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14화
6시에 타이틀곡 ‘Kronos’가 공개되었다.
영상은 번개가 치는 듯한 스튜디오 공간 안에서 일곱 명의 멤버로 시작되며, 클로즈업된 신지운의 저음이 비웃는 듯한 톤으로 흘러나왔다.
[hidden in a cave 속임수로 시작돼]
[Over the years 비밀 속의 소년은 자라]
[세상이 속여도 나를 키운 6 Godfathers]
[뒤집힌 world 그 자리를 차지하는 나의 형제]
신지운은 6 Godfathers라는 가사를 말하며 양팔을 벌리고 뒤로 걸었고, 양옆에 각각 셋씩 서 있던 멤버들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가장 끝에 있던 정해원이 멤버들 앞을 걸어가는 파트로 넘어갔다.
도입 장면부터 팬들은 환호했고,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임팩트를 남겼다.
[도입부터 얼굴 공격 돌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겸이 얼굴 쟈갑다 쟈가워]
[퍼라 지운 잘생긴 거 알았는데 이번 타이틀 섬뜩하게 잘생겼다]
[식스 갓파더 앞으로 보낼 때 ㅈㄴ핫함]
[↳제스쳐 땀나게 섹시함;;]
[↳아기자몽이 기특하다ㅠㅠ]
[지금 주머니에 손 넣고 멤버들 앞 지나가는 거 누구야? 완깐한 거?]
[↳해원]
[↳↳어??? 정해원이야? 국선아 그 정해원??? 완깐 X나 잘생겼네 왜 몰랐지ㄷㄷㄷ]
[↳↳↳햇살이들도 완깐 거의 못 봐서 폭주중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까지 생길 일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
[깨진 유리창 손으로 잡을 때 정해원 옆얼굴 미친 거 아니냐 모니터 앞을 지나가던 우리 엄마 멈춰세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른들 싫어할 것 같은 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은근 좋아하시더라ㅋㅋㅋㅋㅋㅋ]
[↳↳원래 어른들이 잘생긴 거 더 좋아함…….]
[↳공들여서 빚은 것 같이 생겼네]
[카펫에 누워 있는 거 민지호 맞아? 국선아 그 민지호야????]
[↳ㅇㅇ그 민지호]
[↳↳개이쁘게 생겼네 왜 몰랐지]
[↳↳↳내 최애지만 워낙 까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지호 춤 잘추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옆얼굴 의외로 춤이 없는 관상이네]
[↳↳민조가 얼굴에 춤이 없다고????]
[↳↳↳근데 햇살이 아닌 사람은 좀 이해 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일룸 팬이라 해원 피디님은 너무 잘 아는데 지운이랑 지호 성격은 어때?? 둘이 친해?]
[↳친하고 앙숙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애교 많아 퍼라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어]
[↳↳얘 어디서 약을 팔아…….]
[↳↳↳진짜임]
[↳↳↳진짜 애교 담당임 둘 다]
[↳↳↳아기자몽과 짭막내♥]
[퍼라팬들 이상해……. 멤버 성격 물어보면 다 다짜고짜 귀엽대…….]
[↳ㄹㅇ퍼라팬들한테 뭐 물어보러 가면 귀여움 감옥에 갇힌 기분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
뮤직비디오는 감각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알맞았다. 유리, 태양, 나무 등 전부 부서져 있는 폐허에서 멤버들의 군무와 독무가, 차가운 색감과 흑백의 영상이 교차 되었다.
[태양은 깨지고 세상은 사라져]
[기도를 멈추고 하늘에게 등을 돌려 Right now]
[룰은 모조리 어기고 달려들어, 크로노스]
[Fight away, 살아남을 방법은 그것뿐]
안주원과 한효석의 정제된 목소리 사이, 사이에 황새벽과 박선재의 독특한 보컬이 뒤섞였다.
[퍼라 보컬 갈수록 좋아지네ㄷㄷㄷ]
[이 팀은 황새벽이랑 박선재 보컬 톤 극과 극인 게 진짜 사기야 천국과 지옥 같음]
[안주원이랑 한효석은 너무 배우상이라 얼굴에 춤이랑 노래가 전혀 없는데 무대에서 보면 잘하고 독기 미쳤더라]
[↳진짜 아이돌 해줘서 고마워ㅠㅠ]
[SJC는 혹시 아직도 입덕 안 했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JC가 누구야?]
[↳↳있어 퍼라 컴백 때만 나타나는 성적충]
[↳SJC)아직 입덕까진 아니야…….]
[↳↳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컴백할 때만 나타나면서 햇살이 아니라고 하는 거 제법 웃겨]
[↳ㅋㅋㅋㅋ그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SJC 이번엔 웬일로 늦게 나타났네???]
