬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가 쌓여 있던 클라루스 멤버들은 오랜 시간 함께 하던 팬들도 놀랄 정도로 시끌시끌 신이 나서 떠들었다.
[미친 클라루스 라방ㅋㅋㅋㅋㅋㅋㅋ1분 만에 하트가 천만 개를 찍네ㅋㅋㅋㅋㅋㅋ]
[나 하루종일 울다가 웃다가 했는데 지금 라방보면서 또 울다가 웃다가야ㅠㅠ 엄마가 미쳤냐고 정신차리래ㅠㅠ]
[↳오늘은 어쩔 수 없잖아요 어머니뮤ㅠㅠㅠㅠㅠ]
[↳오늘은 미쳤냐는 소리 들어도 좋아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재계약 별걱정 안 한 룩스 있어? 물론 난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냐궄ㅋㅋㅋㅋㅋㅋ]
[↳↳혹시 야수의 심장을 가진 룩스가 있나 궁금해써…….]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멘탈 박살 나 있었다……ㅎㅎ]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운 듯 못볼꼴이었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진짠 거지? 진짜 여섯 명 다 있는 거지ㅠㅠㅠㅠ]
여섯 명이 모두 함께하는 라방을 믿지 못하는 팬들의 댓글이 많이 보였는지, 깔깔거리고 웃던 홍여름이 댓글을 보고 말했다.
“아니, 룩스들. 우리 당연히 여섯 명 다 있지, 귀신이겠냐구. 봐봐, 다 있어.”
“우리가 빨리빨리 알려줬으면 룩스들이 이렇게 걱정 안 했을 텐데.”
최효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서 서민혁이 말했다.
“근데, 솔직히 나도 아직 너무 신기해. 아, 이게…… 우리 같이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데.”
“맞아, 너무 좋지…….”
채연재가 댓글을 보다가 또 좀 울컥해서 서민혁의 등 뒤로 얼굴을 숨겼다. 서민혁이 등 뒤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자 한동안 그러고 감정을 추스른 채연재가 바로 앉아 말했다.
“뭐 좀 먹고 왔어. 시간 늦어서 우리 룩스들 보면 배고플까 봐.”
채연재의 능청에 옆에서 멤버들이 어처구니없어하며 웃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박윤태가 오늘따라 조용한 송다온에게 말했다.
“형 입 열면 울 것 같아서 조용한 거지?”
“응…….”
송다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연재가 말했다.
“우리 재계약 진짜 송다가 딱 끌어냈잖아.”
“내가 좀 했지……. 아, 윤태가 진짜 웃겼는데 그거 말해도 되나?”
“아니! 안 돼, 안 돼. 한 5년 뒤에 말해. 연재 형 마흔 되면.”
“맞아아, 내가 사십대 되면 얘기해줄게요, 룩스들. 그리고 난 사십 대도 잘생길 예정이야.”
채연재의 말에 웃던 홍여름이 말했다.
“우리 어쩌다 보이드로 왔는지 룩스들 진짜 궁금하겠다.”
“이거를…… 잠깐만.”
최효원이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일단 스포 때문에 연재 형, 송다가 말하면 안 돼. 선이 없어, 이 사람들은…… 역시 리더가.”
“그치, 이럴 때는 있는 리더를 부려 먹자.”
서민혁의 친구인 송다온이 동조했다. 서민혁이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게 설명하자면 진짜 긴데, 해원이가 프로듀서로서 방향을 잡아줬고, 연재 형 말처럼 송다가 총대를 멨어.”
“요약하면 이거지.”
최효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 서민혁이 말을 이었다.
“이건 스포라 말할 수 없는데, 진짜…… 룩스를 사랑하는 클라루스라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어.”
* * *
클라루스가 라방을 켰을 때, 나는 술도 안 마셨는데 숙취를 느끼며 숙소를 나서고 있었다. 회사로 가고 있는데, 회사에서 나에게 기자들이 엄청 많은 인터뷰를 요청했다고, 질문을 추리는 중이라고 했다.
클라루스 관련 보도자료는 벌써 다 보냈는데 내가 대답할 게 있나?
나는 잠든 황새벽을 깨우며 물었다.
“새북아, 우리 뭔 일 났어?”
“어…….”
“……야, 설명을 해주라고.”
어휴, 이거 스물세 살에도 이러면 클라루스 형들 나이 될 땐 어떡하냐. 띠동갑인 채연재는 여전히 상큼발랄한 아이돌인데. 심지어 10년 뒤에도 저러고 반짝반짝하던데…….
내가 재촉하자 황새벽이 귀찮아 죽어가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야, 상식적으로 네가 클라루스 선배님들 하나하나 마음 돌려서 한 팀으로 만들어놨는데 난리가 안 나겠냐?”
그런가…….
애초에 클라루스가 결정한 거고, 나는 클라루스 멤버들의 머릿속에 있던 걸 시스템의 힘으로 보고 왔다. 그것뿐인데 내가 공치사를 듣는 건 좀 이상하긴 하다.