[↳그니까 이번엔 초동 예상도 안 알려주고???]
[↳SJC 갈아탐?]
[↳↳SJC)안 갈아탔고 입덕도 아니야…….]
[SJC)근데 지금 초동이 중요한 게 아님]
[SJC)지금 추이 봐서 내일 퍼라 스포티 글로벌 차트 들어갈 듯]
[SJC)나 기모아야 하니까 가볼게]
[↳아니 기는 왜 모으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입덕 아니라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이들도 이렇게까지는 안한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
[SJC)성적은 잘 나와야 하니까…… 나의 관심은 오로지 성적(해외)뿐…….]
[↳후…… 차가운 심장……. 오로지 성적(해외)에만 뛰지…….]
[↳↳넌 뭐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맞춰주는 건데!!!!!!!!!]
[↳↳↳↳평범한 민프군요ㅎㅎ]
[근데 성적충아 퍼라 글로벌 차트 들 거 같다고???? 6시 컴백인데???]
[↳ㅇㅇ6시 컴백이어도 들 듯 100위 내외 예상]
[↳↳??????????]
[↳↳X나 높은 거 아냐????]
[↳퍼라 해외 인기 많아?]
[↳↳많긴 많은데 100위 내외까진 모르겠어]
[↳↳나 햇살인데도 체감을 못하겠어…….]
[근데 클라루스 팬들이 해원이 워낙 푸쉬해줘서 충분히 가능할지도…….]
[↳설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아님 클라루스 올해 한 번 활동했다고 스포티파이 전체 스트리밍 10위 안 예상임]
[↳↳↳클라루스 이 연차에 대단하다ㄷㄷㄷ]
[퍼라 해외 인기도 정해원한테 얹혀 가냐 영입 안 했으면 X망할 뻔했네]
[↳솔직히 퍼라 멤버들 X나 꿀 빠는 건 맞지ㅎㅎ]
[↳↳퍼라 멤버들이 꿀 빠는 거냐, 해원이가 꿀 빠는 거냐. 이런 애들은 하나만 하질 않더라고]
[↳↳↳그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X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소식에 회사가 웅성거렸다.
우리에게는 말도 안 꺼내려고 애썼지만, 직원들의 표정에 그 기대감이 드러나 있었다.
그때 우리 멤버들은 모두 음방 대기실에 있었다.
벌써 연차가 찬 게 느껴지는 것이, 대기실이 꽤 커졌다. 나는 우리보다 두 주 먼저 컴백한 카일룸과 잠시 인사를 나누러 나갔다. 카일룸은 데뷔 때부터 3주 활동을 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카일룸, 차우석이 나에게 말했다.
“형한테 배웠잖아요, 제가. 3주 활동! 우리 젤링이들 다채롭게 무대 즐기라고 박박 우겼죠.”
“……하, 짜증 나게 기특하네.”
“형, 거기 짜증 나게는 왜 붙이는 거예요, 도대체?”
카일룸 팬클럽, 엔젤링의 애칭을 부르는 차우석을 보니 솔직히 감개무량했다. 그 나태한 놈이 이렇게 자라다니. 물론 내 덕이지. 이것만은 내 덕이 틀림없다. 다행히 엔젤링들도 그걸 알아주고 있다. 차우석이 솔직하게 말해버렸기 때문이었다. X버스에서.
[우석천사 : 생각난다 해원이 형이 나 혼냈던 거…… 젤링이들 진짜 해원이 형 아니었으면 우석천사 못 봤을 거야…… 나태지옥에 있었겠지……. 큰일날뻔했어ㅠㅠ]
[우석천사 : 그땐 막 어려가지고 완전 망나니였어ㅠㅠ 부끄러워…… 그래도 해원이 형이 초반에 기강 잡아줘서 정신 바짝 차리고 3주 활동도 내가 회사에 박박 우겼어! 우리 젤링이들 3주 활동 보여줄 거라구! 잘했지? 나 예쁘지? 그치?]
짜증 나게 아이돌이 천직이다, 이놈은.
나는 눈치 없다고 생각하는데, 카일룸 팬들은 순수하고, 솔직하다고 받아들여 주고 있었다. 하, 마음 넓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아무튼 다행인 건 내가 차우석을 아무리 갈궈도 카일룸 팬들은 사랑의 매라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차우석이 말했다.
“형도 3주 활동해요. 기강 잡아요!”
“알았어, 알았어. 노력할게.”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하, 청출어람 청어람…….
“건강 관리도 좀 잘하시고요. 형 맨날 작업실에만 있는다면서요? 제가 놀자고 하면 좀 나와요!”
“어어.”
“하여튼 맨날 처박혀 있으니까 얼굴은 허예가지고.”
“나 원래 이 색이야.”
“그니까 원래 색으로 살면 안 되죠. 태우고 그래야지.”
우리 팀 애들은 나한테 이렇게 뭐라고 안 하는데…….
그나저나 놀자고 하면 나오라고 징징거리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툭하면 놀자고 끌고 나오던 동료 연예인들이 생각난다. 내가 움직이니까 내 작업실로 놀러오라고 했었나. 허허. 이런 진상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해 주시는 동료 연예인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쨌든 이상하게 차우석은 만만해서(?) 그런지 같이 있으면 묘하게 편안해지는 게 없지 않아 있었다. 눈치 없고, 펄펄 날뛰고, 그 와중에 아이돌로서 철저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쯤이면 별수 없이 내 제…… 제일 친한 후배……라고 봐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뉴데이즈 강진영과도 종종 보지만 그놈은 아무래도 묘하게 불편하다. 묘하게 또라이라……. 묘하게가 아니라 사실 그냥 또라인데 너어무 잘 감추고 있는 게 참 놀랍다.
다행히 그 독특한 캐릭터로 예능계 여기저기서 불려 다니고 있다.
친해진 동료와 오래 가는 건,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선 사고를 안 쳐야 하고, 그보다 어려운 건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벌써 친해졌다가도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게 된 동료들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사실 지금까지는 100% 연락이 끊겼다. 그 마음을 당연히 이해한다. 나도 잠적했을 때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의 연락도 안 받았었으니까. 그때의 마음, 그 우울함이 정말로 이해가 간다.
그렇게 생각하며 차우석에게 휴가 맞춰서 같이 해외여행 가자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듣고 있을 때. 우리 대기실 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어, 가야겠다.”
“형, 진짜 휴가 맞춰줘요!”
“봐서.”
나는 말하고 급하게 대기실로 달려갔다.
나를 찾으러 나오려고 문 쪽으로 달려오던 황새벽이 급하게 멈춰 섰다.
“이야, 이 거북이가 달려?”
“98위다.”
“글로벌차트?”
“어.”
“98위.”
“98위.”
98위.
나는 혼자 다시 그 숫자를 중얼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숫자 좋네. 마음에 든다.”
“선재랑 똑같은 소리하네.”
그렇게 이야기하고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으니까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같이 쪼그리고 앉았다.
우리는 일곱 명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고, 한효석이 물었다.
“……소화제 필요하신 분?”
그리고 우리는 전부 손을 들었다. 한효석은 소화제 일곱 개를 꺼내서 멤버들이 든 손에 하나씩 올려놨다.
* * *
보이드 엔터 부대표가 대기실에 조금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강효준 대표에게 말했다.
“아, 내 새끼들 하나씩 다 안아 줘야 되는데. 지들끼리 있는 걸 하도 좋아해 가지고, 저렇게 좀 시간을 줘야 된다니까요.”
“이따가 안아줘요.”
“관심 없으시죠?”
“저도 퍼라 참 아끼지만 안아주고 싶은 정도는 아니에요.”
“저 무정한 사람.”
“부대표님이 과하게 정이 많은 거예요.”
그렇게 대기실 안을 보던 부대표가 스윽 고개를 돌려 대기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정해원이 동생들의 안전으로 협박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에 멍이 들도록 스트레스를 받아 했다는 걸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새낀지 잡히면 아주 그냥, X팔. 손모가지를 그냥.”
“고소당해요, 그러다가.”
“그럴 때 대표님의 재력을 이용해서 빼내주면 되죠.”
“그런가……. 그럼 패세요.”
두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대기실 앞에 서 있었다. 부대표도, 대표도 멤버가 다른 회사 사람에게 협박당했다는 것에 속 깊은 곳에서부터 풀리지 않는 화가 끓어오르는 중이었다. 그러나 덩치 큰 둘이 앞에 나와 있으니 아무도 대기실 근처에 오지 않았고, 심지어는 반대쪽 벽에 붙어서 가는 사람마저 있었다. 강효준 대표가 말했다.
“부대표님 들어가세요. 같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무서워하잖아요.”
“하, 참내. 남 말 하네. 대표님이 무서워서 피하는 거잖아요, 딱 봐도.”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짠 것처럼 잠시 조용해진 둘은 각자 핸드폰으로 스포티파이 차트를 확인했다. 부대표가 말했다.
“핸드폰 하나 더 살까 봐요. 국내도 스트리밍해야 하는데, 이제 해외까지 잘나가네.”
“사줘요?”
“아, 이 사람 설레게 하네. 네. 사줘요.”
“거절 좀 해요.”
“아, 사줘어.”
두 사람은 투덜투덜거리며 노부부처럼 싸우다가, 대기실로 들어갔다.