우리는 연습실에 모였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우리는 우리 연습을 해야 했다.
회사가 어수선해서 집중이 안 될까봐 걱정했는데 진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물론 민지호가 약간 산만하게 굴긴 했는데…….
“형 우리 연습실 더 커진대! 더 큰 거 쓸 수 있어! 그럼 연말시상식 준비할 때도 형들 다 같이 안무 연습하고……. 아예 체육관이 있으면 더 좋긴 한데!”
민지호는 클라루스고 뭐고, 건물을 이전하게 된다는 것에 크게 만족했다. 안 그래도 강효준의 친할아버지가 건물 타령을 하면서, 이전부터 입주할만한 오피스건물을 찾아뒀는데 거기 연습실 공사에 들어갔다는 모양이었다. 지금도 우리 회사 규모와 일곱 명의 멤버들에게는 큰 연습실이었다. 그런데 민지호가 워낙 연습실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주장해, 이것보다도 큰 연습실을 마련 중인 모양이었다.
아, 그나저나.
“건물 옮기면 작업실도 옮겨야 되나…….”
내가 중얼거리니까 신지운이 말했다.
“당연히 옮겨야지. 형 작업실은 너무 작아.”
“커, 너희가 다 들어와서 쓰니까 작게 느껴지는 거지.”
“우리가 뭐가 커, 애긴데.”
“이제 슬슬 추운데 늦더위를 먹었냐, 너는.”
문제는 작업실을 옮기면 내 체력 20%를 보태주는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였다. 이제는 120%로 일하는 것에 적응해서, 100%밖에 일을 못하면 내 체력이 못 미덥게 느껴질 것 같았다.
물론 내 체력을 단련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내가 한효석을 힐끔 보니까, 한효석이 안 어울리게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형, 운동?”
“아니. 아니, 아니. 오늘은 아니. 연습만 해도 죽을 거 같다.”
“그러니까 건강하게 활동하려면 미리미리 몸 만들어야죠, 형.”
“어휴, 야, 전혀 안 들린다. 안 듣고 싶은가 봐.”
내가 말하며 귀를 틀어막았지만 한효석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 잘못 걸린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이번 리패키지 활동을 위해서 타이틀을 틀어 놓고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컴백, 콘서트, 연말 시상식이 겹쳐 있어서, 연습 끝나면 연습, 또 연습 스케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연습을 이어가다가, 하이라이트 메들리 공개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잠깐 연습을 끊고, 각자 연습실 여기저기에서 자리를 잡고 쉬며 공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12시.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공개된 직후.
홍보팀 직원들이 황당해하며 말하는 것이 들렸다.
“치트키네…….”
무슨 말인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는 퍼스트라이트를 검색해 보았고, 어이가 없어서 허허 웃었다.
나는 오히려 클라루스가 화제성이 커서, 퍼스트라이트의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아주 조금은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클라루스에 대한 화제성의 일부가 퍼스트라이트의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보이드 엔터의 이름값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하라메 조회수 올라가는 거 봐.”
안주원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도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를 보며 실없이 웃었다. 황새벽이 중얼거렸다.
“잘 됐다. 이번 우리 리패키지 타이틀, 많은 사람이 들어야 돼. 좋으니까.”
그 말에 하라메 반응을 집요할 정도로 집중해서 보던 민지호가 대답했다.
“맞아, 우리 이번 타이틀 진짜 좋으니까.”
정규 앨범의 안무가 비교적으로 가벼웠기 때문에, 이번 리패키지 앨범의 안무는 무겁게 가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지호가 프레젠테이션하며 주장한 퍼스트라이트의 섹시미…… 그러니까 이제 전원 어른이 된 아이돌 팀의 성숙함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규앨범부터 리패키지까지 연계되는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OIN 스튜디오 홍 감독의 전문 분야라고 생각한다. 뱀파이어의 먹이라는 수상쩍은 컨셉을 가져올 때부터 생각했다. 저 홍 감독의 관점은 범인인 나로서는 약간 당혹스러울 때가 있는데, 팬들이 의외로 그 홍 감독의 전문 분야 역시도 즐거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리패키지이기도 하고, 이전에는 잘 해보지 않았던 컨셉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컨셉 포토 공개 단계에서부터, 민지호와 홍 감독이 맞았다는 게 증명 됐다. 팬들은 물론 다른 케이팝 팬들의 반응도 좋았다.
타이틀도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두 손을 모으고 거의 세상 모든 신에게 기도하고 있는데 안주원이 나에게 말했다.
“해원아, 너 인스타.”
“어, 왜?”
“방금 팔로워 천만 넘었다.”
“……어? 나? 내 거?”
“어, 네 거.”
……그럴 리가? 갑자기? 0 하나 잘못 본 거 아냐?
나는 생각하며 일단 안주원이 건네준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